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하나의 위험
탁탁.....탁!!!!!!!!!!!!!!
벌컥!!!!!!
"궁중의원들은 지금 어딨나!?"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다급한 황자의 목소리가 주위로 울려퍼지면서 놀란 사람들의 웅성임이 곳곳에서 튀어나왔다.
"태자저하!! 갑작스레 사라지셔서 한참 찾아다니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게 무슨..."
"그 입 다물어라! 나는 의원이 어딨느냐고 물었다!"
호들갑스럽게 키레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곁으로 다가섰던 이름모를 귀족은
황자의 말에 대번 얼굴을 수치스럽게 붉히며 뒤로 물러섰다.
사람들은 그제서야 비에 젖은 황태자의 품속에 누군가가 들려 있음을 깨닫았다.
"찾으셨습니까!?"
황자가 자신들을 찾는다는 말에 시간이 조금 흐른뒤에야 한무리의 의원들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었다.
"지금 당장 이아이를 진찰할 수 있도록 준비해라!!"
차갑게 날이 선 목소리로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황자를 보며 주변에 있던 모든 시종들과 의원들은
혹여라도 어물거리다가 황자이 분노를 사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자리에 멍하니 서있던 귀족들은 재빨리 눈치를 살피며 뒤로 물러섰고
키레이는 시종들의 안내를 받아 자신의 품에 안긴 엘리엇을 눕힐 방으로 급히 달려나갔다.
탁!!! ......탁탁탁!!!!!
황자가 그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후에야 사람들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사냥대회를 개최하던 도중에 갑작스레 비가 내렸으므로 모두 하던 일들을 중단하고 급하게 황궁으로 돌아왔던 것이었다.
그 사이에 황자를 따르던 무리들은 뒤늦게까지도 키레이가 나타나지 않자 안절부절 하던 중
한참 후에야 비에 젖은 황자가 평소와는 달리 무척이나 다급한 표정으로 황궁의 건물안으로 들어섰다.
그것도 누군가를 품에 안아들고....!!!
이미 그것 하나만으로도 입을 놀리기 좋아하는 그들에게는 충분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준 셈이었다.
"무슨 일이죠? 태자저하께서 어째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으셨길래...!!"
"방금 그분의 품에 안긴 사람이 누구였는지 혹시 아는 사람이 있나요?"
이것저것 지껄이던 그들은 누군가의 마지막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차갑게 날이선 키레이 황자를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 있을 만큼 대담한 자들은 한명도 없었던 것이었다.
당연 그의 품에 안긴 이가 누군지도 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그들이었다.
.....도대체 누가...!?
의문의 꼬리는 길게 이어지면서 현재 그들의 머릿속엔 여러가지 말못할 추측들만 무성하게 쌓여가고 있었다.
"어설픈 억측은 화만 부를 뿐이지. 안 그래? 이안"
사람들의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약간의 웃음기를 담은 낮은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
"아아....이런...!
어째서 오랜만에 본 우리 귀여운 엘리엇군이 저 극악무도한 키레이황자의 품에 안겨 나타난걸까?"
".....세크레틴.......너 이자식...."
이안이 날카로운 눈초리로 세크레틴을 노려보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짐짓 아무것도 모르는 양
능청을 떠는 세크레틴의 미소뿐이었다.
"후후.......앞으로 좀 더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은데 말야..
그나저나 손님대접이 말이 아니겠군. 키레이황자... 분명히 오늘쯤엔 우리가 이곳에 도착한다고 기별을 줬을텐데..."
세크레틴의 말에 이안은 슬쩍 인상을 찌뿌리며 방금전의 상황을 돌이켜 보았다.
......어째서지?
분명히 그때 엘리엇을 밖으로 탈출시켰을텐데...!?
"이제 그만 돌아가야해.
이래뵈도 국빈으로 이곳에 온건데 이런식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우는 것은 여러모로 곤란하니까."
이안은 세크레틴의 말에 잔뜩 못마땅한 표정으로 키레이가 사라진 곳을 응시하다가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세크레틴의 말이 옳았다.
이 이상 시간을 끌면 분명 자신들을 따라온 에스더의 사절단이 야단법석을 떨게 분명할 것이었다.
일이야 어찌되었든 자신들은 카이다의 건립기념을 축하하고자 에스더에서 파견된 사절단의 신분으로
이곳에 오게 된 것이었으니......
끝내 엘리엇의 마지막 모습이 마음에 걸리는 이안이었지만 이내 발걸음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쓸데없이 걱정만 많아서는.....쿡...!!......"
.......빠직...!!!!!!...........
"쓸데없는 걱정인지 아닌지는 두고봐야 알 일 아니던가!?"
자신의 날이 선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입꼬리를 부드럽게 끌어올려 미소를 짓는 세크레틴을
바라보며 '젠장! 마음에 안들어 저 능글맞은 자식!!'을 몇번이고 마음속으로 곱씹는 이안이었다.
.................
"상태는 어떻지?"
"일단 환자의 상태가 많이 안정된 것 같습니다.
몸에 큰 이상이 있는건 아니니 크게 염려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키레이의 표정변화를 살피며 말을 잇는 의원의 말에 그는 침대위에 눕혀진 엘리엇의
뺨 옆쪽으로 흘러내린 가느다란 은사를 천천히 쓸어내렸다.
그모습이 그의 무심한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무척이나 애틋해보여 그안에 있던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잘 알겠다. 너희들은 이만 모두 물러가도록 해라."
"그...그럼 이만 저희들은 가보겠습니다. 또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만 주시옵소서. 태자저하..."
그들이 문을 닫고 사라지자 방안에는 침대위에 눕혀진 엘리엇과 키레이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침대에 누워있는 엘리엇을 바라보던 키레이의 표정이 천천히 굳어져감과 동시에
그의 얼굴위로 피고한 기색이 떠올랐다.
"너의...목숨을 노리는 자가 누구지..?..."
내 눈앞에서 사라졌던 그 길었던 시간동안 너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던 거지!?
키레이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고 있었다.
엘리엇이 타고 있던 말의 고삐가 튿어져서 자신이 다가서는게 조금만 더 늦었더라도
상당히 위험했을 뻔한 그 사건이후 그는 한가지 사실을 발견할 수 잇었다.
꽤나 영리한 말이었는지 자신들의 뒤를 따르던 말을 엘리엇이 정신을 잃은 사이 살펴보았던 키레이였다.
튿어진 말의 고삐는 결코 우연적인 것이 아니었다 .
고삐줄의 아래쪽으로는 상대를 향한 명백한 살의를 담고 작게 그어내린 듯한 검흔이 남아있었다.
자칫 잘못하면 그냥 지나칠지도 모르게 교묘하게 잘린 흔적....
"감히.....나의 것에 멋대로 손을 대려는 건가..?"
키레이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꽈악...!!......
탁..!!
방을 빠져나가려던 키레이의 움직임이 한순간 멈췄다.
여전히 자신의 소매를 무의식중에서도 거세게 움켜쥔 엘리엇을 향해 키레이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어쩌면.......후회......하게 될거다...너는..."
낮고... 어쩌면 달콤하기 까지한 키레이의 음성이 강한 의지를 띄고 잠든 엘리엇의 귓가로 조용히 울려퍼지고 있었다.
...내게서 달아날 기회는 단 한번 뿐이었다..........
이런 나에게....먼저 손을 내민건...........
다름아닌 너니까.....
........이젠 더 이상 나에게는 그런 관대함 따윈 없을거다...엘리엇......
후회하려거든.......내눈앞에 다시 나타난 너의 운명을 탓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