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감춰진 마음의 고백 (58/67)

# 감춰진 마음의 고백 

짹짹....짹.... 

흠칫...!!! 

"으.....윽...!!.........." 

엘리엇의 감겨 있던 눈이 천천히 열리면서 이내 주변환경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이 있는 곳은 꽤나 아름다웠다.  

햇빛이 우거진 나무들 사이사이로 쏟아져 내리고 있었으며 주변엔 그런데로 평평한  

풀밭이 펼쳐져 있었다. 게다가 이름모를 꽃들이 햇빛이 내리쬐는 곳에 한무더기로 화사하게 피어있었다.  

간간히 주위에선 새소리도 들려오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아마도 주변에 큰개울이나 도랑이 존재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뭐야........천국인거냐?" 

.....죽어서 깨어난 곳 치고는 그다지 나쁜곳은 아니다만... 

솔직히.......워낙 나쁜짓을 많이 했어야 말이지...;;;; 

그렇다고 이곳은 내가 믿는 도둑의 아버지 파렐신의 취향이라고 보기엔 좀......이상하지만 말야...!..... 

"헤에..... 이래뵈도 천국이라면 천사라도 하나 나타나야 하는거 아냐!?  

죽으면 천사가 나타나 영혼을 안내해 준다는거 다 개뻥이었....." 

.....파삭...!!!!......... 

"........!!!!!!!!!!!!................" 

하하......뭐야.....?  

설마 나를 인도해줄 천사가 키레이황자라던지.....뭐 그런건 아니겠지? 

아무리 천국이라지만 이건 좀 너무하잖아.  

.....아니면........혹시 여기 지옥이냐!?..............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내앞에 모습을 드러낸 키레이의 모습을 띈 천사(대략 명명하자면..)를 멍하니 올려다 보았다. 

"..............." 

"..............." 

...그나저나.......정말 생생하군..... 

호오...? 움직이기도 하네? 

아! 나를 안내하려면 끌고 가야하니까 당연히 이쪽으로 다가오는게 맞으려나? 

아....친절도 하시지.  

뭐.....솔직히 죽기 직전에 저녀석.....얼굴이 제일 보고 싶었으니까 인정할건 인정해야지. 

아무래도 천국에선 영혼을 안내해주는 천사의 모습도 가장 보고 싶었던 녀석으로 서비스라도 해주는건가? 

나는 아무말 없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키레이를 닮은 천사(..)를 바라보며 히죽하니 웃어주었다.  

.....에? 내 웃음이 마음에 안들었나?  

왜 저렇게 인상을 찌뿌리지?  

.......젠장.......왜.....인상을 찌뿌리는거야....!?.. 

적어도 하다못해 천국이니까 미소정도는 지어줄 수 있는거 아냐? 

죽기전에 가장 보고 싶었던 녀석의 모습을 보여주는 서비스까지는 좋은데......이왕이면 내가 원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구..!! 

"웃어줘!!" 

".....!!!!!!!!!....." 

"뭐야!! 서비스가 영 엉망이잖아!? 이왕이면 웃는 모습이 난 더 좋단말야!" 

.....어쭈!? 웃으랬더니 되려 전보다 훨씬 더 인상을 찌뿌리네? 

젠장! 이왕에 영혼을 데려갈 것이면 그정도 서비스는 당연 해줘야지 뭐가 그렇게 비싼거야!? 

쩝...!!! 어쩔 수 없지.  

스윽...!!! 

나는 자리에서 바지를 툭툭 털고는 일어섰다. 

천국이나 예전에 살았던 곳이나 별반 다를것은 없나보군....!...... 

"웃는 법 모르십니까? 서비스 해주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이왕이면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해달라구요." 

천사의 얼굴위로 당황한게 역력한 표정이 잠시간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나는 천천히 그에게 다가가서 얼굴에 손을 대고 미간을 눌렀다. 

꾹...꾹...!!! 

쭈우욱...!! 

"지금 뭐하는 짓...!!" 

드디어 한마디 하는구만...!!  

이봐... 천사 양반. 그녀석을 닮아서 목소리도 그럭저럭 들어줄만 한데 입에 꿀칠한 것도 아니라면 좀 더 많이 말해주는건 어때? 

"내참...!! 웃으면 어디가 닳습니까? 게다가 미간을 그렇게 찌뿌리면 엄청 무서워 보인다구요.  

그렇잖아도 키레이자식을 닮아서 심장이 벌렁벌렁한데...!!........아...이제 심장은 필요없는거려나?" 

"키...레이...자식?" 

에....? 뭐야!  

설마 몰랐다고 하는건 아닐테지? 당신 영혼을 인도해주러 온 안내자 아냐? 

그런데 현재 자신의 모습이 누군지도 모른단 거야?  

설마 이거 자동적으로 비춰진다거나 뭐....그런건가? 

고다할망구의 말도 그냥 지나치는게 아니라 억지로라도 들어두길 잘했군. 

죽을때가 되면 가장 보고 싶었던 녀석의 모습을 한 신의 사자가 내려와 영혼을 인도한다고 하더니만... 

헛소리가 아니었어...!! 

.........그럼 이제 곧 할망구와 할아버지도 만나볼 수 있으려나? 

.....슥....... 

얼레? 갑자기 왜 손을 내 얼굴위로 들이내미는 거야? 

.....히죽.....!!!.......... 

"피하지......않는거냐........" 

......무슨.....소리야? 내가 널 왜 피해!? 오히려 넙죽 매달려서 따라가도 모자를 판에.  

이봐 천사 양반!! 갈길이 먼것 같은데 빨리 빨리 안내나 해주슈.  

"피할....이유가 없잖습니까? 푸하하!!.....다 알면서 뭘 물으십니까?  

뭐...다시 한번 확인해 보는 거라면 당신의 생각이 맞았다고 하겠습니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 치고는 꽤......마음에 들거든요."  

......가만...!!  

...이게 정말로 마지막이라면........아니, 정말로 마지막이니까 나......꼭 해보고 싶었던게 있었는데...!!..... 

뭐라 딱 꼬집어서 표현할 수 없는 웃지도 화내지도 않는 뭔가가 복잡하게 뒤섞인듯한 기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상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사실.......마지막이라서 그러는데...!! 작은 부탁 정도는 들어줄 수 있겠지요?.." 

"........무슨...소리를....." 

나는 천천히 심호흡을 들이켰다.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경직된 얼굴을 바라보며 히죽 웃어보였다. 

참나....인상 좀 피라고 그렇게 말을해도 이모양이라니...!! 

뭐........어쩔 수 없지.... 이젠 상관없으니까... 

스윽.... 

....쵹...!!...... 

헤에 ..부드.....럽구나.........!!............... 

".....아!?....." 

가볍게 맞닿았다가 떨어질 요량으로 맞붙였던 입술이 멀어지려는 찰나에 갑작스레 뒤에서 끌어오는 손으로 인해 다시 맞붙었다.  

그와 동시에 부드럽고 물컹거리는 것이 입안으로 침입해왔다. 

에.....에엑!!? 뭐야!!  

이건 너....무........리얼하잖아!? 

야!! 이자식아 빨리 떨어져!!  

아무리 키레이놈의 모습을 하고 있다지만.........!!! 

........여기까진 서비스를 해줄 필요가 없단말이다!!!!!!!.... 

잡아먹기라도 하려는 듯이 거칠게 입속으로 파고든 녀석의 혀가 집요하게 내안으로 뒤얽혔다. 

거의 숨이 넘어가려고 할때쯤 상대의 입술이 떨어져 나갔다.  

"하아......하아.....!!!!.....무......슨............천사가 이래?" 

혹시 천사로 둔갑한 악마냐? 

".....천사라니............우습군..!!..." 

내쪽에선 숨이 가빠서 씩씩 거리는 것에 반해 저쪽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한 태도와 동시에 꽤나 삐딱하게  

쏟아지는 녀석의 말에 나는 경악을 머금어야 했다. 

켁!!! 진짜로 악마!? 

"어째서.........내앞에 다시 나타난거지?  

분명 다시는 내눈에 띄지 말라고 했었던 것 같은데...." 

.....뭐?........무슨.....소리야..너....? 

탁..!!.... 

"아..윽..!!"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고 있던 엘리엇의 손목을 상대가 거칠게 낚아채면서 작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깊게 가라앉은 두 눈동자를 똑바로 마주치며 말했다.  

"무슨 생각인거냐....엘리엇........" 

하하............설마? 

"나에게 접근하는 목적이라도 따로 있는건가?  

아니면 감히 나를 가지고 놀려는 수작인건가...?"  

엘리엇은 점차 자신의 잡힌 손목을 강하게 조여오는 상대를 바라보며 상상하기 최악의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키........레이...!? 

"그래......아주 순진한 눈동자로군.......도대체 얼마나 연습했을까?  

확실히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눈동자야......이런 식으로 다른 사내도 꾀어낸건가?..." 

녀석은 한쪽 입꼬리를 비스듬히 들어올리며 내 눈가를 쓰다듬었다. 

순간 엘리엇은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닫았다.  

........내 눈앞에 존재하는 이녀석은.............설마.......진짜인걸까!? 

"....정말로........키레이황.....자?.." 

무의식적으로 입속에서 튀어나간 말과 함께 갑작스레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살아.......있는건가?  

나.....죽은게 아니었단 말야!? 

하하.....하? 거짓말......!!! 이거......거짓말이지!? 그렇지!!? 

꾸...꿈일거야. 그럴거야...!!!  

말도안돼!!!! 어째서 키레이가...........이곳에 있는거지!? 

엘리엇의 안색이 점차 하얗게 굳어가는걸 보던 키레이는 자신에게 잡힌 엘리엇의 손목을 바라봤다.  

".......아프나....?........." 

어딘지 자조적인 말투로 고소를 머금는 키레이 앞에 엘리엇은 혼란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보다도 더한 고통을 너에게 안겨줄 수도 있다. 엘리엇..!!..... 

"하하....하...!?  

이손.....놔...! 이 망할 자식아!...." 

젠장...!!! 햇빛도 밝게 내리쬐는데.....!! 주위에 꽃도 만발한데!!  

.........어째서 내가 이녀석과 이러고 있어야 하는거지?... 

감히 황태자씩이나 되는 신분에게 이러는게 두렵지 않느냐고? 무섭지 않느냐고? 

푸하하!! 내가 누군데? 이몸에겐 그런 말들은 무척 섭한 말씀이지.  

이미 죽은줄 알고 저놈에게 별별 민망한 짓을 다 벌인 난데 이 이상으로 저자식이 두려울게 뭐가... 

....주르륵....!!............ 

"............." 

딱딱.....딱....!!!! 

덜덜......덜............. 

사실은........무서워........눈앞에 이녀석이..............너무나....두려워........!!.......... 

아무것도....아닌데...... 정말로..........아무것도 아닌데...!! 

어째서.....이렇게 되버렸을까?   

".....빌어.......먹을...!!......손.......놓으란 말야......."  

잡힌.....손목이...너무나 뜨거워서.....  

스치는 것만으로도 에일듯이.......아파와서...!!........ 

스르륵........ 

손목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던 키레이의 손이 천천히 풀려나가는가 싶더니  

난데없이 머리가 낚아채짐과 동시에 엘리엇의 얼굴 위로 다시 한번 키레이의 입술이 겹쳐졌다. 

"읍..!!!" 

한참동안 그렇게 얽혀버린 가운데 엘리엇의 입술사이로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졌다. 

콰득....!!.......... 

"....이젠 더 이상 네 뜻대로 되진 않을거다.." 

주륵..!! 

엘리엇의 입가로 가늘은 한줄기의 핏물이 흘러내렸다. 

키레이황자는 자신의 엄지손으로 천천히 그것을 문질러 닦아내었다.  

엘리엇은 그 일련의 과정을 경직된 표정으로 그저 관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머릿속은 그저 하얗게 모든것이 지워져 버린 듯 몽롱할 뿐이었다.   

할짝..!! 

"....너에게 남아 있던 기회는 단 한번 뿐이었다는 것을......잊었던거냐..." 

너를 잊으려고 놓아준 그 순간에.... 너는 다신 내앞에 나타나면 안되는 거였다.  

싸늘하게 굳어진 심장 한가운데.....  

너는 무엇으로 나의 그것을 이렇게 후벼대고 있는거지? 

진심으로 상대를 아프게 하는건 누구인건가... 

뜻대로 되지 않아 조급해져 오는 이 마음과...... 그럴수록 더욱 더 그러한 자신에게 차가운 분노를 느낀다.  

나에게 이런 감정을 심어논 너는............더욱 잔혹하지 않은가!?.... 

"이젠..........너무 늦었어.."  

탁..!!.. 

알 수 없는 말을 하던 키레이는 자신의 손가락 사이로  움켜쥐고 있던 엘리엇의  

길다란 머리칼들을 천천히 놓더니 이내 곧 몸을 돌려 수풀너머로 걸어가고 있었다.  

..꽈악...!!!....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늦었다니.....!? 

젠장!!! 이대로 있다간 심장이 제멋대로 터져버릴것 같아......!!... 

저 녀석......어디로 가는거지? 

뭐야....혼자 두고 가려는 속셈인가? 거 보기보다 쪼잔한 놈이잖아?  

혼자서만 뭔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 

한참뒤 키레이가 수풀 너머로 사라지자 주변은 고요해졌다.  

.....사실.......너무 혼란스러운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할지........결정하지 못했어.  

...하하...!?... 

무언가 너무 답답하고.......또 안타까워서........이대로 울어 버리고 싶기도 할만큼....지쳐가고 있어. 

이 모든 것은 녀석을 만나고 난 후부터...조금씩......조금씩.......마음을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사실은.......... 

사실......나는.............. 

.................. 

얼마나 시간이 흐른걸까..?  

정말로 키레이녀석은 혼자서 가버린걸까..? 

엘리엇은 마음의 동요로 후들거리는 다리를 겨우 지탱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키레이가 사라져 버린 수풀너머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이쪽으로 간지 얼마 안됐으니까 찾을 수 있을꺼야!!...... 

탁탁....탁탁......!!!!!!!!!! 

탁탁....!!!!!!!!.......탁!!!! 

어디에..........도대체 어디로 가버린거지!?...... 

.....어디로.......간거야!?............... 

탁탁탁!!!!!.............멈칫...!!......... 

다각.... 다각.... 

".....!!!!......." 

하아...!!! 하아..........!!! 

가쁘게 내쉬는 한숨 비슷한 이 숨결 너머로.....키레이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찾았....다..!!.......... 

그가 내게서 몸을 돌려 지나치기 전에 나는 필사적으로 녀석의 소매를 잡았다.  

".................." 

"....하아.......!!! 하아..!!!.............." 

내 손안에 움켜잡힌 녀석의 고급천이 분명한 듯한 부드러운 옷소매.... 

그와는 상반되게 거칠게 휘어잡은 나의 손..... 

하지만 키레이는 이런 나를 내치지 않았다..........그저 아무말 없이 그대로 서있을 뿐이었다.   

"싫어.....가지.......마...." 

입술 틈사이로 그새 쉬어버린 듯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 

잠시간 놀란듯이 슬쩍 커져버린 키레이의 눈동자를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고개를 들고 똑바로 마주했다. 

그 깊은 눈동자 너머로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버림받고 싶지 않아!!  

.......이젠 아무래도 좋아...!!........분명한 것은...........!!!............ 

키레이의 소매를 붙잡은 나의 손이 덜덜 떨려오고 있었다.  

"혼자두고........혼자...두고 가지 말란 말야!!!!!!!!!!" 

".........." 

.....꽈악......!!! 

혹여라도 나만 두고 먼저 가려는게 아닌가 싶어 나는 잡은 소매를 더욱 쎄게 움켜쥐었다. 

싫어........안놔줄거야..!!  

놓으면...........또 혼자 남겨두고 가버릴거잖아...!! 

나 혼자만.......남겨두고..... 

"혼자...간게 아니다. 잠시 말들을 살피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을 뿐...." 

전보다 훨씬 풀어진 얼굴 너머로  

언젠가 꼭 한번 들었음직한 부드럽고 다정한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두근...!!! 두근..........!!!!!! 

그리웠어........이 목소리가......이 얼굴이...... 

너의.....모든 것들이......전부 다...... 

사실은 아주 많이 그리워 했다고........가쁘게 박동치는 심장이 말하고 있었다. 

".....가지......마....."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두려운 마음...!! 

절대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어도 여전히 심장을 쿡쿡 찔러대며 사정없이 소리치고 있었다... 

만나고 싶지 않았어...!! 

정말로 보고 싶었어...!! 

당장 내 눈앞에서 사라져 버리라구!!! 

.....가지마...!!! 그냥 이대로 함께 있어줘!!!! 

네가 정말 미워....!! 

네가 정말......좋아......!! 

.........좋아해...............정말.......좋아해........네 녀석을..  

말......못할만큼......아프게...... 

...흠칫..!!....... 

  

이것봐....엘리엇.  

또 심장이 제멋대로 떠들어대고 있잖아.  

이건 내 머리로 생각하는게 아니야.  

그저 제멋대로 내 심장이 떠들어대는 것일 뿐이라구...!!....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없을까...!?.... 

".......가지.....마......" 

응....좋아해..........!!.......이렇게나.......바보같이........ 

이제서야 겨우........알았는데........ 

......좋아해.......... 

좋아........한다고...!!! 이 빌어먹을 자식아!!!!!....... 

"............" 

"............" 

투욱.......!!! 툭...!! 

밝았던 주위가 점차 어두워지고 있었다.  

하늘에선 벌써 몇개의 물방울이 바닥에 검은점을 그리며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이내 거센 물방울들이 지면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소나기였다...... 

쏴아아.......!!!!!! 쏴아....!!!!!! 

키레이는 굳은 표정으로 잠시 하늘을 응시하다 엘리엇을 내려다 보았다.  

쏴아아.....!!!! 쏴....!!!!!!! 

"비인가..." 

부들...... 부들...... 

쏴아아......!!!!!!!!!!!!!!!!!!! 

왜 하필 지금....... 비 따위가 내리는......거야... 

하...하.........재수도 드럽게 없지....젠장..!!!............. 

"엘리엇!?" 

......털썩...!!!!!................. 

"혼자......두지마...." 

빗물이 떨어져 지면에 부딪칠 때마다 엘리엇의 눈동자는 점차 흐릿하게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헝클어져 가는 기억속에 점차 모든 것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정신차려라!!!" 

키레이가 다급하게 소리쳤으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첸!! 이리로!!!!!!" 

.........혼자 두지마.....더 이상... 

키레이는 끝내 자신의 소매를 움켜쥔채 정신을 잃은 엘리엇의 비에 젖은 몸을 안아올렸다.  

쏴......!!!!!!!!!! 쏴아아아.............!!!!!!!!!!!!!!! 

두사람이야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이 쏟아지는 비는 한없이 퍼부어대고 있었다. 

뒷쪽에서 자신의 부름을 알아듣고 달려온 흑마위로 키레이는 엘리엇의 몸을 감싸앉은채 급히 올라탔다. 

탁!!  

....히히......힝!!!!........... 

철벅!!! 철벅!!!! 

쏟아져 내리는 빗소리와 빠른 말발굽 소리....  

그리고 키레이의 품에 안겨 불규칙하게 퍼져나가는 엘리엇의 가쁜 숨소리가 한데 뒤엉켜  

고요한 숲속으로 일정한 파문을 그리며 울려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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