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5화 (35/55)

      하얀 바닥위에 서있던 유헌은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정말로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하던 유헌은 뒤쪽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

      리자 반사적으로 얼굴을 돌렸다. 꼬마가 넘어져 있었다. 

      바람이 불어 눈을 찌르는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그는 두손을 바닥에 대고 있는 검

      청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꼬마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그쪽으로 걸음이 옮겨졌다. 

      왠지 모르게 어릴적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그 모습이 귀여워,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꼬마의 어깨에 손을 들어 올리려는 순간 꼬마의 얼굴이 들어난다. 

      - 아

      검청색의 머리카락 사이에서 들어난 새하얀 얼굴. 황금빛의 눈동자. 

      - 칸?

      어릴적의 칸의 모습을 보는것 같은 꼬마의 외모에 유헌은 움직임을 멈추고 아이를 

      한동안 바라 보았다. 

      그런 꼬마도 자신을 빤히 바라보더니 눈을 가늘게 접으며 미소를 지어준다. 

      그 미소에 가슴의 작은 통증을 느끼며 역시나 칸이다라는 생각에 다시 손을 뻗으려

      던 유헌은 그러나 자리에서 일어난 꼬마가 무척이나 즐거운 듯이 '형님-'이라는 소

      리를 지르고 자신을 지나쳐 뛰어나가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뒤쪽으로 사라지는 소년의 모습을 망연히 바라보던 유헌은 자신의 가슴에 손을 올

      려 보었다. 분명, 저 꼬마가 자신의 몸을 통과해서 그대로 지나쳤다. 

      알수없는 현상에 눈을 크게 뜨고있던 유헌은 달려가던 꼬마의 모습이 사라지자 안

      색을 달리하며 그를 쫓기위해 달리기 시작했다. 

      - 이건 또 무슨 일이야?

      무척이나 당황하며 빠르게 지나가는 주변의 건물들과 숲의 모습에 유헌은 위축되

      는 것을 느꼈다. 무척이나 화려하고 아름다운 곳이기는 하나 왠지 모르게 위험한 

      느낌이 드는, 자신과는 잘 맞지 않는 곳 같았다. 

      - 이봐, 기다려! ! 

      다른 장소로 돌아가는 길목으로 달려가는 꼬마의 모습에 반사적으로 손을 내민 유

      헌은 달려가는 속도를 좀더 빨리했다. 이곳에서 저 칸을 닮은 아이를 놓치면 영영 

      빠져 나갈수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참을 달려 겨우 가만히 서있는 아이의 모습을 발견한 유헌은 안도의 표정을 지으

      며 그에게로 다가갔다. 아까처럼 뛰지않고 가만히 서있는 모습이 의아하긴 했지만 

      그 소년에게 물어볼것이 잔뜩이었던 유헌은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집으려 했으나 

      그대로 통과하는 자신의 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은 현실이 아닌건가. 

      망연히 서있던 유헌은 몸을 숙여 아이의 얼굴을 바라 보았다. 

      분명히 그 얼굴은 칸과 꼭 닮았다.

      - 저기... 이봐?

      조심스럽게 입을 열어도 자신의 존재 자체를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은 그 모습에 

      암담한 기분이 든다. 허리를 들어 소년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헌은 이 아이

      가 무엇을 보고 있길래 이러는 건가하는 생각에 얼굴을 들어 주위를 살펴 보았다. 

      지나치며 보았던 숲이나 풍경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더 화려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화원에 두사람이 서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에 나열해 있는 인간들에게 다시 시선을 준 유헌은 눈을 깜박이며 

      앞에 서있는 두사람을 다시 바라 보았다. 

      칸과 닮은 두 사람의 모습에 유헌은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 이것들이 꿈이라고 한다면 자신을 꿈속에서 이렇게나 많은 칸을 볼정도로 그

      를 생각하고 있다는 건가. 

      아래에 있는 꼬마와 똑같은 아이 하나와 그런 그의 옆에 서있는 칸과 닮았지만, 좀

      더 완고해 보이는 그 얼굴을 바라보던 유헌은 머리속을 스치는 것에 알겠다는 탄성

      을 질렀다.

      - 분명.. 본적이 있는...

      발챠에 노예상인의 저택 지하에 걸려있던 초상화 중 칸크빌레 이전의 얼굴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바로 칸크빌레와 이자크의 부친이라는 건가? 

      그렇다면 저 소년과 이 아이와 둘중 누가 칸인거지? 갑자기 드는 의문에 고개를 내

      려 밑의 소년과 멀리 떨어진 두사람에게 시선을 주던 유헌은 칸의 부친은 듯한 남

      자가 고개를 숙여 옆의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는 것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아버지가 아들에게 저런 애정표현을 하는 것을 몇번 보기는 했지만, 저 두사

      람은 뭔가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 마치 연인 사이의 그것과 같은 묘한 분위기가 

      느껴지나 팔장을 끼고 있던 유헌의 입이 조금 떨어진다.

      - ...어째서 형님은..

      - ....응?

      밑의 아이가 형님운운 했을 때 반사적으로 이 아이가 이자크고, 멀리 부친과 있는 

      사람이 칸이라는 것을 깨달은 유헌은 고개를 밑으로 숙였다. 

      그와 동시에 바닥부터 서서히 무너지는 광경이 시야에 들어오자 유헌은 놀라 반사

      적으로 뭔가를 잡기위해 손을 뻗었지만, 그런 그를 비웃듯이 주변의 모든 것이 순

      식간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 역시나 이자키엘님은 대단하시군요.. 정말 훌륭하세요.

      - 이것도 하실줄 아시나요? 보여주시겠습니까?

      - 중앙국 그 어떤 황족들보다 우수하시군요.

      - 다음은 제왕학에 대해 공부해 볼까요? 이자키엘님.

      주변의 모습들이 일시에 사라지는 가 싶더니 이번엔 새로운 영상과 다른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한마디의 말과 함께 나타나는 사람들과 그 가운데에 서있는 소년

      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유헌은 자신의 뒤에 위치해 있는 의자에 앉았다. 

      지금 이 알수없는 장소에서 지금 당장 벗어 날수가 없다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보이는 것을 봐두기로 했다. 

      턱에 손을 받치고 여러 사람들에게 친창을 받는 중앙국의 현 황제이자 칸의 동생인 

      아지크를 가만히 바라보던 유헌은 멀리 그런 그를 바라보는 또다른 시선을 의식하

      고 그리로 고개를 돌리다 숨을 들이켰다. 

      - ...........칸.

      그런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기라도 한듯이 사람들에게 둘러 쌓여 친창의 폭풍을 듣

      던 이자크가 고개를 돌어 밖의 창가에 서있는 칸을 바라본다. 

      그와 동시에 볼이 홍조가 띄고 무척이나 기쁜듯이 변하는 그 얼굴과 반대로 밖에 

      서있던 칸의 얼굴은 차갑지 그지없다. 아무 감정이 담기지 않은 눈동자로 이자크를 

      바라보던 칸은 뒤에 서있던 사람들을 이끌고 그곳을 지나쳐 다른곳으로 걸어갔다. 

      그 모습에 울것같이 얼굴을 찡그리는 이자크를 확인한 유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칸

      에게로 달려갔다. 

      분명 무슨 말을 하든지, 무슨 짓을 하든지 그는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겠지만, 아는 

      척이라도 해보고 싶었다. 방안에서 창을 통해 밖으로 나온 유헌은 저멀리 사라지는 

      칸의 무리에 이를 악물며 뛰기 시작했다. 

      이곳으로 온 다음부터 정말 열심히도 뛰어 다니는 구나 싶다. 

      십여명의 사람들에게 둘러 쌓인 소년일때의 칸에게 달려가 손을 뻗으려던 유헌은 

      그의 옆에 서있는 은발을 지닌 청년의 모습에 눈을 크게 떴다. 

      분명 노웬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노웬은 이렇게나 어릴때의 칸일때부터 알고 있었던 말인가. 

      - ...........칸, 노웬. 

      조용히 두사람의 이름을 부르던 유헌은 그와 동시에 자신들을 둘러싸는 수명의 병

      사들의 모습에 안색을 달리하며 몸을 돌렸다. 

      칸은 이미 소년이 아니라 지금과 같은 청년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화려한 복장과 보석이 박혀진 왕관을 쓴 칸은 자신들을 둘러싼 

      병사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그것은 한번도 보지못한 모습인지라 유헌

      은 반사적으로 한걸음 뒤로 물러났을 정도였다. 

      - 뭐냐. 반역인건가-

      전혀 놀랍지 않다는 투로 중얼거리는 그 모습에 그들을 둘러쌓던 병사들이 동요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멀리서 일단의 무리를 끌고 걸어오는 이자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게 칸이 왕좌에서 밀려났을 당시의 모습인건가? 

      손에 땀을 쥐고 대치한 칸과 이자크를 바라보던 유헌은 뒷덜미를 쓰다듬은 서늘한 

      손길에 놀라 반사적으로 그것을 쳐내며 자신의 목을 감싸 안았다.  

      - 누가...

      음울한 목소리에 절로 소름이 돋는다. 

      파랗게 질린 얼굴로 까맣게 물든 주변을 둘러보던 유헌은 다시금 공간을 울리는 서

      늘한 음성에 뒤로 몇걸음 물러났다. 

      - 누가 남의 기억을 함부로 보는 거지......? 

      그 순간 엄청나게 기분 나쁜 감각이 온몸을 달린다. 

      이를 악문 유헌은 자신의 몸을 쓰다듬는 것들을 치워내기 위해 빨리 이 공간에서 

      벗어나자는 생각을 했다. 

      이런 어두운 곳이 아니라 다른 일행들이 있는, 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어떻게든.....! ! !

      찰싹-! ! !

      "일어나란 말이다! !"

      몸을 경직시키며 눈을 뜨던 유헌은 볼을 지나가는 화끈한 통증에 눈을 크게 떴다. 

      그런 그의 모습을 확인한 샤한은 유헌의 뺨을 내리친 손을 잡으며 무척이나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깨어났네?"

      "..............................샤-한."

      "설마하니 때리는 동시에 눈을 뜰지는 몰랐다고- 

      걱정해주는 나한테 너무 한거 아냐?!"

      일어나자 마자 자신의 멱살을 잡고 이를 가는 유헌의 모습에 당황한 샤한은 손을 

      내저으면 되려 목청을 높힌다. 아예 틀린말도 아니였지만, 가만히 두면 깨어날것 

      같다는 말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뺨을 날렸으니 그게 찔리는 것이리라. 

      안색을 굳히며 이런저런 말을 해대는 샤한을 빤히 바라보던 유헌은 손을 놓으며 자

      신이 있는 공간에 시선을 주었다. 

      아직도 화끈거리는 볼의 감각은 지금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지만, 이런 감옥

      에 있는 것보단 차라리 그 꿈에서 좀더 날뛰는 것이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잡힌 멱살을 바로하며 투덜대는 샤한과 그런 그의 옆에 앉아있는 소년의 얼굴을 확

      인한 유헌은 지금 자신들이 왜 이곳에 있는건지에 대해 알아채곤 '아-'하고 탄성을 

      질렀다.

      "....그 폭발로 일순 죽는건가 싶었는데...."

      "저야말로- 입니다."

      파요라고 자신을 밝혔던 소년기사는 식은땀을 흘리는 모습으로 유헌의 말을 받았

      다. 그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난 유헌은 불편한 다리로 거의 기다시피해서 그에게로 

      다가갔다.

      "어디..다친건가?"

      "좀. 다친것 같군요." 

      유헌의 질문에 멋쩍은 표정을 지은 파요는 지압하고 있는 손을 풀어 유헌에게 오른

      팔을 보여 주었다. 

      팔 가운데 반쯤 갈라져 속살이 들어나는 심각한 상처에 안색을 굳힌 유헌이 어디서 

      이런 상처를 입은거냐고 묻자 소년은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 여자가 살기를 뿜는 순간 검을 뽑았더니.. 이렇게 됬어요."

      그 여자라면 에즈를 말하는 것이다. 

      정말로 에즈가 자신들에게 그런 짓을 하리가 없으니 칸을 찾아온 그 여성은 에즈의 

      겉모양을 빌린 가짜라는 말이다. 점점 지능적으로 덤벼드는 상대들의 행동에 나직

      히 이를 갈던 유헌은 옆에 있던 샤한이 벽에 주먹을 내리치며 거친 욕설을 내뱉자 

      그를 바라 보았다. 

      "빌어먹을 놈들이 감히 에즈의 모습을 빌리다니 말야! ! 

      난 그런 비겁한 짓을 제일 싫어한다고! !"

      동감이다. 

      기다리고 그리워 하던 사람의 모습으로 분장해 긴장을 풀게한 다음 이렇게 뒷통수

      를 치다니... 게다가 그 폭발로 자신들은 이렇게 이곳으로 이동을 한 것 같지만, 일

      행들은 자신들에게 이상이 생긴 줄 알고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특히나 칸은.. 더욱더 그렇겠지. 

      턱에 손을 올리고 생각을 정리하던 유헌은 샤한에 게속해서 분통을 터트리자 그에

      게 시선을 주었다. 한동안 난리를 펴대는 그의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유헌은 조금 

      의외라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샤한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죠?"

      '근처에 없었잖아요-'라고 말하는 유헌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샤한은 붉은 머

      리를 뒤로 넘기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놈이 이제는 아주 자신을 없는 사람 취급을 하려한다.

      "처음부터 옆에 있었다. 처.음.부.터."

      ".............아, 그래요?"

      "이..이 녀석.."

      감흥없이 내뱉은 유헌은 파요의 앞에 앉아 그의 상처를 자세히 살펴 보았다. 

      이곳에서 탈출하는 것을 궁리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이긴 했지만, 우선적으로 이 소

      년의 상처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눈앞의 녀석은 자신을 지키려고 검을 빼들었던 

      것이 분명하니 더더욱 가만히 놔둘수가 없는 것이다. 

      팔을 잡아 상처를 살피는 유헌의 행동에 파요는 얼굴을 붉히며 괜찮다고 말했지만, 

      꼼꼼히 팔을 바라보는 모습에 얼굴을 붉히며 입을 다물었다.

      역시나. 자신은 이 견습신관을 좋아하고 있는 것일지도- 

      처음에는 막연하게 그 특이한 분위기에 끌리는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했지만, 보면 

      볼수록 점점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하곤 놀라워 하고 있는 중이다. 

      기사로써 중요한 팔이 이렇게 되었는데도 걱정스럽기는 커녕, 오히려 그를 지킬수 

      있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다. 집안의 부친이 자신의 이런 꼴사나운 모습에 

      호된 질타를 하겠지만, 이 신관을 지켰으니 상관없다. 

      이대로 검을 못쓰는 신세가 되어도 난...

      "그냥 가만히 있었으면 다치지도 않았을 텐데 바보같은 놈."

      "샤한 무슨 말을 그렇게 합니까?"

      "사실이잖아. 그 에즈의 탈을 쓴 녀석, 우리를 해칠 의도가 있었다면 그 폭발때 이

      동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죽었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검부터 빼드니 그런 상처를 

      입은 거야-"

      "...........그런가?"

      샤한의 말에 반박하려던 파요는 유헌이 수긍하듯이 고개를 끄덕이자 멍하니 입을 

      벌렸다. 

      설마하니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고 계시는 겁니까? 

      절망의 눈물을 흘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이지만, 유헌 앞에서 그런 꼴불견인 모습을 

      보일수 없었던 파요는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돌렸다. 

      비록 이런 타박을 듣는다 해도 그를 향한 자신의 마음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결의를 다지는 어린 기사의 모습과 그런 그의 팔을 감싸는 유헌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샤한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속 이곳에 있을수는 없다. 

      어떻게든 빠져 나가야 하니 두놈이 팔자좋게 늘어져 있을때 자신이라도 나갈 구멍

      을 찾아줘야 하는 거다.

      퉁.

      퉁.

      굵은 창살로 빈큼없이 막힌 벽을 발로 두들이던 샤한은 벽돌로 빽빽히 막힌 벽들과 

      횡하니 뚫은 위로 시선을 던졌다. 사방에 막혀 나갈 구멍이 없다는 뜻인데 정 도망

      가고 싶으면 이 벽을 기어올라 위로 나가야 하는 건가. 

      이런식으로 되어있는 구조의 감옥은 위로 물이나 뱀, 독충들을 풀어 안에 갇힌 자

      들을 죽이는 식의 사형장소로도 쓰였는데 설마하니 자신들이 있는 이곳도 그런식

      으로 되어있는 것은 아닐테지. 

      설마,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손도 못쓰고 죽을거다.

      "그렇지. 설마하니 그런 일이 정말로.."

      '벌어 질리가 없다.'고 생각하면 벽에 등을 기댄 샤한은 축축히 젓어가는 감촉에 안

      색을 굳혔다.

      "..........농담이지?"

      애써 웃는 얼굴을 만들어 보인 샤한은 굳은 얼굴을 움직이며 벽을 바라 보았다. 

      손을 들어 자신의 등을 쓰다듬은 샤한은 손끝에 묻어있는 액체에 입술을 깨물며 조

      심스럽게 벽의 표면을 쓰다듬었다. 

      주위가 어둡고 벽의 재질이 원래 번질거리는 것이라 눈치채는 것이 늦었다. 

      손끝에 묻어나는 상당량의 액체에 숨을 들이킨 샤한은 거친 욕설을 내뱉으며 바닥

      에 앉아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풍기는 파요와 유헌에게로 걸어갔다.

      "제기랄, 둘다 일어나서 나갈 구멍을 찾아! !"

      "샤한? 무슨 일이예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유헌의 얼굴에 답답함을 느낀 샤한은 가

      슴을 두들이며 손을 휘둘렀다.

      "당장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수장당하게 생겼단 말이다! ! !"

      "걱정하지 마세요. 샤한은 악운에 강한 아이니, 유헌님은 분명 안전하실 겁니다."

      "............."

      "칸님. 그렇게 이마를 찌뿌리시면 잘난 얼굴이 못나 보여요."

      손을 들어 칸의 미간의 주름을 피던 샤르비나는 그러나 칸이 여전히 굳은 안색으로 

      한곳만을 주시하자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알수가 없다. 

      유헌과 샤한, 그리고 파요라는 어린 기사가 사라진 장소를 가만히 바라보던 샤르비

      나는 얼굴에 손을 댄채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중간에 내려다 주고 자신은 무사히 성으로 들어가 그 웃기지도 않은 영감과 

      조금 놀아 주자는 생각만을 하고 있었는데, 이런 예상치 못한 일이라니- 덕분에 일

      행들은 이동을 못한채 그곳에서 마냥 정차하고 있었다. 

      이미 점심을 다먹은 후라 이동을 서두르지 않으면 3일안에 성으로 들어가지 못하

      는데.. 세사람의 실종됐는데 자신의 이런 반응이 조금 모질다고 평가될지도 모르나 

      마냥 기다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더군다나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에 있는지 짐작도 할수없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

      럴테지. 

      "샤르비나-"

      "노웬."

      자신에게로 걸어오는 은발 미남의 모습에 부드러운 웃음을 지은 샤르비나는 칸의 

      옆에서 일어나 그에게로 다가갔다. 그런 그녀에게 시선을 주다 멍하니 앉아있는 칸

      을 바라보던 노웬은 한숨을 쉬며 붉은 눈동자를 바라 보았다. 

      "칸님은?"

      "굉장히 우울해 하셔서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못 알아들으셔."

      "..그런가."

      "상대들도 상당히 비겁한 수를 쓰는군. 설마하니 에즈의 모습을 빌릴줄은 몰랐지. 

      그나저나 에즈는 무사한 건가? 그치들이 그런 방법을 쓰고도 에즈가 무사할거라는 

      생각은 안드는데 말이지."

      남과 닮은 모습을 실현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저들은 칸이나 샤한들을 감쪽같이 속여 넘긴 것이다. 

      그 정도의 섬세함을 구사할수 있으려면 실현시킨 자의 몸과 정신을 빌린다거나 하

      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하려면 본체를 지닌자의 몸에 유해한 반응이 돌아간다. 

      그렇다는 것은 에즈가 살아있다 치더라도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니라는 것. 

      입술을 깨문 샤르비나는 멀리 라프헨들과 함께 있는 에스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이미 형일 잃은 아인데, 또다시 누나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샤르비나를 내려다 보던 노웬은 더 이상 지체할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칸에게로 걸어갔다. 물론 사라진 일행들이 걱정되기는 하지만, 더 이

      상 샤르비나의 발목을 잡아 그녀가 환궁하는 것을 늦추게 할수는 없는 것이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그 늙은 왕이 또다시 사람들을 파견하면 피곤해 지는 것은 

      이쪽이니. 

      더군다나 성에 적이 많은 그녀가 곤란한 상황이 되도록 할수는 없는 노릇인 거다.

      "칸님."

      "......노웬. 유헌이... 유헌이."

      멍하니 유헌의 이름을 부르는 그의 모습에 노웬은 미간을 찌뿌렸다. 

      이런 상황이 벌어질거라는 것을 염려하고 두사람을 때어 놓으려 했는데, 이미 늦은 

      거란 말인가. 자신이 원했던 강하고 약점이 없는 황제의 군상은 더이상 이룰수 없

      다는 것을 깨닭은 노웬은 입술을 깨물며 손을 들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어쩔수 없으니, 일단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생각하자. 

      그러기 위해선 칸은 마냥 이곳에만 있어선 안된다. 

      그는 일선에 서서 자신들을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인 것이다.

      탁! !

      손등으로 뒷목을 친 노웬은 자신의 품으로 쓰러지는 칸은 받아 들었다. 

      얌전히 눈을 감고 자신에게 안겨있는 그를 내려다 보는 것은 상당히 묘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그토록이나 오만하고 당당했던 자가 지금은 이토록이나 나약한 모

      습을 보여주는 것에 자신은 거부감을 느끼는 것일지도. 

      그래서 지금의 모습을 더 마음에 들어하고 자연스러워 하는 칸을 알게 모르게 밀어

      내고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 씁쓸한 표정을 짓고있던 노웬을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

      을 느끼곤 얼굴을 들어 샤르비나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샤르비나는 어쩔수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드레스 자락을 들

      고 자신을 마차로 이동했다. 

      여전히 보모같은 남자다. 

      그러니 칸이 반발하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닐텐데, 그런 칸이 귀여워서 점점

      더 신경을 쓰고 행동에 제약을 하는 거겠지. 

      그럼에 따라 칸이 더 피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다.

      "손해 볼 타입의 남자."

      "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출발해 볼까요?"

      싱긋 웃는 샤르비나의 얼굴에 얼굴을 붉힌 기사는 헛기침을 하며 말의 고삐를 잡았

      다. 

      ".......이동하는 건가?" 

      덜컹대는 마차나 앞의 말들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확인한 오브는 자신의 품에 안

      겨있는 유크렌의 얼굴을 내려다 보았다. 

      아무리 찬수건을 이마에 올려줘도 열은 내릴 생각을 하지않고 점점더 괴로워 한다. 

      뜨거운 숨을 내뱉으며 할딱대는 유크렌의 모습도 걱정스러운데 유헌과 샤한이 사

      라졌다는 말은 더 할말이 없게 만든다. 

      이쪽 일행들이 상당하는 놈들은 상당히 손이 빠른 놈들일지도 모른다. 

      이런식으로 이쪽에서 탁치고, 저쪽에서 탁치고 정신없게 만드니 말이다. 

      설마하니 유크렌의 이 상태도 그쪽에서 벌일 일이 아닐까?

      "그렇다면 정말 나쁜 놈들이군.."

      "나쁜 놈들이지?"

      " ?! ! "

      바로 옆에서 들리는 음성에 소스라치게 놀란 오브는 유크렌의 안고있는 모습 그대

      로 경직되 음성이 들리는 곳을 노려 보았다. 그런 오브의 시선을 눈치챈 것인지 의

      자의 시트가 들썩거리며 파란 물체가 꼼지락거리며 서서히 들어난다. 

      이내 완전히 모습을 들어낸 그것은 오브를 향해 큰눈을 꿈뻑거리며 작은 손을 들어 

      보인다.

      "여-어."

      "...............도마뱀..."

      오브는 앉아있던 의자밑에서 기어나온 파충류에 정말로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디서 저런 게 나타난 건지. 외양은 그렇게 치고 말하는 종은 자신도 처음

      보는 것이다. 

      이런 알수없는 종족이 나타나는 대다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만 하는 것을 보아, 

      설마하니 세계가 망할 징조인 건가.

      "어이.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을 창밖으로 던져 볼까나-하는 생각."

      "실례다! ! 이놈, 이몸이 누군지 알고! ! 

      난, 북의 지배자. 드아글라 산맥의 융텐이란 말이다! !"

      "..........융텐.....?"

      짧은 다리를 받치고 서서 양손을 허리에 올린채 꼬리를 흔드는 도마뱀을 가만히 바

      라보던 오브는 유크렌을 다른 팔로 안으며 손을 뻗어 알수없는 존재를 들어 올렸

      다. 그리고 눈높이를 같게해 주절주절 잘도 떠드는 도마뱀을 주시하던 그는 이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망설임없이 창밖으로 던질 자세를 취한다. 

      그런 그의 움직임에 안색을 달리한 자칭 융텐이라는 도마뱀은 서둘러 손을 내젖는

      다.

      "후회할거다! ! 날 이대로 집어 던지면 유크렌의 상태도 안 좋아 진다고! !"

      "..........거짓말. 네놈이 적들이 보낸 건지 어떻게 알아. 이쪽은 이미 같은 편의 모습

      을 한 사람이 도착했다고. 그렇다 쳐도 이 내가 너같은 도마뱀이 그 싸가지없는 변

      태흑룡이라고 믿을 것 같나? 웃기지도 않는다-"

      "쌓인게 많았나 보군, 인간."

      오브에게 뒷덜미가 잡힌 상태로 팔장을 껴보인 융텐은 꼬리를 들어 그의 눈앞에서 

      기다리 라는 듯이 살레살레 저어 보인다. 

      어디선가 도마뱀의 꼬리는 잘라도 다시 생긴다는데, 그것을 직접 실험하고픈 오브

      가 살벌한 눈빛을 보내자 뜨끔한 표정을 지은 융텐이 서둘러 입을 연다.

      "어쩔수가 없었어-! ! 그 망할 적룡이 마력을 봉인한 덕분에 이런 꼴같잖은 모습으

      로 나타난 거란 말이다! !"

      융텐의 넘겨집을 수 없는 말에 한동안 손에 들고 도마뱀을 노려보던 오브는 그를 

      바닥에 던져놓고 잠시 기다리라고 말한다. 

      비록 몸이 이렇다지만, 명색이 드래곤인 자신을 이렇게나 천대하는 인간의 모습에 

      나직히 이를 갈던 융텐은 그가 밖에서 노웬이라는 인간을 부르자 조금 부끄러운 기

      분이라는 것이 들었다. 

      솔직히 이런 모습으로 루드빌이 걸어둔 마력권안에 들어온 것은 상당히 기특한 일

      이다. 그녀는 자신보다 좀더 오래산 드래곤이다 보니 자연히 순수마력에 있어서 그

      녀보다 자신이 아래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으로 들어온 것에대해 대단하다고 만 생각할수 없는 것은 역

      시나 이런 볼품없는 모습 때문이리라-

      "제길, 인간놈들이 드래곤이을 이런 도마뱀들과 동일시하고 있었다니..."

      마력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인간들이 생각하는 이미지를 빌려 헌신한 건데 이런 꼴

      사나운 모습이라니. 이를 갈며 양반다리를 한 융텐은 이내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은

      발의 미남을 발견하곤 한쪽눈을 희번뜩였다. 

      과연 북쪽 출신답게 뭔지 모를 친근함이 든다. 

      처음엔 자신이 태어난 곳을 벗어나지 않기로 유명한 북의 사람이 칸의 곁에 있다는 

      것이 놀라웠지만, 자신과 상관있는 일이 아니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었지. 

      뭐 지금도 굳이 상관은 없는 사람이니 그냥 넘어가기로 하자. 

      ".......융텐..님이십니까?"

      "그럼 내가 뭘로 보이냐? 도마뱀으로 보인다고 하면 난 그냥 돌아가겠어."

      으르렁거리는 말투에 입을 다문 노웬은 자신의 옆에앉은 젤이 문을 닫자 오브에게 

      묻는 듯한 시선을 던진다. 

      다짜고짜 자신을 부르며 융텐이란 놈이 왔다더니, 이런 말을하는 도마뱀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는 것이 당황스럽다. 

      "주술이 걸려서 이런 모습으로 있다던데- 믿을수가 있어야지."

      '에즈라는 여자의 일도있고 말야-'라고 중얼거리는 오브의 말에 안색을 굳힌 노웬

      은 시선을 내려 자신을 올려다 보는 도마뱀을 바라 보았다. 

      옆에 앉은 젤이 손을 뻗어 도마뱀의 몸을 잠깐 살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노

      웬에게 '흑룡의 기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말에 조금이나마 안색을 푼 노웬은 입술을 달싹였다.

      "어째서 이런 모습으로 계시는 거죠? 전에 유헌군이 당신을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하던데...."

      "알고 있겠지. 중앙국의 루드빌라겔이라는 적룡을 말야."

      ".............설마?"

      안색을 굳힌 노웬의 얼굴을 바라보던 융텐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머리좋은 것들은 이해가 빨라서 대화하기가 쉽다. 

      "그 설마가 맞아. 

      그 노망난 용이 결계를 걸어둬서 흑룡인 내가 움직임을 봉쇄당한 거지."

      "흑룡인 당신이 움직임을 봉쇄당한...거라면 녹룡인 유크렌은 왜 저러는 거죠?"

      "아-아. 그건 말이지."

      노웬의 질문에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던 융텐은 눈을 들어 괴로운 듯이 할딱대고 

      있는 유크렌의 모습에 입맛을 다셨다. 자신 때문에 그가 저렇게 괴로워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그 적룡을 찾아가 당장에 후드려 패고 싶다. 

      미적거리는 도마뱀의 모습에 답답해 오브가 이를 들어내며 빨리 말하라고 닥달하

      자 그에게 곱지않은 시선을 보낸 융텐은 뻐기듯이 가슴을 내밀며 입을 열었다.

      "내 아이를 잉태하고 있어서 그런거야-"

      으쓱한 모습을 취해보인 융텐을 가만히 바라보던 노웬은 과연이라는 표정을 지으

      며 자신의 턱을 쓰다듬었다. 

      유크렌의 몸속에 저 흑룡의 아이가 들어있기에 루드빌의 주술이 적용하는 것인가. 

      드래곤 사이에선 부친의 종을 따른다고 하니.. 

      그나저나 그 짧은 기간에 벌써 아이를 만들었다니 다소 질린듯한 시선으로 융텐을 

      내려다 보던 노웬은 왜 보냐는 듯한 시선으로 도마뱀이 자신을 올려다 보자 헛기침

      을 하며 젤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뭔가 심각한 내용을 하려다가도 도마뱀으로 변한 

      융텐의 앞에서 말을 꺼내려니 분위기가 잘 잡히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아주 말을 안 할수도 없기에 다시 고개를 돌리던 노웬은 융텐을 한손을 잡

      아드는 오브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네놈. .....뭐가 어쩌고 저째?"

      "....컥.. 이.. 이 무슨..;;"

      융텐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이런 일을 당한 적이 없었다. 

      물론 장난으로 남의 손에 들려졌다 놔졌다는 해준적은 있지만, 이런 자의가 아닌 

      모습으로 꼴사납게 들려지는 일은 처음이기에 꼬리로 오브의 손등을 찰싹하고 때

      렸지만, 놈은 자신을 놓을 기세가 아니다. 

      오히려 터트려 죽이려는 건가 싶을 정도로 강하게 잡아오는데 순간이나마 이놈이 

      진심으로 자신을 죽이려는 의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오브, 손을 놓으세요! !"

      그의 돌발 행동에 놀란 젤이 오브의 손을 잡았지만, 오브는 손안의 융텐을 절대로 

      놓을 수 없다는 듯이 더더욱 쥔 손에 힘을 가했다. 

      처음부터 이 유크렌이라는 녀석이 맘에 든 것은 아니였다. 

      툭하면 아이의 모습으로 강짜를 부리고 까불고, 대들고 해서 어떨때는 눈물이 나도

      록 두들기고 싶었지만, 그래도 그동안 돌본 게 있어 미운정 고운정을 다 들여 놓았

      더니 이 변태용이 그런 아이를 홀라당 잡아먹어 임신 시켰다고 한다. 

      어느 깡패놈이 갑자기 나타나 따님을 주십시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버지의 마

      음이 이런 거구나 하고 생각하던 오브는 자신의 손에게 꼼지락 거리는 징그러운 생

      물체를 빤히 바라보다가 망설임 없이 그대로 밖으로 집어 던졌다. 

      "오브! ! 무슨 짓을! !"

      손으로 잡고있을 땐 설마하니 이런 짓까지 할줄은 몰랐던 노웬은 창밖으로 융텐을 

      집어 던지는 오브의 행동에 기함하며 달리는 마차에서 뛰어 내렸다. 

      그리고 융텐이 떨어진 곳으로 달려가는 그의 뒤로 자신들의 행동에 놀란 기사가 마

      차의 속도를 줄이자 젤이 뛰어 내린다. 나란이 마차에서 내리는 두사람을 바라보던 

      오브는 품안에 안긴 유크렌을 강하게 끌어 안으며 결의를 다졌다. 

      비록 저 변태용의 아이지만, 유크렌에 낳은 아이는 반드시 자신이 책임지고 기르겠

      다고, 이 유크렌이라는 어방한 용도, 그 아이도 전부 자신이 책임지고 키울테니깐-

      라고 결의를 다지는 오브에게 안긴 유크렌은 무슨 꿈을 꾸고 있는지 미간을 찌뿌리

      며 연신 끙끙대고 있었다.

      To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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