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키드모크 남작의 드레스 (53/67)

# 키드모크 남작의 드레스 

짹짹.......... 

햇빛이 내리쬐는 가운데 나는 감기려는 눈을 부릅뜨고 분주하게 옷을 꿰어입었다.  

.....자....그럼 오늘도 정보를 모으러 가보실까? 

"엘리엇님!! 식사도 안하시구 또 어디로 가시려구요!?" 

등뒤에서 울리는 로이떼의 외침과 동시에 나는 문을 박차고 뛰어나갔다.  

"오늘도 늦어질지 모르니까 난 신경쓰지 말라구!!!" 

"저....엘리엇님!! 오늘은 특제 오리구이를 준비...!" 

등뒤에서 새로 들어온 시종들 중 한명인 다렌의 외침도 울렸지만 나는 등뒤로 손을 들어  

간단하게 인사만을 한 뒤 그대로 달려나갔다.  

"휴....!!.....오늘도 그냥 가버리셨네..!!..."  

멀리서 다렌의 떨떠름한 목소리도 점차 줄어들어 갈 쯤 나는 나무위로 올라갔다.  

탁!!! 파삭!!!!!! 

세이리어의 본가는 수도와는 조금 동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으므로 마을까지 가려면 

매번 이렇게 나무위를 달리는 수고를 해줘야 했다.  

뭐......일종의 수련의 일환이라고 쳐도 상관은 없겠다만..... 

샥!!!!! 파삭...!! 

"으랏차!!" 

타타탁...!! 파삭..!!!!!! 

파삭..!!! 

스윽....탁!! 

나뭇가지위를 그렇게 한참동안 달리던 나는 마침내 어느 한 종착점에 도달했다.  

"이쯤에서.....옷을 갈아입어 줘야겠지?" 

매일 로이떼가 빳빳히 다려놓는 이 옷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겠지만.... 

무한주머니에서 꺼집어낸 옷은 현재 내가 입은 옷보다 훨씬 낡고 밋밋한...일반평민들이 입는 옷이었다.  

아니......그보다 조금 더 더러울지도.....;;;;;;; 

확실히 지금의 세이리어가는 3년전과는 달리 몰라보게 활발한 곳으로 변했다.  

내 수중에 가지고 있던 돈들이 꽤나 있었던 덕분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무도 모르게 시작한 전직을 되살린 부업 덕분이랄까? 

..........처음에는 무척 서투르게 시작된 '부업'이 이제는 엄청난 수입을 벌어들이면서  

어느샌가 엘리엇도 자신도 모르게 카이다 제국내에서는 꽤나 유명해지게 되었다.  

발단은 거의 쓰러져 가던 세이리어가가 어느 순간부터 갑자기 풍요롭게 탈바꿈하기 시작하고 나서부터였다...  

이것은 곧 세간의 화제거리로 대두되었다. 

본래 세이리어가가 가지고 있던 영지를 개간해서 사업을 일으켰다는 말도 있었고  

아니면 사람들 몰래 뒷거래에 손을 대서 번영했다던지 심지어는 도박으로 크게 한탕했다는 둥의  

여러가지 설들이 나돌고 있지만.... 

정작 세이리어가가 이렇게 갑작스레 번영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물론 들통나게 되면 무척이나 곤란해지 겠지만말야;;;;;;......" 

...3년....... 

확실히 짧지만도 않은 시간이었어.......!!..... 

수도안으로 퍼진 여러가지 소문들이 잠잠해지기 전까진 꽤나 곤욕을 치뤄야 했지만...! 

"헤에....일단......아침이나 먹으러 가볼까나?" 

확실히 오늘 아침에 다렌이 말한 특제 오리구이는 그냥 포기하기엔 너무 아까운 거였으려나...;;;;; 

  

.................... 

"이봐! 민트!! 여기에도 맥주 2잔 더 갖다줘!!!" 

"예예~! 알겠어요!! 프로켄씨 조금만 기다려요! 곧 가니까요!!" 

"내가 주문한 오리통구이는 도대체 언제 오는거야!?" 

"다른 주문도 잔뜩 밀렸는데 그렇게 재촉하지 말라구요!! 정 그러시면 빨리 가져다 드시던지!!" 

여종업원의 신경질 섞인 목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에서 왁자지껄 떠들석한 소음이 함께 뒤섞여 

술집안은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여기저기 빡빡할 정도로 사람들이 넘쳐나고 술집 주인은 물론 여종업원까지 눈코뜰새 없이 바쁜듯 싶었다. 

"윽.....배고파.......어디 앉을 데가 없으려나?" 

여기저기 부스스한 옷차림에 도무지 돈이라곤 조금도 없어 보이는  

이제 갓 소년티를 벗어난 듯한 왠 꾀죄죄한 청년이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때마침 한자리에서 사람들이 일어서더니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청년은 잠시 눈치를 보다가 잽싸게 그 자리로 달려가서 자리를 잡았다. 

"저.....여기 주문~!!" 

신나게 외치는 청년의 말에 가게안의 여종업원인 민트는 눈쌀을 찌뿌렸다. 

"지금 바쁜거 안보여!? 네가 직접 가져다가 먹으라구!!" 

민트가 험악한 인상으로 엘리엇을 노려보며 외치자 엘리엇은 그제야 엉거주춤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윽...저 성질머리 하고는;;;;!!  

지금 당장 일어나게 되면 자리 빼앗긴단 말이야...!!...... 

혼자서 궁시렁거리던 엘리엇은 끝내 바로 다가가서 말했다.  

"간단한 아침식사거리 좀 챙겨주세요. 후아아암........잠을 제대로 못잤더니 머리가 띵하네..." 

"어젯밤에 재미가 좋았나보지?" 

은근슬쩍 장난스레 묻는 주인장 바톰의 물음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쏟아졌다. 

엘리엇은 얼굴이 벌개지면서 소리쳤다. 

"으익!!!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마요!! 재미는 무슨!! 얼어죽을 놈의 재미!!" 

바톰은 그런 엘리엇을 보며 키들키들 웃다가 말했다. 

"이 동네에서 자네를 바라보며 사는 처녀들이 얼마나 많은데 시침떼기야?" 

"우....우아아!! 바톰!!!" 

엘리엇이 당황한 눈초리로 바톰에게 소리치자 곁에 있던 그의 아내 마르트가 작게 타박을 주었다. 

"아이 참 당신도! 엘리엇이 당황해 하잖아요. 그만 좀 놀려요...내참!!" 

흐흑....!! 역시 마르트아주머니밖에 없다니까!!! 

아주머니야 말로 천사같은 마음씨를 지닌 그야말로 성녀같은 분이십니다!! 

"많이 배고프지? 곧 요깃거리를 내올테니 기다려라..." 

마르트는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주방안으로 들어갔다.  

후아아암.....!! 

장난이 아니라 정말로 졸립다고..........으으......절로 하품이 나오는군.... 

"그나저나... 우리 딸애의 결혼식에 맞춰서 드레스를 하나 장만해 줘야 할 것 같은데..." 

바의 앞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앉아 고개를 푹하니 처박고 있으려니 뒷쪽에서 

왠 걸걸한 중년 아저씨의 음성이 이어졌다. 

......아아.....결혼인가~ 좋을시고......암암......한창 좋을때지...!! 

엘리엇은 꾸물꾸물 감기려는 눈을 겨우겨우 치켜뜨며 간신이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허허허....자네 딸이 벌써 시집을 가다니 세월 참 빠르구만? 그나저나 드레스는 어디서 구할 셈인가?" 

"....글세 그게 문제라 이거야. 아무래도 결혼식이다 보니 멋진 드레스를 입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겠는데 우리집 사정이 좀체 사치를 할 수 있을만한 처지가 아니지 않은가?" 

전형적인 서민들의 대화였다. 

뭐....나도 그사이에 껴서 마르트 아주머니가 내올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하긴....우리가 무슨 귀족내들 처럼 돈이 있는것도 아니고....그러고 보니 키드모크남작인가? 

아묻튼 그작자가 가지고 있는 드레스가 그렇게 아름답다며?" 

"예끼!! 남자가 무슨 드레스야? 드레스는!" 

첫번째 남자가 작게 타박을 주며 말을 했지만 그의 친구는 고개를 저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말도 말게. 키드모크남작은 좀 특이한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걸 어지간히도 모은다더만!! 

얼마전에도 엘퍼슨네에서 구두를 사가는데 여자것을 사갔단 말일세!!" 

.......켁...!! 세상 말세로구만;;;;;;;; 

그자식 완전 변태아냐? 여자구두를 가져다가 설마하니 신으려구? 

어느새 그들의 이야기에 슬쩍 귀를 기울이고 있는 엘리엇이었다. 

"...그게 정말인가? 내 참.....귀족내들은 별 요상한 짓거릴 다하는구만....쯔쯔....!!" 

"우리야 뭐라 할 처지는 못되지. 다 신분을 잘타고 나서 그런거니까........그나저나  

이번에도 드레스를 주문해 갔다는데....베티의 샬롱에서 일하는 내 아내가 어찌나  

칭찬을 해대던지.....이번에 주문해 간 옷은 특히나 더욱 아름답다고 하더구만!!! 

다른 귀부인들도 눈독을 들일만큼 무척이나 아름다웠다나 봐!  

제기랄! 언제 한번 나도 옷이나 하나 사줘야 할까봐....바가지 긁는것 하고는!!" 

"킬킬...킬...!!!! 챠피는 여전하구만....그러면 어디 나도 그 베티의 샬롱인가 거기에서 딸아이 드레스나 

맞춰줄까나?" 

그러나 중년사내의 말을 들은 친구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쪽은 값이 너무 비싸서 손도 못댄다구! 챠피도 그곳에 일하면서 고개를 젓더란 말일세... 

아마 거기서 옷한벌 맞추려면 자네집의 전재산을 쏟아부어도 모자를걸세...그냥 하나 수수한걸로 맞춰줘!!" 

"끄응...!! 그렇게 비싼건가?" 

...헤에.....키드모크 남작의....드레스라............ 

"엘리엇! 미안하다. 조금 많이 늦었구나. 얼른 먹으렴. 갖구운 빵이랑 고기스튜란다." 

눈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절로 군침이 넘어가는 아침식사가 보이면서 엘리엇은 활짝 웃었다. 

"고맙습니다. 마르트아주머니!! 잘 먹을께요."  

부드럽고 고소한 빵과 함께 스튜를 떠먹는 엘리엇의 얼굴 위로 행복한 표정이 퍼져나갔다. 

역시 마르트아주머니의 음식솜씨는 대단해!!! 

두볼 가득히 빵을 집어넣고 스튜를 먹는 엘리엇의 모습에 마르트는 물론이고 바톰도 빙그레 미소를 지어보였다. 

언제부터인가 아침마다 불쑥하니 찾아와서 자신들이 내놓는 음식을 맛있게 먹어주는 저 청년은 왠지  

미워할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천천히 먹어 이녀석아! 그러다가 체할라!" 

바톰이 적잖이 타박을 하자 엘리엇은 입술을 삐죽거리며 말했다. 

"에이!! 진짜 맛있단 말에요!! 마르트아주머니 음식솜씨가 좋아서 도무지 천천히 먹을 수 없다구요!!"  

"원.......녀석도...!!" 

......히죽....!!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 맛있다니까요? 

어느새 앞에 놓인 음식을 모두 먹어치운 엘리엇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그러면 이제 밥도 먹었겠다....'루터'나 찾아가 볼까나? 

"식사 잘 먹었어요!!! 돈은 여기에 놓고 갈께요~!!" 

엘리엇은 옆에 있는 카운터에 돈을 올려놓고 밖으로 뛰어나갔다. 

"어머! 라베꽃잎차를 주려고 했는데 그냥 가버리다니!! 지금 막 끓였는데...." 

문을 열고 빠져나가는 엘리엇을 보며 마르트는 손안에 든 차를 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에 오면 끓여줘. 어차피 저녀석이야  아침마다 이곳으로 올텐데? 허허...허...!!" 

옆에 있던 바톰이 그릇을 닦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터벅 터벅.... 

천천히 걸음을 옮겨 골목길 안으로 들어서자 왠 음침한 건물 한채가 눈에 띄었다. 

매번 가는 거지만 볼때마다 을씨년스러운게....내참......누가 어둠의자식들 아니랠까봐.. 

삐걱.... 

낡은 나무문이 열리는 목소리와 함께 문지기 녀석이 앞에 보였다. 

"암호는?" 

"개밥" 

녀석은 내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 주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몇몇의 낯익은 얼굴들도 보이고 처음보는 녀석들도 앉아있었다.  

뭐....어차피 그래봤자 나중에는 다들 제 갈길로 갈라질 놈들이지만... 

현재 내가 들어온 곳은 수도의 제일 가는 정보조직인 '루터'였다.  

하층민들부터 고위층 귀족들까지 두루섭렵한 이곳은 아마 카이다제국의  

음지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뒷골목 정보단체라고 할 수 있겠다. 

황실의 정보력보다는 조금 뒤쳐지는 감이 있다곤 해도 이정도면 엄청난 것이었다. 

뭐.....뒷세계에서는 루터의 존재가 그다지 큰 비밀인 것도 아닐테지만.... 

그나저나....그런 비밀정보단체치고는 너무 초라한거 아니야?  

으으윽;;;; 천장에서 곰팡이 핀것 좀 봐라... 

어쭈? 저기에서는 아예 버섯을 재배하고 있구만? 

나는 홀안쪽으로 걸어 들어간 뒤 두번째 방문에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문안으로 들어서자 놀랍게도 밖에 있는 홀과는 달리 깔끔히 정리된 방안이 보였다.  

“지난번에 부탁한걸 가지러 왔습니다.” 

방안에는 넓은 탁자와 접대용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아......어서와요.........조금 어렵긴 했지만 뭐 이런걸 부탁하는 사람들도 한두명이 아니니까. 

정보료는 금화5개를 주시면 됩니다. 라크리모사....손님도 그걸 찾으시다니.. 

이런 말 이미 마음을 잡으신 거라면 별 소용없겠지만 포기하라고 권해드리고 싶군요." 

안경을 쓴 사내의 말에 나는 히죽 웃어보이며 그에게 돈을 건냈다.  

"손님의 눈을 보아하니 포기하실 것 같진 않군요. 모쪼록....열심히 해보시길....!" 

"아...그런데 덤으로 뭣 좀 하나만 부탁해도 됩니까?" 

나의 말에 사내는 의아한 듯 쳐다보았다. 

......헤헤......금화 5개나 건네주었는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별건 아니고......키드모크남작의 저택지도와 그외의 정보에 대해서 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뭐........금화5개면 그정도는 애교로 알아봐 줄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의 말에 사내는 미간을 잠시 접은채 나를 묘한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이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키드모크남작이라......어려운건 아니니 들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다음부터는 이런걸 부탁하시면 안됩니다. 손님은 저희를 자주 찾으시는 단골이시니.... 

이번 한번 뿐입니다." 

......쳇.....냉정하긴....!! 

뭐...정보료가 굳었으니 좋아해야 하는거겠지?  

"이봐! 키드모크남작에 대해서 알아봐서 뭐하려고?" 

의자에 앉아있던 어느 한명이 묻자 나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하하......별건 아니고.........이것저것 수집하는게 제 취미거들랑요." 

방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 이상한 녀석을 바라보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자  

나는 멋쩍게 웃음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실은 별 관심은 없지만...........떠오르는 사람이 있어서...랄까? 

나는 천천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아마 내일쯤이면 가볼 수 있으려나? ........키드모크남작의 저택......이라.......후후후후.....!!! 

흠.....오늘 밤엔 고생좀 해야겠군....쩝........!! 

쉬이이이이익!!!!!!!!! 

늦은 저녁 푸른단검이 바람을 가르고 키드모크남작의 저택에 꽂혔다....... 

"빨리빨리 움직여! 이자식들아!! '놈'이 오늘 밤 여기에 찾아올지도 모른단 말이다!!!" 

"아씨! 젠장할!! 하고많은 귀족가를 두고 왜 하필 여기야? 어차피 와봤자 좋은꼴 못볼텐데..!!" 

"입다물지 못해? 그러다가 남작한테 들키면 그날로 곱게는 못 되진다고!!" 

가뜩이나 쌀쌀한 한밤에 병사들은 저마다 뭐라고 한마디씩 욕을 지껄이며 이날 자신들의  

주인인 있는 저택을 습격하기로 온 어느 빌어먹을 녀석을 저주하기 시작했다. 

왜 하필 다른 곳도 아니고 여기야? 

말이야 말이지 이런 빌어먹을 변태남작한테 뭐그리 가져갈게 있다고... 내 참..... 

그 괴도인지 뭔지 하는 놈도 헛똑똑이로구만....쯧!! 

다오는 속으로 작게 툴툴 거리면서 아침부터 소란스럽게 자신들을 밖으로 불러 내세운 

키드모크남작 때문에 충분히 못잔 잠을 아쉬워하며 길게 하품을 했다. 

"후아아아..암...!!" 

천천히 하품과 동시에 기지개를 키던 그는 공중에서 뭔가 번쩍거리는게 보였다. 

..........저건.......!! 

"나......타났다!!!! 나타났어!!!!!! 놈이 나타났다!!! 저택의 지붕위에 놈이 나타났다!!!!" 

다오의 다급한 외침에 주위에 포진해있던 병사들의 시선이 지붕위로 모아졌다. 

과연 지붕위에는 검은 복면을 쓴 수상한 사람이 자신들에게 손을 흔들며 서있었다. 

"어이~!! 이봐 형씨들!! 정말 좋은 달밤이지? 늘 수고가 많으셔들!!!" 

괴도는 자신들을 향해 어이없게도 상큼하게 밤인사를 나누더니 그들이 어리둥절하는 사이 

재빨리 몸을 날렸다.  

".....자..잡아라!!!!! 저놈이야!!!!!!! 잡아라!!!!!" 

"화살!!!! 화살을 쏴!!! 놈은 지붕위에 있다!!!!!!!!!!화살을 쏴!!!" 

그제야 뒤늦게 자신들이 노리던 적이 나타났다는 걸 깨닫은 병사들은 허겁지겁 

무기를 챙겨들고 지붕위로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핑!! 피-잉!!! 

수많은 화살들이 빗발치듯 괴한을 향해 쏟아져 내렸다.  

어느 순간 한 화살이 괴한에게 맞으면서 지붕위에 있던 그가 쓰러져 내리는게 보였다. 

"잡았다!!!! 크하하하 잡았어!!!!" 

병사들은 지붕에 그가 쓰러진걸 확인하고 우루루 몰려가기 시작했다.  

.......천하의 괴도를 이렇게 손쉽게 잡다니!!!! 

모두 지붕위로 몰려가고 텅빈 정원의 어느 한그루의 나무 뒤에서 누군가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이런....이봐 형씨들..........그럼 한동안 수고 좀 하고 있으라구...." 

보라빛 눈동자를 장난스레 빛내며 엘리엇은 허술해진 경비를 틈타 저택 안쪽으로  

몸을 숨기고는 가볍게 뛰어 들어갔다.  

탁탁탁....!! 

......여기 이 방인가? 

엘리엇은 발걸음을 멈추고 질릴정도로 화려하게 장식이 된 문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환영술법을 시전하여 어떻게 들어오긴 했다만....... 

몸상태를 생각하면 확실히 자주 쓸 수 있는건 아니었다.  

.....그래도 일단은 술법을 시전할 수 있다는데에 의의를 두고.....!!........ 

아마 지금쯤 성안의 병사들은 자신의 분신환영술을 찾으러 다니느라 혼비백산하고 있을 터였다. 

끼긱..끽...!!! 

손으로 문고리를 돌리니 잠겨있는 것인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헤에........꽤나 아끼는 건가 보지? 키드모크남작....!! 

무한주머니에 손을 넣어 철사막대를 꺼낸 엘리엇은 문고리에 그것을 집어넣고 돌리기 시작했다. 

끼드득..........철컥..!! 

.....히죽.....!! 됐다!!!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니 화려한 방안이 보였다.  

.......모든 벽면에 즐비해 있는 엄청나게 많은 옷들.......!!! 그러나 하나같이들  

여자들이 즐겨입을 듯한 드레스나 원피스뿐이었다.  

.....여기..........키드모크남작의 옷장이라고 하지 않았었나? 

저도 모르게 등뒤로 식은땀을 주르륵 흘리는 엘리엇이었다.  

물론 내가 찾고있는 것도 드레스가 맞긴 하지만.......어디보자...........;;;;;;; 

.....이번에 그 남작이 사갔다는 옷이........ 

달칵...!! 

그때였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어머낭? 이상하네에~? 왜 문이 열려있지? 지난번에 깜빡하고 잠그지 않았었나?" 

.....이크.....!! 

"그건 그렇고~ 흥~흥~ 오늘은 무엇을 입을까용? 후후후후....!! 아 그렇지!!" 

짝!! 

두손을 마주치면서 유난히 큰 코를 씰룩거리는 저 사람이 아마도 내 생각이 맞다면..... 

.......키드모크남작....!!! 

"이번에 새로 주문해온 드레스를 입어야지~!! 나의 날씬한 몸매에 꼭 맞을거야!! 오홍홍홍~!!" 

과연 키드모크남작은 자신의 말대로 뼈밖에 안남은 듯 무척이나 깡마른 사내였다. 

.......하지만.......단박에 보기에도 남자인 그는 분명 온몸에 쫙 달라붙는 붉은 비단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우......우욱...쏠려.....;;;;;; 

옷걸이 사이로 숨어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엘리엇은 속이 과히 안좋았다. 

......그나저나 이번에 새로 주문해 온 드레스라면.......역시 그거려나? 

"우리집에 괴도가 든다고 했지만~ 도대체 뭘 훔쳐 가려는거양? 오홍홍! 그래봤자 

이미 밖에있는 병사들이 무서워서 들어오지도 못할껄~? 오홍홍홍!" 

.....이미 들어왔다. 이 망할 자식아....!! 

게다가 그 끝에 오홍홍은 또 뭐야!!! 끄으으....!! 가히 정신고문 수준이로군;;; 

"아! 찾았다~! 내 드레스!!" 

키드모크남작이 어느 나무상자를 열더니 그 안에 든 드레스를 꺼내 보였다. 

그가 꺼내 든 드레스는 밤임에도 불구하고 진주빛의 요염한 색을 발하며 곧곧에 박힌  

토파즈가 빛을 받아 고혹스럽게 반짝이고 있었다. 허리 아래로 쪽으로는  

가늘게 늘어진 금실들과 함께 그 위에 매달린 다이아들이 과히 황홀할 지경이었다. 

........확실히........아름답네.... 

엘리엇은 저도 모르게 그 드레스에 눈길이 쏠렸다.  

이제까지 다른 어떠한 화려한 드레스도 봐왔던 엘리엇이었지만 이번에 본것은 아무리 이런것에 

무지한 엘리엇이라도 단박에 그 가치를 알아챌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옷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런 옷의 주인이........키드모크남작이라니...크으!!.. 

순간적으로 뛰쳐나가서 단박에 남작을 바닥에 메다꽂고 싶은 살의를 느끼는 엘리엇이었다. 

......게다가......지금 그가 입은 붉은 드레스도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더불어 무척이나..... 

......꾸웨에에엑!!!;;;;; 

아무래도 안되겠어!! 빨리 저 드레스를 가지고 빠져나가는 수밖에;;;;;; 

"오홍홍홍~!!" 

남작이 천천히 자신이 입고 있던 드레스를 벗어 내리기 시작했다. 

"아~ 나의 이 백옥같은 살결!!" 

"...이봐........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 것같은데?..." 

"헉!! 누.....누구양?" 

어느새 옷을 갈아입는데 정신이 팔린 남작의 뒤로 다가서서 단검을 들이대는 엘리엇이었다. 

"...헤에.......오늘 온다고 표시까지 보냈는데........이런....못봤나 보지?" 

"너....너는 혹시....!!!" 

키드모크남작의 떨리는 음성을 들으며 엘리엇은 히죽 웃고는 대답했다. 

".........대충은 당신의 생각이 맞을 것 같군..!..........." 

"그럴수가! 하지만 어째서 나를 노리는 거닝? 넌 물건을 훔치러 온게 아니닝?" 

......끄으으으.......;;; 도무지 익숙해 질 수 없는 말투다;;;;;; 

"...물론....그렇지........우욱...!!..... 아묻튼........당신이 들고 있는 옷을 나에게 넘겨 줘야겠어...!!...." 

"뭐!? 설마 이 드레스를 노리고!?" 

엘리엇은 더이상 아무말 하지 않고 단검으로 키드모크남작의 등뒤를 쿡쿡 찔렀다. 

"빨리 내놓는게 좋을텐데? 나도 그다지 참을성은 없는 편이라서 말야." 

"이.....이럴수가!! 이 드레스를 만들기 위해 내가 들인돈이 얼마인데..!!!" 

......그러니까 가져가는거지.  

내가 그럼 아무거나 가져가려고 이고생하며 여기로 숨어 들었겠수? 

키드모크남작이 벌벌 떨면서도 끝까지 드레스를 안내놓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걱...!!! 

"어머낭!!!!" 

내가 손을 놀리는 순간 키드모크 남작의 옷이 갈라졌다. 

"이....벼...변태에에!! 이제는 내 몸까지 노리는 것이양!?" 

......커......커헉;;;;;; 뭐라;;;;;;;고?;;;;;;;;;;;;;; 

순간 엄청나게 황당해진 엘리엇은 순식간에 인상을 험악하게 일그러 뜨렸다...... 

이 빌어먹을 작자가 지금!!!!!! 누구보고 변태라는 거야!!!  

변태는 바로 당신이잖아!!! 

쉬이이익!! 팍!!!!  

부르르르르...!! 

"꺄아아악!!" 

......비명소리도 정떨어질 만큼 기가 막히는구만;; 이 양반;;; 

엘리엇이 던진 단도가 정확히 키드모크남작의 귓가를 지나쳐 벽에 꽂혀 부들거리고 있었다. 

"이 이상 내 인내심을 시험하시려는 것이라면 그만 두는게 좋을거라고 미리 말해주고 싶군.....남...작...!!" 

엘리엇이 음산하게 말하며 두번째 단도를 품에서 꺼내 집어올리자 키드모크남작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면서 재빨리 엘리엇에게 자신이 들고 있던 드레스를 건네주었다. 

"아....알았엉!! 여기 이거 받고 목...목숨만은 살려줭!!" 

.......크아아악!!! 그 말투도 도무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단 말이다!!!!! 

엘리엇은 남작이 건넨 드레스를 재빨리 낚아채면서 복면으로 가려져 보이지 않는  

입가로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남작을 향해 천천히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럼.......부디 좋은 밤을 보내길.....바라며...... 

후우우웁...........젠장!!! 나가 되져라!!!! 이 빌어먹을 변태새끼야!!!" 

와장창!!!!  

쨍그랑!!!!!!! 

"꺄아아아악!!!!!!!!!!!! 뭣들 하느냥!!!! 저 놈을 붙잡아!!!! 감히 이 나를 보고 변태라닝!!!!!!!!!" 

무한주머니에서 꺼낸 갈고리가 매달린 로프로 창문을 한번 휘갈긴 뒤 그 사이로 빠져나가는 

엘리엇을 보며 갈라진 자신의 옷을 부여잡고 키드모크남작의 비명소리가 사방으로 울려퍼졌다. 

"플라이!!!" 

슈우우우....!!!!!! 

술법을 사용해 무사히 저택 아래로 착지한 엘리엇은 어느새 뒤쫒아 오는 병사들을 보며  

냉큼 허리에 매달린 벨트 아래에 있는 병을 하나 꺼내들었다.  

휘이익!!!  

파삭!!!!!!!!!!! 퍼엉!!!!!!!! 

"이게 뭐지!? 눈앞이 안보여!!!!!!!!!" 

"쿨럭!!! 쿨럭!!! 제기랄!! 연기때문에 코가 매워서 도저히 안되겠어!!!!!" 

.......히죽.....!!! 

엘리엇표 특제 최루탄이라고 하면 아시려나? 

그럼 아저씨들 잘들 있으라구!! 두번다시 이곳에는 볼일이 없을테니.....!!  

타타타탁....탁...!!!!!! 

잽싸게 뛰던 엘리엇은 나무를 타고 올라가 점프를 한 뒤 아슬아슬하게 저택의 담에 올라섰다.  

휘익...!! 핑그르르르!!! 

저택 밖에 세워진 다른 나무의 나뭇가지를 잡고 뛰어내리는 엘리엇의 등뒤로  

저택안의 소란이 고스란히 들려왔다. 

.....뭐........이것으로 오늘도 성공인건가? 

한참을 달리던 엘리엇은 으슥한 골목에 들어서서는 자신의 손에 들린 드레스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끄으윽.....!! 키드모크남작.....!! 

내 두번다시 그 작자의 집을 터느니 차라리 황궁기사단으로 찾아가서  

내 머리를 자진반납 하고야 말지;;;;;; 

임무는 완수했지만 내심 씁쓸한 엘리엇이었다.  

뭐......그래도.....나쁘지만은 않은 수확이었으니까..........히죽...!! 

.....다음날 아침........ 

"꺄아아악!!!!!!! 엘리엇님!!!! 어젠 또 어디서 뭘하고 오셨길래 꼴이 이모양이신 거에요!? 

블라우스도 힘들게 다려놨는데!" 

....으으........로이떼....!!........ 

간밤에 정신적으로 꽤나 타격을 입은 엘리엇이 그대로 방에 들어와 드러누워 뻗어버린 것이 흠이었다... 

"도대체가 몇번이나 말씀하셔야 알아들으실 거에욧!! 매일 아침마다 나가셔서 이렇게 더러워진 옷을  

들고오시면 제가 얼마나 힘든지 알세요!? 그렇다고 어디를 간다가 가르쳐 주시는 것도 아니고[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후.......후아아악...!!!! 

도둑의 아버지 파렐이시여!!!  

저에게 한가지 간청이 있사온데 부디 들어 주시겠나이까!? 

제발 저를 불쌍히 여기신다면 여기 있는 로이떼의 잔소리에서 해방될 수 있도록 부디 도와주시옵소서!!!!  

로이떼는 그 어떠한 적들보다 더 무섭나이다!!! 

"엘리엇님!!!! 또 제말 안듣고 계시는 거죠!? 그러니까[email protected]!%!^@%$^&ㅛ#*#^**#......" 

로이떼......한번만 봐줘!!! 제~발~!!!!!!!!! 

변함없이 고된 일상의 연속이었다... 

 

님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또 올렸사와요~ 

저 착하지요? 칭찬 마구마구 해주세요^^ 

푸헬헬헬~!!! 늘 감사해요^^  

앞으로도 좀 더 많이 즐기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길 바라며... 

크윽-_ㅜ;;; 엘리엇... 너의 활약을 좀 더 멋지게 나타내고 싶었는데... 

앞으로 더 많이 부탁할께~^^;;; 히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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