8화
<4. 첫 사냥>
“조금 긴장되네.”
첫 사냥. 어떤 일이라도 첫 경험은 상당히 설레고 긴장될 것이다. 거기다가 그 일이 목숨과 관련되어 있다면 말할 것도 없다.
“걱정말고 이 누나만 믿고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단다.”
“여차하면 나하고 언니가 처리해 줄테니까 걱정마.”
“응.”
거기에 태천도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총 8천억 원을 자랑하는 초고가의 장비들. 하나는 태천의 오른손에 차고 있는 시계였으며 또 다른 하나는 NC에 착용하는 칩.
그리고 또 다른 것은 옛날에 사용했다는 스마트 폰과 같이 생긴 물건이지만 실제로는 웬만한 컴퓨터 뺨을 가볍게 때리는 초고사양의 휴대용 컴퓨터다.
거기다가 목에 걸고 있는 목걸이와 오른손에 끼고 있는 손가락은 나온 반장갑. 이 2개가 가장 비싼 것인데 바로 에테르 그 자체가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초능력자들의 능력을 증폭시키는 물건이 바로 현재 태천이 걸고 있는 목걸이와 반장갑이다. 쉽게 말해서 정신력을 증폭시켜주는 것이다.
만능 에너지 에테르를 사용한 물건들이기에 목걸이에 있는 에테르 조각과 반장갑 손등에 있는 에테르 조각에 있는 에너지가 바닥나기 전까지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초능력뿐만 아니라 기를 사용하는 이들도 신기와 마기를 사용하는 천족과 마족들도 사용할 수 있다. 고위급 헌터라면 필수로 들고 다니는 장비이지만 그 만큼 가격은 비싸다.
무엇보다 에테르 값은 무조건 본인이 부담해야 하기에 어중간한 헌터들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물건들이었다.
“전혀 몬스터가 없네. 이미 누가 다 쓸어갔나?”
일반적으로 제주도 보다 큰 곳이 바로 공간진안이다. 이곳에서 수많은 몬스터들이 끊임없이 탄생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맞서는 것이 바로 3개의 종족이고 말이다.
“반응이 전혀 없네. 언니도 그렇지?”
“응.”
손목시계. 이 시계의 역할은 이 공간진 안에서도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공간이 뒤틀리면서 밖의 시간과 뒤틀린 일도 심심치 않기에 만들어진 물건이다.
동시에 이 시계는 하나의 GPS기능을 한다. 위성이 통하지 않는 공간진 아니지만 이 시계 자체가 신호를 보내 다른 헌터들에게 자신의 위치나 그 헌터들의 위치를 알려준다.
이 시계 만큼은 헌터가 되면 무조건 필수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성능이 좋을 수록 그 수신 범위가 증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NC에 장착된 칩. 이것은 에테르 에너지를 감지하여 헌터와 몬스터의 위치를 NC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게 한다. 물론 칩의 크기는 매우 작지만 이 칩을 마든 사람이 김기훈 박사라면 다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어찌되었든 이런 기기들 덕분에 쉽게 길을 잃거나 하는 일은 없다. 거기다가 NC의 오른쪽 화면에 나타나는 지도를 통해서 근처의 헌터나 몬스터의 위치를 알 수 있기에 위급할 때는 언제든지 도망을 칠 수도 있고 구원요청도 가능하다.
NC의 장착된 칩의 능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마지막으로 커다란 가장 크기가 크다고 할 수 있는 손바닥만한 기계. 이 기계의 역할은 바로 에테르 측정이다.
몬스터를 기계로 스킨 하면 그 몬스터가 가지고 있는 에테르 에너지가 표시된다. 물론 죽고 나서 에테르가 증발해 버리기도 하지만 문제는 왜 증발하는지 그 누구도 그 이유를 밝혀내지 못 했다는 점이다.
그 김기훈 박사조차 여기에 대해서는 손을 들었으니 말 다했다. 어찌되었든 이 스캔을 통해서 몬스터의 급을 매긴다. 그리고 동시에 이 몬스터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너무 강하다 싶으면 기계에서 포기 버튼을 누르면 되고 잡을 수 있다면 그냥 잡으면 된다. 이것으로 과거에 빈번하던 헌터들 간의 사소한 싸움이나 습격이 많이 줄어들었다.
“정말로 아무것도 없네. 이렇게 조용한 적은 처음이지 않아? 언니?”
공간진은 그 크기로 인해서 절대로 걸어다닐 수 없다. 그래서 항상 특수 제작된 헌터들의 자동차인 헌터카를 타고 다녀야 하는데 그 헌터카를 타고 가면서도 참 몬스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그 사실에 태천은 조금 김이 빠졌다.
첫 사냥인데 이렇게 조용하다니? 완전 허무했다. 혹시나 싶어서 뒤에 잔뜩 고용한 시체 처리반도 무안해질 것 같았다.
“그러네... 벌써 들어와서 움직이기 시작한지 3시간이 흘렀는데도 단 레이더에 조차 잡히지 않는다니... 뭔가 이상해. 마치... 옛날에 A급 몬스터가 나타나기 직전의 진조 같기도 하네.”
“A급?”
“몬스터들도 각자 자신들 나름대로의 체계라는 것이 있으니까. 강력한 포식자가 나타나면 약한 몬스터들은 도망치는 거야. 그리고... 이렇게 초입에서 F,E급 몬스터가 단 하마리도 없는 경우가 뜻하는 바는 이들이 여기에 있을 수 없는 이유가 있다는 거지.”
“반대 아니야? 이곳에서 C,D급의 몬스터가 있어야 중심에 있는 더욱 강력한 몬스터가 움직인 증거잖아?”
태천의 의문에 희선이 미소 지으며 끄덕였다. 그렇다. 저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상대는 괴물.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몬스터들은 에테르에 대해서 매우 민감해. 특히 자신들 몬스터들간의 기척에 대해서는 마치 어디 있는지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움직이고 있어. 그렇기에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아예 그 강력한 몬스터가 움직이는 길에 얼씬을 하지 않는 거야. 굳이 영역을 침범해서 죽을 필요는 없잖아? 아무리 C, D급의 몬스터라고 해도 E, F급의 몬스터 숫자가 많으면 E, F급의 몬스터들에게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것도 가능해?”
“아직 우리는 그들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더 많아. 지금도 하나 하나 새로운 사실들이 알려지고 있지. 더 유력한 학설은 그 강력한 몬스터가 귀찮은 것을 피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나타내면서 움직인다는 거야. 귀찮게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 이런 식으로 말이지.”
“나느 그것 같네. 에테르를 감지하고 온다면 지금 나에게 있는 이 목걸이나 장갑의 에테르도 강력하잖아?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각각 3만 대란다.”
“에테르 값만 6천억원이라는 말이야?”
“그렇지. 다 만드는 데 있어서 3조원 정도가 들었을 걸?”
“.... 다시 한 번 느끼는 거지만 누나 정말로 돈 많이 번다.”
“후후후. 그렇다고 해도 나도 단기간에 이렇게 벌 수 있는 건 아니야. 그 정도의 몬스터를 잡기 위해서는 내가 S급 헌터라고 해도 혼자 가지는 않아. B급 몬스터는 매우 강하니까.”
“혼자서 잡을 수는 있잖아?”
“가능은 하지. 하지만 그 후에는 나도 힘들어서 안 돼. S급 헌터가 혼자서 정말로 최선을 다해서 잡을 수 있는 몬스터는 딱 B급이 최대야. A급부터는 S급 헌터라고 해도 절대로 혼자 잡을 수 없어.”
그 말을 듣고 태천은 생각한다. 절대로 불가능 하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헌터들의 이야기. 소환사이자 듀얼 몬스터즈의 몬스터를 막 소환할 수 있는 태천에게는 다른 이야기다.
혼자서 안되면 또 다른 소환체를 소환한다. 그것도 안되면 또 추가하고 계속 추가하고 그래도 안되면 더욱 강력한 소환체를 소환한다. 이것이 소환사가 싸우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게임에서 말이다.
물론 태천도 할 수 있다. 단지 더 강력한 카드를 사기 위해서 필요한 에테르 양이 상상을 초월하다 보니 엄청나게 부담될 뿐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시간만 충분하다면 넉넉잡고 10년 후에는...’
가능했다. 자신 혼자서 A급 몬스터 사냥이. 아니 더 나아가 재앙이라고 밖에 부를 수 없는 S급 몬스터 사냥도 가능했다. 자신의 능력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왜 국가에서 자신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 지 깨달았다.
“누나.”
“왜?”
“내가 엄청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잖아.”
“그렇지. 우리 동생은 최고의 재능과 함께 최고의 능력을 가지고 있지. 그런데 그게 갑자기 왜?”
“나라에서 나에게 투자하는 이유는 내가 혼자서 A급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서겠지?”
그러자 희선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물론이지. 누구 동생인데. 우리 태천이는 충분히 가능할 거야. 물론 지금은 무리지만. 하지만 아직 23살이니 시간은 충분하잖니?”
“그건 그렇지.”
“그러니 너무 무리할 생각은 할 필요 없어. 그냥 천천히 나아가면 되는 거야. 천천히.”
“둘이서만 이야기 하지 말고 나도 좀 껴줘. 심심하단 말이야.”
뒷 자석에 있던 정수의 말에 희선과 태천은 미소 지으며 정수를 바라보려고 할 때 이들의 NC의 오른쪽 위에 있는 화면에서 빨간 점이 나타났다.
“드디어 나왔네. 몬스터.”
“최소한 B급으로는 봐야 겠지? 언니.”
주변의 단 한 마리의 몬스터도 없다. 그리고 그 속에서 유유히 나타나는 몬스터 한 마리. 그 동안의 경험이나 정보를 바탕으로 보자면 공간진 심층부에 있는 B급 이상의 몬스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우리 3명으로 충분할까?”
태천의 물음에 희선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물론이고 말고. 이래보여도 S급 헌터란다.”
“나도 있어! 그러니 충분하지. 거기다가 오빠도 있잖아? 최고로 정신력을 집중하고 강한 녀석 소환하면 충분히 가능하니까 걱정마.”
두 여인의 말에 태천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오른쪽 밑에 있는 카드 뭉치를 눌러서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4장의 카드를 바라본다.
4레벨의 몬스터 카드 2장과 6레벨의 카드 한 장. 그리고 7레벨의 카드 한 장.
‘일단... 피에르로 간다.’
6레벨의 몬스터. 복수의 대행자 피에르. 일단 이 녀석부터 내보낼 생각이었다. 어중간한 몬스터에게 4레벨의 몬스터를 보내봐야 강제 역소환으로 자신에게만 피해가 올 것 같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