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화 (4/55)

      덜컹.

      "검을 휘두를 때는 약간 비스듬히 해서 베는 것이 좋아. 힘이 쎄다면 직각으로 단번

      에 베는게 좋겠지만, 넌 근력이 부족한 것 같으니 옆으로 베는 것부터 익히는게 나

      을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그래. 잘하는 군. 이렇게 빨리 익히는 것을 보면 검도라는 것은 상당히 유용한 것

      이군."

      검도에 대해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마 칸이 처음일거다.

      기억엔 없지만 검도에 대해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괜히 울

      컥하는 게 있었다. 

      그런 점을 봐서 아무래도 자신은 검도에 대해 깊은 애정을 품고 있었는 듯 하다. 

      "검을 어디로 휘두르는 지는 이미 잘 알고 있는 것 같으니 사점이나 익혀볼까?"

      ".....사점?"

      사람을 가장 효과적으로 죽일수 있는 분위라고 말해 줄수 없었다.

      겨우 대화가 통하게 되어 이것저것 들을 수 있었지만 어디까지니 외부적인 것으로 

      기억이 없는 가흔에게서 그 자신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확실히 들을 수가 없었다.

      기억이 없다는 것은 역시나 사실이었던 듯, 자신에 대해 물을 때마다 곤란하게 흔

      들리는 눈동자는 더 이상 그에게 질문하기를 꺼려지게 했다. 

      그런 그에 대해 알수 있는 것은 차가운 인상에 비해 상냥하다는 것과 예민하다는 

      것. 그리고 의외로 상처받기 쉬운 타입일 거라는 것. 

      그리고 사람을 죽인 적이 없다는 것.

      가흔이 말한 평화로운 세계에선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은 상당히 커다란 사건인 모

      양이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언제 어디서 같은 밥을 먹던 동료가 죽을지 알수없는 것이다. 

      "익혀두면 좋은 거야. 되도록이면 자신도 모르게 검을 움직일 정도로 알아두는 게 

      좋을 거다."

      너에게도 우리들에게도.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이러는 것이 과연 잘하는 짓인지는 알수없지만.. 어쩔수 

      없는 노릇이 아닌가. 

      싸움이 있을 때마다 그를 지켜줄수는 없는 거니깐.

      "칸님. 가흔."

      "라프헨."

      어느새 다가온건지 라헨의 말위에 앉아있던 라프헨이 두사람을 향해 손을 흔든다. 

      라헨의 몸에 기대고 있는 얼굴을 창백하기 그지 없었지만 그래도 의식이 없었을 당

      시보단 약간이지만 화색이 돌아 있었다. 

      붙어있는 두사람을 보며 가흔은 아무렇지도 않은 자신에 놀랐다. 

      전의 그들이 붙어있는 모습은 자신이 받아 들일수 없는 것이었을 텐데 이해할수 있

      었던 건가? 의외로 이해심이 크구나 라고 생각하며 라프헨과 라헨을 향해 고개를 

      숙여보이는 가흔이었다.

      "들었어요. 말을 할수가 있다죠? 다행이네요."

      "...응."

      "와- 정말이네요. 다른 말도 해볼래요? 당신의 말을 알아 들을수 있다니 정말 재밌

      네요."

      입가를 손으로 가르고 웃는 모습에 무척이나 어려보여 가흔은 자기도 모르게 미소

      를 지었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가흔의 눈가를 확인 한 라헨은 남들모르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말을 타는데 자신이 있었지만 만약의 일이 생겨 라프헨이 다치기라도 하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흔의 저 반응엔 정말이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받아 들일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튼 이번 일로 라프헨이 상처를 받지 않아 다행이긴 하지만 말이 통하는 이상 저 

      소년에게 자신들의 관계를 확실히 알려두지 않으면 안된다.

      말하지 않고 혼자서 상상력을 키우게 만드는 것만큼 잘못되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달그락.

      달그락.

      마차위에 올라가고 싶어하는 라프헨의 움직임에 칸에게 말을 붙인 라헨은 작은 몸

      을 들어 칸에게 건내 주었다. 

      자신보다 크다고 할수있는 몸을 쉽게 들어올린 칸은 가흔의 옆에 조심스레 앉혀 준

      다음 라헨이 건내는 담요로 라프헨의 몸에 둘러 주었다. 

      그런 칸에게 웃어 보인 라프헨은 가흔의 손에 들려있는 검을 바라 보았다.

      전에 칸이 사용하다 손에 잘 맞지 않든다 해서 놓아둔 검인데 가흔이 사용하게 되

      는 것인가. 

      검을 쥐는 자들의 길을 아는 라프헨은 차마 반기지 못하고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

      이다. 

      "내일이면 도착하는 건가."

      들고있던 만원경을 옆의 병사에게 건낸 요크발은 내려간 담요를 몸위로 끌어 올렸

      다. 북쪽에는 미치지 못하나 남쪽이라 그런지 한기가 느껴진다. 

      조금이라도 덥거나 추워지면 몸이 먼저 예민하게 반응하는 지라 요크발은 언제나 

      담요나 아이스 돌을 지니고 다녔다. 

      검사로썬 최악의 조건이지만, 최적의 상황에서 검을 배운 그에겐 그다지 문제가 되

      지 않는 것 같다. 

      한동안 후빌 하샤발 계곡을 내려다 보던 그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음유시인과 공주의 전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 그런가. 

      확실히 운치가 느껴지는 군."

      "요크발님 날씨가 좋지 않으니 안으로 들어가심이 좋을 것 같습니다."

      "좀더 보고 싶었지만.... 들어가 볼까?"

      병사의 팔에 지지하며 몸을 돌린 요크발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런 곳에서 검을 휘두르다니. 녀석들 답게 과연 최악의 곳으로만 다닌다고 투덜대

      는 그였다. 

      그런 그를 멀리서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사이키는 계곡에서 내려오는 요크발의 

      모습을 확인하곤 거두고 있던 장막을 내렸다. 

      무슨 말을 해도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행동할 남자다.

      그에게 뭐라고 말하는 대신 그 주위를 감쌀 사람들을 늘리거나 잘 배치해두는 것이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탁.

      상석의 의자에 앉은 그는 옆에 놓여져 있던 지도를 들었다.

      계속 보고 있으면 다른 생각들이 떠오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요크발

      이라는 내부의 조건과 계곡의 불리한 지형들이 단 하나의 길밖에 선택할수 없도록 

      한다. 차라리 다른 사람과 같이 올수 있었다면 더 다양한 전술을 짤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가 조금리라도 이성적으로 움직이는 남자라면 좋을 텐데 말이지..."

      중얼거린 사이키는 들고있던 지도를 내리고 자긴의 앞에 불복해 있는 자들에게 시

      선을 주었다. 

      수는 적었지만 최정예다. 

      그런 그들을 요크발을 지키는데 쓰는 것은 상당한 낭비지만, 맘대로 싸움터를 휘젖

      는 그가 다치는 날엔 자신들의 계획에 지대한 차질이 생길수도 있으니 선택의 여지

      가 없다. 

      쓴 웃음을 지은 사이키는 입에서 손을 떼었다.

      "내일 점심때 쯤에 칸크빌레 일행과 부딫히게 될 것이다. 

      그때의 너희들을 임무는 잘 알고 있겠지?"

      "물론입니다. 저희들의 임무는 요크발님의 신변을 지키는 것-"

      "알고 있으면 됐다. 나가서 쉬도록."

      "네."

        

      손이 저어 남자들을 밖으로 내보낸 사이키는 한동안 의자위에 앉아있다 몸을 일으

      켜 탁자 위로 다가섰다.

      쪼르륵.

      잔안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어쩔수 없이 드는 불안감을 지우려는 그였

      다. 

      "후빌 하샤발 계곡의 유래말야? 그런게 듣고 싶은 거야?"

      "제가 아니라 라프헨 쪽에서 원하는 것 같아서 말이죠."

      엄청 의외라는 듯이 바라보는 시선에 부담스러워진 가흔은 손가락을 들어 멎쩍은 

      웃음을 짓고 있는 라프헨을 가르켰다. 

      설마하니 이곳을 잘 알지도 못하는 자신이 계곡의 유래가 있다는 것을 어찌 알 것

      인가. 그런 행동에 머리를 갸우뚱한 에스는 들고있던 검을 내리고 두사람이 옆에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별 내용이 있는건 아니지만, 굳이 듣기를 원한다면 못해줄 것도 없지. 일부 사람들 

      속에선 슬픈 사랑이야기로 꽤나 각광을 받는 전설이니 말야."  

      자신이 옆에 앉은 두 사람을 확인한 에스는 그제서야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느날 왕위 계승자였던 공주가 신하들 몰래 마을의 축제에 나가선 꽤나 명성이 

      높았던 음유시인을 보게 된것이 비극의 시작이였지. 아름다운 노랫말과 훌륭한 음

      성 게다가 시인의 외모는 출중했지. 답답하고 가식이 가득찬 사람들만을 대하던 공

      주는 그런 그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되었고, 그것은 상대방도 마찬가지로 둘은 사

      람들의 이목을 피해 꽤나 잦은 만남을 지니게 되었어."

      쿠르릉.

      낮까진 좋았던 날씨가 점점 흐려지더니 멀리서 구름이 몰려든다. 

      점심때가 되면 계곡에 도착하려만 그전에 한바탕 퍼부을 기새다. 

      이들에게 이야기를 마치고 난 다음에 노웬에게 가서 다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

      다.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라고 했나. 공주는 성에 강금되고 음유시인은 목

      소리를 잃고 성밖으로 쫒겨났어. 공주는 평소 자신을 연모하고 있던 기사를 꾀어내

      어 성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그의 도움으로 음유시인과 만나게 되었지. 

      그런 그들의 일을 알아버런 왕은 대노했고 그 셋은 쫒기다가 결국 후빌 하샤발 계

      곡에 까지 몰리게 되었다."

      "그리고요?"

      매달려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라프헨의 모습에 에스는 웃음을 짓으며 장난스럽

      게 말을 이었다. 

      "기사는 둘이 도망가도록 방패막이가 되었지만 버티지 못했고, 결국 끝까지 몰린 

      공주와 음유시인은 그대로 계곡으로 뛰어 들었어. 

      이게 계곡에 이야기의 전부야. 별거 아니지?"

      "....슬프네요. 두사람이 가엾어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고. 그들을 사랑을 아름답게만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공

      주의 지위를 망각한 일이다. 시인의 욕심이 불러 일으킨 비극이다라고 말하는 이들

      도 적지않지. 자, 그럼 여기에 있으라고 난 노웬님께 가볼 테니깐."

      "알았어요."

      이야기에 상당히 감명받은 모양인지 두눈이 충혈된 라프헨의 어깨를 감싸안은 가

      흔은 걱정말라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당히 믿음직스러운 그 모습에 에스는 웃어 보이며 노웬의 천막으로 가기위해 달

      리는 마차위에서 내렸다. 꽤나 빠른 속도로 움직이건만 솜씨좋게 내려서 뛰어가는 

      에스의 뒷모습을 보며 가흔은 라프헨에게 물었다.

      "전부터 궁금한건데 에스는 몇살이죠?"

      "왜요?"

      "아니.."

      어려보이는데 상당히 노련한 분위기를 풍긴다. 

      이 단체에서도 꽤나 신임을 받고 높은 자리에 있는 것 같으니 궁금하지 않을리가 

      없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별로 신용하지 않는 것 같기에 다른이들에 대

      해 묻는 것이 상당히 조심스러워 진다. 

      그래도 알고 싶은건 알아야 답답한 마음이 가라앉을 것이 아닌가. 

      그런 가흔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 보던 라프헨은 막 입을 열려고 했지만, 멀리서 

      보이는 계곡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볼때마다 위압감을 느끼게 하는 계곡이다. 

      "라프헨. 괜찮은 거냐? 곧 계곡으로 들어가니 안으로 들어가 있어라."

      "형님."

      형제 사이였나?

      이것도 궁금한 점중 하나였지만 이런 식으로 알게되는 구나 싶었다. 

      마차밖에 걸터 앉아있던 가흔은 안으로 들어가는 라프헨의 손길에 이끌려 자리에

      서 일어났다.

      천막으로 가리지기 전에 보이는 후빌 하샤발 계곡의 모습에서 가흔은 엄청난 위압

      감을 느꼈다.

      차갑고, 커다란 느낌-  

      "가흔, 라프헨 안에 있나?"

      막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려는데 막을 걷고 칸의 얼굴이 보인다.

      "밖에 라헨이 있었을 텐데, 없었나요?"

      "없던데. 계곡에 들어가기 직전이니 좀 바빠서 말야. 무슨일이 벌어져도 마차안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해. 밖은 다른 녀석들이 확실히 지켜줄 테니."

      "네, 걱정하지 마세요. 얌전히 있을 테니..."

      쾅!!!!

      칸의 말에 농감조로 대꾸하려던 라프헨은 갑자기 들려오는 커다른 굉음에 몸을 움

      츠렸다.

      ".....공격인가?! 둘다 여기서 얌전히 있어라!!"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에 맞춰 비명소리가 멀리서 들려온다.

      이를 악문 칸은 안의 두명에서 소리치곤 겁에 진린 말의 옆구리를 호되게 쳤다.

      천막을 내리고 나가버린 칸을 확인하며 가흔을 아직도 웅크리고 있는 라프헨의 몸

      을 안아 들었다. 

      이 사람보단 자신이 더 강한게 사실이니 지켜야 하는 것이겠지.

      한팔로 라프헨의 몸을 끌어 안은 가흔은 손을 뻗어 구석에 내팽겨 졌던 검을 집어 

      들었다.

      이것을 사용하게 되는 불상사가 벌어지지 않으려면 좋을려만.  

      "무슨 일이냐?!! 라헨!"

      "예상외군. 입구에서부터 공격을 할 줄은 몰랐어. 무모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대담하다고 해야 하는 건지."

      이를 갈며 내부 상태를 살피는 라헨의 모습을 확인하며 칸은 말의 머리를 돌렸다.

      이런 비겁한 짓일 하다니. 칸은 적들의 몸이 꽤나 달았다고 생각했다. 

      쾅-! ! !

      쾅! !

      불안을 나타내듯이 굴러가는 마차의 움직임이 거칠다. 

      멈출것 같지만 서도 밖에서 계속 울리는 굉음이 말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것인지 멈

      출 기미가 보이지 않아 더 불안해 진다. 몸을 가늘게 떨고있는 라프헨의 강하게 안으

      며 스스로에게 말하듯이 괜찮다고 중얼거리는 가흔이었지만, 이런 경험이 전무한 

      그가 더 불안해 보였다. 

      그들의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지 밖의 소음은 점점 커져간다.

      "...가까워 지고 있는 건가?"

      얌전히 있으라고 했다고 이런 난리통에 마차 안에만 있는 것은 위험하다.

      한 마차에 넛댓명의 사람들이 호위 할것이라곤 했지만, 이런 사람이 있는 마차보단 

      보물이 있는 마차에 그들이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일. 

      혀를 차며 장막을 걷자 과연 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덩커덩.

      "읏-!"

      크게 울리는 움직임에 그대로 밖으로 튀어 나갈뻔 했지만 간신히 옆을 붙잡아 튀어  

      나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들어와 있어요. 얼굴을 내미는 것은 위험합니다!"

      "주위를 봐요. 아무도 없어. 이럴 때 안에만 있다가 뭔가가 날라오면 어떡해요?" 

      "저들은 화약을 쓰는 것 같으니 괜찮아요. 그것의 소요는 무척이나 적습니다. 이정도

      까지 해댔으니 더이상 사용하지 않을 거예요. 남은 건 육탄전입니다. 

      그러니 들어와요!!"

      얼굴을 내밀었다가 화살에 겨냥이라도 당하면 어쩌라는 건가..!!

      그런 라프헨의 염려에 맞추어 몇개의 화살이 마차 위에 박힌다. 

      그것을 확인한 라프헨은 안색을 달리하며 가흔의 몸을 안쪽으로 끌어 들였다. 

      움직이지 않으려고 버티던 가흔이지만, 지금은 라프헨의 말을 따르는 것이 더 옮다

      는 것을 잘 알기에 다리에 힘을 풀고 그가 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이런 갑작스런 습격이라니.. 사이키 그 답지 않은 방법이군요."

      "사이키? 그건 누구죠?"

      "꽤나 머리가 좋은 사람이죠. 그 덕분에 이쪽에서 큰 손해를 본적이 한두번이 아닐 

      정도이니.. 그런 남자라도 요샌 요크발과 어울리기에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더니 기거이 이런 일을 벌이는 군요."

      라프헨의 말에 이상함을 깨달은 가흔을 얼굴을 들었다.

      "계곡의 내부에서 싸우는 것은 괜찮습니다. 그래봤자 국경선으로 치부되는 곳이니

      깐요. 하지만 이 계곡의 입구에서 상위 100리밋까진 전에 지나온 마을의 국경선 안

      에 해당하는 곳입니다."

      "......그 말은..?"

      "남의 집 마당안에서 싸우면 그 책임을 누가 지나요? 이건 상대방도 우리들도 서로

      에게 득이 되지 않는 일이예요."

      라프헨은 수년전에 마주한 적이 있는 사이키의 모습을 떠올렸다.

      180에 달하는 키에 전체적으로 가늘지만 단단한 인상을 주는 미남이었다. 

      마침 만났던 때가 좋지않은 타이밍 이어서 그가 무척이나 화가 난 모습만에 기억이 

      남아있지만, 손을 휘두를 때마다 흩날리던 보랏빛의 머리카락과 날카롭게 빛나던 

      눈동자는 아직도 그의 뇌리속에 남아 있는 것이다. 

      "라프헨. 가흔!!"

      "에즈!!"

      평소에 바지와 셔츠를 입던 차림답지 않게 그위에 가죽옷을 덧대어 검은 망토를 입

      은채 머리를 하나로 묶어 내려뜨린 에즈는 마차안에 붙어있는 두사람의 안위를 확

      인하곤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대형이 어지러운 상황이라 자리를 떠나는 것은 위험한 

      일이지만, 라헨이나 칸등 에게 이들의 신변을 양도받은 이상 그녀의 이름을 걸어서

      라도 안전하게 지켜 주어야 하는 거다. 

      "나와라. 아무래도 안에 있는 것보단 밖에 있는게 더 안전할 것 같아."

      ".....그렇게 상황이 안 좋은 가요?"

      어떠한 싸움이 있더라도 급박한 상황이 아닌 이상 라프헨 그는 마차 안에 남아 있었

      다.

      어딘가에 숨어있어 라헨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이 그나 다른 이들을 도와주는 일이라

      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는데, 밖으로 나오라니..!!

      최악의 방법으로 적들에게 불타는 마차를 밀어버리는 방법도 있었기에 이번에도 그

      것을 사용하는 건가하고 라프헨은 안색을 달리했다.  

      "그렇게 됐어. 가흔. 말을 탈줄 아는 거냐?"

      두 사람을 태우기 위해 옆에 달고 왔던 말의 안장을 능숙하게 조율하는 가흔의 모습

      에 에즈는 자못 놀랐다는 표정을 지었다. 

      배웠는지 어떤지는 모르지만 타는 방법은 머리와 손에 남아있다.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절로 움직이는 손길을 설명할 길이 없는 지라 가흔는 미소를 

      지으며 뒤에 붙어던 라프헨을 떼내고 말위에 올라탔다.

      그 매끄러운 동작에 에즈는 휘파람을 불었다. 한두번 타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기억이 없는 가흔이 말한 단어를 조합하여, 믿을 수 없지만 그가 자신들과 다른 곳에

      서 왔다는 것만을 알게 된 그녀지만, 에즈는 가흔이 분명 좋은 집안의 도련님이었을 

      것라고 장담했다. 

      어느 세계던 간에 말을 저 정도로 잘 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잡아요. 라프헨."

      흔들리는 마차에 매달려 불안한 눈빛을 빛내는 라프헨의 손을 잡아 자신의 앞에 앉

      힌 가흔은  한발 먼저 앞으로 나서는 에즈의 뒤를 따랐다.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귓가를 스치곤 간간히 비명소리가 들려온다. 

      게다가 후각을 자극하는 이 비릿한 냄새는.. 피인가?

      그제서야 자신이 있는 곳이 현실이라고 인식하는 가흔이었다.

      자신이 있는 곳은 교복을 입고 책가방을 들고 있기만 하면 보호받던 원래세계가 아

      닌, 검을 들고 남을 베어서 살아 남아야 비로소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었던 것이다.

      애써 외면하려던 것을 이런식으로 마주하게 되자 기분이 안좋아 진다.

      피융!!

      "위험!!!"

      에즈의 비명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지만 볼을 스치는 뜨거운 열기에 저도 모르

      게 이를 악물었다. 

      몇대의 화살이 더 날라왔지만 운이 좋은건지 처음을 빼곤 거의 다 빛나갔다. 

      작게 비명을 지르는 라프헨의 몸을 덮듯이 몸을 숙인 가흔은 멀리 뭉쳐있는 한 무리

      의 인간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중엔 칸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멈춰요!!"

      "에즈?"

      "더 이상 갈필요 없어. 두 사람은 여기에 남아 있도록."

      "하지만...!!"

      뭔가를 말하고 싶어하는 가흔이었지만 달리는 말을 억지로 멈춘 에즈는 근처 마차

      를 모아 빙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에게 말 고삐를 넘겨 주었다. 

      바로 앞에서 싸움을 하고 있는데 이런곳에 있게 하는 건가? 

      가흔의 불만을 눈치 챈 것인지 막 달려나가려던 에즈가 그를 돌아 보았다.

      "당신은 사람을 죽인 적이 있나?"

      "..그런 일을 했을리가 없잖습니까."

      "그래? 난 지금가지 백을 헤아리는 사람들을 죽였어. 그리고 지금 가서 몇몇의 목을 

      더할지도 모르지. 그런곳에 지금 가겠다는 건야?"  

      명백히 도발하는 에즈의 말에 가흔은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사람을 죽이다니. 식물이나 곤충의 목숨같은 게 아니다. 사람의 생명이라는 건.

      불안하게 흔들리는 가흔의 눈동자를 마주한 에즈는 착찹한 기분이 들었지만 여기서 

      게속 미적거리다 아군의 생명이 사라지게 할수 없는 노릇이기에 말머리를 돌려 한

      창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곳으로 뛰어 갔다. 

      멀어지는 에즈의 갈색머리를 바라보던 가흔은 안장을 잡아끄는 행동에 고개를 내렸

      다.

      "어서 내려와요. 그러고 있다간 궁수들의 먹이감 되기 딱 좋을 겁니다."

      험상궂은 인상이지만 자신을 염려하는 말투에 가흔은 라프헨을 그에게 넘긴 다음 

      그 자신도 말에서 내려섰다. 

      말을 어디론가 끌고 사라지는 남자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머리위로 날라다는  

      화살들을 보곤 안색을 굳힌 가흔은 옆에 있는 라프헨의 손을 잡고 사람들 사이로 들

      어 갔다.

      마차를 모아 동그랗게 만든 곳엔 이미 부상자나 여자들이 자리하고 있다.

      거기서 노웬의 천막에서 본적이 있는 여자를 발견한 가흔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대

      신했다. 그런 가흔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숙여보인 여자는 얼굴을 돌리곤 

      뭔가를 들고 있던 손을 다시금 하늘 위로 향하게 했다.

      "마도사야. 그녀는."

      "마도사? 마법같은 걸 쓰는 사람이란 말입니까??"

      "가흔의 세계에는 없는 존재인가? 이런 싸움터에선 우리들의 목숨을 지켜주는 굉장

      한 사람이야. 몰랐지? 매번 차나 따라 줬으니깐 말야."

      라프헨의 말에 가흔은 그녀를 다시 봤다. 

      금발을 가지런히 모아 하나로 묶어 동그랗게 맨 그녀는 눈을 감고 입술을 계속 달싹

      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차를 중심위로 위에 뭔저 지붕같은 것이 생겨있어 날라오는 화살을 

      튕겨내고 있는 것이 보인다. 

      "저 검은 장막이 그녀가 사용하는 힘인건가요?"

      "검은 장막?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 그러니깐 저 위에 있는...."

      보이는 것을 그리듯이 손으로 가르키자 라프헨의 얼굴에 순간 핏기가 사라진다.

      그 얼굴을 확인한 가흔은 손을 들어 모양을 그리던 움직임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뭔가가 잘 못 된건가?

        

      "위험해!!!"

      칼칼한 음성에 가흔은 숨을 죽으며 얼굴을 돌렸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순 없지만 검은 일색으로 차려입은 남자가 양손을 허공으로 

      들고 있는 마도사에게 빠른 속도로 달려 들었다. 

      순간 곁에 있는 라프헨을 밀쳐낸 가흔은 허리에 매달려 있던 검을 빼들어 있는 힘껏 

      괴한에게 던졌다. 

      "어딜 감히--!!!"

      자신에게 달려드는 검날을 빛켜낸 칸은 그대로 남자의 팔을 베어 버렸다.

      처음엔 사이키나 요크발인가 했더니 몇번 검을 겨누니 생각을 정정할수 밖에 없었

      다. 

      요란하게 저 귀한 폭탄이나 던져대고 화살은 남발하는대다 검술은 형편없다!!

      부상자들의 태반이 초반의 폭발때 입은 것으로 그 후엔 일방적인 칸들의 몰이가 시

      작되었다. 

      슬슬 검을 쓰는 것도 아깝다고 여겨 졌을 때 적들의 맨뒤에서 소리나 질러대던 남자

      가 슬슬 물러나는 것이 보였다.

      "흥. 이몸의 눈에 띄고서도 도망갈수 있을 것 같으냐."

      이를 갈며 중얼거린 칸은 땅바닥을 박차며 튀어올라온 돌맹이를 왼손으로 잡아 들

      었다. 날라오는 검을 솜씨좋게 피하는 가운데 이젠 완전히 등을 돌리고 숲쪽으로 도

      망가려는 남자를 향해 있는 힘껏 돌맹이를 던졌다. 

      딱!!

      "크아-ㄱ?!!"

      뭔가가 부숴지는 소리가 시원하게 계곡 사이로 울려 퍼졌다. 

      "....산적이라는 겁니까? 길목을 지키다 지니가는 이들의 주머니를 터는 그?"

      "어이없는 건 알지만 그런 것 같다."

      평소 돼묻는 다면 왜 처음에 잘 듣지 못했냐고 따지던 칸이지만, 노웬 그 답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뭔가 멍해보이는 얼굴을 보자니 차마 뭐라고 할수가 없다. 

      그런 그의 마음, 충분히 알수 있기 때문이다. 

      도망가던 놈의 뒷통수에 돌맹이 던져 기절시켰더니 그 다음부터 죽기살기로 검을 

      휘두르며 덤벼들던 놈들이 양손을 머리위로 올리며 항복을 외쳐대는 것이 아닌가.

      장난이라도 하는 건가해서 바로 앞에 서있는 녀석의 얼굴을 내리치기도 했지만 들

      고 있는 손은 절대로 내리지 않았다. 

      그 모습에 기가 꺽인 칸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날수 밖에 없었다.   

      "기껏 대열을 정비하고 체력을 길러 놓고 무력을 올려 놓았더니 이런 자식들을 만나 

      모든게 헛수고로 돌아갔군. 오늘 저녁 만찬으로 이몸들의 가죽을 벗겨 먹는 건 어떨

      까요?"

      "찬성."

      양손을 허리에 올린채 이를 갈며 말하는 에즈의 말에 손을 들어 긍정하는 칸의 모습

      에 천막안에 포박당해 쪼그리고 앉아있던 남자는 핏기가 가신 얼굴로 '히이익~'이

      라는 괴상한 비명을 올렸다. 

      "...어이없군요."

      고개를 살레살레 저으며 자리에 앉아 버리는 노웬의 모습에 천막안에 모여있는 자

      들은 저마다 침통한 표정을 짓을 수 밖에 없었다. 

      일이 어떻게 되었던 간에 산적이라고 밝힌 저 녀석들 덕분에 10명이 넘는 자들이 다

      치거나 중상을 입었다. 

      사상자가 없다는 것에 위로를 삼기엔 어이없음이 지나쳤다. 

      천막의 분위기가 점점 살기를 띠자 산적두목은 숨을 삼켰다. 

      어떻게든 이 자리를 모면할 수 있어야 할텐데...!!!

      "무조건 잘못 했습니다!! 실은 몇일전 정찰을 나간 녀석들이 부상을 입고 온적이 있

      어서 여러분들이 그놈 들과 같은 편인줄 알고 그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우리들은 이번에 초행길이라고 그런데 네놈들을 어떻게 만나 부상을 입혔다는 거

      야? 앙?!!"

      퍽!!

      성질을 못이겨 두목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친 칸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자 검을 빼 

      들었다. 

      그 모습에 천막안의 사람들은 당황하며 그에게 매달렸다. 

      "관둬요!! 단장님의 신성한 천막안에서 무슨 짓을 하려는 겁니까?!!!"

      "죽이겠어. 죽여서 계곡 아래로 던져 버릴꺼야!! 물속 공주의 영혼과 사이좋게 지내

      다 보면 이 머리통도 좀 좋아 지겠지!!!"

      "참는게 좋아. 이놈은 내가 토막내 죽일 테니깐."

      "..........."

      난동을 부리던 칸과 그를 말리려던 에스는 에즈의 서늘한 목소리에 움직임을 멈췄

      다.

      과연 마녀. 

      저도 모르게 닭살이 돋은 피부를 문지르는 가흔이었다.

      "부상을 당했다곤 하지만 그건 당신들이 습격을 했기에 당한게 아닙니까? 그런데 그

      걸 같고 복수를 하려 하다니... 웃기지도 않아. 저급하기 짝이 없군."

      "히이익~~;;;;"

      서늘한 노웬의 말투에서 아까보다 더한 공포를 느낀 산적두목은 얼굴을 땅바닥에 

      비볐다.

      몇일전 녀석들이 당하고 왔을 때부터 자중하는 거였는데 쓸모없는 놈들의 도발에 

      못이겨 덤벼든게 이런 최악의 상황이로 이어지다니..!! 

      요새는 재수가 없어 죽은 듯이 살라는 할멈의 말을 듣는 거였는데 말이다. 

      옛날부터 어른의 말을 무시하면 호되게 당한 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였던 것인가--!!

      "단장."

      "뭐냐?"

      안 그래도 심기가 불편한데 밖에서 부르는 소리에 노웬은 미간을 좁혔다.

      천막안의 험악한 분위기에 몸을 움츠린 남자는 그러나 가슴을 펴고 입을 열었다.

      "숲 근처에서 이상한 녀석을 주웠는데 좀 수상해서 말입니다."

      "이놈들의 무리 중 하나가 아닐까?"

      "근데.. 그게 이상한 소리를 해대서 말입니다."

      ".......이상한 소리?" 

      남자의 말에 노웬은 의자를 두들이던 손가락의 움직임을 멈췄다. 

      "붉은 머리... 악마야... 제길... 악..마... 아파..죽겠...네... 큭..!!"

      "붉은 머리?"

      바닥에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는 남자의 말에 사름들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계곡 중간에 주둔해 있던 병사들. 그리고 붉은 머리. 덤으로 이 남자의 몸에 나있는 

      상처에서 올라오는 독."

      "요크발이군."

      "요크발이야."

      "...붉은 머리 변태."

      "............그게 뭐냐? 가흔."

      전에 칸이 그를 호칭했던 것을 기억해 냈다 말한 것 뿐인데 주위의 시선이 영 아니

      다.

      갑자기 몰리는 눈동자에 당황한 가흔은 얼굴을 붉히며 라프헨의 뒤로 물러났다. 

      "이놈들.. 우리뿐만 아니라 요크발 녀석에게도 간건가? 간이 붓다 못해 터졌군."

      "그러게 말입니다."

      자신들을 미친 놈들 보듯하는 시선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원래 성격대로 했다간 

      목이 떨어질 것이 분명함으로 산적두목은 끌려온 자신의 부하를 닥달했다. 

      "이놈이 저분들께서 자세히 알고 싶어 하잖냐!! 빨랑 빨랑 사건의 전모를 소상히 말

      하지 못하겠어?!!" 

      "그...그게.. 너무 정신이 없어서리..."

      떠듬거리기만 하고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모습에 두목은 가슴을 두들이고 싶었

      지만 양손이 포박당해 있는 터라 그럴수가 없었다. 

      부하는 그 나름대로 여기저기 다치고 붉은 머리놈에게 베인 부분은 특히나 쓰려 죽

      겠는데 비호는 못할 망정 닥달만 해대는 두목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꼈다. 

      서로를 원망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던 이들은 위에서 들려오는 음성에 고개를 들었

      다.

      "당신들이 습격한 그곳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그게.. 처음에 폭탄이 너무 잘 먹혀서 거의 우리가 이겼다 싶었죠. 그래서 한번

      에 공격을 들어갔는데, 글쎄 그 붉은 머리가!!"

      "짧게 정리하지 못하시겠다면 그 혀를 잘라서 말을 조금만 하실수 있도록 해드릴 수 

      도 있습니다."

      노웬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은 부하는 그 자리에서 오줌을 지릴뻔 했지만 초인적인 

      인내로 겨우 참아냈다. 

      "힉!! 녀..녀석들은 도망갔어요!! 그..그러니깐 미친듯이 우리들을 베어 넘기더니 알

      수없는 말을 남기곤 그대로 퇴각하는 분위기 였습니다..!!"

      "그래. 뭐라고 말하던가요?"

      "어차피 지금 상태론 녀석들을 상대할수 없으니.. 그 뭐냐... 보라색 머리가 붉은 머

      리를 한방에 때려 눕히더니 질질 끌고 갔어요."

      남자의 말이 끝나자 에스는 노웬을 바라보았다.

      그런 에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노웬은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말이 정말 입니까?"

      "예?? 그.. 전부 사실입니다!! 녀석들이 떠나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저도 빠져 나왔습

      죠!! 전 오래살고 싶었거든요."

      "흐음- 그렇단 말이죠."

      한쪽 눈썹을 올려보인 노웬은 그들을 내려다 보며 불길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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