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듀얼리스트-2화 (2/132)

2화

<2. 나만 이상하다.>

“여기가...”

청년은 천천히 눈을 뜬다. 그러자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익숙한 얼굴들.

“엄마.. 누나...”

“태천아!”

“아아.. 하나님 감사합니다.”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는 중년인 여인과 젊고 아름다운 여인. 둘의 반응에 누워 있던 청년. 태천이라고 불린 청년은 눈을 끔뻑이다가 서서히 몸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몸이..”

“일단 진정하고 누워 있어라. 알았지? 곧 의사선생님 오실거야.”

“의사? 그러고 보니 나 분명...”

“정말로 깨어났군요.”

그때 문이 열리며 의사가 들어와서 태천에게 오더니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고 태천은 거기에 맞춰서 대답을 하였다. 기본적인 것들인데 왜 그것들을 물어보나 싶었지만 의사가 너무 진지하게 질문을 하기에 태천도 그냥 대답을 했다.

“다행입니다. 정말로 다행이라고 밖에 할 수 없군요. 뉴에 연결되어 있는 NC에 뭔가 타격이 가서 혹시 뇌에 이상이 있나 싶었는데 다행입니다.”

“NC요?”

“예. 일단 가볍게 살펴봤는데 모든 것들이 초기화 되어 있더군요.”

“예?”

“조금 자료가 날아갔을 수도 있지만 살아 있으니 다행입니다. 날아간 자료들이야 다시 모으면 되는 거죠.”

“.. 농담이시죠?”

“예?”

“아니 의사양반! 그게 무슨 소리요!!! 내 NC가 초기화라니!!! 내가 초기화를 당했다니!!! 으아아아!!!!”

그리고 정신줄을 놓은 듯한 태천의 행동에 의사와 간호사가 당황하더니 곧 진정제를 놓아주었고 태천은 다시 잠들었다. 그런 태천을 보던 의사가 태천의 어머니와 누나로 보이는 여인에게 말했다.

“저.. 무슨 소중한 거라도 있습니까?”

그의 말에 둘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목숨보다 소중한 것이 있었죠. 그것이 모두 날아가 버렸다고 했으니...”

“뭔지는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일단 살아 있으니 다시 시작하면 분명 될 겁니다. 이미 한 번 해봤을 테니까요.”

“글쎄요.. 그게 다시 한다고 해서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듀얼킹. 단순한 실력만으로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최고의 운도 있어야 오를 수 있는 자리다. 3개월간 이 듀얼 몬스터즈 세계에서 대격변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듀얼킹이 사라진 것이다. 항상 랭킹 1위를 달리던 그의 아이디 그 자체가 사라진 것. 많은 이들은 이제 은퇴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

물론 사실은 본인이 원치 않은 초기화를 당한 것뿐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단 몸은 건강합니다. 모든 것이 정상이군요. 공간진에 휘말렸는데 살아남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운이 좋은 겁니다. 더 운이 좋다면 그도 초능력자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아무리 랜덤하다고 하지만 공간진이나 에테르에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자가 초능력자가 될 확률이 더 높다고 하니까요.”

의사에 말에 다시 두 모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들로서는 정말로 초능력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 직업 때문에 자신들의 남편과 아버지가 없는 것이니 말이다.

“일단 다시 일어나면 잘 말씀해 주시고 또 문제 있으면 바로 호출해주십쇼.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정말로 감사했습니다. 선생님.”

“하하하. 제가 뭘 했나요. 그저 아드님도 대단하신 겁니다.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예에..”

“그럼.”

그리고 의사가 방에서 나가자 남아 있던 모녀 중 딸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도 그만 집에 가서 쉬어. 얘가 일어나면 내가 잘 말할 테니까.”

“후우. 그래. 엄마는 좀 쉬어야겠구나. 오랜만에 솜씨도 발휘해야 할 것 같고.”

“엄마. 죽 먹어야 하는 거 알지?”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면 부탁 좀 하마.”

“응. 갔다와.”

그리고 나가는 어머니를 뒤로 하고 딸은 누워 있는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참... 운이 좋다고 해야 할지 나쁘다고 해야 할지.”

공간진에 휘말려서 살아남았다. 이건 정말로 운이 좋다. 하지만 대가로 그는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히 하던 것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살아남아서 다행이다. 태천아.”

가족으로서는 그저 살아남은 것이 다행일 뿐이었다.

* * * * * * * * *

“내가... 내가 초기화라니...”

진통제를 맞고 일어난 태천은 계속 그 말을 중얼거렸다. 그에게 있어 듀얼 몬스터즈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다. 정말로 인생을 걸고 한 게임이다. 오래살지 않았지만 그의 모든 인생이 담겨 있는데 그게 모두 사라졌다.

“아아.. 이제 한 장. 단 한 장만 더 모으면 최고의 일곱신이 모이는 거였는데...”

태천의 중얼거림에 옆에 있던 누나라고 불렸던 젊은 여인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그래봐야 날아간 데이터는 돌아오지 않는단다 동생아.”

“흐윽... 미안해... 너희들을 지켜주지 못 했어...”

“네 자식이라도 죽었니? 그만 울고 이제 어떻게 할 지를 고민해야지.”

“훗. 다 필요 없다고. 이미... 이 세상은 지옥이야.”

정말로 다 필요 없는지 동공마저 풀어놓고 말하는 자신의 동생을 보며 여인은 한숨만 나왔다.

“태천아. 태천아. 태천아. 그렇게 그 게임이 중요하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고 있어. 하지만 완전히 못 하는 것도 아니잖니?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되잖아. 듀얼킹이라고 불리던 사람이 고작 여기서 무너지는 거야?”

“훗. 다시? 내 인생의 기억이 시작한 순간부터 함께 해오던 것들이 다 사라졌는데 그걸 다시? 듀얼킹이라고 불리기 위해서 12년이 걸렸어. 그리고 그 자리를 유지하며 최고라고 불리기를 6년. 이미 수많은 것들이 진행되었는데 여기서 다시 처음부터? 그리고 내가 다시 1위를 하라고? 무리라고 그거. 희선 누나도 잘 알고 있잖아?”

그러자 희선이라고 불린 여인이 쓴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의 동생인 태천의 말대로 지금 시작해서 다시 1인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사실 상 불가능 이다.

듀얼 몬스터즈는 기본적으로 카드 대전 게임이다. 즉 운이 있어야 좋은 카드를 뽑는다. 문제는 그 운도 초반이고 후반부터는 운이 있어도 힘들다.

실력이 있어야 했다. 더 좋은 카드를 얻기 위해서 퀘스트도 해야 했다. 그런한 것들을 보자면 실력은 충분한 동생이지만 문재는 운이다.

아무리 운이 좋아도 자신의 동생이 다시 1인자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10년이 걸린다. 노력과 실력만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자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10년도 짧게 잠은 것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있을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에휴... 살아서 뭐할까.. 우리 귀여운 애기들도 사라졌고...”

“그만 중얼거리고 어서 일어날 생각이나 해.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너무 놀라서 연락 받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에테르 조각을 부셔버렸잖아.”

“에에?!! 그게 하나에 얼마인데!!!”

“그러니까. 그것을 생각해서라도 열심히 살아갈 생각이나 해. 나중에 이 누나가 카드라면 좀 사서 지원해 줄테니까.”

“끙... 아깝다. 누나가 잡는 거면 최하로 잡아도 천억인데...”

“그렇지. 그러니 천억짜리 목숨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려무나.”

“쩝. 알았어. 다시 하면 되잖아 하면..”

의외로 순순히 상황을 받아드리자 희선이 놀라며 말했다.

“정말?”

“그래. 정말. 사실 나도 슬슬 질려서 다시 한 번 초기화 시켜서 해볼까 고민하고 있었거든. 차라리 잘 되었지.”

“그래? 그러면 잘 된 건가? 막상 하려고 해도 못 했을 거잖아?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끄응.. 부정은 못 하겠네. 그래도 카드 대준다는 거 잊어버리면 안된다?”

“이 누나가 떡 하니 B급 에테르 하나 줄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귀여운 동생님. 그러면 누나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여기 조용히 있어야 해. 아직은 퇴원이 안 되니까 불편해도 참고.”

“어.”

그리고 나가는 희선을 뒤로 하며 태천은 누워서 중얼거렸다.

“듀얼 몬스터즈 실행.”

그러자 그의 시야가 확 변하며 붉은색의 글씨로 쓰인 듀얼 몬스터즈라는 영문이 나오면서 안내문이 들려왔다. 아니 뇌에서 울리고 있었다.

- 기존의 저장된 자료가 있습니다. 불러 올 까요?

“응? 초기화 된거 아니었나?”

그리고 혹시나 싶어서 불러오기를 누르자 아니나 다를까. F급 듀얼 리스트로 있는 자신의 모습이 있었다.

“젠장. 튜토리얼만 깨진 상태냐...”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여기 저기 장비나 카드들을 다 뒤졌지만 혹시 나가 역시나. 정말로 처음 막 시작했을 초보들과 다를 것 하나 없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