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애
"...오셨습니까?"
방안을 들어서는 키레이를 보며 엘리엇이 말했다.
"무슨 일이지? 네가 나를 직접 다 맞이하고 말야.."
놀란듯한 표정으로 엘리엇을 바라보던 키레이는 곧 그가 평소라면 당돌할 정도로 마주쳐 오던
시선을 피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잠시간 얼굴로 의아함이 스친 키레이의 얼굴은 엘리엇의 이어지는 말에 싸늘하게 굳어졌다.
"언제까지.....저를 이곳에 가둬둘 생각이십니까?"
고개를 돌려 자신을 노려보는 키레이에게 엘리엇은 입술을 한번 꽉 깨물고는 천천히 말했다.
"...황자저하께서 저를 이곳에 가둬두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피식.....!
"이유? 지금 이유라고 했나?"
키레이에게서 조금 심상치 않은 기운을 읽을 수 있었지만 엘리엇은 하던 말들을 멈출 수 없었다.
언젠가는 결단을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미루고 또 미뤘지만........현재에 안주하고 싶은 마음에 바보같이 애써 외면하려 했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심장이 따끔따끔 아파온다.
더 이상은 안된다고 내 자신에게 마구 경계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애써.......무시한 시간들이다.
하지만...
"저를 내보내 주십시오."
.........하지만 그럴수만도 없다는 걸 깨닫아 버렸으니까....
"너를......내보내 달라고? 쿡....쿠쿡......!! 우습군!! 감히 누구에게 그런 말을 지껄이는 것이지?"
한참을 정말로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는 키레이였지만 눈빛만큼은 매우 살벌하고
살이 에일듯 차가워서 엘리엇은 잠시간 움찔했다.
"저를 이곳에 잡아둬서 당신에게 생기는 득이 뭡니까?
나를 이곳에 가둬봤자 당신에겐 아무런 이득도....흐윽...!!"
엘리엇은 말을 다 마치지도 못한채 키레이의 난폭한 손길에 침대위로 넘어갔다.
"요새 한동안 풀어주었더니 그 작은 머릿속으로 이런거나 생각하고 있었던거냐?
.....큭..!! 누구 맘대로 어딜 간다는거지?"
....키레이......황자...!!!
"득과실의 여부는 네가 결정하는게 아닐텐데?
필요가 있고 없음의 여부는 네가 아니라 내가 정하는게 아니었던가?"
꾸욱...!!
"아윽!!"
이 미친......자식!!! 그러니까 도대체 왜 나를!!??
".....쉽게....놓아줄 것 같으냐?.............!!"
"놔!! 이 빌어먹을 자식아!!"
안 놓아주겠다고........? 언제까지고 이렇게 가둬둘 요량으로?
.......그리고는 이내 질리거나 쓸모가 없어지면 손쉽게 버려 버릴테지...!!!!.........
그래......어느 누구도 아닌 황자니까!!
네녀석이 그런다해도 감.히. 누가 네가 하는 일에 토를 달겠어!? 안그래?
단지 짜증나고 구역질나게 역겨운 것은 버려지는 신세라는 것!!!
아무말도 할 수 없지!!!
입이 있어도!! 머리가 있어도!! 버리면 아무말 없이 어떠한 불평조차 가질수 없는
그렇게 버림받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신세일뿐!!
그런 거라면.........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거라면.......!!
"차라리....흡!!"
황자가 자신의 입술을 거칠게 탐해오고 있었다.
입안을 제멋대로 헤집고 있는 그의 혀에 엘리엇의 두 눈꼬리를 타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젠장...!! 아파!!!!! 아프다고!!!
개자식!! 허구한날 틈만 나면!!! 말 좀 하려고 하면!!!
네놈은 입막음 용으로 이딴짓을 잘도 저지르겠지만 나는 할때마다 숨막혀 죽겠단 말이다!!!
게다가.......!! 이번엔 너무.........너무 아프잖아!!!!!!!!!!
투드득...!!
"....!!!!!!!!..."
지난번 처럼 제멋대로 마구 찢어발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입고 있던 옷의 단추가
뜯겨져 나가는 것을 보며 이자식이 지금 하려는 짓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내가 아니었다.
하.....지마..........하지마...!!!
그때의 그 끔찍한 아픔이.........고통이 머릿속으로 다시금 떠오르면서 나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황자의 입술이 떨어지는 순간 재빨리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어이없게도 내몸을 가볍게 찍어
누르는 녀석의 손으로 인해 다시금 침대로 눕혀졌다.
"...왜 그러지? 한동안 손을 놓았다고 해서 벌써 잊은건 아닐테지?"
"크윽....!! 망할놈의 변태자식!!!!!"
녀석의 두눈이 심상치 않게 빛을 내는걸 보며 나는 또 아차싶어 재빨리 입을 다물었지만
이미 늦어버린 것 같다.
젠장...!! 변태한테 변태라고 했는데 도대체 뭐가 잘못됬다는 거야!?
그럼 네 자식이 변태지 다른 뭐라도 되냐!?
아니.....적어도 이순간 만큼은 넌 황자도 뭣도 아니야!! 그저 인간말종의 완전무결한 변태일 뿐!!
".....여전히 정신을 못 차렸군..."
"정신 못차린건 바로 너야!!! 넌 미쳤어!? 알아!!? 이제까지 만난 녀석들 중에서
제일 미친놈들 중 하나라고!! 이런게 재밌어? 쓰고 버릴꺼......아윽!!...."
"그 입.....닥쳐라."
왜? 듣기싫어? 너무 정곡만 찔러서 말하니까 네 녀석도 뭔가 느끼는게 있는가 보지~!?
원래 다 그런거야~ 감탄고토라고 자기가 하고 싶은말 듣고 싶은말만 쏙쏙 다 빼가고 나머지
정작 들어야 할 쓴소리는 죽어도 듣기 싫다고 거부하는거지!?
하긴!! 위대한 너한테 이렇게 쓴소리 하는 녀석들이 있기나 했겠냐!?
푸들푸들 떨면서도 지고 싶지 않아서..........키레이의 눈동자를 끝까지 노려보던 엘리엇의
두 뺨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세상은 너무도 가식적이고 부조리한 곳이라서....믿을 놈은 하나도 없고 믿어서도 안되고....
그래야만 제 한 몸 건사할 수 있는 거라고 귀가 닳도록 수백번! 수천번!!
할아버지에게 들어왔지만........나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바보같이 정만 많은 아이라고
그분이 한숨쉬는걸 들으면서도........그저 좋다고......좋을 뿐이라고만 생각했어.......
...할아버지의 말들이 모두 옳고 다 맞는 이야기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살아볼만한 거라고 기대를 가지고 있었단 말이야.....!! ........그런데.......
엘리엇이 소리없이 자신을 바라보며 울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키레이 조차 한순간 멈춰섰다.
.....그 모습은 너무나도 서글프고 아름다웠으며........ 무척이나 유혹적으로 다가왔다...
".....운다고 해서 그만둘꺼라 생각하지마라......."
전에도 그러지 않았었나?
너의 아픔을 난 모른다고.....그러니 나는 너에게 동정할 수 조차 줄 수 없으니......
..........너를 내안에 가두는 것 외엔 어느 무엇도 생각할 수 없을 만큼.......
그래......네말대로 미친 것일지도...
"하윽!!......망..할....!"
투둑..!!
마지막으로 떨어져 나간 단추를 끝으로 엘리엇의 몸을 휘감고 있던 천이 침대위로 흘러내렸다.
그 위로 새하얗고도 어쩌면 가늘다고 볼 수 있는 아직은 덜 자란 소년의 나신이 드러났다.
엘리엇 당사자에게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일이었지만 키레이는 한동안 아무말 없이 응시할 뿐이었다.
밑에 깔려 파닥거리는 엘리엇의 저항에도 아랑곳 않고 그는 진분홍빛의 탐스러울 정도로
보기좋게 솟아오른 자그만 돌기에 혀를 갖다 대었다.
"윽...!! 빌어먹을!!! 입....떼!! 하윽.........!!"
자신의 힘에 눌려 아무것도 못하는 주제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는 듯 반항하는 엘리엇을 보며
키레이의 입가에 작게 미소가 덧그려졌다.
......너를 탐하고......소유할 수 있는 것도......오직 나일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유일한 한가지...
놀랄만큼 우습고.......어리숙한 감정이란걸 깨닫았지만 빠져나올 수 조차 없다.
그저 이 어리석음에 한탄하고 비웃음을 내뱉으면서도 빠져들 수 밖에 없는 이 감정에 분노를 느끼면서도.......
...눈앞에 있는 이 소년을 놓칠 수 없다! .......놓아주고 싶지....않다..!
키레이는 천천히 엘리엇의 턱선을 핧아 내리며....귓가에 혀를 넣어 쓰다듬었다.
자신의 몸짓에 어느 하나 소홀한 곳 없이 민감하게 반응해오는 엘리엇의 몸에 작게 쾌감을 느끼며
천천히 부드럽게 그의 살을 맛보고 음미하는 키레이였다.
"아....흐윽..!!"
엘리엇의 흰 나신 위로 키레이의 입술이 스친 곳마다 붉은 얼룩들이 점점이 생겨나고 있었다.
붙잡힌 손목 위에도 천천히 입술을 비끄러뜨리며 하나하나 천천히 집요하게 자신의 흔적을 남기는
키레이의 행동에 엘리엇은 미칠듯이 달아오르는 이상한 쾌감에 조금씩 하던 저항 조차 못한채
그저 손을 놓고 있을 뿐이었다.
......왜.....녀석의 손길이.....싫지가 않은거지?...
...이 빌어먹을 변태황자에게 어째서.........이렇게.....아릿할 만큼 가슴이 떨리는 걸까......?
푸흐....흐.........미치는거야......푸후...후후후......점점.....미쳐가는게 틀림없어......
허리를 쓰다듬고.......천천히 가슴 주위를 배회했다가도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는 키레이의
손길을 느끼며 엘리엇은 쓰게 조소했다.
.....웃기지마....!!
너는 그저 핑계를 대고 싶은 것 뿐이야!!
이 빌어먹을 곳에 좀 더 오래 있고 싶어서 만들어 낸 비참한 핑계를!!
.........이녀석은 지금 나를 멋대로 강간하는거야.......아주......나쁜놈이라구...!!
녀석이 내게 조금...따스했다고 해서..........조금....친절했다고 해서.......달라지는 건 없어.......
그래......달라지는 건 하나도 없어...!!
"하윽!!"
키레이가 아랫쪽을 부드럽게 감싸쥐자 엘리엇이 순간 놀라서 뒤로 물러섰지만
강인한 두 팔에 의해 다시금 아래로 이끌려 오는 몸이었다.
"어디도.....갈 수 없게 만들어 주겠다. 다시는......그런 생각 따윈 할 수 없도록..."
스윽..!!
"하......아아...악!!"
처음이 아니라 벌써 두번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칠듯한 아픔이 엘리엇의 하체를 자극했다.
"아.....윽....싫어.....놔........놔.....!!....하아!!"
눈물에 젖어 키레이의 손길을 피하고자 움직이려 했지만 몸이 마비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 빌어먹을 아픔과 이질적인 감각이 마음에 안들었다.
키레이의 눈이 낮고 깊게 빛나고 있었다.
천천히 그의 몸이 엘리엇의 몸과 겹쳐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
달라진 건 없었다.
지독히도 쓰린 아픔과 동시에 머리가 텅비는 듯 싶었다.
"...헉!!....아흑..!!"
그러더니 어느 순간 엘리엇의 입에서 자신도 모를 아릿한 비음이 새어나왔다.
그 순간조차도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 수 없는 엘리엇은 그저 빨리 이시간이 끝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흑....!! 하악..!!"
퍽..!!
퍽!!
자신의 아래에서 달뜬 신음을 내지르며 눈물을 흘리는 엘리엇을 보는 키레이의 입가에
서늘한 웃음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그래............어디로도 갈 수 없도록............
...잡아두면.........그뿐이니....까.......
설사....너의 마음..........어디에도 내가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면........
"아흑..!!"
퍽..!!
...............차라리 증오로써 나를 담아라.......영원히 잊을 수 없도록..!
어느새 지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버린 엘리엇의 귓가에 무척이나 낮고 달콤한 음성으로 키레이가 속삭였다.
"......마음껏 증오해도 좋다...다만.......잊지는 마라.....내가 누군지..!!"
끔벅.....끔벅....
눈을 떠보니.....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옷......새로 갈아 입혀져 있네?
적막감이 가득한 황자의 방안..........나 또 정신을 잃은건가?
"아윽.....! 제기랄..."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허리를 급습하는 엄청난 통증에 절로 욕설이 튀어나왔다.
아직 주위는 어두웠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푸르스름한 새벽빛이 방안을 비추고 있었다.
애써 온몸을 휘어감는 통증을 무시하고 천천히 침대위에서 방 한가운데로 절뚝거리며 걸어나갔다.
"..........."
주위를 둘러보는 나에게 찾는 물건이 안보였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내 평생에 그것이 그렇게 아쉬워 질 일이 있었을까?
그렇게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는 나의 눈에 마침 적당한 것이 눈에 띄었다.
순금으로 만들어 진듯한 황금빛 장식용 촛대...
투툭...툭.......!!
...헤에....장식용이지만 일을 치르는데는 별 문제가 없을 것 같군.
촛대의 끝에 찔린 검지손가락에서 흘러내린 피들이 바닥으로 방울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이만하면 될거야...
나는 천천히 장식용 촛대를 들어올렸다.
"뭐하는 짓이지?"
때마침 뒤에서 어젯밤 마음껏 나를 가지고 논 미친황자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방에 없었던게 아니었나?
언제 들어왔지? 아니........그보다도.......이제는 별 상관없으려나?
뒤돌아선 내 앞에 키레이가 새벽빛을 받아 더욱 푸르스름히 빛나는 머리칼을 가지런히 묶은 뒤
아무것도 담지 않은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촛대?"
의아하게 중얼거리는 녀석을 보며 나는 히죽하니 웃어보였다.
"뭘 하려는 거지? 설마 그 촛대가 탐이 나는건가?"
.......아.......그럴수도....보아하니 이것도 꽤나 고가품인 것 같은데.....그러고보니 순금이었나?
워낙 이런 물건들이 채이고 채이는게 녀석의 방이라서 잠시간 물욕이 소홀해 졌을지도....
......하지만.......땡!! 틀렸어.
이 황금촛대도 무척이나 맘에 들긴 하지만.....결코 탐이나서 손에 쥔건 아니지...
"......나를 이곳에서 내보내 줘..."
나의 말에 황자녀석의 미간이 다시 싸늘하게 굳기 시작했다.
"...어젯밤의 처벌이 네게 소용이 없었던 것이라면 다시 가르쳐 줄 수도 있다."
.......처벌? 나에 대한 처벌이라고?
"그말은 나를 절대 이곳에서 내보내주지 않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
황자가 침묵하자 나는 그가 내말에 긍정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을 수 있었다.
어째서지? 어째서 나에게 그렇게 집착하는 거지?
이 빌어먹을 몸뚱이가 맘에 들었다거나 뭐 그런 재미없는 이유는 아니겠지?
설마하니 이 카이다제국 내에 저 녀석 하나를 만족시켜줄 수 있는 미인이 단 한명도 없을까?
찾아보면 나말고도 얼마든지 있을텐데?
지난번에 저 녀석도 그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도 했고.......
역시.....나는 저 녀석에게 있어서....단순한 유희거리일 뿐인걸까?
...한순간의 재미로 쓰고 버려질.......그런 비참한.........장난감..처럼.......
아니...장난감 보다 못하지 난....푸후후....후후.......!!!
"그럼 이건 어때? 당신이 나를 내보내줄 수 없다면...내 스스로 없어질게."
"....뭐......라고?..."
나는 손에 들린 촛대를 잠시간 손목을 이용해 허공 위로 빙빙 돌렸다.
빙그르르.... 탁..!!
촛대가 내 손에 쥐어질 때쯤엔 나의 입가에 무의미한 미소가 걸쳐졌다.
".....엘리엇..."
"이거 정말 황송해라...직접 내 이름을 다 불러주시기도 하고!! 푸후후후....후..!!
하지만 그 이름 멋대로 부르지마....짜증나니까.......!!
네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 무지 더럽거든! 아....이젠 더이상 부를 일도 없어질라나?"
목구멍에서 생각나는대로 튀어나가는 내말에 이제는 아무런 표정없이
하다못해 인상을 찌뿌리는 것 조차 하지 않는 황자놈을 보며 나는 웃었다....
...아니........웃어야 했다.
.....히죽!!...
어차피 나에겐 이거나 저거나 선택의 여지는 없어.
.............하지만.........이대로 개처럼 돼지처럼 이렇게 갇혀있느니......차라리 사라지는 쪽이 나아...
어느새 처음의 비웃음과는 달리 엘리엇의 얼굴 위로 서글픈 웃음이 번져나가고 있었다.
"키득.....킥...킥킥...!! 잘 있으라구. 다시는.........볼 수 없었으면 좋겠어. 미친황자님..!!.."
...조금은 너를 좋아했을지도 모르는데.........
..........가끔씩.....아주 가끔씩 내비치는 그 다정함이 마음에 들었을지도 모르는데...........
...아주 조금은..............사랑했을지도 모르는데......
언제나 거기까지........황자님과 천한 도둑인 나사이의 거리는 언제나 거기까지.....
그 이상은...........없어!!!!!
쉬이익!!!!!!!!!
엘리엇의 손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묵묵히 바라보고 있던 키레이가 외쳤다.
"그만!!!!!!!"
콰드드득...!!!
....우뚝...........!!
키레이황자의 외침에 순간 거짓말 처럼 나의 몸이 굳어졌다.
아니.......차라리 거짓말이었으면 좋겠다.
.................이 급박한 순간에도 저놈이 술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또 다시 망각한
멍청한 자신을 저주하고 싶다.
차라리 이대로 죽어버리면 좋았을 것을!!!!
뚜벅....뚜벅......
천천히 발걸음을 옮겨 키레이는 굳어진 엘리엇의 앞에 다가섰다.
"좋아....!!"
찢어놓을 듯이 노려보는 키레이황자의 시선에 엘리엇은 모든걸 체념한 채로 고개를 틀어 그의 시선을 피했다.
바로 앞에서 놈의 이를 사려무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가....이겼다.......!!"
.....녹빛눈동자에서 살기도...무엇도 아닌 다른 무언의 폭주할 듯한 감정이 폭팔해 터져나왔다.
.....내가.....이기다니..? 무엇.......을?
엘리엇이 혼란스런 얼굴로 자신의 앞에 서있는 키레이황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내가.....졌다............엘리엇...."
마지막 황자의 말은 한숨과도 같은 나즈막한 울림을 띄고 엘리엇의 귓가를 파고 들었다.
무엇을......졌다는 거지?
나에게.....무엇을?
엘리엇의 두 보라빛 눈동자가 어지러이 흔들리는 걸 보던 황자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곧 두 주먹을 꽉 사려쥐고 천천히 입을 떼었다...
"...사랑.........한다....엘리엇........너를...사랑한다...!"
방금전까지의 자신을 노려보던 무뚝뚝한 싸늘함이 아니었다.
엘리엇의 눈에 비친 황자의 모습은...그저 가슴이 에일만큼 아프고.........침잠된 고통스러움이었다.
"....그대를.........사랑한다..."
......털썩!!!............
........땡그랑..!!!
황자가 걸었던 술법이 풀린 것인지 몸에 감각이 되돌아 왔다.
...그 즉시 ...엘리엇의 손안에 쥔 촛대가 바닥위로 떨어져 내리면서 그의 몸이 주저앉았다.
사랑....해?.........나........를?..............황자가.........나를 사랑해....?
그러나 엘리엇은 그뒤에 이어지는 황자의 말에 딱딱히 몸이 굳어졌다.
".....가라..."
.....가라니?
고개를 들어 바라본 곳에는 황자가 억눌린 신음을 내뱉듯....하지만 분명히 자신을 향해 말하고 있었다.
"널......놓아주겠다. 그러니.....네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라............."
진심....이야?
.......그거.........진심이냐구?
방금 전까지는 녀석이 이대로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말에 죽겠다고 결심까지 했는데.....
이제는.......놓아준다는 말에 심장이 미칠듯이 따끔거리며 묘한 배신감을 느끼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엘리엇은 멍하니 황자를 올려다 보았다.
.....난생 처음 보는 황자의 표정이었다.
..아니.....엘리엇 뿐만이 아니라 그 어느 누구도 볼 수 없었던...
무척이나.......아련하고....무겁게.......가라앉은......
...비애....
".....가......라....그리고 다시는........내눈앞에 나타나지 마라...
......다시는......내눈에 띄지마......엘리엇..!........."
왜.....그렇게 슬픈 표정으로.....
항상 기가막힐 정도로 오만하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줄 알았던 녀석이....
어째서.......그렇게 나를 바라보는....거지.........?
"그대에게 주는 나의......처음이자 마지막일......배려이다..........그 이상은 없다...."
키레이는 그말만을 마치고 멍하게 주저앉은 상태 그대로인 엘리엇은 쳐다보지도 않은채
곧바로 몸을 돌려 방문을 열고 빠져 나왔다.
"모두 물러가라.."
키레이의 방문앞을 지키고 있던 경비들은 의아한 눈빛으로 자신들의 주인을 바라보다가
곧 눈짓을 주고받은 뒤 재빨리 몸을 돌려 빠져나갔다.
뚜벅.....뚜벅.........
강인해 보이는 뒷모습과 함께 키레이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전과 다를바 없는 무심한 표정으로......
.....한번 쥐면.......다시는 놓치지 않을 것만 같았던...
...두번 다시는 없을 거라 믿을........
..........조용히 침잠되어 마침내는 어둠으로 가라앉는 허무한.......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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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번째 인터뷰
쿠로 : 이야~ 미운듯 하면서도 은근슬쩍 깜찍한 짓을 하는 우리의 두 히로인 중
한사람인 미레아를 만나 보겠습니다~!!
미레아 : 안녕하세요
쿠로 : 오오~!! 인사성도 밝고 과연 황녀상이로고~!!
널 황녀로 캐스팅하길 정말 잘 한것 같구나. 미레아야.....(내심 흐뭇...흐뭇..)
미레아 : 아....아니요.....항상 저흴 위해 열심히 힘써주시는 쿠로님께 감사드려요.
쿠로 : 크....크어어어...!!! 감격의 눈물이....!!
미레아 : 저....그런데..........고민이...
쿠로 : 고민? 뭔데!? 다~ 말해봐~!! 뭐든지 다 들어줄께!!
미레아 : 그...러니까........
쿠로 : 뭔데~? 으잉? 빨리 말해보랑께!
미레아 : ....촬영이 끝나고........리스가 자꾸 절 괴롭혀요....머리도 잡아 당기고...
쿠로 : 이....이잉? 아니 왜 리스가;;;
미레아 : 요즘 제가 너무 엘리엇과 붙어있다고........
쿠로 : (흐헉;;;;) 그...그랬니?;;;;
미레아 : ..네...조금만 더하면 아이스께끼도 할꺼라고.....그래서 요즘은 바지만 입고 다녀요..
쿠로 : 리....리스;;;; 그노무 자슥을;;;;
미레아 : (잠시 망설이다가) 그래서 말인데...리스는 다음편에 나오는 건가요?
쿠로 : ....음....글세 다음편이라.......
미레아 : 부....부탁드려요. 조금만 더 하면 정말 리스가 절 가만두지 않을지도 몰라요..!!!(눈물을 글썽글썽..)
쿠로 : 알았다!! 어쩔 수 없지. 다음편에 리스 출연이다...;; 끄응...!!!
미레아 : ...감사해요..!! 쿠로님 정말 감사해요..!!
쿠로 : 아니 나보담도 네가 더 고생이 많지...(리스녀석 때문에 얼마나 가슴앓이를 했을꼬..쯧쯧!)
미레아 : 그럼 전 이만 가볼께요. 안녕히 계세요!!
쿠로 : 오냐!!! 잘가거라잉~? 에구...착한 것!!
촬영장 뒤에서...
미레아 : 야...이젠 됐지? 그러니까 빨리 약속한 돈이나 내놔.
리스 : 확실하게 말한거야?
미레아 : 그렇다니까? 솔직히 나도 그렇게 금방 넘어올 줄은 몰랐지만.. 쿠로님께 쬐금 죄송하네..
리스 : 우우....알았어. 여기 만원... 이제 다음부터는 엘리엇형과 만날 수 있겠구나!!
미레아 : 음....네가 너무 사정해서 봐준거야. 알았지? 원래는 만원으론 절대 안봐준다고!!
리스 : 알았어..알았어.......
미레아 : 후암...!! 요새 연달아 촬영했더니 조금 힘드네. 그럼 난 가볼께~
리스 : 그래! 잘가~!!
미레아 : 후후후......(원래는 리스녀석이 따로 부탁하지 않아도 다음편 부터는 넣어 줄거라고 했는데...돈 굳었다!!)
<.......숨겨진 뒷사정이었다...............
자아-_- 시작하기 전에........
도둑놈 스토리 공모합니다아아~!!! 샘플이 필요해요=_=;;;;
우우우......!!! 천사소녀네티를 암만 봐도 궁극의 대책이 안떠오르네용-_-;;
어헝헝헝....!!!! 엘리엇이 뭔가 본격적으로 한건하게 해야하긴 할텐데....
꺼이꺼이......어떡해요오오오!!! 도통 쓸만한 이야기가~!!!
어디서 영감 받아올 만한 것은 없으려나아아~
이힝-_ㅜ;;;;; 오늘도 놀러와주셔서~ 감사해요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