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처음의 시작 (50/67)

# 처음의 시작  

....사실 모든 것의 시작은 그자와의 거래로부터 시작된 것이었다.  

잠시간 잊고 있었지만... 

.......제라토!!!!.............그리고....세이리어 듀 유이........ 

이젠.......마지막으로 나에게 남겨진 일을......끝마치러 가야할 때가 온 것이다.. 

"어디로 모실까요? 손님..?" 

마부석에 앉은 마부가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며 물었다. 

아무래도 옷차림은 고급스러운데 굳이 낡은 마차를 이용하려는 나를 보니 의아하게 셍각했나보다. 

황자인 그녀석이 제멋대로 입혀논 옷이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그곳에 있었을 때는 느낄 수 없었는데 이제보니 이거 꽤나 엄청나게 비싸 보이는 옷이다. 

에...이럴줄 알았으면 그동안 당한걸 보복하는 셈 치고 녀석의 방에서 쓸만한걸 몇개정도 더 가져올껄 그랬나?  

생각해보니 무지 아깝잖아? 쩝..!! 물론 돈이야 얼마든지 있긴 하지만... 

"세이리어가로 가주세요!" 

마부에게 어디로 가야할지 말을 해주면서 뒷춤에 차인 쌍검을 한번 꽉 쥐었다. 

-무슨일이 있어도 살인만은 안돼!  

이제껏 제멋대로 살아오면서 이 두손에 벼라별 놈의 피를 묻혀온 내가 할 소리는 아니다만... 

너는 그러면 안된다. 분명 후회하게 될테니께.......죽을일이 아니거든 그러지 말그라. 

너는 마음이 여린녀석이라서 버텨낼 수 없을거여...!!- 

할아버지 당신의 말이 맞아요. 

이제까지 나에게 해줬던 그 모든 말들은 전부 사실이었으니까.  

그래서........내가 후회하게 될거란 것도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정말 죄송해요......약속은 못 지킬 것 같아요... 

그자는........제라토...!! 그자 만큼은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 용서 못하니까!! 

우욱.......욱.....!!! 

지금 이렇게 구역질이 나는 것도 꼭 마차의 멀미때문만은 아니겠지..... 

앞으로 내손에 피를 묻히게 될 마지막 순수에 대한 비웃음...일지도 모르겠다. 

다각......다각......!! 

"다왔습니다. 손님..!" 

마차가 멈춰서자 나는 재빨리 주머니에서 금화를 하나를 꺼내 마부에게 던져주었다. 

그리고는 급하게 근처의 수풀로 달려갔다. 

"손님!! 이렇게 거스름돈은...!" 

"우읍...!! 거스름돈은....웁..!! 필요없어요!!" 

내생에 이런말을 하게 될 날이 올줄 어찌 알았을까만은...... 

현재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토기로 도무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우웨에에엑...!!!! 

젠장!!! 나는 왜 하필 이런 빌어먹을 체질이냔 말이더냐!! 

웩....!! 오웨엑..!!! 

그나마 제대로 먹은게 없어서 쓴 위액밖에 안올라오는 듯 싶었다. 

한참을 그렇게 일을 치룬 나는 무심결에 소맷부리로 입가를 닦아 내려다가 멈칫했다. 

그러고 보면 이옷... 그녀석이 입혀준 걸 텐데... 

한참을 그렇게 고민하는 표정으로 서있던 엘리엇은 이내 힘없이 팔을 내렸다. 

"퉷! 퉷..!!" 

공연히 땅에 침만 뱉은 엘리엇은 일부로 심술궂은 목소리를 내며 혼잣말을 했다. 

"쳇!! 그 녀석이 비싼옷을 입혀놔서 괜히 이게 뭐야!? 이 따위 옷!!  

나중에 고물상에나 팔아버릴테다!! 아......아니...고물상은 좀 그렇고...." 

잠시 생각하던 엘리엇은 이내 자신의 긴머리를 탈탈 털며 짜증스레 말했다. 

"젠장!!! 바보같이 여기서 뭘하고 있는거람!?  

이딴걸로 낭비할 시간따윈 없단 말이다!!" 

....탁..!! 

오랜만이지...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덕분에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조차 없게 되버렸으니... 

..꽈아악!!... 

어디...주인의 목을 물어뜯고 그 자리를 올라찬 개를 만나러 가보실까? 

그동안 잘 지내셨나? ..제라토... 

더러운 방법으로 유이를 살해하고 그자리를 꿰어차니 그렇게 좋았냔 말이야!!! 

탁탁탁...탁..!!! 

용서할 수 없어!! 용서 못해!!! 

똑같이......똑같이 되돌려 주겠어..!!  

네놈에게도 유이가 겪은 고통을 모두 고스란히 되돌려 줄테니 거기 그대로 있어라!! 

탐욕스런 네배에 나 역시 같은 방법으로 되갚아 줄테니!! 

아니....그 이상으로 말야!! 

솔직히 이러는게 우스운 일이라는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어. 

단 한번 만난 녀석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복수하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우습고 

예전의 나라면 이러한 자신을 분명히 비웃어 줬을 일이라는 것도! 

하지만......착한 녀석이었어. 

그래도 조금은 나를 보며 웃어주었고 미안하고도 말해주었지... 

게다가 나같은 녀석에게 자신의 증표조차 맡길만큼 바보같이 순진한 녀석이기도 했다구...!! 

...탁..탓..!! 

나는 달리던 다리를 멈추고 천천히 내 목에 걸린 유이의 목걸이를 감싸쥐었다. 

......................... 

........... 

.....이...건?... 

-이젠 엘리엇이 내가 될거잖아요. 그건 유이로써의 증표입니다.  

2년간 그것을 당신에게 맡길게요. 나중에........다시 돌려주세요.- 

전 도둑이에요. 당신의 목걸이를 가지고 튈지도 모른다구요. 

-괜찮아요. 그게 당신이라면 그것도 좋을 것 같군요.  

내일이면 가는...거겠지요. 파로키학원으로........당신에게 큰 짐을 지우는 것 같아.... 

....정말 미안해요...엘리엇..........그곳에서 부디 저를 원망하지 말아주시길...- 

........... 

..................... 

타타탁...!! 탁...!!! 

멈춰섰던 엘리엇의 두 다리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널......내가 원망했을리 없잖아...!! 

그렇게 가냘픈 모습으로 차마 화도 내지 못하게 웃어준 너를...!!  

내가......원망했을리 없잖아!  

거리가 얼마 안되서 그런지 한껏 달린 엘리엇의 눈앞에는 처음오던 날과 마찬가지로 

변함없어 보이는 세이리어가의 저택이 눈에 보였다. 

.....그래....드디어 왔어... 

충분히 주의를 기울여 저택내부로 접근하려던 엘리엇은 가던 중간 멈칫했다. 

...저택문이 열려 있어? 

조심스레 발기척을 죽이고 문가로 다가서던 엘리엇은 저택 내부를 들여다 보고 작게 신음을 내뱉었다. 

저택안은 여러가지 부서진 물건들이 제멋대로 바닥에 널려있었다. 

이곳을 떠나던 마지막 날 남겨진 엘리엇의 기억속에는 천장 곳곳에 매달려  

반짝거리고 있었을 샹들리에도 누군가가 떼어갔는지 그저 뜯겨나간 벽면만이 흉물스럽게 

그대로 방치되어 남아있었다.  

바닥에는 여러사람의 흙발자국이 고스란히 찍혀 있었고 심지어 커튼조차 제멋대로 찢겨져 나간 상태였다. 

이게.......뭐야?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고!!? 

그나마 가구들은 제자리에 놓여 있었지만 전에 봤을 때와는 비교할 수 조차 없을 정도로  

먼지가 수북히 뒤덮여 있었다. 한동안 청소를 한번도 안했다는게 고스란히 드러나는 증거였다. 

전에 자신이 봤던 세이리어가가 이랬다고는 생각하기 힘들만큼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도무지 사람사는 곳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래도.....그때는 조금이나마 하인들이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어..... 

가끔씩 기사들 훈련하는 소리도 들려왔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어째서!? 

...터벅..... 

파삭..!!.. 

한 발자국 내딪는 순간 아래에서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다.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소리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내려오지 않았다. 

천천히 무릎을 구부려 발아래 채이는 것을 줏어들었다.  

..깨진 찻잔이었다... 

찻잔 옆의 손잡이에는 작고 유려한 필체로 글씨가 적혀있었다. 

세이리어... 

엘리엇은 지긋이 자신의 입술을 깨물었다. 

또각....!.........콰장창!!  

.....땡.........땡그랑...!!.. 

그때였다. 

무언가가 요란스레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유.....유이님!?" 

폐허처럼 변해버린 저택내에 울리는 조금은 기가 죽었지만 여전히 밝고...쾌활한 목소리.. 

"로이떼..." 

엘리엇은 현재 자신이 이곳에 몰래 잠입하려 했다는 사실조차 잊은채 멍하니 이층 계단위에 

서있는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그녀는 인상을 슬쩍 굳히며 믿을 수 없다는 눈초리로 한동안 자신을 바라보다가 소리쳤다. 

"세상에!! 이럴수가!......이게 정말 꿈은 아닌거겠지요?" 

전에 학원에서 봤을 때와는 달리 옷차림은 훨씬 남루해졌지만 자신을 보며  

이럴수가라는 말만 반복해서 중얼거리는 그녀는 틀림없는 로이떼였다. 

로이떼는 재빨리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사람은 틀림없이 자신과 전에 학원에서 함께 있었던 그다. 

"유이님...!! 유이님...!" 

아직도 차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달려오는 로이떼를 보며  

엘리엇은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어느새 엘리엇의 앞까지 다가온 로이떼는 이내 눈을 크게 뜨고는 말했다. 

아까는 유이가 다시 돌아왔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으므로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이 

그녀의 눈에 띄었던 것이었다. 

"머리색이......바뀌셨네요?" 

엘리엇은 그녀의 말에 말없이 웃고만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로이떼가 잠시간 흠칫했다. 

"......유이...님?" 

"제라토는.....어딨어?" 

엘리엇의 입에서 제라토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로이떼의 두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무슨 소리세요? 제라토님이라니요...!?" 

로이떼는 혼란스러웠다. 

자신을 보며 웃고 있고 처음에 자신을 봤을 때 이름을 불러줄 만큼  

자신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이 사람은 분명 자신이 모셨던 그 도련님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가지 사실이 스쳐지나갔다.  

그는 이미 죽었어...! 

그때 분명히 그들이 보낸 전서에는 세이리어 듀 유이... 

세이리어가에서 지정된 공식적 마지막 후계자의 사망소식을 통보하고 있었다. 

"누구.....죠? 유이님이 아니시죠..?" 

로이떼의 떨리는 음성에 엘리엇은 담담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난 분명 유이는 아니야. 하지만 학원에서 너와 함께 지냈던 그 녀석을  

찾는거라면 그건 내가 맞을꺼야..." 

엘리엇의 말에 로이떼의 얼굴이 또다시 충격으로 굳어졌다. 

"사실이었군요.....그 모든 말이 사실이었어..." 

로이떼의 묘하게 확인하듯 울려오는 목소리에 엘리엇은 가슴이 우릿해졌다. 

로이떼도 내가 유이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렇다면...!! 

"난 제라토 그자를 만나러 왔어..!! 유이님을 살해한건 내가 아니야!!" 

그건 내가 아니라고...!! 

마음속에 담아둔 미처 주인을 찾지 못하고 맴돌았던 말들이 로이떼의 앞에서 한껏 터져나왔다. 

"............." 

"............." 

잠시간 엘리엇과 로이떼의 사이로 침묵이 이어졌다. 

".....알아요. 당신이 그분을 죽이셨을리 없다는건 누구보다도 제가 더 잘 알아요... 

당신이 정말로 저와 함께 지내셨던 그분이라면......!!.......잘 알고 말고요...... 

아직 아무것도 모르고 이곳으로 찾아오셨나 보네요...." 

차분히 이어지는 그녀의 씁쓰름한 말에 엘리엇은 의문을 가졌다.  

....뭐? 로이떼 너 지금 무슨 말을....!? 

엘리엇은 현재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믿어주지 않을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도 쉽게 그녀는 자신의 결백을 믿는다고 했다..! 

게다가.......아무것도 모르고 찾아왔다니!? 

"난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건지.." 

엘리엇의 당황스런 표정에 로이떼는 조금 착잡하면서도 아릿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는데...이렇게.......만나게 되었네요..... 

..하지만....하필 이런 때에 돌아오게 되다니.... 아아...당신은....!! 

"저.....우선 지저분하긴 하지만 접대실이 그래도 여기보단 훨씬 나을테니 그곳으로 모실께요. 

나머지는 제가 천천히 설명해 드릴거구요..." 

말을 마치고 앞서서 걸어가는 로이떼의 더욱 왜소해진듯한 뒷모습을 보며  

엘리엇은 발걸음을 옮겼다. 

탁탁!!.. 

쇼파위의 먼지들을 재빨리 털어낸 로이떼는 엘리엇을 그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콜록...콜록..!! 

그러면서도 먼지를 들이키고 연신 기침해대는 그녀의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러워 보였다. 

"아휴!! 한동안 손도 못댔는데 좀 지저분하죠? 유이님...아...아니..." 

"엘리엇이야. 엘리엇이라고 부르도록해. 그리고......그렇게 존칭을 쓸 필요도 없어.. 

이젠 나는 유이가 아니니까." 

사실 얼마전까지 로이떼 너와 마찬가지로 리스라는 꼬마도련님을 뒤따라 시종생활을  

하기도 했고 말이지..! 

금발의 맑은 터키색 눈동자가 떠오르자 조금은 속이 쓰렸다. 

후우.....리스는 분명히 내가 없어도 잘 지낼꺼야... 

자리에 앉은 엘리엇에게 로이떼는 잠시간 망설이는 표정을 짓다고 곧 입을 열었다. 

"저.....비록 모습이 조금 바뀌시고 진짜 유이님은 아니시더라도 이제껏 제가 모셔왔던 분은 

엘리엇 님이잖아요. 그러니까 저는 달라진게 없다고 생각해요.  

단지 부르는 호칭만 바뀐 것 뿐이라고 그렇게 말이에요..." 

꽤나 단호한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을 하는 로이떼에게 엘리엇은 당황스레 말을 더듬을 뿐이었다. 

"그....그런..." 

로이떼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게다가 저 지금은 무척 기분이 좋다구요!! 다시는 못볼줄 알았는데 이렇게 찾아 오시다니!! 

제가 지금 유이...아니, 엘리엇님이 얼마나 반가운지 아세요!? 

옷도 멋진걸 골라 입으시고!! 안목도 많이 높아지신 것 같아요! 

사실 그때 엘리엇님은 저 아니면 정말 큰일날 분이셨다구요!! 

붉은색카라가 달린 셔츠에 회색 슈트를 입으시려고 한건 정말 아니었다는거 알고 계세요? 

그래도 그때는...... 제가 곁에서 이것저것 챙겨드렸잖아요...." 

물론 그래.  

....히죽..! 

그때는 지겨울 정도로 잔소리를 많이 들었던 것 같은데........ 

너의 그런 잔소리 조차 그리웠었어...로이떼... 

"아휴.......집안꼴이 말이 아니죠?  

모두 이곳을 떠나버렸어요....학원에서의 그일 이후..... 

제라토님이 그러실 줄은 전 꿈에도 몰랐어요...!.........정말.....충격이었어요.....  

물론 모두 처형당하고 말았지만....." 

천천히 끝말을 흐리는 로이떼를 보며 엘리엇이 놀란 신음성을 삼키며 말했다. 

"로이떼!!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모두.....처형당하고 말았다니!!?" 

엘리엇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소리치자 오히려 로이떼 쪽이 잠시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지만 

평소 그녀답지 않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유이님을 살해한 자가 제라토님이었다는 사실이 일이 있고 나서 약 한달 뒤에야 밝혔졌어요. 

저......그래서 알 수 있었어요. 물론 엘리엇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확증을 가질 수 있었지만요.." 

....뭐.......라고!?.... 

제라토.......그자가..이미 죽었다고!? 

말도 안돼!!!!!!! 

내가 그곳을......어떻게 빠져 나왔는데.....!!!  

내가 그곳을 어떤 마음으로 빠져 나온건데!!!!!!!!!! 

비가 오는 날마다 되풀이 되는 악몽에 단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어!!! ....제라토!!!!..... 

오직 그자식에게 모든걸 되갚아 줄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오늘에야.........이제 겨우.......오늘에서야 진정으로 이룰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유이의 복수를!!!!...... 

"엘리엇님!?" 

엘리엇의 두 눈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로이떼는 그런 엘리엇에게 다가서서 자신의 앞치마로 천천히 엘리엇의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울지마세요....엘리엇님.... 이미 다 끝난 일인걸요.... 

벌써 일년도 다 지나간 일이잖아요.......이제 그만 잊으셔도 되요. 엘리엇님..." 

".................." 

다정하게 울리는 로이떼의 목소리에 엘리엇은 기어코 끅끅거리며 울음성을 터뜨렸다. 

"잊을 수 없어....우윽....!! 모두.....모두 잊을 수 없는걸...!!! 

"아......엘리엇님..." 

"유이도.......그리고 제라토 그자도!!!......끄흑..!!......흑...흐윽...!!" 

잊을 수 있다고.....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분명 잊을 수 있을거라고  

나자신에게 몇번씩이나 되새기고 또 되새겼지만........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나에겐 1년전 그날이 아직도 이렇게나 선명한걸....!!...... 

아직도..........그들의 목소리가...얼굴이..........그날이...!! 

한참후에야 엘리엇은 천천히 흐느낌을 그쳤다. 

".......미안....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줬네....." 

힘없이 중얼거리는 엘리엇을 바라보며 로이떼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저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걸요.......분명 슬픈 일이잖아요......." 

".....응........" 

로이떼는 잠시간 엘리엇의 안색을 살피고는 입을 열었다. 

"저.....엘리엇님....이젠 어쩌실 건가요?  

.....혹시......제라토님을 만나러 오신거라면.....방금 말씀드렸듯이 그분은 이미 더 이상  

이곳에 계시지 않아요...처형......당하셨으니까요." 

로이떼의 말에 그제야 엘리엇은 힘겹게 고개를 들어올리고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은........무척이나 너절하고....지저분했다. 

".....여긴 왜 이렇게 된거야?.........어째서....이곳이..." 

엘리엇의 말에 로이떼는 잠시간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곧 조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씀드렸던 대로에요......모두 떠나가 버린거지요......... 

더이상 주인도 없는 가문에 남겨져서 굳이 일할 필요가 없어진 걸테니까요. 

린바스집사님과 저만 이곳에 남고 모두 제갈길로 가버렸어요.  

집안이 엉망진창인 이유도 그런거죠........ 나가기 전에 뭔가 돈이 될만한 것들은 사람들이 제멋대로 

뜯어가거나 몰래 가지고 달아나버렸어요. 린바스집사님은 이미 무척 나이가 연로하신데다가  

몸까지 편찮으셔서........ 아까는 침대에 누워계시는 집사님께 물수건을 갈아드리려고 나오다가  

엘리엇님을 발견한거에요." 

......로이떼.....혼자서 고생을 많이 한거구나..... 

하지만 어째서 너는 떠나지 않고 이곳에 남게 된거지?  

너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함께 떠나갔으면 더욱 좋은 삻을 살 수 있었을텐데.. 

엘리엇은 못본새 꽤나 성숙한 여인이 된 로이떼를 바라보며 작게 의문을 가졌다. 

............어쩌면 어느 누구보다도 로이떼는 이곳을 좋아했을까..? 

"유이님께서 돌아가시고 난 뒤 전 곧바로 이곳으로 돌아오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전서도 받았구요.. 

현재 세이리어가는 린바스집사님이 한동안 임시로 돌보는걸로 되어있지만 집사님께서도  

몸이 편찮으셔서 언제까지 버틸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도 후계자의 증표가 나타나지 않는 이상 

얼마 안가서 이 세이리어가의 재산은 모두 국가로 반납되게 될꺼에요..... 

.....그럼 후작가였던 세이리어가도 그걸로 막을 내리게 되겠지요.......사실.....무척이나 번영하던 곳이었는데... 

제가 꼬마였을 때만 했어도 이렇게 까지 될거라고는 어느 누구도 상상을 못했을거에요...." 

어두운 표정으로 읇조리는 로이떼의 말을 듣던 엘리엇은 표정을 살짝 굳혔다. 

"....저.....로이떼...물어볼게 있어......그게 무슨 소리야? 후계자의 증표라니?  

세이리어가가 국가에 반납된다는건 또 무슨 말이고?"  

 

와하하~^^;;; 주말에 들른 쿠로입니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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