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32/55)

      "...그렇군."

      "근만에 보는 만월이군. ...에스도 저 달을 보고 있을까?"

      입에 막대기를 물고 웅얼거리는 카일을 바라보던 요크발은 한숨을 쉬며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올려다 보았다. 

      더할나위 없이 밝고.. 예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의 달은 최상이었다. 

      저런 것은 보석으로도 구하기가 힘들지. 

      손안에서 찰랑거리고 있는 잔을 흔들며 몇모금 마신 요크발은 옆에 엎드린 채인 돔

      을 내려다 보았다. 성안에 남아있으라는 것을 끝끝내 따라와 버렸다.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주는대로 마시는 게 귀여워 마구 따라주었더니, 술에 취해 

      뻗어 버렸다. 얼굴에 흘러내린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자 옆에 있던 카일에 

      입에 물고있던 조각을 뱉어낸다.

      "어지간히 챙기라고- 그런걸 보이니깐 황제가 싫어하는 거야."

      "....시끄럽다."

      "나라도 측근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챙기는건 영 싫을거다."

      "카일."

      눈꼬리를 올려보인 요크발은 그러나 멍하니 풀린채인 카일을 바라보다 한숨을 쉬

      었다. 완전히 취한 그에게 진심으로 화내는 것도 바보같은 거겠지. 

      머리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요크발은 근처에 시녀에게 돔을 방으로 옮기라는 

      말를 전한 뒤, 풀린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카일의 머리를 가벼게 두들였다. 

      마음같으선 당장 술에 깨라고 저 바다밑으로 던져버리고 싶지만, 그랬다간 큰 소동

      이 날 것이 분명하기에 참기로 한다. 

      근래에 들어 자신답지 않게 많이 참는구나 싶은게 영 한심한 느낌이다. 

      "여-어, 들어가기 전에 황제께 문안드리라고-"

      카일의 말에 손을 흔들어 보인 요크발은 방의 문을 닫고 밖에 서있는 경비에게 안

      의 처리를 부탁했다. 그런 자신의 말에 고개를 숙여 보이는 병사의 어깨를 두들이

      고 걸음을 옮기던 그는 미미하게 느껴지는 두통에 눈살을 찌뿌렸다. 

      배로 하는 여행에다, 저 루드빌이 경호하고 있다는 게 자신들을 느슨하게 한 모양

      이다. 이런 시각에 벌써부터 술에 취해 뻗은 모습이라니- 

      밑에 녀석들에게 보이긴 부끄러운 모습이다. 

      선실을 돌아 황제의 방에 다다른 요크발은 옆에있는 기사에게 수고하다는 뜻으로  

      손을 들어 보이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달칵.

      " ? 폐하, 방안의 불은 켜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들어서자 마자 깜깜한 방안에 미간을 찌뿌린 요크발은 방안에 아무런 기척이 느껴

      지지 않자 고개를 갸웃하며, 근처의 촛불로 손을 뻗었다. 

      이런 어두운 곳에 있으면 생각도 음울해 지기 마련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촛에 손을 댄 그는 신음소리가 들려오자 안색을 바꾸며 고

      개를 돌렸다. 첩자인건가-하고 생각하던 그는 그러나 그 신음소리가 누구의 음성

      과 같다는 것을 깨닭곤 안색을 굳히며 그리로 걸어갔다. 

      .........생각하기 싫은 그때와 비슷한 상황에 나쁜 기분이 든다. 

      "황제..폐하?"

      간간히 들리는 신음성은 구석에 화려한 침대위에서 들려오고 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불을 머리까지 덮은 그가 몸을 비틀며 신음성을 흘리는 것을 

      들으며 점점 안색이 굳어진 요크발은 경직된 손을 움직여 그의 등에 올려 놓았다. 

      손 아래의 몸에 순간 굳는 것을 느끼며 요크발은 바싹마른 입술을 축이기 위해 혀

      로 핣았다. 

      끼-익.

      침대에 무릎을 올린 요크발은 조심스럽게 황제가 덮은 이불을 끌어 내렸다. 

      그것을 잡기위해 손을 뻗은 황제는 그것을 오무리며 다시금 앏는 소리를 낸다. 

      처음엔 그저 아파서 내는 소리인줄 알았는데, 미묘하게 다르다. 

      ...........마치.. 관계를 할때 나는 것 같은...

      "........칸크빌레가...... 요크발.."

      "폐하, 무슨 일이죠?"

      "그가... 제길..! ! ...크..윽."

      도대체 무슨 일이 그에게 벌어지는 건지 알수가 없다.

      안색을 굳힌채로 시트채 황제를 안아들려던 요크발은 그러나 자신을 밀어내는 엄

      청난 힘에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이불을 둘러싼채 적의찬 눈동자로 자신을 내려다 보는 황제는 무척이나 이질적은 

      것이라 요크발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를 가만히 내려다 보던 이자크는 

      몸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충동에 이를 악물며 몸을 웅크렸다. 

      참을수가 없다. 

      이 느낌, 이 감각, 이런 짐승같은 욕구.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냐, 칸크빌레.

      "나..가.."

      "..폐하."

      "나가있으라고, 요크발! ! !"

      짐승같은 호통에 아연해진 요크발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시금 이불을 머리까지 둘러싼 채로 침대에 엎드리는 황제를 가만히 바라보던 요

      크발은 한숨을 쉬었다. 

      느낌탓인지 자신의 한숨에 황제의 어깨가 살짝 굳는 것이 보인다.

      "일단 나가있겠습니다. 필요하시면, 어느때라도 부르십시오."

      ".................나..가."

      "그럼, 이만 물러납니다."

      "...............크.."

      대답없이 신음을 흘리는 황제를 가만히 바라보던 요크발은 다시금 한숨을 쉬며 방

      에서 물러났다. 옆에 서있는 기사가 안의 소동에 궁금한 표정을 지었지만, 서늘한 

      붉은 빛의 눈동자로 노려보자 헛기침을 하며 물러난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경비를 단단히 하라고 지시한 그는 선박위로 올라가기 위해 계

      단을 올라갔다.

      "황제의 상태.. 안좋은 거지?"

      "............루드빌."

      어느새 계단에 몸을 기댄채로 이쪽을 내려다 보는 루드빌의 모습에 요크발은 굉장

      히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의 표정이 재미있던지 빙긋하고 웃어보인 루드빌

      은 춤을 추듯이 계단에서 내려와 그의 팔에 자신을 손을 둘렀다. 

      근처에 기사들이 있어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낼수가 없는 요크발은 단지 이를 갈며 

      그녀를 노려 볼 뿐이었다. 

      배위로 올라서 인적이 뜸하자 그제서야 루드빌의 손에서 팔을 빼낸 요크발은 여전

      히 미간을 찌뿌리고 있었다. 

      "그런 얼굴을 하면 더 괴롭히고 싶다는 거 몰라? 요크발-"

      "최악이군."

      "누구못지 않지."

      혀를 내미는 그 모습에 요크발은 손을 내저었다.

      "말 장난은 그만해. 할말이 따로 있는 거겠지."

      "그쪽이야 말로 물어보고 싶은게 잔뜩이잖아."

      "...루드빌."

      좀더 그와의 대화를 즐기고 싶었던 루드빌은 그러나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붉

      은 눈빛에 입술을 내밀었다. 

      이 아이는 정말이지 농담이라는 것도 안 통하는 구나 싶다. 

      그런 그가 밉다는 듯이 주먹으로 어깨를 치고 돌아간 루드빌은 아름다운 달빛을 받

      으며 눈을 감았다. 

      "감응하고 있는 거겠지."

      ".....감응?"

      "칸크빌레가 느끼는 강렬한 감각이 지금 이자크의 몸속을 날뛰고 있는 거야."

      "..............."

      "얼마나 괴로울까 결벽증의 황제께선-"

      장난스럽게 입을 연 루드빌은 요크발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몸을 돌렸다가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날카로운 호선에 안색을 달리하며 뒤로 물러났다. 

      물러난 그녀의 궤적을 따라 다시금 검을 휘두른 요크발은 미친듯이 그녀를 향해 쉴

      새없이 휘둘렀다. 

      "....이런.."

      목을 향해 들어오는 검날에 표정을 굳힌 루드빌은 이를 들어내며 미소를 지었다.

      챙-! ! !

      "... 컥?! ! !"

      검이 두동강이 남과 동시에 강한힘으로 인해 바닥으로 쓰러진 요크발은 한뭉큼의 

      피를 뱉어냈다. 피를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는 그러나 자신을 억누르는 강

      한 압력에 이를 갈뿐 그대로 바닥에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꼴사나운 모습인데 그래, 요크발."

      "...네..놈.. 큭! !"

      "................건방지긴."

      엎드린 요크발의 옆구리를 사정보지 않고 발로 걷어찬 루드빌은 앞으로 흘러나온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다시금 피를 토해내는 모습을 서늘하게 바라보던 그녀는 

      옆구리에 손을 올리며 눈웃음을 쳤다.

      "귀엽다, 귀엽다 하니 눈에 뵈는 것이 없구나."

      "...........네..네놈...반드시.."

      "죽일 거라고? 하지만 말이다. 이건 알아야지."

      눈을 가늘게 하며 붉은 빛의 눈동자 빛낸 루드빌은 보기에도 얼어버릴 것 같은 싸

      늘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죽으면 황제도 같이 죽는다는 걸 말야."

      그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요크발은 서서히 얼굴을 밑으로 내렸다. 

      이내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는 그를 내려다 보던 루드빌은 코웃음을 치며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와 동시에 억누르던 힘이 사라졌지만, 요크발은 한동안 그 자세로 있었다. 

      "아, 깼다."

      "...........칸?"

      벌써 아침인건가? 

      시야에 부딫히는 빛에 미간을 찌뿌린 유헌은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욱씬거리는 허

      리의 통증에 입술을 깨물고 칸의 허벅지 위로 머리를 기댔다. 

      덜컹거리는 것이라던지, 익숙한 내부의 모습들은 분명 아직 마차안이다. 그

      런데 묘하게 밖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귀를 자극한다. 

      손가락을 들어 귀안에 대보는 유헌의 행동에 웃어보인 칸은 손을 들어 그의 이마위

      에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겼다. 

      그 감촉이 좋아 눈을 감고 있던 유헌은 마차가 크게 덜컹거리자 눈을 크게 떴다.

      "아, 아무것도 아냐. 밖에 사람들이 많아 좀 북적거리는 거야."

      "...사람들이 많아..요?"

      "응, 동의 번화가에 들어왔거든. 알라나 모르겠네." 

      부드럽게 웃어보인 칸은 자신의 볼을 긁적이며 이곳이 유헌과 처음 만났다는 곳이

      라고 엄청 쑥쓰러워 하며 중얼거렸다. 

      처음만난 곳이라....

      "라헨이 숲의 냇가에 쓰러져 있던 것을 주워왔데. 

      만약에 그가 그냥 지나쳤다면, 우리들은 분명 못 만났겠지."

      "...아아."

      "인연이란 묘한거니깐."

      감흥 깊다는 듯이 중얼거리던 칸은 다시금 마차가 덜컹거리자, 유헌의 몸을 자신의 

      곁으로 가까이 끌었다. 

      그럼에 따라 유헌의 미간이 점점 찌뿌려 졌지만, 그대로 있을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칸은 단숨에 유헌의 몸을 끌어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길이 정리되지 않아서 약간 험하지. 불편해도 이러고 있는게 좋아."

      "..그런데 일행들은 어디에 있고 우리들만 이 안에 있는 거죠?"

      "나머지 녀석들은 우리들을 지키기 위해 밖에 있어."

      " ? "

      "...내 얼굴은 여기서 꽤나 잘 알려져 있거든, 함부로 다닐수도 없으니 말야. 

      불편해도 한동안으로 이렇게 옮겨다녀야 할 것 같아."

      미안한 듯이 말한 칸은 자신의 가슴에 얌전히 기대있는 유헌의 얼굴을 쓰다 듬었

      다. 어제 약간 무리를 시켰더니 그대로 쓰러져 깨어나지 않아 엄청 걱정하고 있었

      던 것이다. 

      그래도 그런것을 내색해서 유헌이 알게하면 분명 싫어할 것이 분명하기에 애써 아

      무렇기도 않은 척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쳐도 은근히 허리를 주무르는 행동은 상당히 이상한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그의 행동이 신경쓰이지만, 차마 내색은 못하고 어색한 웃음을 흘리던 유헌은 

      어제의 기억이 점점 뚜렷해 짐에 따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어떻게 밖에서 그짓을 할 마음이 들었는지 ...정말이지 정신이 나갔다. 

      열이 오른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던 유헌은 문득 드는 생각에 칸을 올려다 보았다. 

      "우리들 어디로 가는지 확실히 정해진 건가요? 

      일단 동료들이 있다는 곳에 간다고 들었지만.."

      "음.. 그전에 샤한의 누님을 먼저 뵈고 갈거야."

      ".......그의 누님이요?"

      "그래, 그녀가 이 근처의 성에 휴양차 왔다는 군."

      근처 성에 휴양차 왔다는 것은 샤한의 누님이 생각보다 높은 신분의 사람이라는 것

      이다. 더 알고싶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인 유헌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던 칸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알려줘도 상관은 없지만, 과연 이 소년이 얼마나 이해할수 있을 것인가. 

      한참을 머뭇거리던 칸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녀는 동에서도 꽤나 세력이 큰 왕국의 지도자의...첩이야."

      "....첩이요?"

      "음.. 꽤나 총애를 받고있는 여성으로. 꽤나 좋은 여자다. 

      직접 만나면 알게 될거야."

      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유헌은 허리의 불편함을 느끼고 자세를 바로하고 시트를 

      몸위로 끌었다. 

      여러가지 왕국이 존재한다는 동은 그중에서도 3개의 왕국의 세력이 가장세다고 한

      다. 나머지는 세력이나 재력을 모으기 위한 귀족들이나 상단들의 집합으로 만약에 

      동의 세력이 하나로 규합하게 된다면 그 새력은 중앙과 비견할 바가 아니라고 것도 

      들었다. 

      그래서 중앙이나 다른 나라들은 특별히 동의 움직임에 신경을 쓴다고, 그러나 아이

      러니하게도 그런 동에 칸의 적이 많다고 하니. 앞으로의 일이 걱정이다. 

      하지만 그들의 무리들이 또한 자리를 잡고 있는 곳이라 하니 안심하도록 해볼까. 

      한숨을 쉬고 눈을 감는 유헌의 모습을 바라보던 칸은 미소를 지었다. 

      "칸님."

      "아, 에스."

      "....유헌은 다시 잠든 모양이군요."

      밖에서 말을 몰다 들려오는 말소리에 안을 바라본 에스는 칸의 품에 안겨 잠이 든 

      유헌의 모습에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에 대해 잘 모르는 그에게 여러가지 알려주고 싶었던게 잔뜩인데. 

      섭섭해 하는 에스의 얼굴에 미소를 지은 칸은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자신의 잘못이 커 유헌의 몸 상태가 안좋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마차에서 

      내랴 편한 자리를 만들어 주고 싶은 것이다. 

      "앞으로 반나절 정도만 이동하면 됩니다."

      "샤르비나는 먼저 도착해 있다고?"

      "네, 어제 저녁에 와서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뒤를 밟는 쥐새끼들은 확실

      히 떼어놓고 오라는 전언이 있었습니다."

      "그건 노웬이 알아서 하겠지. 그럼 도착하면 알려줘."

      답답해서 죽을 것 같다는 칸의 표정에 입가를 숨기고 미소를 지어보인 에스는 알았

      다며 걷어 두었던 천을 내렸다. 

      말을 마차에서 떨어뜨리고 걸음을 옮기고 있는 그런 자신의 곁으로 샤한이 다가온

      다. 어제 칸과 유헌이 있었던 마차의 문을 연후로 그의 안색이 안좋다 싶더니 아직

      도 창백하게 질려있다. 

      칸들이 탄 마차에 조심스럽게 시선을 던지 그는 얼굴을 에스에게로 가까이 대며 낮

      게 속삭였다.

      "두사람.. 뭐하고 있습니까?"

      "칸님은 앉아 계시고, 유헌군은 자고 있더군요. 오랜 여정에 지칠만도 하죠."

      ".........그런가요?"

      에스의 대답에 한숨을 쉰 샤한은 다시 칸이 있는 마차에 시선을 두다 어제의 일이 

      떠올라 고개를 저었다. 

      요즘은 가만히 있으면 그때의 일이 떠오르면 정말 죽을 맛이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고 그런 꼴을 보인 칸과 유헌, 두사람의 잘못인데 왜 자신이 이

      런 불편을 격어야 하는지 알수없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잡고 이를 가는 샤한의 얼

      굴을 바라보던 에스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왠래가 표정의 변화가 없고 혼자 다니길 즐겨하는 그인데 오늘은 좀 이상한 모습을 

      보여준다. 

      어디 아픈건가? 

      솔직하게 물으면 자존심이 쎈 그가 분명 안 아프다고 할것이 분명하기에 에스는 화

      제를 돌리기로 한다. 

      "샤르비나님은 요새 어떻게 지낸 답니까?"

      "...여전히 그 늙은이를 한손에 올려놓고 잘 삶고 있는 모양이던데."

      "나름대로 열심이시니깐요."

      "하지만 슬슬 들킬 위험이 있는데 말이지.."

      중얼거리는 샤한의 옆얼굴은 그의 누이를 걱정하는 빛이 역력하다.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혀를 찬 에스는 미간을 찌뿌리며 하늘위에 떠있는 구름에 시

      선을 주었다. 샤르비나는 샤한의 10살위의 누나로, 그와 틀리게 자연스럽게 곱슬

      거리는 보라색의 머리카락을 지닌 매력적인 여성이다. 

      겉보기의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그 속도 깊어 원래부터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았었

      는데, 자신들을 자금적으로 원조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늙은이의 첩으로 들어갔다. 

      원래부터 수십의 첩이 있는 늙은이의 맘을 단단히 사로잡아 근래엔 정비의 자리를 

      위협한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야망이 있는 여자로 소문이 들긴 하지만, 그것은 전

      부 자신들과 칸, 그리고 그의 동생인 샤한을 위한 몸부림임을 알기에 에스는 그녀

      를 떠올릴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자신들이 처음부터 잘했다면 그런 아름다운 여성이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이번에 아이를 가진 모양이야."

      "아, 그런가요?"

      "그런 할아범의 아이지만, 그녀의 아기이기도 한... 이번엔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뭔가 기쁜듯한 그 옆얼굴을 바라보던 에스도 따라 웃어 

      보였다. 

      부친은 둘째치곤 샤르비나 그녀의 임신 사실은 무척이나 반가운 것이다. 

      칸님이 성체가 되신것 말고도 두번째로 축하해야 할 일이 생긴 것이다.

      사락.

      정원에 피어있는 꽃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그녀는 손을 뻗어 그중 하나를 꺽었다. 

      코에 대고 그 향기를 음미하던 여성은 머리카락을 흔드는 바람에 눈을 가늘게 뜨고 

      하늘 위에 떠다니는 구름들을 올려다 보았다.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흐르는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는 것은 그녀가 제일 좋아하는 

      일중 하나였지만, 오늘은 귀한 손님들이 오기로 한 날이니 마냥 이러고 있을수만은 

      없다.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화가에게 저 하늘의 구름을 담으라도 명한 그녀는 근처의 시

      녀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에따라 몸을 감싸고 있던 얇은 제질의 그

      러나 화려하기 그지없는 드레스 자락이 날린다. 

      부드럽게 물견치는 보라빛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던 샤르비나는 앞에 서있는 늙

      은 노파의 모습에 입술을 올려 보았다.

      "샤한은.. 어제쯤 온다고 했지?"

      "오전중에 성문을 지났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조만간 도착하실 겁니다."

      "그들의 뒤를 따르는 쥐새끼들은?"

      "없답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어차피 자신의 곁을 따르는 이 노파를 제외하면 이 안에 있는 자들은 모두 귀가 막

      히고, 혀가 잘린 자들이다. 

      그들 앞에서 무슨말을 떠들어도 상관은 없지만, 앞으로 이곳에 올 사람이 보통이 

      아니기에 샤르비나는 노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성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왕에게 첫아이 임신때 졸라 만들게 한, 외견상 다른 어떤 성들과도 비견할수 없는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다. 그러나 그 안을 장식하던 보석들이나 장신구들은 이미 다

      른 용도로 팔리거나 떼어졌다. 

      자신외엔 관심이 없는 왕이 이곳의 참상을 보면 그자리에 기절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부채를 피며 입을 가리고 웃는 그녀의 모습에 노파는 미간을 찌뿌려 보았다. 

      무슨 생각을 하며 즐거워 하는진 자세히 모르나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은 느낄수 

      있다.

      "왕에게의 전언은?"

      "..휴양도 좋지만, 보고싶으니 금방 돌아오시라고.."

      "흥. 노망난 늙은이가. 잘도 그런 말을 지껄이는군."

      거침없는 그말에 안색을 달리한 노파가 사방을 둘러 보았지만, 다행히 수상한 자들

      은 없다. 제발 말을 가려서 하라도 말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들을 그녀가 아니기에 

      노파는 식은땀을 흘리며 침통한 소리를 낼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아름다운 여성은 아직 말의 무서움을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일단 이곳을 정리하고 커다란 파티준비를 해야 겠어."

      "네? 하지만 안채에 이미 식사준비를 해두고 있는데 말이죠."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노파의 말이 심기를 건드린 것인지 아름다운 미간을 찌뿌린 샤르비나는 입술을 비

      죽히 내밀었다. 

      그 모습도 사랑스러우니 과연 저 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을만도 하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던 노파는 자신을 노려보는 서늘한 적색의 눈동자에 안색을 

      달리하고 허리를 굽혔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 하여 여타의 첩실들처럼 사람의 목을 자르거나 하지는 않

      지만, 이 여성은 처리 곤란한 일들을 벌여 자신들을 골탕먹이곤 한다. 

      개중엔 차라리 죽는게 낳다는 생각이 들정로 심한 일들도 간간히 있었다. 

      안색을 굳힌채의 노파의 모습에 샤르비나는 흥이 깨졌다는 투로 양손을 내밀었다.

      "그 칸크빌레님이 나의 성을 들려주시는 거다. 알겠어? 그 엄청난 영광을-"

      ".....샤르비나님..! !"

      "그런 표정 짓지마. 

      설령 이자리에서 목을 벤다해도 난 그분의 이름을 부를수 있어."

      노파는 그녀의 거리낌없는 표정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불길하긴 하지만 그녀는 분명 저 칸이라는 자에 의해 또는 그와 연관되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든다. 

      그런 불길한 생각을 해서는 안되는 것을 잘 알고있지만, 샤르비나나 샤한의 맹목적

      은 그에 대한 충성은 그런 불길한 마음이 들게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일단 그녀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게 하기위해 파티준비를 하겠다고 입을 열려던 노

      파는 멀리서 걸어오는 시녀의 모습에 눈썹을 찌뿌렸다. 

      저 아이는 분명 샤한님이 올때나 자신에게 알리라고 명한 아이이다. 

      그렇다는 것은 벌써 그들이 도착했다는 것이다.

      "샤르비나님. 일행들이 도착한 모양입니다."

      "...정말? 칸크빌레님과 샤한이 온거야?"

      "샤..샤르비나님! ! 뱃속의 아기씨를 위해서라도 뛰시면 안됩니다! !"

      외침에도 불구하고 길게 끌리는 치마를 들고 벌써 저앞까지 달려나가는 그녀의 모

      습에 노파는 한숨을 쉬었다. 

      그런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는 시녀에게 안의 마찬준비의 시작을 준비

      하라고 명한 그녀는 다소 빠른 걸음으로 자신의 주인이 달려나간 곳으로 향했다. 

      히-힝.

      "일단 마차안의 짐들은 성안으로 옮기고, 마차는 외관을 바꾸도록 하지."

      "그러는 것보단 두고 나중에 이용하는건 안될까요?"

      "아니, 어차피 도난당한 마차이니 그에대한 제재를 걸어두었을 거다. 

      외관을 바꿔서 다시 이용하는 편이 나아."

      라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에스는 짐을 옮기는 사내들에게 지시를 내리기 위해 그

      리로 걸음을 옮겼다. 그런 에스를 가만히 바라보던 유헌은 마차를 다른 곳으로 넣

      으려는 움직임에 앉아있던 곳에서 일어났다. 

      그에따라 욱씬거리는 통증에 그대로 무릎을 꿇을뻔 했던 유헌은 그러나 곁에있던 

      라프헨의 도움으로 자세를 잡을수 있었다.

      "고마워요."

      "아뇨. 서로 도와야죠."

      ".......뭐.."

      의미심장한 말에 유헌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피했다. 

      그와 동시에 융텐이 타고있던 마차의 문이 열리고 완전히 늘어진 유크렌을 안고 나

      오는 사내의 모습이 보인다. 

      굉장히 좋은 표정의 융텐에 비해 그의 품에 안겨있는 유크렌은 조금의 움직임도 보

      이지 않아 보는 자들로 하여금 절로 인상이 찌뿌려지게 한다.

      "....짐승."

      질린듯한 라프헨의 말에 작게 고개를 찌뿌린 유헌은 그런 그들에게 다가가는 오브

      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부터 유난히 유크렌에 대해 신경쓰던 그인데 아

      무래도 융텐에게 뭔가 한마디 던질 기세다. 

      그랬다간 당하는 것은 되려 그라는 것을 알기에 유헌은 다급하게 걸음을 옮겼지만, 

      찌르르-하고 올라오는 통증에 그 자리에 굳어 이를 악물어야 했다. 

      멀리서 그런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 칸이 다급하게 뛰어오는 것이 보였지만... 

      나보단 저기 두명에게로 가란 말입니다. 

      "뭐냐? 인간."

      "....유크렌을 넘겨 주시죠."

      "...........헛?"

      융텐은 자신에게 다가와 다짜고짜 손을 내미는 인간을 내려다 보았다. 

      키는 크지만, 마르고 평범한 외모의 보잘것 없는 사내는 감히 자신에게 손을 내밀

      어 반려인 유크렌을 달라고 하는 것이다. 

      기가 막히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묘한 표정을 지은채 오브를 내려다 보던 융텐은 

      그러나 품안의 유크렌이 작게 꼼지락거리자 아래로 시선을 내리고 걸음을 옮겼다. 

      그런 자신을 모습에 안색을 달리한 인간이 손을 뻗어 어깨를 잡으려 한다. 

      "이봐....."

      "칸크빌레니~~~임~~~! ! ! ! ! ! ! !"

      자신을 건드리면 후회할거라고 말하려던 융텐은 귀를 강타하는 엄청난 소음에 안

      색을 달리하며 얼굴을 돌렸다. 

      엄청나게 화려한 미모와 차림의 여성이 두팔을 벌린채 칸의 품에 나비처럼 안기는 

      것을 보던 융텐은 저도 모르게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유크렌의 신음성이 

      들리자 안색을 달리하며 고개를 저었다. 

      겨우 저런 인간 여자에게 안겼다고 부럽다는 생각을 하다니, 유크렌에게 크나큰 실

      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쪽으로 시선이 가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칸님- 믿을수가 없어요! ! 과거의 듬직하신 모습으로 돌아오시다니...! !"

      "누님, 목소리를 좀 작게.."

      "샤한, 너도 수고했다. 누이는 대견스럽구나."

      "그..그렇죠, 뭐."

      누님인 샤르비나의 목소리가 너무 커 주위를 주려던 샤한은 그녀의 친창에 얼굴을 

      붉히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그의 모습은 무척이나 보기드믄 것이라 신기한 기분

      이 들던 일행들은 그러나 한편으론 한심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역시나 저 샤한이란 녀석은 시스터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이다. 

      아는지 모르는지 동생을 한손을 잡고 흔들던 샤르비나는 여전히 칸의 품안에 안긴

      채로 얼굴을 들었다.

      "어렸을 때의 모습도 좋지만, 지금이 더 좋네요. 처음 뵈었을 때를 생각나게 해요."

      "아..하하;; 그..그런가. 샤르비나.. 그런데 일단은 떨어지는게;;"

      "안에 칸크빌레님께서 좋아하실만한 것들을 잔뜩 준비해 놨답니다. 어서 안으로-"

      유헌의 시선을 신경쓰며 달라붙은 몸을 때어 내려던 칸은 그런 자신의 팔을 잡아끄

      는 샤르비나의 행동에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다른 여자들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망설임없이 내쳤을 것이지만,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함부로 할수가 없다. 

      멀리 라프헨의 부축을 받은채인 유헌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것을 의식하며 식은

      땀을 흘리면서도 칸은 샤르비나에게 잡혀 질질 끌려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

      보던 노웬은 한숨을 쉬었다. 

      샤르비나가 좋은 여자이기는 하지만, 기가 센점이 문제다. 

      제발 그것 때문에 다른 일들이 생기지 않다면 좋으려만- 

      "...........꼴 사나워." 

      "에? 뭐라고 했나요??"

      갑자기 나타난 샤르비나의 모습에 알게 모르게 유헌의 눈치를 보게된 일행들은 그

      의 입에서 나오는 나지막한 음성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런 그들을 힐끗 바라보던 유헌은 라프헨에게 부축받았던 손을 치워 스스로의 힘

      으로 일어서서 이미 안으로 들어가 보이지 않은 칸의 뒤를 따랐다. 

      그런 유헌의 모습을 안절부절 못하고 바라보던 라프헨은 결국 종종 걸음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묘하네....저건."

      "어머, 눈치챈 건가요? 샤한."

      '좀더 걸릴줄 알았는데..'라며 눈웃음 치는 젤의 모습에 울컥하던 샤한은 콧김을 내

      뱉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야 직접보지 못했다면 자신은 죽어도 눈치채지 못했겠지. 

      하지만 일단 알게되니 무지무지하게 신경 쓰인다. 

      저 알수없는 놈이 칸님을 꼬였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한편, 나름대로 잘 어울린다는 

      얼어죽을 생각이 들어 스스로도 당혹해하고 있었다.

      "...누님께서 그냥 지나치셨으면.."

      묘하게 눈치가 빠른데다 장난기가 넘치는 사람이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만은 좀 편하게 쉬고 싶은 생각에 그답지 않게 누님에게 자제를 부탁해 보는건 

      어떨까하고 생각하는 샤한을 바라보던 젤은 어깨를 으쓱했다. 

      멀리 융텐과 유크렌의 모습이 사라지자 당황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오브에게 시선을 주던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노웬의 모습에 눈웃음을 쳤다. 

      "이제 몸상태가 많이 나아진 모양이군요."

      "물론 입니다. 이곳에서 하룻밤만 더 자면 완쾌할것 같군요. 

      그동안 걱정끼쳐 드려서 죄송했습니다."

      "별말을- 일단 당분간은 이곳에서 묵도록 할까요?"

      노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던 젤은 그의 뒤로 다가오는 인물의 모습이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런 젤에게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보인 라헨은 노웬에게 다가가 나직히 속삭였다. 

      "밖이 많이 뒤숭숭한 모양이다. 이곳도 그리 안전하지 않은 것 같으니, 샤르비나에

      게도 알려주어야 할 것 같다."

      "그말은?"

      "요새 흉작이 들어 민심이 흉흉하다 하더군. 그녀가 이곳에 와서 휴양을 하고 있다

      는 소문이 벌써 평민들의 귀에 들어간 모양이다. 그럴리는 없지만, 정신나간 몇몇 

      인물들이 성으로 쳐들어 올수도 있는 노릇이니 말야."

      ".......알았습니다. 주의하도록 하죠."

      샤르비나는 자신들에게 자금줄을 대어주는 중요한 사람이지만 일단 이곳에선 요

      녀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나이에 왕의 첩이 되어 수많은 악행과 보물들

      을 끌어모은 희대의 마녀-그게 그녀의 현재 평가인 것이다. 

      비룩 자신들을 위해서 그녀 스스로 그런 이름을 얻은 것이기는 하나, 이런 말을 접

      할때마다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는 것이리라- 

      그런 노웬의 얼굴을 바라보던 라헨은 주변을 둘러 보았다.

      "그나저나 라프헨은?"

      "안에 있습니다. 유헌님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더군요."

      "..칸녀석, 제짝은 스스로 챙길 것이지..."

      투덜대며 안으로 들어가는 라헨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젤은 노웬과 함께 안으로 들

      어갈 것을 권했다. 이곳에서 짐들이나 마차의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잘알고 있

      지만, 지금만은 조금 널널하게 있는 것도 좋을 듯 싶은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맘을 안 것인지 어쩔수 없다는 표정을 지은 노웬이 순순히 그녀를 뒤

      를 따른다. 

      "이것 좀 드셔 보세요."

      "..아..먹고 있는데.. 알아서 먹을께."

      "아뇨, 이렇게나 마르셔서.. 전 가슴이 아프답니다."

      "그래. 아, 임신했다며 축하해."

      "감사드립니다. 이번에 아이의 이름은 칸님께서 지어주실 거죠?"

      "뭐...그럴까?"

      ...........멍청이.

      바보, 멍게, 해삼에 휩쓸리기나 하는 의지빈약. 

      포크와 칼을 든채로 칸과 그의 옆에 달라붙어 있는 여자를 바라보던 유헌은 신경질 

      적으로 눈앞에 놓은 고기덩이를 분해하기 시작했다. 

      그런 유헌의 엄청난 기세에 곁에 앉아있던 라프헨이 자신의 형을 얼굴을 올려다 봤

      지만, 그렇다고 수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라헨은 입안에 든 음식들을 우적우적 씹으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이런 문제는 당사자들이 알아서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곁에서 부축이면 작은 문제도 더 커지는 법이니. 

      "이봐."

      " ? "

      "이거, 먹어."

      툭하고 접시에 올려진 붉은 과일에 시선을 준 유헌은 그것을 건낸 샤한을 묘한 눈

      길로 바라 보았다. 

      그가 자신에게 순순히 무언가를 줄리는 없고, 설마하니 독이 든건 아니가 해서 포

      크로 쿡쿡 찔러보는 그의 행동에 얼굴을 붉힌 샤한이 다시 빼앗아려 들자 먼저 선

      수친 유헌이 과일을 찍어 한입에 넣어 버린다. 

      눈에 잘 보이도록 입모양을 크게 해서 입안의 과일을 씹은 유헌은 알싸하게 퍼지는 

      향에 눈을 크게 떴다. 달콤하고 구수한 맛이 정말 일품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얼굴을 확인하곤 '거봐-'라는 듯한 표정을 지어보인 그는 앞에 놓여진 

      과일들을 집어 유헌의 앞에 몇개 내려 주었다.

      "일단은 음식부터 먹으라고, 누님의 입맛은 까다로와 그것을 맞추는 요리사들은 실

      력이 좋은 자들 뿐이니."

      "............흠."

      "뭐..뭘 그런 시선으로 보는 거냐?!"

      "별로."

      빤히 자신을 얼굴을 보다 팽하니 고개를 돌리는 유헌의 모습에 역시나 저 녀석의 

      성격이 변했다고 생각하는 샤한이었다. 

      전에는 자신이 뭐라고 해도 반박하지 않고 빤히 볼뿐이었는데, 요즘은 꽤나 표정을 

      들어내는 것이다. 

      ".............."

      힐끔하고 유헌의 얼굴이 시선을 주던 샤한은 오물거리는 입술이 상당히 붉구나 싶

      었다. 

      게다가 목선이나 마른 몸이라던가. 남자라긴 보단, 발육이 안좋은 여자아이 같은...

      "쿨럭;;"

      갑자기 전에 마차 안에 유헌과 그위의 칸의 모습이 떠오른 샤한은 사레에 걸려 기

      침을 하며 물잔을 들었다. 

      몇모금 시원한 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그제서야 속이 진정된다. 

      답답한 가슴을 두들이며 이게 전부 저 유헌이라는 녀석의 탓이다하고 노려보려던 

      그는 그러나 있어야 할 자리에 없는 유헌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찰나의 순간에 사라진 자의 흔적을 찾기위해 얼굴을 요리조리 돌려 보았지만 그

      의 흔적은 하나도 뵈지 않는다. 

      알수없다는 표정을 짓던 샤한은 그러나 소스를 건내 달라는 말에 그쪽으로 신경을 

      돌렸다. 

      "칸님, 이것도 드셔야 해요. 알았죠? 꼭입니다."

      "..........그래.."

      이미 잔뜩 들어가 토할 지경이지만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샤르비나

      에게 차마 거절의 말을 할수가 없다. 

      또 다시 올려진 고기덩이가 무슨 적이라도 되는 듯이 살기를 흘리며 천천히 칼과 

      포크를 든 칸은 천천히 먹기좋은 크기로 자르기 시작했다. 

      확실히 맛있는 음식이긴 했지만, 그것도 정도라는 것이 있는거다. 

      조금만 건드려도 그대로 역류할 것 같은 감각에 미간을 찌뿌린 그이지만, 아직도 

      옆에 앉아있는 그녀 덕분에 눈물을 흘리며 고기조각을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런 그의 얼굴을 방실방실 웃으며 바라보던 그녀는 이내 기지개를 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칸크빌레님을 만나니 너무 좋아서 몸에서 열이 나네요. 

      잠시 기다려 주세요. 몸을 식히고 다시 돌아 오겠습니다."

      "그...그래.. 천-천-히 오도록 해."

      "금방 돌아 올께요."

      칸의 말에 예쁘게 웃어보인 샤르비나는 몸을 돌려 베란다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칸은 그녀의 뒷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손으로 입을 

      막으며 접시 위의 고기들을 옆에 앉은 노웬의 접시위로 쏫아 버렸다. 

      원래 육류는 그닥 즐기지 않는 노웬의 안색이 대번에 변하며 칸을 노려본다.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좀 봐줘. 이젠 고기만 봐도.. 욱.. 토하겠어. 크-윽."

      "다른 사람들이 아직 식사중인게 보이지 않으십니까? 그리고 밖에 하루 한끼를 해

      결하지 못해 굶고있는 수만의 백성들을 생각하신다면 이럴수는 없습니다."

      "몰라몰라몰라- 아무것도 몰라-- 먹기 싫으니깐 그냥 냅두라고-"

      "겉 모양이 바뀌면 속 알맹이도 바꾸시는게 어떻습니까? 

      그 어린애같은 행동은 집어치십시오! ! !"

      "..............또 시작이군."

      지친듯한 오브의 말에 일행들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칸이 작은 몸일때는 그냥 몇번의 충고 후 그래도 듣지 않으면 따끔하게 손을 

      봐준 노웬인데 요새는 그 횟수가 늘어난 것 같다. 

      아니, 매번 혹독하게 칸을 닥달하고 있으니 매일 칸에게 예민하게 대하고 있다고 

      말해야 하는 것인가. 물론 성인이 된 그를 조금이라도 빨리 그에 걸맞는 자로 만들

      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잘 았겠지만...

      "저래선 반발심만 생기지."

      낮게 웅얼거리는 라헨의 말에 일행들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락.

      머리를 흩트리는 바람에 눈살을 찌뿌린 샤르비나는 3번째로 들어간 베란다에서 자

      신이 찾던 인물이 보이자 입가를 올려 보였다. 

      몰래 다가가기 위해 치마단을 올린 그녀가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김과 동시에 난간

      에 걸터앉아 있던 미모의 소년이 고개를 돌린다. 

      ".............."

      새하얀 얼굴과 그 주변을 감사는 검은 머리카락. 

      그리고 밤하늘보다 더 깊어 보이는 눈동자에 샤르비나는 순간 숨을 멈췄다. 

      처음볼때 나름대로 아름다운 외모라곤 생각했는데, 저런 신비로운 분위기라니. 

      애송이 소녀처럼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끼며 헛기침을 한 그녀는 잡고있던 치마

      단을 내려놓으며 우아한 걸음으로 유헌에게 걸어갔다. 

      그가 바라보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되는 달을 올려다 보던 샤르비나는 왕이 친창해 

      마지않는 화려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름대로 들키지 않으려고 기척을 숨겼는데, 알아차리셨군요."

      "..........다 들린던데요. 뭘."

      넘겨 들을수 없는 말에 샤르비나의 얼굴이 기괴하게 이그러 진다. 

      차마 대놓고 내색할수 없었던 그녀는 부채를 펴들고 입가를 가리며 눈을 가늘게 휘

      어 보인다. 그리고 울리는 고음의 웃음소리에 유헌은 시선을 아래로 깔았다.

      융텐의 덕분으로 몸상태는 많이 좋아 졌지만, 저 여자덕분에 기분은 급강하 하고 

      있다. 

      "호...오호호호호호호! ! !"

      "이상한 여자."

      " ....... "

      탁.

      웃음이 그대로 굳어진 샤르비나는 펴진 부채를 접고 눈을 감았다. 

      흥분하지 않기 위해 감정을 다스리는 듯한 그 모습에 유헌은 의외의 표정을 지었

      다. 

      생각보다 더 고단수의 여자일지도..... 

      "외양만을 보고 여리여리한 미소년인줄 알았는데 상당하시군요. 이름이?"

      "유헌."

      "전 샤르비나라고 해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굳이 말로 내뱉고 싶지 않은 유헌은 의도하던 그렇지 않던 보

      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닥 기분좋게 느껴지지 않는 눈빛을 보내며 얼굴을 돌렸다. 

      그 행동에 혈압이 오르는 것을 느낀 샤르비나지만 척하면 착이라고, 칸크빌레가 특

      별히 생각하는 것 같은 이 소년을 홀대할수는 없는 노릇이다.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휘저어 보이던 샤르비나는 그러나 뭔가 반응을 

      바랬던 소년이 입을 다물고 묵묵히 달만을 바라보고만 있자, 점점 속에서 뭔가가 

      끓어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들어가서 칸에겐 음식이나 주지 그래요?"

      "..............."

      "엄청 좋아하던데-"

      빈정거리는 그 말투에 샤르비나는 들고 있던 부채를 올려 있는 힘껏 난간에 패대기 

      쳤다. 황금 수십개를 주고서 구했다는 귀한 부채가 산산히 조각났지만, 그녀는 그

      런것에 신경쓰지 않고 놀란 듯 자신을 내려다 보는 소년을 노려 보았다. 

      치켜뜬 눈매라던가 꾹 다문 입술이 과연 미인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까부터 꽤나 뾰족한데, 자꾸 그러면 재미없어-! ! 알겠냐? 애송이! ! !"

      ".............."

      "꿍해있지 말고 사나이답게 속안의 말을 시원하게 확- 내뱉으라고! ! 난 말이야, 너

      같이 꽁해있다가 나중에 뒷통수치는 것들이 너무너무 싫어. 

      내가 초창기에 성으로 들어가 당한 일들을 생각하면 아주 치가 떨린다고! ! ! 

      알기나 하는거냐, 이 꼬맹아! !"

      "....저."

      갑자기 흥분한 샤르비나의 모습에 유헌은 식은땀을 흘렸다. 

      외양이나 칸에게 살갑게 대하는 모습이 특유의 여자냄새를 풍기는, 좋지않은 느낌

      의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냐. 이 깡패같은 모습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내려다 보는 유헌의 모습에 이를 악문 그녀는 그

      의 옷자락을 잡아 아래로 끌어 당겼다.

      "어른이 말할때는 그렇게 건방지게 듣는게 아니다! !"

      "아.. 예에..."

      갑자기 끌어 당겨져서 뒤로 넘어갈뻔한 유헌이지만, 그녀에게 화를 낼 맘이 생기지 

      않는다. 단지 그녀의 눈치를 살살보며 자세를 바로한 유헌은 그녀가 자신이 생각했

      던 이미지와 영판인 사람이라는 것에 상당히 당황했다. 

      좋은 여자니, 뭐니해서 샤한의 누님을 상당히 띄어주었던 일행들의 말과 다른 그 

      이미지에 여기서 상당한 욕을 했었는데.. 

      눈치를 살피며 금새 꼬리를 내리는 유헌이라는 소년의 모습에 샤르비나는 그가 생

      각처럼 근본이 나쁜 아이는 아니라는 것을 알수 있었다. 

      흥분해서 앞으로 흘러내린 머리를 단정히 정리한 샤르비나는 한손을 허리에 대고 

      늘어지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깡패들이 돈을 뜯기 전에 취하는 그 자세에 유헌은 

      몸을 움찔하며 뒷걸음질을 친다.

      "너."

      "아..예?"

      갑자기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뜬 유헌은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너, 칸크빌레님의 이거니?"

      ".............."

      "맞구나, 너는 표정관리연습 좀 하는게 세상살기에 좀더 편하겠는데, 너."

      새끼 손가락을 들어보이며 묻자마자 시뻘겋게 달아오른 유헌의 얼굴에 샤르비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칸크빌레나 이 유헌이라는 소년이나 쑥맥이다. 

      칸의 진짜 모습을 모르는 그녀는 그들이 이래서 잠자리나 제대로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과잉걱정을 하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큰 눈을 떼록떼록 굴리는 샤르비나의 모습에 이마에 흐르는 식

      은땀을 훔친 유헌은 공기를 들이 마셨다. 칸과의 일로 끙끙대는 자신을 또다시 융

      텐이 와서 치료를 해줘 몸은 괜찮아 졌지만, 굉장히 기분이 안좋아 여기에 있었는

      데 화근인 여자가 나타나 이런 상황이 되어 버렸다. 

      아까완 영 딴판인 진행에 유헌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 아까 나한테 까끌하게 군건 칸님에게 달라붙은 내가 꼴보기 싫어서 였구나."

      "...굳이 그런건.. 아닙니다."

      "맞는데 뭘그래~ 너무한거 아냐? 난 임신한 몸인데 그런 냉대라니- 뱃속의 아이가 

      놀란다고."

      "........죄송합니다."

      자신과 있는 것이 영 껄끄럽지만 꼬박꼬박 대답을 하는 것이 귀엽다. 

      입가에 손을 올려보인 샤르비나는 아까 부숴버린 부채에 아쉬움을 느끼며 난간에 

      몸을 기댔다. 

      아래로 넓게 펴진 강이나 푸른 숲은 아름다운 전경을 그녀에게 선사했다. 

      만족을 미소를 지은 그녀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유헌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술을 

      달싹였다.

      "칸님과 언제부터 만난거야?"

      ".......한 3개월..쯤 되었을 까요?"

      원래있던 세계의 시간까지 합하면 5개월 정도의 기간이 나오지만 그래도 반년도채 

      되지 않은 날이다. 

      유헌의 대답을 들은 샤르비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거짓말, 겨우 그거 뿐인데, 그런 친밀한 사이가 된거야? 이야- 금술좋네?"

      "그런 말을 말아주세요."

      "후후후~ 부끄러워 하기까지 하고."

      붉어지려는 얼굴을 보이지 않기위해 얼굴을 돌리는 유헌의 모습을 주욱 관찰하던 

      샤르비나는 미소를 지으며 기대던 난간에서 몸을 떼 소년의 어깨를 두들였다. 

      일단 이정도면 합격점이다.

      "좋았어, 널 칸크빌레님의 정실로 인정하마-"

      "............예?"

      "그 율시아라는 여시같은 계집보단 네가 훨씬 나아. 앞으로도 칸님을 잘 보살펴줘."

      "......율시아..님이요?"

      난대없이 튀어나온 이름에 유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그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샤르비나는 연신 신나하며 칸에 대한 이런저런 이

      야기를 해준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한느지 어느 자리에서 잘자는지 세세하게 말

      해주는 그녀의 말을 경청하는 한편, 아까 그녀가 말한 이름이 머리속을 뱅뱅돈다. 

      그에대한 내용을 자세히 물으려 그녀의 어깨를 잡고 막 입을 열려던 유헌의 시야에 

      이상한 것이 들어온다. 

      안색을 굳힌 유헌은 샤르비나를 구석으로 밀어넣고 몸을 숙인후 숲쪽을 주시했다.

      "......역시."

      반짝이는 무언가가 시야에 들어온다. 

      미간을 접고 어두운 숲을 내려다 보던 유헌은 그보다 먼저 정신쪽으로 들어오는 적

      들의 경보에 안색을 달리했다. 그다지 살기가 높지않아 눈치 채는 것이 늦었다. 

      영문을 몰라하며 구석에 서있는 샤르비나의 손목을 잡아 건물안으로 들어간 유헌

      은 자신들을 찾기 위해서 인지 복도에 나와있는 샤한에게 손을 들어 보였다. 

      그런 유헌과 누이의 모습에 안색을 달리한 샤한이 걸어왔다가 '적이 왔다.'는 유헌

      의 말에 안색을 달리한다. 

      "숲 아래쪽에 쫠 깔린 것 같아요. 

      아직 여지가 있으니 안의 일행들에게도 알려줘요."

      "무슨 소리야?"

      "일단 일행들에게 적이 왔다는 것을 알려주래도요! !"

      "아..알았어."   

      낸대없는 유헌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던 샤한은 누차말하는 그의 굉장한 기세에 안

      색을 달리하며 걸어왔던 길을 뒤집어 뛰어간다. 멀어지는 동생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샤르비나는 자신의 손목을 잡고있는 유헌을 올려다 보았다. 

      자신은 아무것도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자신을 밀쳐낸 그가 숲을 한동안 바라보다 이런 반응을 나타내는 것이 황당하기 그

      지없는 것이다. 

      "당신을 지켜줄만한 사람이 있나요?"

      "뭐.. 일단은 유모가 있기는 한데..."

      "싸움이 시작되면 당신을 지킬수 없을지도 몰라요. 그 유모라는 사람과 성안에서 

      몸을 숨기는 것이 좋을 겁니다. 그럼 먼저 실례 하겠습니다."

      "어머? 애?!"

      할말만을 마치고 저만큼 사라지는 유헌의 모습에 샤르비나는 단지 눈을 동그랗게 

      뜰 뿐이었다.  

      바삭.

      성으로 진입하는 자들은 대게가 농부나 평민들로 보이는 자들로 손에 들고있는 무

      기들도 낫이나 몽둥이가 전부였다. 그러나 수가 많아 현재 인원수가 적은 칸크빌레

      들이 그들을 상대로 완전히 무사하지는 않을 것이다. 

      검은 복면을 위까지 올린 사내는 뒤를 따라오는 자들에게 손짓을 했다. 

      평민들 사이로 간간히 그들의 주력부대를 심어놓은 것이다. 

      그들이 알아서 아무것도 모르는 저 평민들을 잘 이끌것 이다.

      "일단은 성문이 열려야 할텐데 말이죠."

      "지금쯤 열릴겁니다. 안에 사람을 넣어 두었으니-"

      이번 일을 하기전부터 농부들의 대표라는 자가 사사껀껀 달라 붙는다. 

      그것이 귀찮은 사내는 눈살을 찡그리며 낮게 대답했다. 그런 자신의 대답에 헛기침

      을 한 그자는 눈치를 보더니 자신들의 일행이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아마도 보통 이상인 자신의 신분을 알아채곤 붙어선 떨어지는 조각이라도 얻어먹

      고 싶은 모양이지만, 사이키는 저런 부류의 인간들을 제일 혐오했다. 

      간간히 그들을 돕는 자신들을 고충을 알아달라는 듯한 태도도 웃기기 그지 없었다. 

      자신들이 아니였다면, 기아에 허덕인채 아무것도 못했을 것들이-

      "그대는 어떻게 들어갈거지?"

      ".......안으로 진입하면 찾아야 할 사람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처음만 합류하고 나머지는 알아서 행동하도록."

      "그러지요."

      사이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마도사는 지팡이를 들고있는 손에 힘을 주었다. 

      누군가에 대한 복수심인지는 모르겠지만, 반질반질한 눈동자에 떠오른 증오의 감

      정은 그닥 보기좋은 것은 아니였다. 

      카일의 마도사라고 밝힌 그는 칸크빌레의 일행이 어디있는지 안다는 말로 자신을 

      끌여 들어선 결국 그들이 있는 곳은 맞아 떨어졌지만,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이자를 이용하고 있는 것은 분명 자신들일텐데- 저 마도사로 인해 그들이 더 피해

      를 입을 것 같은.... 

      "들어간다."

      멀리 성문이 열리는 것을 발견한 사이키의 손짓과 동시에 앞의 농부들이 엉성한 무

      기들을 들고 앞으로 뛰어 나간다. 

      나름대로 겁을 주기위해 간간히 소리를 지르는 자들이 보이긴 했지만, 오히려 당사

      자들이 겁을 먹고있음을 숨기기 위한 행동들로 보여 사이키는 고소를 머금었다. 

      "..........갑시다."

      나무 뒤에 숨어있는 사이키에게 눈빛을 보낸 마도사는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 

      고개를 들어 바라본 성은 굉장히 아름다웠다. 

      바로 저곳에 그 사내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야 말로 에스라는 자를 반드시 죽이겠다는 결심을 하며 마도사는 이를 악물

      었다. 베어진 목을 들고 칸일에게 다시 돌아갈 것이다. 

      이를 들어내고 웃는 그 얼굴은 광기에 가득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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