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구텐의 황금나비
"돌려줘요!! 그건 내 애완동물이란 말에요!!!"
"저리가! 이 꼬마녀석!! 이분이 감히 누구신줄 알고!!"
"누구든 알게 뭐에요! 빨리 돌려줘요!! 내 강아지를 내놓으란 말이에요!!!!"
길가에서 왠 고급스런 마차가 한대 멈춰서 있었고 그 앞에서 어린아이와 왠 사내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마차 안에서는 30대 중반의 남자가 지루하게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레그! 언제까지 날 지루하게 할 참이냐? 어서 갈준비를 해라."
"아...죄송합니다! 모구텐님...이녀석이 고집을 피워서...!!"
아이가 레그라고 불린 사내에게 달려들었지만 기사는 재빨리 피해낸 뒤 마차안으로
아이에게서 빼앗은 강아지를 집어넣었다.
"흐음.......확실히 털이 길고 부드러운 가로다의 혈종이로구나.....후후후...."
마차안의 사내는 자신의 호위가 건네는 강아지를 받아들고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좋아.....좋아....이것도 내 수집품에 집어넣도록 하지."
사내는 만족스런 음성과 함께 호위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봐!! 네 녀석 오늘 운이 좋은 줄 알아라!! 저분은 너같은 평민꼬마가 상대할 분이 아니시다!
너의 개를 우리 주인님께 바치게 된걸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그게 무슨...앗!!"
아이의 몸을 호위가 귀찮다는 듯 옆으로 밀어내며 마차 위로 올라섰다.
탁!!
"흥!! 귀찮은 꼬마 같으니라고..!!!"
"...에디를 돌려줘!!! 에디!! 에디...!!"
...............
오늘도 어김없이 수도한가운데로 어슬렁거리며 걸어나온 엘리엇은 과일가게에 들려
사과 다섯알을 샀다.
으적.....으적...!!
종이봉투에 담긴 사과들을 흐뭇하게 껴안고 가며 그중 한개를 꺼내 씹어먹던 엘리엇은
잠시 걸음을 멈춰섰다.
길 한가운데서 무슨일이라도 터진 모양인지 사람들이 모여서 제각기 웅성거리고 있었다.
엘리엇은 그 사이로 자신도 더불어서 끼어들었다.
헤에.....싸움이라도 났나?
사람들 사이를 헤치며 그 안으로 끼어들던 엘리엇은 왠 마차앞에서 사내와 어린 소녀로 보이는 아이가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곧이어 사내는 소녀의 품에 안긴 강아지를 낚아채 갔고 더불어 소녀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은채 그대로 떠나가는 마차를 엘리엇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관전하게 되었다.
"아휴!! 모구텐이 또 애완동물을 강탈해 갔어요!"
"이번이 벌써 몇번째야? 니코도 안됬구만..!
니코가 얼마나 저 강아지를 아꼈는데... 항상 곁에 두고 다니지 않았소...?"
".....정말요!? 에그머니.......가엽기도 하지...! 그렇게 아끼던 강아지를......"
으적......으적.........!!......
..무척이나 아끼던 강아지라.........
"저렇게 제멋대로 강탈해 가는 것은 신고하면 되지 않나요?
황궁치안대나 기사단이라면..."
엘리엇이 의아스럽게 묻자 곁에 있던 중년의 사내가 대답했다.
"그런게 가능하면 애저녁에 했을걸세!
하지만 그 모구텐이라는 작자가 워낙 재력이 만만치 않은 상인인지라....
우리같은 가난한 평민들은 아무리 신고를 한다해도 국가에서는 귀기울여 주지 않을걸세..!!
그자가 나라에 바치는 세금만 해도 어마어마할테니까...!...겨우 강아지 한마리를 빼앗긴걸 가지고
어느 누가 처리하려고 나서겠나? 우리같은 사람들은 그냥저냥 참고 사는 수밖에는..."
....맞는 말이긴 하다만.....시도도 안하고 포기부터 하다니....
엘리엇은 쓴웃음을 지으며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은 이내 흩어졌다.
잠시간 구경거리가 있었기 때문에 발걸음도 멈추고 소녀와 사내의 실랑이를 지켜본 것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원래의 해야할 일도 있었고 그 와중에는 다만 재미삼아 가던길을 멈췄던 사람들도
상당수였기 때문에 곧 흥밋거리가 사라지자 제갈길을 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몇몇 사람들은 소녀를 잘 알고 있었는지 격려도 해주고 위로의 말도 몇마디 하고 갔지만 그뿐이었다.
소녀의 시무룩한 표정은 좀체 나아질 것 같지 않았다.
그모습을 멈춰서서 바라보고 있던 엘리엇은 들고 있던 종이봉투에서 사과 한알을 꺼내 자신의 옷에
쓱쓱 닦았다.
"이봐 꼬마야....이거 먹어보지 않을래? 꽤 맛있다구."
축늘어진 상태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던 니코는 뒷쪽에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맑은 미성과 함께
자신에게 불쑥 내밀어진 사과를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누구세요?"
꽤나 경계하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니코에게 엘리엇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별로 나쁜녀석은 아니니까 안심해. 그저 지나가다가 널 보게 된 것뿐이야.
그나저나 이 사과 안받을테냐? 설마하니 사과에 독을 발랐다거나 뭐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는건 아니겠지?"
....아삭..!!.......
그러면서 엘리엇은 자신이 내밀었던 사과를 한입 베어물고는 다시 니코에게 내밀었다.
처음엔 그모습에 경계하던 니코도 이내 조금 눈빛을 누그러뜨리더니 잠시간 엘리엇 손위에 든 사과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사과를 가져갔다.
...아삭..
니코가 얕게 사과를 베어물다가 이내 눈을 동그랗게 뜨자 엘리엇은 싱긋 웃었다.
"어때? 맛있지!? 이시기에 나는 사과들이 제일 달콤해.
특히 블렌가게의 과일들이 제일 신선하다구!"
"블렌가게라면......저도 잘 알아요. 포쥬아저씨네 가게를 말씀하시는거 아니에요?"
"잘 아는구나? 나도 한때는 거기의 과일들을 몰래 훔쳐.......아...아니 사먹은적이 많았는데
역시 다른곳들 보다도 훨씬 맛이 좋더라구........!!......"
니코는 발랄한 엘리엇의 말에 잠시간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다시 시무룩해졌다.
.....이런.......아무래도 이걸로는 무리였나..?
"저.....그런데 갑자기 왜 저에게 이런것을...."
니코가 그제야 예상했던 질문으로 들어가자 엘리엇은 슬쩍 눈을 빛내며 웃었다.
"그 에디라는 강아지가 너에겐 정말로 소중한 존재였었니?"
니코는 갑작스레 낯선 타인이 자신의 강아지에 대해 말을 하자 망설이는 표정과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광경을 보고 계셨어요?........맞아요... 에디는 제가 무척이나 아끼던 강아지에요...
에디도 물론 저를 무척이나 잘 따라주었구요...하지만 이젠 다시는 볼 수 없을테지만..."
끝말은 거의 들릴락 말락 했지만 엘리엇은 니코가 무척이나 실망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엘리엇은 그모습에 잠시간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니코에게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이봐 꼬마야. 이건 어때?
나는 네가 원한다면 너의 에디를 다시 너에게 데려다 줄수도 있다구."
엘리엇의 말에 니코의 두눈이 점차 휘둥그래지고 있었다.
니코는 믿을 수가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자신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할 것도 없어 보이는 저 허름한 옷을 입은
사람이 도무지 모구텐이라는 작자에게서 자신의 강아지를 되찾아 줄수는 없을 것 같았다.
"고맙지만 저어.......됐어요....
어쩌면 그사람이 에디를 데리고 간것이 훨씬 나은 일일수도 있으니까요.
에디는 그곳에서 갓구운 칠면조고기와 싱싱한 야채들을 먹을 수 있을거에요.
보통의 부자들의 애완동물들이 그렇듯 지금보다 훨씬 좋은 생활을 할텐데요 뭐..
나랑 함께 있었을 때는 마음껏 못먹었던 맛있는 음식들도 듬뿍 게 될거에요...
.....물론 에디를 되찾고 싶긴 하지만......에디는......"
니코는 말을 하다가 곧 목이 메어 계속 이어서 말할 수 없었다.
니코의 둥근 두 눈망울에 눈물들이 그렁그렁 맺힌걸 보고나서 엘리엇은 천천히
소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런.....괜찮으니까 울지말라구... 에디는 곧 너에게 되돌아 올테니까...."
엘리엇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직이 읇조리자 니코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주 약간의 희망이 생기는 듯도 싶었다.
하지만.....
"위로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이젠 그러시지 않아도 돼요.
에디는 저와 함께 있을 운명이 아니었나봐요.......하이테여신께서 에디를 좀 더 좋은 곳으로 보내신게 틀림없어요.
저어....처음봤는데 저를 위로해 주셔서 무척 고마워요.
나한테 주신 사과도 무척 맛있었구요... 그치만....이젠 집에 가봐야겠어요.
엄마와 아빠가 날 기다리실거에요...........에디는......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니코는 눈앞의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고개를 숙이더니 곧 몸을 돌려 뛰어나갔다.
그런 니코가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릴 때까지 바라보던 엘리엇은 소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이내 난감하게 중얼거렸다.
"이거야 원... 그렇게 말하고 가버리다니......
이렇게 되면 얼렁뚱땅 넘겨버릴 수도 없게 되었잖아.
흐음....게다가 이미 찾아주겠다고 약속까지 해버렸으니...."
엘리엇은 자신의 긴 머리칼들을 몇번 긁적이고는 곧 입가에 방금 꺼낸 사과 한알을 베어물며
이내 자신이 왔던 곳으로 휘적휘적 걸어갔다.
"헤에....이번에도 꽤나 소란스러워 지려나...?.."
...............
모구텐은 수도안의 평민치고는 꽤나 막대한 부를 쌓은 대상인으로
그의 돈벌이 수단이 매우 악랄하고 인정이 없기로도 크게 소문난 자이기도 했다.
그 무엇보다도 돈을 제일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속물에 속하는 축이기도 한 모구텐에게는
그만의 특이한 취미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애완동물들을 수집하는 것이었다.
모구텐의 저택에는 평범한 애완동물들부터 시작해서 대륙 각지에서 들여온 희귀한 동물들은 물론이고
값을 측정할 수 없는(포획이 금지된...) 동물이나 생물들 까지도 그의 저택에서는 엄연히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을 수집하는 것은 그의 유일한 낙이었고 자신이 벌어들인 돈들을 쓰기에 유일하게
단 하나 아깝지 않은 것들이었다.
모구텐은 심지어 그의 정부나 애인들에게 조차 돈을 쓰는 것에 무척이나 인색하게 구는 작자였다.
덕분에 그의 돈을 노리고 모여든 자들은 항상 그런 그의 인색함에 혀를 내두르고는 떠나가기 일쑤였다.
하지만 모구텐은 그런 것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그 자신의 애완동물들만 있으면
다른 자들이야 어찌되었든 신경쓰지 않는자였다.
그에게 있어서 그의 유일한 안식이자 단 하나 집착하는 존재들은 오직 자신이 끌어모은 그의 애완동물들 뿐이었다.
그리고......
모구텐은 오랜만에 매우 큰 기쁨에 취해 그답지 않게 들떠있었다.
이번에 새로 들여온 그의 애완동물은 그저 그런 다른 종류의 생물체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없을만큼
그 희귀성으로나 가격면으로나 월등히 높은 세상의 유일무이한 완성체들 중 하나였다.
그것은 얼마전 길을 가다가 왠 지저분한 꼬마에게서 뺏은 개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을 만치
차이가 나는 최상의 생명체라고 그는 홀로 방안에서 날갯짓을 하는 그것을 감상하며 음습하고
끈적이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래......이거야.....!!
바로 이걸 찾기 위해 수년간 얼마나 찾아해맸나!!
크하하하!!! 이젠...내꺼다. 저건 영원히 나만의 것이야....!"
그의 비굴해 보이는 얼굴 위로 작고 날카롭게 찢어진 두 눈동자가 번들거리며 빛을 내고 있었다.
"절대로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거야.....크흐흐흐흐......!!!"
......
"빨리빨리 움직여라!! 한치라도 허술함이 발각되는 날에는 너희들의 직급은 단한푼도 없을줄 알아라!!"
모구텐은 열을 내며 자신의 저택 주변을 둘러싼 병사들에게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빌어먹을 쥐새끼 같으니!! 왜 다른 날도 아니고 하필 이런날에...!!!
모구텐은 인상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다가 이내 자신의 저택안으로 발을 내딛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금새 태도를 바꿔 비굴할 정도로 사근사근한 목소리로 그들을 안으로 대접했다.
"어서 오십시오..!!"
사람들이 분주하게 들어오는 와중에도 모구텐의 저택에 밝혀진 화려한 불빛들과는 대조적으로
저택의 담주변에는 경비병들이 주욱 깔려있었다.
경비병들은 쉴새없이 움직이며 주변을 감시하고 있었고 혹여라도 뭔가 수상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지나갈때면 두눈들을 번뜩이며 그들을 노려보아 괜히 애꿎은 사람들을 주눅이 들게 만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매우 악착같고 인색한 성격을 지녔지만 그와는 반대로 꽤나 과시욕이 쎈 면도 있는 모구텐이
수도내의 귀족들이나 그와 비슷한 위치에 있는 상인들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분인 자신의 최고의 수집품을 이번에 그가 여는 7일간의 파티중 마지막 날에 공개를 하겠다고
그의 초대장들을 수도 각지로 날리고 나서부터였다.
마침내 모구텐의 비밀에 둘러쌓인 그의 애완동물이 공개되는 7일이 되기 마지막 전날에 그의 저택으로 푸른단도가 날아든 것이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그러한 사실을 까맣게 모른채 저마다 모구텐의 최고 수집품이 무엇일까를
자신들 나름대로 추측을 하면서 마지막 7일을 맞이하여 그간에는 여러가지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던 사람들도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모구텐의 저택 안으로 점차 한사람 두사람씩 입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저택내에는 화려한 음악들과 풍성한 음식등 과연 대부호라고 불리는 모구텐이 준비한 파티가 시작되었다.
처음 파티가 시작되고 여흥이 높아져 갈수록, 또한 시간이 점차 흘러 갈수록
모구텐은 점차 불안했던 마음을 풀며 조금씩 안도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최대수집품은 현재까지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이 아는 방에 숨겨져 있을 것이었으며 그쪽은
어느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통제해두고 오는 길이었다.
이번에 자신을 찾아온다는 도둑이 혹여라도 자신의 수집품을 노리고 그방문으로 접근하기라도 한다면
틀림없이 최대로 무장을 하고 방문을 지키고 있는 자신의 병사들에 의해 발각당하여 목숨을 잃게 될것이었다.
모구텐은 천천히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기 시작했다.
...크흐흐....그래봤자 쥐새끼는 쥐새끼지!!
아무래도 미리 겁을 먹고서 내빼기라도 한 모양이로군!!
그의 입가에 비릿한 비웃음이 감돌았다.
이제 세시간 뒤.......
드디어 자신이 모은 최대의 수집품이자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생명체가 곧 사람들에게 공개될 것이었다.
모구텐은 벽에 매달린 시차막대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이런.....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게다가 담주변은 모두 둘러싸고 있으니..."
엘리엇은 모구텐이 저택이 잘 내려다 보이는 나무 위에서 난감한 듯이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내 두 어깨를 으쓱하더니 무한주머니로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어찌됬든......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오늘은 간만에 로이떼가 정성스레 손질해 둔 옷을 입을 필요가 있겠는데?"
...이번에야 말로 세이리어가의 후계자이자 '후작'이라는 뒷배경을 적절히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겠군..
엘리엇은 나무수풀 사이로 자신이 있고 입던 옷을 모두 갈아입은 뒤 마지막으로 자신의 긴 머리칼들을
푸른 리본을 사용하여 가지런히 정리하고는 이내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자...! 나는 하늘이나 땅을 통해서 갑작스레 그 안으로 잠입하진 않을거라구.
괜한 힘을 들이고 있군....모구텐.....!!
미안하지만 나는 정문을 통해 당당히 들어가야겠어.
무엇보다 나는 초대장을 지닌 '초대받은 손님'일테니........히죽...!!"
어느샌가 엘리엇의 손위에는 모구텐이 수도안 각지로 보냈을 법한 흰색의 초대장이 들려있었다.
"그럼....가보실까? 꼬마녀석의 소중한 친구를 되찾으러....!"
.......윽!!!....방금 한말은 내가 한말이지만 무지 민망하잖아?....켁!!.......;;;;;;;;
엘리엇은 모구텐의 저택을 향해 한발작 한발작 발걸음을 내딪었다.
"초대장을 보여주십시오."
엘리엇이 저택 안으로 들어서려고 하자 문앞을 막은 경비병이 다가와서 말했다.
엘리엇은 태연작약하게 그가 지닌 초대장을 그에게 넘겼다.
경비병은 한동안 그가 내민 초대장을 살펴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며 물러섰다.
"실례했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십시오..!"
경비병의 깍듯한 인사와 함께 엘리엇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 후 저택내부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파티는 매우 거대하고 화려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오래전에 파로키학원에서 열어진 것 만큼이나 성대했고, 사람들도 많았다.
엘리엇은 천천히 구석쪽으로 걸어가서 되도록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했다.
그리고는 이내 자연스레 파티가 열리는 홀에서 빠져나가 다른 길로 들어설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엘리엇에게 있어서 파티의 화려함이란 확실히 그닥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엘리엇은 저들 사이에 껴서 아무생각 없이 웃거나 함께 어울릴 생각은 절대 없었으며,
그것은 단지 지루하고 번거로운 일일 따름이었다.
"저....혹시 엘리엇후작님이 아니신가요?"
.....물론 이렇게 저쪽에서 먼저 아는체를 하고 다가오는 것은 엘리엇으로써는 절대 사양하고 싶은 일이었지만...
구석에 있던 엘리엇을 용케 알아본 것이었는지 꽤나 화려하게 치장한 한 여인이
두눈에 강한 호기심을 띄고 엘리엇에게 접근했다.
"정말 오랜만이네요. 후작님. 후작님께서도 모구텐씨의 애완동물을 구경하러 오셨나 보죠?"
엘리엇은 갑자기 난생 처음보는 여자가 친근한 태도로 자신에게 몸을 들이대자
상당히 당황하며 머릿속으로 기억을 더듬어 보기 시작했다.
젠장...!! 내가 이 여자를 도대체 어디에서 만났다는 거지!?
윽...!!! 그나저나 제발 그만 좀 다가오란 말이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결국 엘리엇은 떠오르지 않는 기억의 실마리를 잡아보고자 여인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내심 유쾌하지 못했다.
그러나 떫떠름한 엘리엇의 표정에도 불구하고 여자는 크게 게의치 않는 다는 듯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어머!! 저를 모르시겠어요!?
지난 요하넨에서 열린 신년파티에 함께 오시지 않았었나요?
저는 그때를 통해 처음으로 말로만 듣던 후작님을 만나뵐 수 있었답니다."
.....요하넨의 신년파티?......
엘리엇은 그제야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아.....린바스집사와 로이떼의 성화에 밀려 그때 그곳으로 간적이 있긴 했었지만....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참가했고, 또한 카이다제국의 각지에서 여러 귀족들이 올라와 참여했던
파티였기 때문에 그 규모도 무척이나 컸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마주친 귀부인만 해도 몇이며... 여자들은 물론이요, 남자들까지 스쳐가는 것만으로도
셀수없을 만큼 많은 인원들이 참여했었기 때문에 엘리엇은 누가 누군지 구별할 수 없었다.
....아마 어디서 나와 잠깐 스쳤었나?
사실 그때 일은 엘리엇으로써는 그다지 달갑지만도 않던 일이었다.
이미 세간의 이목을 충분히 끌어 모으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여인처럼 단순한 흥미와 호기심으로 점철된 사람들의 시선을 이미 질리도록 받아본 엘리엇이었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고 나서 꽤나 가라앉았다고 할 수 있는 지난 1년조차
그다지 조용하게 지냈던 것은 아니었으니.......
"그랬군요..."
엘리엇은 짧게 응답을 한뒤 부담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여인을 향해 말했다.
"저...레이디? 실례가 아니라면 잠시 자리를 비켜도 괜찮겠습니까?..."
엘리엇은 최대한 정중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눈앞의 여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완곡한 표현을 써서 말하였다.
평소같으면 '이보슈! 일없으니까 비켜봐요~!!'라고 소리쳤을지도 모르는 엘리엇이었지만...
......아니... 몇년 전만 해도 틀림없이 그랬을 그였지만 조금은 예법이란 것을 익히고 살게된 덕에
차마 그렇게 직접적으로 말할 수 없는게 안타깝다면 꽤나 안타까운 엘리엇이었다.
이미 사람들은 두사람...
아니 말하자면 한사람, 정확히 엘리엇쪽을 향해 힐끔힐끔 눈길을 주며 자신들끼리 뭐라고 속닥거리기 시작했다.
하아..... 이래서 린바스집사와 로이떼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파티같은 곳엔 자주 오고 싶지가 않단 말이다;;;;
여러사람의 시선을 받던 엘리엇은 속으로 무척이나 궁시렁대며 눈앞의 여자가 빨리
자신을 놓아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다간 꼬마아이의 강아지를 찾아주기도 전에 자신이 먼저 사람들의 시선에 파묻혀 먼저 쓰러질 것만 같았다.
사실 사람들이 엘리엇에게 눈길을 주는 것은 엘리엇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저 단순한 호기심 또는 그들 나름의 기준에 의한 비웃음 등의 의미가 섞여있는 눈길도 있었지만
그보다도 훨씬 이전에 엘리엇에게는 그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었다.
물론 당사자인 엘리엇은 그러한 사실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채 크게 오해를 하고 있었지만...
"...그...그러시다면 가셔도 괜찮지만....."
여인은 여운이 남는 표정으로 매우 아쉽다는 듯 엘리엇을 보더니 이내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어머 세상에!! 제국에 소속된 특기사들이 이런 곳엔 어쩐일이죠!?"
"모구텐씨가 초청한 걸까요?"
"....글세....무슨 이유로?....."
때마침 저택안으로 열린 거대한 홀문 사이로 흰색 제복을 입은 한무리의 기사들이 등장하자
주변은 금새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특히 남자들보다도 여자들쪽에서 훨씬 더 크고 은밀하게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엘리엇에게 말을 걸었던 여인도 어느샌가 그쪽으로 고개를 돌려 작게 탄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어맛..!! 정말 특기사들이로군요!?"
제복을 갖춰 입은 6명의 기사들이 홀안으로 들어서자 파티의 주최자인 모구텐이 그들에게 달려가서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 기사들의 가운데에 서있던 한 청년이 걸어나오자 곳곳에서 아가씨들의
야릇한 탄성들이 제각각 튀어나오고 있었다.
차마 대놓고 드러내지는 못하고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 위로 붉은 홍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모구텐의 앞으로 걸어나온 청년은 금발블론디에 투명한 터키색의 눈동자를 지닌
아직 앳기가 남았지만 놀랄만큼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었다.
"저분이 이번에 최연소로 특기사 자격시험을 통과했다는 그분인가요?"
"아....들어본 적이 있어요. 하지만 정말 놀라운데요? 저렇게 미남일거라고는...!!"
......특기사......?......
엘리엇 역시 사람들의 감탄에 고개를 돌려 흰제복을 입은 무리들에게로 스치듯 시선을 돌렸지만
그다지 특별할 것은 없어보였다.
이내 슬핏 고개를 돌린 엘리엇은 사람들이 소란스러워진 그틈을 이용하여 파티가 열리는 홀안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뭔진 몰랐지만 곤란할 때 꼭 맞게 등장하여 엘리엇에게로 쏟아지던 이목들을
순식간에 거둬간 그들이 실로 고마울 따름이었다.
물론 그뒤엔 어떻게 전개될진 아무도 모를 일이었지만...
천천히 기척을 죽이며 홀밖으로 재빨리 빠져나가는 것에 성공한 엘리엇은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잠시간 확인차 고개를 돌려 뒷쪽을 쳐다봤다.
"......!!!!!!!......."
......우연이었을까?
엘리엇이 뒤를 돌아보는 그 순간 흰제복을 입은 금발의 청년이 자신쪽으로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러나 엘리엇은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엘리엇이 그 금발의 청년을 조금만 더 눈여겨 보았더라면 청년의 눈동자가 말고 투명한
터키색이었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또한 금발의 기사가 놀라움과 동시에 애달픈 그리움을 지니고 그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것도...
하지만 엘리엇은 사람들에게 둘러쌓인 그를 자세히 눈여겨 보기엔 시간이 촉박했다.
엘리엇은 모구텐의 이 넓은 저택 어딘가에 있을 꼬마의 소중한 강아지를 찾아야 했던 것이었다.
꽤나 시간이 흐르고 나서 이곳 저곳을 둘러보던 엘리엇은 사람들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
어느 어두운 복도를 따라 저택내부로 잠입해 들어갔다.
주의깊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엘리엇은 한동안 그렇게 돌아다니다가 다른 화려한 문들과는
대조적으로 동떨어져 따로 제작된 듯한 어느 허름한 방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춰섰다.
....들어...가볼까?
잠시간 그렇게 망설이던 엘리엇은 이내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딱히 특별한 것은 없는 듯한 방안이었다.
꽤나 낡은듯한 책들이 책꽂이에 먼지가 수북히 쌓인채 꽂혀 빽빽히 들어서 있었고,
무엇에 쓰이는지는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동물가죽이나 뼈로 된듯한 물건들이 구석에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왠 사자얼굴이 조각된 손걸이 두개가 매달린 벽이 있었다.
다른 곳에는 물건들로 가득찬 대에 비해 벽앞은 이상할 정도로 꽤나 한산했다.
게다가 꽤나 사람의 손을 많이 탔는지 손걸이 위에는 닳은 듯한 흔적이 들어나 있었다.
그 사자 손걸이에 손을 뻗치려던 엘리엇은 어깨를 불편히 죄어오는 윗옷을 느끼고
현재 자신이 어떤 차림을 하고 있었는지 곧 떠올릴 수 있었다.
로이떼가 칼같이 손질한 옷이었다.
게다가 도중에 불상사를 맞이하여 누군가와 전투를 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엘리엇이 입은 옷은 꽤나 불편하고 합리성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엘리엇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매번 활동할 때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 번거로움이라니...!!!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일테지만...
재빨리 옷을 갈아입은 엘리엇은 얼굴을 복면으로 모두 가리는 것까지 모두 마치자
이내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실천으로 옮겼다.
아까부터 이 사자모양의 손걸이가 수상쩍었다구!!
끼기긱.......!!! 끼익....!!! 쿠구구구.....궁....!!.....
엘리엇이 온 힘을 기울여 옆쪽으로 사자모양이 조각된 손걸이를 잡아 당기자
엘리엇의 직감이 통한 것이었는지 서서히 벽이 옆쪽으로 당겨지기 시작했다.
한참을 돌아다니며 조사하다가 발견한 보람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벽이 서서히 바깥쪽으로 움직이면서 안쪽으로 새로운 길이 들어났다.
엘리엇 또한 얼떨결에 해버린 일이라 스스로도 놀라움에 감탄을 내뱉으며 그 복도를 향해
한발짝 한발짝 발을 내딛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르....
컹컹!!.....컹!!!!........
.....키익...!!...........키익....!!.....
안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여러생명체들의 울음소리가 귓가로 생생히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순간 엘리엇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들을 보고 크게 놀랬다.
복도 안쪽에는 위 아래로 여러가지 철제우리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제각각의 동물들이 들어서 있었다.
드문드문 켜져있는 횃불을 따라서 안으로 이동해 갈 수록 수백의 눈동자들이 엘리엇의 뒤를 쫒기 시작했다.
모구텐.... 설마하니 이렇게나 많은 녀석들을 이런식으로 사육하고 있었다니!!
게중에는 단순하고 평범한 동물들도 있었지만 엘리엇이 평생동안 듣도 보지도 못한
동물들도 그 사이에 꽤 많은 수가 끼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동불들 사이에도 한가지 공통점은 존재하고 있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구슬픈 목소리로 울어대거나 성난 목소리로 짖어대고 있었다.
컹컹!! 컹...!!!
엘리엇은 다시 신중하게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여러가지 동물들이 내는 잡음 속에서도 좀 더 진지하게 귀를 기울이자
그 와중에는 개짖는 소리도 함께 섞여 울리고 있었다.
".......에디!?..."
엘리엇이 작게 소리를 내어 부르자 그 가운데서도 답하기라도 하듯 한마리 개의 소리가
더욱 크게 울리고 있었다.
.....철그렁...!!!!......
"!!!!??"
그러나 엘리엇은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죽인채 자신의 몸을 어두운 곳으로 숨겨야 했다.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하여간 이놈들은 밥을 제때 안주면 성질이 사나워져서 이러헥 제멋대로 짖어댄단 말야!!"
귀찮다는 듯이 짜증섞인 걸걸한 목소리가 복도 위로 울려퍼졌다.
"그만둬!! 이놈들은 모두 모구텐이 아끼는 녀석들이란 말야!!
자칫 잘못하다가 이놈들에게 무슨 이상이라도 생기면 그자식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둘 것 같아?
잔소리 말고 빨리 녀석들에게 줄 먹이나 날라!!"
그 뒤를 이어 함께 들어온 앞서 변한 사내보다 약간 더 덩치가 큰 사내가
먹잇감들이 들린 양동이들을 들고 함께 걸으면서 핀잔을 주었다.
컹컹!!
키이익...!! 키익!!!
"그나저나 오늘따라 이녀석들이 왜 이렇게 시끄럽지?
평소보다 한 3배는 더 크게 떠는는 것 같군!"
사내두명을 이어 이내 다른 한명의 사내가 더 들어서면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알았어!! 밥은 금방 줄테니까 그만 좀 짖으라고!
제길!!! 고막이 다 터져버리겠네!!!"
세번째 남자는 인상을 찌뿌리더니 이내 우리에 갖힌 동물들을 향해 짜증스럽게 소리쳤다.
엘리엇은 천천히 품안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리고는 작은 약병을 꺼내더니 이내 마개를 열어올렸다.
"...퐁..!!"
작게 마개 열리는 소리가 들리는 동시에 달콤하고 알싸한 향기가 복도내부로 금새 퍼져나갔다.
"음....이게 무슨 냄새지? 뭔가 기분이 좋은데?"
"킁킁...!! 냄새는 무슨 냄새가....어? 정말인데?"
"...갑자기 어디서 이런....으.........으음...!!"
털썩...!!!
털썩..!!
툭..!!
말을 하던 세명의 사내들은 이내 차례로 정신을 잃고서 복도 바닥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생각보다 약효가...빨리 듣는걸? .....후.....다행이야..."
몸을 숨기고 있던 엘리엇의 신형이 쓰러진 세사람 앞으로 들어났다.
엘리엇은 손에 쥔 수면향의 마개를 닫으며 히죽하니 웃어보였다.
"이대로 딱 네시간만 잠들어 있으슈.
일어나고 나면 몸이 가뿐해질테니....!!"
엘리엇은 사내들의 허리쪽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마 동물들에게 먹이를 줄 때 문을 열고 넣어줘야 하는 거였는지 그들의 허리에는 각각의
열쇠가 한개씩 매달려 있었다.
열쇠가 여러개가 아니라 단 한개인 것이 조금 의아스럽게 느껴지기는 했으나
이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시험삼아 한번 열어본 이름모를 새의 우리가 철커덕 소리와 함께 열렸기 때문이었다.
엘리엇은 설마설마 하는 식으로 그 옆에 있던 흰색의 이름모를 작고
길다란 털을 지닌 동물의 우리를 열자 이번에도 철컥소리와 함께 우리문이 열려졌다.
헤에....이거 설마 만능키인가?
이렇게도 잘 들어맞다니!?
뜻밖으로 일이 잘풀리게 될 것 같은 예깜에 엘리엇은 쓰러진 사내들을 제쳐두고
개들이 모여있는 우리를 찾아나서기 시작했다.
얼마안가 엘리엇은 개들이 갖히 우리를 하나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떤 녀석이 에디지?
"에디...!! 에디?"
대여섯마리의 강아지들 중에서 엘리엇의 이름을 부르자 두귀를 쫑긋하고 반응을 보이는
강아지가 한마리 있었다.
엘리엇은 재빨리 우리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 갖혀 있던 에디를 꺼냈다.
"끼잉...낑...!!!!"
강아지는 엘리엇을 보자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너도 어서 빨리 네녀석의 본주인에게로 돌아가고 싶은거겠지?
조금만 기다리라구. 에디.. 곧 데려가 줄테니까."
강아지는 '에디'라는 이름으로 엘리엇이 불러주자 이내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살랑거리며 흔들어대기 시작했다.
"...그나저나.....이녀석을 데리고 어떻게 빠져나가지?"
엘리엇은 에디를 품에 안고 앞쪽으로 계속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어두운 통로는 꽤나 길었다.
그리고 그 사이사이마다 우리가 있어서 그안에 갖힌 동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구텐....녀석....!!
한참을 걷던 엘리엇의 눈앞에 마침내 이곳을 나가는 입구가 보이는 듯 싶었다.
"..낑!!"
그때였다.
갑자기 에디가 품에서 벗어나더니 제멋대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워낙 갑작스레 일어난 일이라 민첩한 엘리엇 조차 그만 에디를 놓치고 말았다.
이런....저 녀석 왜 갑자기!?
난감한 얼굴로 고민을 하던 엘리엇은 일단 에디의 뒤를 따라가 보기로 했다.
.....도대체 저 녀석이 왜....?
"에디녀석... 도대체 어딜 그렇게 가는거야!?"
엘리엇은 소리를 낮춰 작게 투덜거리다가 이내 입을 꾹 다물어야했다.
에디가 달려간 곳에는 여러명의 경비들이 보초를 서고 있었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그들은 재빨리 벽에 몸을 기댄 엘리엇을 보지 못했다.
이런....!! 왜 하필이면 그쪽으로...!!
엘리엇은 난감한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아무리 내가 수면향에 익숙해졌다지만 이이상 더 썼다가는
나부터 바닥에 쓰러져서 곯아떨어질 판이라구!!
엘리엇은 품에서 수면향을 꺼내려던 손을 멈칫하고는 이내 다른 방법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컹!! 컹!!"
에디가 경비병들 사이로 끼어들더니 이내 짖어대기 시작했다.
그에 경비들은 꽤나 당황하는 눈치였다.
"이 개는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어!!?"
"아무래도 다른 녀석들이 먹이를 주다가 실수로 놓친놈 같은데?"
그렇게 잠시간 대화를 나눈 그들은 심란한 표정이었다.
일이야 어찌 되었든 자신의 애완동물이라면 끔찍히도 집착을 보이는 모구텐의 성미를
잘 알고 있던 그들이었기 때문에 그저 난감하게 상대방의 얼굴들을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쉿!!! 쉿!!! 저리가!! 이놈아!"
경비들 중 한명이 보다못해 나서서 에디에게 손을 휘저었지만 에디는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놈의 개새끼가 꿈쩍도 안해!! 텀스! 이젠 어떻게 하지?"
사내가 곤란한 듯 친구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 또한 어찌할 도리가 없었으므로 고개만 내저었다.
"낸들 어떻게 하겠어? 그렇다고 주인님의 개를 두들겨 패서 쫒아보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제풀에 지쳐서 배가 고파지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지."
말을 마친 텀스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돌려 곁에 있던 동료에게
안그렇겠냐고 물으려던 찰나였다.
"크르르르.........크르르르........!!!!!!!"
"!!!!!!!!!!!!!"
텀스는 그자리에 못이 박힌듯 굳어져 이내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으......으아아악!!! 쿠스터다!!! 쿠스터가 우리에서 빠져나왔어!!!!"
과연 텀스가 외친 곳에는 검고 긴 갈기털을 지니고, 몸집이 황소의 2배는 되어 보이는
괴수 한마리가 그들을 무섭게 노려보며 섬뜩하리만치 길고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었다.
문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병들은 이내 아수라장이 되어 경악을 머금고 밖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쿠스터다!!!!!!!! 아아악!!!!!"
그 와중에 에디도 무척 놀란 모양이었는지 꼬리를 다리 사이에 감추고는 밖으로 빠져 나가려고 낑낑거렸다.
그러나 이내 에디의 몸은 허공위로 떠오르더니 누군가의 품에 안겼다.
"...너 이자식! 또 어디로 가려는 거야? 네 녀석 때문에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줄 아냐?"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엘리엇이었다.
엘리엇은 에디의 머리 위로 알밤을 한 대 먹였다.
"낑!!"
"다음부터 또 이렇게 제멋대로 굴면 이곳에 그냥 놔두고 가버릴지도 모른다고!?"
엘리엇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방금 전까지 경비병들이 지키고 있던 문을 의아하게 쳐다봤다.
"...음...? 이안에 뭐라도 있는건가?"
"끄응....끙..!!"
그러던 엘리엇은 품에 안긴 에디가 불안하게 낑낑거리자 이내 자신의 옆에 뭐가 있는지 깨닫았다.
엘리엇의 옆에는 쿠스터가 콧김을 씩씩 내뿜으며 성난 기색으로 엘리엇에게 금방이라도 달려들 것 처럼 서있었다.
그러나 엘리엇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없이 음흉한 표정으로 비죽이 웃어보였다.
"이런... 이 녀석 때문에 이러는 거였군."
...뭐......이젠 경비병들도 사라졌으니...
"안심해. 진짜로 우리를 헤치지는 못할테니까 말야."
딱!!
엘리엇이 한손으로 가볍게 소리를 내자 성난 쿠스터가 순식간에 사라져갔다.
에디는 그제야 성난 쿠스터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이내 다시 꼬리를 세우고 살랑거리기 시작했다.
엘리엇은 피식 웃으며 에디를 바닥에 내려놓고 문고리를 잡아 당겼지만 잠긴 것이었는지 문은 열리지 않았다.
쩝하니 입맛을 다시던 엘리엇은 곧 쓰러진 사내들 중 한명에게서 가져온 열쇠를 문구멍에 집어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끼드득...탁...!!
하지만 이번에는 열쇠도 소용이 없었는지 도무지 열리지 않는 듯 싶었다.
"이안에 무엇이 들어있길래 이렇게 잠가둔거지?"
그냥 포기하고 돌아갈 것도 생각해 봤지만 아무래도 엘리엇의 묘한 호기심이 제자리에 잡아두고 있었다.
좋아!! 내가 이기나 네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볼까?
엘리엇은 무한주머니로 손을 가져가 철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열쇠구멍 사이로 구부러뜨려 맞춰 나가기 시작했다.
이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엘리엇의 움직임은 좀 더 다급해졌다.
...한편 거의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차막대를 들여다 보던 모구텐은 이제 곧 자신이 소유한
최상의 수집품을 드러내게 될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그 상태에서 약간 더 뜸을 들이다가 이내 천천히 육중한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제.....가지러 가야겠군..."
.........
드르륵....키릭...!!!
......철컥!!.......
"됐다!!"
얼마간 문고리와 고군분투를 하던 엘리엇은 드디어 애를 먹이던 빌어먹을 문고리가 돌아가자
짧게 환호성을 내지른 후 문을 열고 방안으로 들어섰다.
주변은 바깥과는 대조적으로 어두웠고, 방안은 화려함을 넘어서 천박해 보이기까지 할만큼
여러가지 값비싼 물건들이나 비단으로 가득 둘러쌓여 있었다.
밤이라서 그런지 어슴푸레 창을 통과하는 달빛을 빼고는 모든 것이 정체되어 고요한 적막감만이 맴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외에는 그다지 특별날 것도 없어보였다.
그 모습에 엘리엇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 이제껏 들인 자신의 심력소모가 아까워지려던 찰나였다.
.....파드득.....파득...!!
어디선가 작은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컹..!!.."
엘리엇을 뒤따라 들어온 에디가 어느 한 지점에 멈춰서서 낮게 짖어대고 있었다.
그러나 사방에는 에디와 엘리엇을 제외한 어느 무엇도 움직이고 있지 않았다.
-꺼내줘........나를.....
이 답답하고 어두운 곳에서.......나를 꺼내줘.........-
"...!!!????.......방금 누가........?"
엘리엇은 놀란 얼굴로 의아스럽게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러다가 유독 검은천으로 뒤덮여 천장에 매달린 둥근 물체를 발견해냈다.
에디도 그 아래에서 낑낑거리고 있었다.
엘리엇은 조심스레 물체에 손을 가져다 대어 아래로 내렸다.
...스르륵...!!
"..아!!?......."
검은 천이 걷혀짐과 동시에 방안이 밝은 황금빛으로 한순간 환히 빛났다.
잠시간 갑작스런 빛으로 인해 눈을 못뜨던 엘리엇은 이내 빛이 사그러들자
다시금 가늘게 눈을 뜨고 자신이 들고 있던 둥근물체... 아니, 철장안을 들여다 보고는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나에게 말을 건넨게 너였....니..?"
철장 가까이에는 무척이나 아름다운 황금나비가..........
.....에....에엑!?
자신의 처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비명은 못지르고 놀란 눈으로 철장안을 바라보는 엘리엇은 신음을 집어삼켰다.
자신의 눈에는 분명히 어린아이의 손바닥만한 크기의 작은 여자아이가 날개를 파닥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이......럴수가 이게 무슨!?"
-......내말이 들려? 나를 볼 수 있어?-
안색이 파래진 엘리엇은 고개를 휘휘저었다.
꿈이야;;; 설마하니 이안같은 녀석들이 이 세상에 넘쳐나는 것도 아닐테고....!!
게다가;;;;;; 이런 요정같은 모습이라니!!!
엘리엇은 재빨리 철장을 방안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자신이 본 환영을 훌훌 털어버리기 위해 재빨리 몸을 돌려 사라지려는 엘리엇의 등뒤로
가냘프지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다.
-안돼!! 그냥 가지마...!!-
....우뚝...!!
-....나의 말이 들린다면......그렇다면 도와줘......
이젠 더 이상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혼자서는 너무나 외롭고 무서워...-
무척이나 간절하게 울려오는 목.소.리.였다.
-...도와줘.......나를 두고 가지.......마......!!-
더 이상 환청이라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생생하고 애달픈 목소리였다.
...이 녀석.......에디!.......설마 이걸 위해 나를 이곳으로 끌고 온 거였나?
.........혼자서는......너무나 외롭고......무섭다.........라....고.......
"...곧 꺼내줄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
뚜벅....뚜벅...!!!!
"이......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모구텐은 혼비백산 뛰쳐나오는 경비병들을 보며 악을 쓰기 시작했다.
"모....모구텐님!! 쿠스터가!! 쿠스터가 우리안에서 풀려 나왔습니다!!!!"
모구텐은 사내의 말에 험악하게 인상을 쓰며 입다물라는 눈치를 주었지만 사내는 깨닫지 못했는지
두서없이 마구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쿠스터입니다!! 쿠스터가!!!"
"쿠스터가........이런 곳에 있단 말입니까?"
모구텐의 뒤를 쫒아오던 특기사들이 미심쩍은 표정으로 모구텐에게 묻자 그는 내심 당황스런
표정으로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아.....아니 저....그게 아니고 아무래도 저놈이 환영이라도 본것이겠지요.
아니면 제가 기르던 조금 덩치 큰 개를 보고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것이라던지..."
모구텐이 힘겹게 변명을 했지만 아직 상황파악을 못한 경비병은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모구텐님!! 분명히 쿠스터였습니다!! 제 두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아마 안쪽 우리에서 풀려 이쪽으로 뛰쳐나온 것 같습니다!! 어서 빨리 몸을 피하십시오!!!
이대로 있다간 곧 쿠스터가 덮치러 올지도 모릅니다!!!"
모구텐의 신변을 염려하며 꽤나 열정적으로 몸을 피할것을 권유하는 경비병이었지만
모구텐의 얼굴은 그의 진심과는 달리 울그락 불그락 해져서는 세게 콧김을 내뿜고 있었다.
저런 머저리 같은놈!!!!
지금 누구들 앞에서 그런 말을 내뱉는 거야!!!!?
젠장!!! 네놈은 당장 해고야!!!!
"모구텐씨.... 쿠스터를 집안에서 기르고 있었다니.....분명히 그건 제국법으로 금지된 사항일텐데?
이게 어찌된 일인지는 나중에 자세히 듣기로 하겠소.
우선은 저 경비병의 말처럼 쿠스터가 우리 안에서 뛰쳐나왔다고 하니 먼저 이일부터 해결하는게 좋겠군."
특기사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고 경력이 많은 폰겔이 대강 상황을 정리하며
나중에 추궁하겠다는 말도 함께 하자 모구텐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말을 더듬으며 말할 뿐이었다.
"저....저기......그게...어쩌다 보니........제가 좀 동물들을 많이 애호하는 편이라서..."
그러나 모구텐은 이내 입을 다물고 앞장서는 특기사들을 뒤뚱거리는 발걸음으로 뒤따라 들어가기 시작했다.
영문도 모르고 두눈만 멀뚱거리며 서있는 경비병을 슬쩍 노려보며
나중에라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고 이를 가는 모구텐이었다.
뚜벅...!!! 뚜벅...!!
구두급소리와 함께 앞장서던 폰겔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계속 걸어나갔다.
경비병의 말이 사실이라면 언제 어디서 쿠스터가 튀어나와 자신들을 덮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그러나 경비들이 본래 지키고 있던 방앞까지 다다를 동안 쿠스터는 커녕 개미 한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이놈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쿠스터가 있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내.... 이놈들을 그냥!!!!!!
"아무래도......쿠스터는 보이지 않는데? ...원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거였나?"
폰겔의 낮은 중얼거림에 모구텐의 얼굴표정이 곧 환히 밝아졌다.
"거 보십시오.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아무래도 일을 하기 싫은 경비병 놈들이 농땡이라도
피우기 위해서 꾸며낸 수작이 틀림없을 것입니다요. 이놈들을 그냥...!!"
....하지만 그런 것 치고는 그들의 표정이 매우 겁에 질려 있어서 확실히 미심쩍은 구석이 많은 폰겔이었다.
"....일단........안으로 들어가서 그대가 따로 숨겨두었다던 당신의 물건이 제대로 있는지 확인해 보지..."
.....그.......그렇지!!! 이제 곧 자정이 되니까..!!!
모구텐은 허겁지겁 자신의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들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
방안의 창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놀란 모구텐이 허겁지겁 자신의 수집품이 들어있을 철장을 향해 달려갔다.
그는 재빨리 검은천을 벗겨내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럴수가...........황금.......나비?........."
".....멋지군........"
뒤따라온 특기사들도 크게 탄성을 내뱉으며 감탄스러운 눈초리로 모구텐이 든 철장안에서
날개를 파닥거리고 있는 황금나비를 바라보았다.
"......오늘 이곳에 도둑이 온다고 예고를 보냈는데 아무래도 기사님들이 온다는 것을
어떻게 알아챈건지 지레 겁먹고 벌써 도망갔나 봅니다!!"
모구텐은 아부성이 섞인 발언과 함께 그의 두터운 입술을 끌어올려 음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래......그럴리가 없지!!! 아무렴!!!
네놈이 얼마나 대단한 놈인진 모르겠다만 이곳에서는 어떤 것도 훔쳐갈 수가 없을꺼다!!! 쥐새끼 같은!!!
기사들....그것도 특기사들의 원조를 받기 위해 일부러 오지 않겠다는 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그가 얼마나 지대한 공을 들였는가!?
게다가 특기사는 제국 최고의 실력을 가진 검사들이 그 능력을 인정받고 자격증을 획득하는 것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그런 그들과 함께 대동한 모구텐은 더욱 더 의기양양해졌다.
물론 올때 조금 불미스러운 일이 있긴 했었지만 그건 이미 간단하게 해결된 것 같으니 넘어가고....
.......이제 곧........자정이 다가올 것이었다.
"가시지요! 기사님들...!!"
모구텐은 자신의 손아귀에 들린 철장을 바라보며 낮고 끈적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
"오늘 이자리에서 여러분께 선보일 애완동물은 이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희귀한 생물 중에 하나입니다!!
날개무늬가 매우 화려하고 진짜 황금빛을 내어 밤에도 반짝거리며 빛나는 이것은
모구텐님이 거느린 애완동물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것으로 오늘 딱 하루만 여러분께 보여드리겠습니다!!!"
홀 가운데 준비된 단상 위에서 침을 튀겨가며 설명하던 사회자가 좌중을 둘러본 뒤 이내
검은천으로 뒤덮인 철장위로 손을 가져갔다.
그 뒤로는 모구텐이 만족스런 표정으로 사회자의 진행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 그럼 보십시오!!! 이것이 바로 모구텐의 황금나비입니다!!!!"
기대에 찬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퍼져나갈 쯔음 앞에 있던 사회자가 검은 천을 들어올렸다.
....스륵...!!!.........
-.....!!!!!!!!!!!!!!!!!!!.........-
한순간 홀안에 모여있던 좌중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정말 신기하게도 검은천이 흘러내리고 화려하게 장식된 철장이 들어나면서 그 안에는
온몸이 황금으로 만들어진 듯 매우 황홀한 빛을 내는 나비 한마리가 철장 속에 갇혀 파닥파닥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호오...!!! 저게 바로 황금나비인가요!?-
-어쩜!! 너무 예쁘군요!!!!-
-..내 평생에 저런 나비는 처음보는군요!-
제각기 사람들이 탄성을 내지르자 무대 한가운데 앉아있던 모구텐의 입가에 탐욕스런 미소가 걸렸다.
그래!! 저건 내 수집품들 중 가장 뛰어나고 아름다운 완성작이지!!!
크흐흐흐흐!!!! 황금나비...!!
전설상으로는 저것이 황금페어리 일족의 변형한 모습이라고도 불리는!! 내 최고의 수집품!!
홀안이 황홀한 탄성으로 가득차 있을 쯔음 이었다.
갑자기 저택의 바깥쪽이 시끌시끌해졌다.
"이럴수가!!!!!!!!! 저.....저기 좀 보십시오!!!!!!!!!!!!!"
"악!! 저것들은 도대체!!??"
황금나비의 황홀한 자태에 감탄성을 내지르는 것도 잠시... 이제 홀안에 모인 그들은 경악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컹컹컹!!!!!"
"키이익.....!!!! 키익........!!!!!!"
푸드득...!! 푸득......!!!!
"크르릉....!!! 크릉.....!!!!"
가장 놀란 사람은 다름아닌 바로 모구텐이었다.
저.......저것들은!!!???
모두 모구텐이 정성스레 기르고 있던 그의 애완동물들 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분명 우리안에 얌전히 갇혀 있어야 했다.
".......꺄아아아악.....!!!!...... 저....저것들 좀 어떻게 해줘요!!!"
"빨리 빠져 나갑시다!!! 위험해!!!"
삽시간에 퍼져버린 동요는 귀족들은 물론이고 그 안에 있던 하인들까지 정신없이 밖으로 내달리게 만들었다.
"당장 사람들을 호위해!!!!!! 저중에 맹수라도 있으면 곤란하니!!!!!"
"비켜요!! 내가 먼저 나갈꺼야!!!!!!......"
..........
....털썩......!!!!!!!!
"이......이럴수가........어째서 이런...!!?"
모구텐의 두 무릎이 허망하게 바닥으로 꿇려졌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비어버린 단상위 철장위를 향해 다가갔다.
그래!!! 나비...!!! 황금나비!!! 이것만이라도 내가....!!!!
그의 두눈이 광기에 휩싸여 철장으로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철컹...!!!!!!!
모구텐은 믿을수가 없었다.
철장안에는 마치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아무것도 존재하고 있지 않았다.
"...................크.....크아아아악!!!!!!!!
.......나비!!!!!!! 내 나비가!!!!!!!!!!!!!!!"
....모구텐의 분노에 가득찬 목소리가 그의 비어버린 저택안으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며칠후 이 끔찍한 악몽을 재현한 모구텐의 저택은 대대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에 착수한지 하루만에 그들은 저택안 깊숙히 자리잡은 동물들의 우리와 사육장을 발견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모구텐이 포획이 금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불법적으로 끌어모으던 동물들까지 모두 들통이 나
결국 그는 재산을 국가에 몰수당하고 시골로 내려가서 작은 상점을 차리게 됬다는 소문이 수도안을 나돌았다.
그와 더불어 모구텐이 사람들에게 함부러 애완동물을 강탈했다는 사실도 밝혀져
그런 동물들은 본래 주인들의 품으로 모두 돌아가게 되었다.
.......
"자....너는 이만 네녀석의 주인에게로 돌아가라구."
에디를 끌어안고 사람들의 혼란을 틈타 어렵지 않게 저택밖으로 빠져나온 엘리엇은
이내 꼬마를 만났던 근처까지 걸어가서는 강아지를 놓아주었다.
아무래도 에디는 엘리엇과 헤어지는게 서운했는지 낑낑거렸지만.... 엘리엇은 고래를 저으며 말했다.
".......이일에 대한 보답은 언젠가 네녀석의 주인에게 받으러 갈테니까...그렇게 보지말라구."
그렇게 말하고는 엘리엇은 에디의 머리위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서가!"
에디는 한동안 더 주춤거리긴 했지만 이내 달려가기 시작했다.
에디는 본능적으로 거리에 남아있는 자신의 어린 주인의 체취를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니코는 에디가 돌아온 것을 알면 환성을 내지르며 반길 것이 틀림없었다.
"...꼬마녀석.........기뻐하겠지?"
가끔씩은...........아주 가끔씩은...이런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며 엘리엇은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이젠 꼬마녀석과의 약속도 모두 지켰고.........
이제 남은건.....
...반니...뿐인건가?
엘리엇은 가볍게 몸을 날리며 한참을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탁탁....탁...!!!!
턱..!!!
"플라이!!!!!"
주문과 함께 엘리엇의 몸이 공중위로 떠올랐다.
파삭...!!!
그대로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어느 커다란 나무위로 착지한 엘리엇은 자신의 두손을 펼쳐보였다.
엘리엇의 손안에는 황금빛의 작은 나비 한마리가 들려 있었다.
"......반니......"
엘리엇이 작게 이름을 부르자 평범한 사람들은 분명 나비라고 보았을 작은 생명체가 꿈틀거리며 작게 날개짓을 하고 있었다.
-...............밖......이야...?.....-
잔잔히 떨리는 목소리가 엘리엇의 귓가에 울려퍼지자 엘리엇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가 그렇게도 나오고 싶어했던 바깥이야. 이제 너는 네가 가고 싶은곳으로 가면 될거야."
-.......가고......싶은곳....?..............어디든지?......-
어쩌면 무척이나 순진한 질문을 던지는 반니에게 엘리엇은 빙긋 웃으며 대답해줬다.
"......맞아.......네가 원하는 곳 어디든지 갈 수 있어.
이제 더 이상 아무도 너를 붙잡진 못할테니까...."
엘리엇의 말에 조금씩 허공위를 휘젓던 반니의 날개짓이 멈췄다.
갑자기 날고 있다가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그 작은 황금빛 몸을 재빨리 손으로 받아든 엘리엇은 놀란 표정으로 반니를 보았다.
철장안에 갇혀 있던 그녀를 밖으로 데리고 나온 엘리엇에게 그녀는 자신을 '반니'라고 했다.
-...너는.......순수해........."
어느새 그녀는 엘리엇의 손안에서 그를 바라보며 말하고 있었다.
".....무.....무슨 소리야!? 나는....그다지 순수한 녀석이 아니라구!!!"
엘리엇이 얼굴을 붉히며 부정하자 반니는 아무말 없이 고개를 저었다.
-.................마음, 영혼.......-
"......아..?......"
반니의 말에 엘리엇은 잠시간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지........않아.....
그렇지 않은걸.......!!! 나는..........나는 아무것도...!!!!..............
반니는 두 손을 벌려 엘리엇의 얼굴로 가져다 대었다.
매우 작고 간질간질한 느낌이 엘리엇의 살갖에 와닿았다.
-...너는....착한.......아이야.......그러니까..........
나는.........너에게...........이곳에서의 마지막 축복을 전해줄거야.....-
".........반니?....."
엘리엇에 의아하게 물었지만 반니는 대답하지 않았다.
갑작스레 주변이 황금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모구텐의 방에서 보았던 빛보다도 훨씬 밝고 선명했으며....무척이나 따스한 빛이었다.
".......!!!!!!!!!!........."
어느샌가 그녀의 몸이 천천히 가루가 되어 사라져가고 있었다.
......황홀한 금빛이 엘리엇의 손안에서 천천히 부셔져 나가고 있었다.
-.........고마워......-
"어....째서!!? 어째서!!!!"
엘리엇의 두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드디어 원하던 밖으로 내보내 줄 수 있었는데....!!.......
....왜.....이렇게!!?......
-...울지마.........돌아가는거야..................어머니의 품으로....
이데아.......나의........먼 고향으로....그러니까 슬퍼하면 안돼.....-
"틀렸어.......나는 울지도.........슬퍼하지도 않아.....우윽...나는....."
그러나 그러한 말과는 달리 엘리엇의 두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매달려있었다.
차라리..........계속 그곳에 반니가 있었더라면.... 이렇게 사라지지는 않았을까!?
어쩌면........반니를......데리고 오지 않는게 나았을지도.....모르는 거였을까?
-..축복이야.........나를 위해 울면 안돼........엘리엇.......
너의........이름은.....엘리엇.............나의 축복을 받을 수 있는 단 한사람.....-
반니...!!!
너를 위한 것이 아니야....!!!
아니야.....모두 나 자신을 위해 한 자기만족일뿐.....!!
사실 난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순수하지도.......착하지도 못한 그저 다른 녀석들보다 조금 더
운이 좋을뿐인 도둑인걸....!!
나는.......그저....그런 녀석일뿐인데...........그럴 뿐인데......!!
엘리엇의 두뺨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엘리엇...넌 정말 착한 아이인걸.........-
나는 대도가 된다면 뭐든 할 수 있을 줄 알았어...
그닥 타고난 환경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나 자신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구..
......뭐든 훔칠 수 있고, 뭐든 가지고 싶은걸 손에 넣을 수 있다던....
어렸을 때부터 단 한번도 의심해 본 적 없는 대도의 전설도....꿈도.......
하지만 이제야 알았어....
이제까지 내가 한일은 어느 무엇도 아닌 단지 자기만족을 위해서 그랬을 뿐이었다는 것을....
모두...... 지금까지 해왔던 모든 것이 말야....!!
-.......너는.........행복해질꺼야.........-
아니......행복하지 못해......행복해지지 못할꺼야...............
나는 단지 바보였어.....!!...
뭐든 할 수 있다고 소리쳤지만 정작.........작은 것 조차 이뤄내지 못하는......그런.......
어쩌면 나는.....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살아가겠지.
바보같이 또 이렇게 울게될지도 몰라.........
하지만.....잊지못할꺼야............아니, 잊지 않을꺼야.
지금 느꼈던 이 모든것들을....절대.........절대 잊지 않을꺼니까....그러니까............
"잘가......반니..."
엘리엇의 손위로는 사그러드는 황금빛의 가루가 손에 묻어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모습은 어쩌면 눈이 시릴만큼 황홀하고 또한 목이 메일만큼 서글프기도 했다.
.....안녕히............
반니가.....그곳에서 그렇게 나오고 싶어했던 이유도..........
어째서 그 장소가 이곳이었는지도........그 무엇 하나 알 수 없었지만.........
"....이데아.....라니......"
하늘에 뜬 두개의 달 엘더가 이제는 흔적조차 사라져 공허히 비어버린 엘리엇의 손에
조심스레 달빛을 그위로 나란히 내리 비추고 있었다.
마지막 황금빛이 사그러들 때 작게 반리의 목소리가 들렸던 듯도 싶었다.
..........행복해질꺼야.......
......반드시...!......
음... 뭐랄까 좀 더 깊고 성숙해진 엘리엇을 표현해 내고 싶었는데....
뜻대로 되었을지는.....^^;;
아마 다음주에는 제가 시험을 보는 관계로 도판이는 한주 쉬게 될 것 같사와요.
독자님들에게는 정말 죄송하고 미안시러운 말이지만-_ㅜ;;;;
'황금나비'편을 가져온 것도 저에겐 무척이나 무리였다는;;;; 에구에구.....
나날히 양이 줄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이렇게 해야하는 제가 죄인입니다........히이잉...ㅠ_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 11시에 들어와서 도무지 컴퓨터를 켜고 글을 쓸 기력이 남아있지도
않거니와-_ㅜ;;; 요새는 아주 불철주야로 주위의 눈총을 사서 무리하게 컴퓨터를 하다가
드디어 극악의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사와요;;;;;
이런저런 사정으로 도판이는 다다음주에 시작될 것 같쉽니더....;;;;;
아마 다음편부터 다시 주 메인스토리로 복귀하여=ㅂ=;;; 황자와 리스가 등장하게 될 듯...!! 푸헐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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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지가 집에서 써온 말이고^^:;;; 시간이 조금 남는관계로~ 몇마디 더~!!!
잉잉-_ㅜ;;;;;;; 요새 너무너무 힘들어요잉~!!!!!
이것저것-ㅁ-;;;; 몽땅 다아~~!!!!! 훌쩍.....!!!! 이겨내야겠지요-_ㅜ;;; 푸헐....!!!
도판이도 얼른 매듭지어야 할텐데~ 침만 꼴딱꼴딱 삼키는 쿠로...
여기서 쿠로의 한마디 : ......여러분들에게도 자신만의 이데아(이상향)가 존재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