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회사에 전화를 할까.. 싶지만 어디다가 전화를 해.”
접속을 종료하고 태천은 고민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듀얼 몬스터즈를 관리하는 회사는 없다는 사실이다.
김기훈이 만들고 죽었다. 관리는 슈퍼 컴퓨터 가이아가 하며 모든 수입은 그 컴퓨터가 처리하고 관리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은 김기훈 그가 생전에 만든 장학재단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수많은 초능력자나 괴물을 잡는 사람들인 헌터들을 교육한다. 심지어 돈도 빌려준다. 이자는 있지만 그래도 빌려주는 것이 어딘가?
그렇기에 듀얼 몬스터즈로 항의를 하고 싶어도 항의할 곳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그 만큼 완벽했다. 그 어떠한 오류도 버그도 없었다.
“끙.. 이거 일단 누나가 오면 이야기 해야겠네.”
지금 당장으로서는 답이 보이지 않았다.
- 따르르르릉! 재활 시간입니다!!!
그때 눈 앞에 메시지가 나타났다.
“아. 벌써 그 시간이구나.”
그리고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너무 누워 있어 근육이 상했다. 물론 많이 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운동을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신식 치료가 있는 시대에 무슨 소리인가 싶지만 그 치료를 그의 어머니인 이하늘 여사가 거절하였기에 군말 없이 운동으로 해야 했다.
“일단 운동하고 누나가 다시 오면 접속해야지.”
그리고 5일 후 그는 퇴원했다.
* * * * * * * * *
“아아. 그리웠다. 우리집.”
그리고 소파에 다이빙을 시전하는 태천을 보며 같이 집에 들어 온 젊은 여인이 말했다.
“오빠. 집에 오자마자 다이빙이야?”
“시끄럽다. 이 오라버니를 좀 내벼두려무나. 얼마나 집이 그리웠는지 네가 알아? 알았냐? 김정수.”
그러자 김정수라고 불린 여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서 이제 직장은 어떻게 할 거야?”
“그게 문제야. 좀 더 쉴 생각인데... 그쪽에서는 나를 자르고 싶어 하는 눈치거든. 너하고 누나 덕분에 자르지는 못 하고 있지만.”
“그건 그렇겠네. 그러면 오빠 이거 선물.”
그리고 정수가 빛나는 보석 하나를 태천에게 던졌는데 그것을 가볍게 받은 태천이 말했다.
“얼마짜리야?”
“5만. 나쁘지 않지?”
“이거 어떻게 구했어?”
“언니랑 같이 사냥했지. 좀 강하더라고. 아직 나로서는 무리. 언니는 혼자서 잡던데 말이야.”
“야야. 누나가 비정상적으로 강한거야. 28살에 S급 헌터라는 게 말이 되냐? 전 세계적으로도 S급은 50명도 안된다고 하잖아. 우리나라에는 딱 8명 있고. 아예 없는 나라도 엄청 많다고.”
“그건 그렇지. 그러면 나 다시 나가볼게.”
“그래라.”
그리고 다시 밖으로 나가는 정수를 뒤로하고 태천은 듀얼 몬스터즈에 접속하고 커넥션을 하여 들어갔다. 그 후 보이는 것은 처음과 같은 우주다.
여전히 사냥은 없고 그곳에는 카드 상점이라는 아이콘이 자리잡고 있었다.
“후후후. 이거면 어떠냐.”
카드 상점에 들어가 충전을 한다. 그러자 수치가 상성하더니 딱 50,100이되었다.
“헐? 설마 에테르 수치 1이 여기서 수치 1이야? 미친. 그게 돈으로 하면 얼마나 비싼 건데!!!”
1당 천만 원. 100이면 10억이고 1,000이면 100억이다. 그리고 1만이면 무려 1천억 원이다. 5만이니 5천억 원이나 하는 에테르를 사용했는데 5만이 상승했다.
“아 진짜 이거 항의전화를 할 때도 없고 사람 미치게 하네.”
그렇게 말하면서 어디 두고 보자는 심정으로 일단 5레벨 카드를 선택했다. 그러자 5레벨 카드의 가격에 욕만 나왔다.
“차라리 카드 뽑기에서 카드를 뽑고 만다. 이 망할 것들아!!!!”
5레벨의 카드 가격은 무려 5천. 골드 카드를 하나 뽑는 것이 훨씬 더 싸다. 그 후로도 쭉 살펴보니 가격이 너무 미친 듯이 상승했다.
“끙... 이렇게 비싸면 뭔가 이유가 있을 텐데.”
가이아는 매우 합리적인 존재. 컴퓨터니 당연하지만 그런 가이아가 어이없게 이런 미친 패치를 할 리가 없었다. 그러니 뭔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듀얼킹이라고 불리는 그의 촉이 외치고 있었다. 무조건 여기 있는 카드들을 사라고 말이다.
“끙... 이거 혹시 다른 카드도 팔 수 있나?”
- 소유하고 있는 묠니르를 팔겠습니까? (이 기능은 처음 소유하고 있는 선택권에서 뽑은 카드에 한해서 딱 한 번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고민되지만.. 모르겠다. 그래. 판다. 이 미친 컴퓨터야.”
- 묠니르를 팔았습니다. 수치 1만을 얻었습니다.
“미친. 그게 1천억 원이냐... 급구해봐야 50억원 넘기기 힘든 카드인데...”
물론 돈을 아주 잘 버는 헌터나 그 가격에 산다. 평균가는 그렇게 비싸지 않다. 다이아 카드를 사서 뽑으면 되니까 말이다. 물론 뽑히느라 더 많은 돈을 쓰는 경우도 많다. 상당하게.
“그럼 총 6만이구만. 6만이면... 어디 보자...”
6레벨 이상의 카드들을 쭉 살펴본다. 6레벨의 카드는 15,000이었고 7레벨의 카드는 45,000이었다. 그렇기에 태천은 7레벨 카드와 6레벨 카드 각각 하나씩 구매하였다.
아무것이나 막 산 것은 아니다. 다 태천이 원하는 최후의 테크트리를 생각하며 산 카드들이었다.
“쩝. 이렇게 하나하나 모으면 어느 세월에 모으냐. 카드를 무조건 살 수 있다는 것은 좋은데 워낙에 비싸니 원...”
지금 구매한 이 2장의 카드가 무려 6천억 원이다. 6천억 원.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냐고? 10대는 평생 놀고먹으며 살 수 있을 거다.
“그러면 이제 사냥... 을 가야 하는데 사냥 아이콘이 없고. 쩝. 나만 이런 건지 모르겠네. 게시판을 봤을 때는 아무런 말도 없었고...”
게시판 검색은 기본으로 했다. 얼마나 패치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하지만 자신과 같이 카드 상점이 나타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접속 화면이 우주인 사람도 없다.
“모르겠다. 모르겠어... 역시 공간진의 영향인가?”
그것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일단 듀얼 몬스터즈를 종료한다. 시야 한쪽 편에 있는 카드 모양의 아이콘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 카드 모양을 누르면 바로 태천의 현재 댁에 세팅하고 있는 카드들이 나온다. 굳이 접속. 커넥션을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카드 도감을 열어서 수정할 수 있다.
퀘스트나 사냥은 커넥션을 해야 하지만 댁의 수정은 굳이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딱히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 하는 태천이었다.
듀얼을 하는 거야 최소 각각 15장씩 해서 60장의 카드가 있어야 가능하기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천천히 한 장, 한 장 카드를 모으기로 결정한 태천이었다.
가격을 생각하면 모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래도 이상하게 이렇게 해야 한다는 기분이 들었다. 본능과 같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머릿속에 박혀있다고 해야할까?
그저 태천의 머리와 본능이 이렇게 해야 해만 한다고외치고 있기에 그냥 이렇게 했다. 감이 좋다는 말이 많이 들었기에 그냥 그는 자신의 감을 믿고 있다. 운이 없으면 듀얼킹이 되는 것은 무리니까 말이다.
위이이이잉!!!!
- 훈련상황이 아닙니다! 모두 빨리 대피소로 피난해주십쇼! 다시 말씀드립니다! 훈련상황이 아닙니다! 모두 빨리 대피소로 피난해주십쇼!!
“쯧.”
혀를 치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대피소로 향하라고 하는데 평소 같으면 열심히 도망치겠지만 이상하게 몸에서 자신감이 넘쳤다. 마치 마음만 먹으면 그 괴물을. 몬스터를 죽일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
“역시 내가 공간진에서 겨우 살아남더니 간땡이가 부었구나.”
죽다 살아난 사람은 간이 커진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지 참 겁이 없어졌다고 생각하면서 태천은 몸을 움직인다. 그가 살고 있는 동네는 상당한 거부들이 있는 곳이라서 이런 시설은 잘되어 있다.
무엇보다 헌터들도 상당히. 아니 매우 많이 살고 있는 동네라서 솔직히 별 걱정은 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구경이나 할까..”
그리고 태천은 사람들과 다르게 몬스터가 있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간다. 괴물이라고 불리며 몬스터라고 불리는 존재.
동시에 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에테르를 떨어트리는 존재. 돈이자 자원이며 공포의 대상. 참 애매하기 그지없지만 그래도 지금에 와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쓸데없는 생각이네..”
그런 말과 함께 폭발음이 들리는 곳으로 조금씩 가고 있을 때 갑자기 태천의 앞에서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 아.. 안녕?”
그것은 거대한 지렁이와 같이 생긴 괴물. 몬스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