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흘러 내리는 아픔
"...오늘은 이쯤해두지.........그리 급한 것도 아니니..."
다행히 키레이놈은 무슨 생각인지 아무 말 없이 한동안 나를 노려보기만 할 뿐 그후엔 별짓을 하지는 않았다.
숨막힐 듯이 나를 제압해 오는 놈의 기운에 한층 긴장하고 있던 내몸은
그말이 끝남과 동시에 키레이가 어디론가 몸을 돌려 나가자 스르르 힘이 빠져서는 침대위에 맥없이 늘어졌다.
...무슨 뜻이야.....? 그 녀석은 도대체........
나를 가지고 싶다는 건가? 어째서?
설마하니 황자녀석의 특이한 유희거리에 어쩌다가 나도 눈에 띄게 된건가?
그렇다면 지독히도 악질적인 유희로군.......
차라리 얻어 터져서 밖으로 내쳐지는게 훨씬 편할지도......젠장......
사람을 이렇게 사슬로 묶어놓고 도대체가 뭐하자는 플레이야?
이런거.......갑갑해서 정말 싫다구.....!!
어렵사리 두 무릎을 굽혀 그 위에 고개를 처박았다.
......천하의 엘리엇이 하필이면 황자놈 따위에게 붙잡혀서 이꼴이 되다니...!!
게다가.........녀석의 폼새를 보아하니 쉽게 놓아줄 것 같지도 않고.....
.........그때....그냥 방으로 돌아갔어야 하는게 옳은 거였을까?
리스.....가 많이 걱정할텐데........
다른 누구도 아니다. 키레이황자다...........
내게 이런 불안한 마음을 심어주는 유일무이한 단 한사람.......!!!
심지어 그 빌어먹을 노이드녀석 조차 아무렇지도 않게 넘겼던 나였는데.......
어느 누구를 만나도 당당할 수 있다고 자부할 수 있던 몸이었는데...
.....단지 네가 그 고귀하신 황자라는 신분이기 때문은 아니야.........그렇다면.....왜?
.....처음엔 그저 얼굴만 놀랄정도로 잘생겼을 뿐 나머지는 전혀 마음에 안드는 녀석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는데........
나는 작게 고개를 저었다.
처지가 우습게 되긴 했지만 어떻게든 빠져나갈 방법이 분명 있을거야...
....분명히......빠져나갈 수 있어...!!
...끄으으응......!!
현재 나는 내앞에 놓인 식기를 보면서 하염없는 망상에 젖어 있었다.
장차 카이다의 황제폐하가 되실 몸께서 손수 가져다 주시는 음식이니 이거 엄청 황송해 하면서 먹어야 하나?
아니면........부담스러울 만큼 옆에서 뚫어져라 쳐다보는 저 녀석의 면상에 먼저
주먹을 꽂아준 다음에 이것들을 뒤엎고 튀어야 하나...?
다행히도 밥을 먹을 땐 사슬에서 자유로워지긴 하지만.......
도대체가 이 꼬락서니가 뭐냐?
일단은 눈앞에 보이는 음식들을 보면서 군침이 넘어가긴 하는데.......
"밥 먹을 때 그렇게 쳐다보는 건 예의에 어긋나는거 아닙니까?"
하는 수 없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오히려 키레이황자의 입가에 감도는 미소를 보고는 나는 방금 전 내가 한 말을 후회했다.
.......저 녀석;;;;; 또 무슨 짓을 하려고?
"글쎄...내 앞에서 예의를 따지다니.......우습군.
내가 하는 일이다.
어느 누구도 내가 하는 행동에 대해 제제를 할 수 있는 자는 없을텐데?
설사 그대의 말처럼 그것이 설령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더라도 말야......안 그런가?"
빌어먹을 놈!!
그래! 네가 이 제국의 황태자란 말이지!?
그렇다쳐도 그거 권력남용이라는거 알기는 아냐!?
이 빌어먹을 미친황자놈아!!!!
그러다가 나중에 콱 망해버려라!!!
나의 원망+저주 섞인 눈초리를 받고도 키레이황자는 코웃음을 치며 냉소적인 웃음으로
응답할 뿐이었다.
제기랄! 서럽다!! 서러워!!
어느 빌어먹을 녀석은 부모 잘만나서 별 해괴한 짓을 해도 용서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고
누구는 식사한번 할때마다 엄청나게 소화불량에 걸릴 상황에 처해있으니!!
"얌전히 줄 때 받아먹어라. 지난번 처럼 음식들을 모두 뒤엎는 경우엔 네가 직접 내앞에 엎드려서
음식을 달라고 애걸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가져다 주지 않을테니까."
키레이가 싸늘한 목소리로 사람 염장지르는 말들을 내뱉었다.
.......썩을...놈!!
너도 이런 상황이 되보라구!
네녀석이 가져다 주는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게 생겼나!!
쓰벌...!!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잡아둘 생각인거지? 이 녀석은?
벌써 이 방안에 갖혀 생활한지 대략 일주일이 넘어가고 있다.
파로키학원에 다니면서 잘도 이런 짓을 저지른다고 생각해도...학원에서는 학생들의
사생활까진 터치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실은 대체적으로 방관하는 편이었다.
게다가 눈앞의 오독오독 씹어드셔도 시원찮을 놈이 이나라의 황자라는 신분이니 말 다했지 뭐!
달그락...
포크를 집어올려 눈앞에 보이는 음식들을 천천히 입안에 집어넣고
무슨 맛인지도 모를 만큼 질겅질겅 씹기 시작했다.
나의 모습을 바라보던 키레이가 미간을 찌뿌렸지만 나는 괘념치 않고
일부러 더욱 신경이나 거슬리라는 뜻에서 이까지 보여가며 음식을 씹기 시작했다.
쩝쩝!!! 우물....우물....쩝!! 쩝!!!!
어떠냐? 이자식아!
이렇게까지나 하고 있는데 오만정이 다 떨어지지?
네놈이야 어찌되었던 그 빌어먹을 예법을 평소 몸에 지니고 생활한 녀석이었을테니
이런 내 모습이 무지무지 못마땅할테지?
자...그럼 빨리 나를 감옥에 처박든지 어쩌든지 하라구.......!!
더 이상은 지겨워서 이곳에 못있겠으니...!!
네놈이야 낮에는 수업을 받으러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나는 이 침대위에 묶여
움쭉달싹 못하고 네놈이 오기 전까지는 여기서 단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단 말이다!!!
키레이놈의 말처럼 지난번에 놈이 나의 사슬을 풀어 주었을때를 기회로 삼아
깽판치고 밖으로 달아나려고 시도는 해봤었다.
하지만.......그 결과는 무척이나 참담한 것이었다.
재빨리 문쪽으로 튀어나가던 나를 이 미친황자놈이 단 한마디로 제압해 버렸던 것이었다..!!!
"멈춰라"
콰드드득...!!!!
순간 이곳으로 잡혀오던 날과 마찬가지로 온몸이 굳어지더니 단 한발자국도 뗄 수 없었다.
.......매번 잊어버리는 사실을 놈이 이렇게 매번 상기시켜주니.......
이거 고맙다고 해야하나;;; 아니면......이 빌어먹게도 둔한 머리를 탓해야 하는건가!?
젠장!!!! 빌어먹을 키레이황자!!!! 술법까지 사용하는게 어딨어!? 그건 명백한 반칙이라고!!
......물론 온갖 편법의 달인이었던 전직도둑인 내가 할 소리는 아니지만....
그뒤는 ......놈의 엄청난 분노의 눈초리를 고스란히 받아내고 꼼짝없이 침대 위에
다시 사슬로 묶여졌지 뭐....
게다가 무시무시한 협박과 함께........
"한번만 더 도망치려는 시도를 했다간 그 뒤엔 움직일 수 조차 없을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겠다.
.......이번 한번 뿐이다............이런 너의 행동을 눈감아 주는것은..!!!...."
......움직일 수 조차 없을 만큼 고통스럽게 만들어 주겠다라고......
저놈이라면 틀림없이 그렇게 하고도 남을 놈이다!!
아무래도 육탄공격으로 놈을 뚫고 빠져나가려는 방법은 포기해야 할 듯 싶었다.
아! 엘리엇!! 어쩌자고 저런 녀석에게 찍히게 된거냐!?
도대체가 뭐가 어디가 마음에 안드는 건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줘야 고치든 말든
아니면 하다못해 납득이라도 할꺼아냐!?
그 잘난 입으로 내뱉는 말들은 모두 싸늘하다 못해 심장 쫄아드는 무시무시한 말들 뿐이고!
내가 뭐라고 투덜거리기라도 할라치면 엄청나게 살벌한 표정을 지으며 노려보기나 하고!!
.......젠장!! 키레이황자! 이 나쁜놈!!!!!
"입가에 부스러기가 묻었으니 닦아라."
한참을 키레이놈에 대한 욕설로 머릿속을 가득 채우고 있던 나는 곧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는
키레이놈의 시선에 저도 모르게 입가로 손을 가져갔다.
어라?......언제 부스러기가 묻었지?
그러나 나는 곧 어디에 묻었는지 손으로 더듬기도 전에 갑작스레 다가온 키레이놈의
희고 긴 손가락에 움찔했다.
그리고는 정말 믿을 수 없게도 키레이놈은 손수 내 얼굴에 묻은 음식물 부스러기를 닦아내 주고 있었다.
이.....이녀석 정말 돌아버린 걸까?
왜;;;; 갑자기 안하던 행동을 다 하고 그러는건데?
갑작스레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하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어져
녀석이 하는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
.....이 빌어먹을 녀석의 손길이 묘하게 부드럽고 따뜻하다고 느끼는건.....단지 나만의 착각인걸까?
멍해진 두 눈동자 사이로 키레이놈의 조금은....다정해 보이는 눈길이 느껴지는것 역시.......착각....인거겠지?
나에게 그럴리가 없잖아........이 잘난 황자녀석이..........나에게 그래 줄리 없잖아.....
.......지끈...!!....................지끈..........!!
갑작스레 가슴에 몹시 생소한 통증이 느껴졌다.
뭘까.......아무것도 아닌데 무척이나 서럽고 슬픈 이 감정은........?
한 순간의 일장춘몽 같이...
카이다제국 황자님의 어느 빌어먹을 유희 중 하나일게 분명한데.......
".....왜..........우는 거지?....."
눈앞에는 키레이놈이 인상을 굳히고 조금은 놀란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에게는 절대.....말 안해줄거야.......이 기막힌 한순간의 환상을....절대......너에겐 말 안해...
"하하! 고귀하시고 고귀하신 황자저하께서 손수 제 얼굴에 묻은 것들을 닦아 주시니 이거 원~
황송해서 어떡하죠? 그런데 이거 어쩌나~? 전 그 손길이 무척이나 역겹고 구역질나 죽겠는데 말입니다!
.....후후....후..!!! 왜요? 그 똑똑하신 머리로 설마 제가 당신에게 감사따윌 할거라고 생각한건 아니겠죠?
왜 우냐구요? 당신의 그 손길이 무척이나 짜증나서라고 하면 답이 되려나요?"
....오우...!! 표정 한번 멋지게 굳어지는군....!!
푸후후....후후.....!!! 이거 정말 영광이잖아?
내 평생에 감.히. 저 위대하신 황자저하께서 인상을 찌뿌리게 될 말을 하게 될줄이야?
...............몰라.......이 따위꺼....왠지 한쪽가슴을 후벼파는 듯한 이런 생소한 느낌따위....나는 몰라....!!!
더할나위 없이 살벌하고 무감각하게 굳어진 키레이황자는 그나마 따스했다고 착각하게 만들었던
주변의 분위기를 단숨에 얼려버리고는 나에게로 다가왔다.
"키득....킥.....푸후후...후...헉!!"
한참을 혼자서 웃어대던 나는 키레이 황자의 손길에 웃음을 멈추고 신음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젠장....또 시작됬군.
현재 내 목위에 놓인 방금전까지 무척이나 부드럽고 따스하다고 느꼈던 그 손이 이제는
더할나위 없이 흉악한 무기가 되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아...흐윽..!!"
목을 조르는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나는 고통에 찬 신음을 내질렀다.
"알다시피 난 그다지 인내심이 많은 편이 아니야.....
..내가 언제까지 너의 그 건방진 행동들을 봐줄꺼라고 생각하지 마라....
이 이상 나를 자극하지 않는게 그대에게도 나에게도 이로운 일일테니까...!"
.......알지.......빌어먹게도 잘 알고 있지....!!
나는 결국 네녀석에게 있어서 한순간 쓰고 버릴 장난감보다 훨씬 못한 존재라는거!
탁..!
"콜록...!! 컥...!! 하아.........!! 하아......!! 흑.....콜록...!! 콜록..!!"
에씨...!! 드럽게 침이나 줄줄 흘렸네;;;
.......히죽...!! 하지만.........뭐 어때? 푸후......후후후.........!!
한참 숨을 몰아쉬던 나는 비죽이 웃음을 흘리며 키레이황자를 향해 헤죽 웃어보였다.
그의 녹빛 눈동자가 잠시간 흔들렸던건........
아마도 이렇게나 당하고 나서도 그에게 웃어보였기 때문이겠지.....?
아마 정신나간 녀석 정도로 생각하겠군.
자신의 손에 죽을뻔했다는 사실도 잊은채 금새 다시 웃어버리는 그런 바보 멍청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얼간이 정도로 치부하고 있겠지?
......하지만 어쩌냐..........? 나는 그것 때문에 웃은게 절대 아니거든...!!
.......헤죽.....헤죽..!!
"차라리.....죽여버리지 그러십니까? 뭣때문에 이렇게 잡아두고 있는겁니까?
황자인 당신이라면 충분히 그럴수도 있지 않습니까? 나같은거 죽여버리는 것쯤이야 별일도 아닌...흐윽!?"
엄청난 악력으로 나의 양쪽 어깨를 짓누르는 키레이놈에 의해 나는 현재 침대위에 쓰러져
이도저도 못하고 녀석의 분노에 찬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군...그래......네 처지가 어떤 것인지 특별히 인식시켜 줄 필요가
있는 것 같군......어디 언제까지 건방지게 그 입을 놀릴 수 있는지 두고보도록 하지....엘리엇..!!!"
....푸흐흐흐....흐!! 왜? 때리기라도 하시게?
할테면 얼마든지 해봐! 네깟 녀석이 나에게 뭘 어떻게 한다해도 신경쓰지 않으니...
아...! 덤으로 지치고 쓸모없다고 생각되면 밖으로 내버려줬음 좋겠어.
그럼 적어도 이 답답한 방구석에서 살아있는 좀비가 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겠어?
설마하니 그정도의 아량도 베풀어주지 않겠다는 건 아니겠지?
바깥구경은 커녕 햇빛구경도 제대로 못한채 이 빌어먹을 침대에 묶여서 너도 한 일주일만 버텨볼래?
이거 의외로 엄청나다구...?.......!!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혼자..........네 녀석이 들어올 때까지 그렇게 혼자.....말야..!!
그런데 더욱 참을 수 없는건........정작 이렇게 만든 사람이 바로 네 녀석이란 걸 너무나 잘 아는데...
그런 너마저 너무너무 반가워서........무척이나 그리워해야 한다는 것...!!
그게 얼마나 기가 막히는 일인지...!!
......사람이 그립다라는 거..............하다못해 노이드녀석 조차 반가워 보일지도 모르는 이 방안에서
아무것도 가르쳐 주지 않고 나를 가둬둔 네가..........네가 미워.....키레이황자..!!!
"......으윽..!!!"
키레이는 찢어죽일 듯한 시선으로 엘리엇을 노려보며 사슬로 묶인 그의 손목을 들어올렸다.
"이런 것도........이젠 필요없겠지..."
찰그락.....찰칵..!!
엘리엇의 두 손목과 발목을 억죄였던 사슬이 풀려나면서 엘리엇의 얼굴위로 의아함이 떠올랐다.
철그렁..!!
키레이황자는 사슬들을 바닥위로 내던지고 입고 있던 상의의 단추들을 하나하나 풀러내리기 시작했다.
........뭘......하려는 거지?
엘리엇의 얼굴 위로 막연한 불안감이 스치며 방금전의 무시무시할 정도로 분노하던 시선이
이제는 알 수 없는 무심함으로 바뀌어버린 키레이황자의 얼굴을 보게되며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했다.
찌이익!!
엘리엇의 옷가지가 단숨에 찢겨져 나가자 그제야 엘리엇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닫았다.
".....미친...!!!! 지금 이게 뭐하는 짓.....!!"
짜악!!!
"흑..!!"
말을 하다말고 한쪽 뺨을 내리치는 무서운 손길에 엘리엇의 고개가 반대방향으로 돌아갔다.
"그 건방진 입... 닥치고 있는게 좋을거야. 이 이상 나를 화나게 하지 않는 것이 그대에게도 이로울텐데..?.."
싸늘히.........정말이지.....시리도록 차가운 음성으로 높낮이의 변화없이 읇조리는 듯한
키레이황자를 엘리엇은 이를 악물고 노려봤다.
".....하......하하하.....이게 무슨 고상한 취미이신지 모르겠습니다만.....
황자저하께서 이런 취미를 가지고 계셨다니 그저 놀랠 노짜로군요.
저같은 천한 평민을 직접 안으시려는 겁니까? 어차피 당신의 욕구를 채워줄 상대라면
나말고도.......아흑..!!"
짜악!!! 짜악!!!
연신 뺨을 두대를 맞은 엘리엇이 증오에 찬 눈길로 키레이황자를 바라보자
그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물론이다. 굳이 너따위가 아니고서도 내가 안을 수 있는 상대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
........지끈...!!
"네말대로 너는 일개 제국의 신민일 뿐이다."
............지끈....!!
"그러니.......이 나라의 황자인 내가 어찌한다 아쉬울 것 하나없는 그런 하찮은 존재지.
.......네 처지는 그런거다. 말하지 않았나? 이건 단순히 너의 처지를 일깨워주기 위함이란걸..!"
그.......그런..!!
엘리엇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리자 키레이황자의 입가에 매달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어느세 상체를 가리고 있던 윗옷이 제멋대로 찢겨져 나가며 그 위로 키레이황자의 몸이 겹쳐졌다.
".......네가...원하든.......원치않든........그런건 상관안한다..."
네가 도망가던 그 순간부터 그런건 이미 포기했으니...
그러니...........원망해도 소용없어...
......나에게 이런 필요없는 감정을 심어준건....다름 아닌 너니까..!!
키레이황자의 두 녹빛눈동자가 무겁게 내려앉았다.
휘익...!!!
"이....이거놔!! 이 빌어먹을 자식아!!!!!!"
억세게 휘어잡힌 두 손목이 위로 꺾여 올라갔다.
그러고는 곧 엘리엇의 목덜미 사이로 키레이황자가 고개를 파묻었다.
"흐..윽...!"
엘리엇의 입가에서 절로 신음이 나올만큼 과격한 행동이었다.
"젠장!!! 이러지.....마...!!! 이러지 말란 말야!!!"
엘리엇의 처절한 외침이 들리지 않는 것인지 키레이는 어느새 찢어진 옷들을 헤치고 천천히
아래를 향해 입술을 비끄러 뜨리며 내려가고 있었다.
작고 어딘지 향긋한 분홍빛을 띄고 있는 유실이 엘리엇의 흰색의 살결위로 내비치고 있었다.
왜......몰랐을까?
네가 이렇게 아름다운 몸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아니....알면서도 외면했던 거였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윽...!!!"
내가 이렇게 너를 탐하게 되리라는 걸.....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아윽!!! 제발........그만........이...미친....황자..!!"
갑작스레 자신의 가슴에 입술을 갖다대는 키레이의 태도에 경악을 머금으며 소리쳤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엘리엇이 그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면 칠수록 키레이는 더욱 집요하게 그의 살결을
더듬으며 살짝 굳어져 버린 엘리엇의 작은 유실을 입에 넣고 천천히 굴렸다.
......이 변태황자가 이젠 정말 갈때까지 가버렸나!?
순간 엘리엇의 온몸이 뻣뻣하게 경직되기 시작했다.
그나마 마지막 보루였다고 칭할 수 있는 허리아래에 달랑달랑 매달린 바지가
벗겨져 내리면서 싸하게 미소짓는 키레이황자의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
"그....그만 둬......!!!"
".......새삼스럽게 뭘 그렇게 떠는거지? 이런것 쯤은 당연히 예상하고 있지 않았던가?"
키레이황자가 자신의 옷을 벗기 시작하자 엘리엇의 표정은 더욱 급속도로 굳어져 내렸다.
덜....덜덜....!!
설마 이나이 이때껏 제국의 남자치고 경험이 전무하리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한 키레이황자는
오히려 그런 엘리엇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숭인가?.........아니면.......정말 싫어서 그러는건가..?
..어느쪽도 상관없겠지.
...........어차피 내가 가지면 그만이니...!!
이미 엘리엇은 자신을 간당간당하게 가려주는 상체를 걸친 천쪼가리 빼고는 제대로
걸친것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현재 자신의 겁에질린 표정 조차 키레이에게 얼마나 유혹적으로 다가 오는건지..!!
은빛의 실타래들이 길게 쭉 뻗은 팔다리 사이로 물결처럼 늘어져 있었다.
키레이황자는 점차 자신의 분신이 부풀어 오르는 그 광경에 슬며시 미간을 찌뿌렸다.
키레이황자의 몸이 가까이 다가오자 엘리엇은 사생결단을 내기로 작심했다.
이.....이 빌어먹을 황자에게 이제껏 자신이 고이 지켜온 순결을 내줄수야 없는 일 아니던가!?
그렇다...!!!
엘리엇은 드물게도......!! 정말 드물게도....!!
성년식을 치루고 나서도 유일하게 단 한번의 관계조차 가져보지 못한 순수한 소년이었던 것이었다.
뒷골목에서 어떻게 그러고 지낼 수 있어!?
라고 해도 이해할 수 없는 미스테리 중 하나가 바로 엘리엇의 순결이기도 했다.
내가 너따위한테 내주려고 이날 이때껏 아껴뒀는 줄 알어!!!!
이젠 더 이상 볼것도 없었다.
죽든 살든 일단 저놈부터 쓰러뜨리고!!!!!
엘리엇은 대담하게도 키레이황자에게 주먹을 내질렀다.
파악!!!!!
"끝까지 가만히는 안 있겠다는 건가...!!"
우드드득...!!!
"아으으윽!!!!!!!!"
......맙소사..........어떻게....이럴수가?
자신이 내지른 주먹이 키레이황자의 손에 가로막히다 못해 손에 가해지는 엄청난 악력에
신음을 내지르며 침대위로 쓰러지는 엘리엇이었다.
"한번 더 그러면 네 손뿐만이 아니라 발목까지 못쓰게 만들어 주겠다."
키레이황자의 비웃음 섞인 목소리가 엘리엇의 머리위로 들려왔다.
순간 믿을 수 없는 풍경이 엘리엇의 눈속에 박혔다.
자신의 다리를 키레이황자가 들어 올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러지마.......왜......이러는거야?"
명백하게 겁에 질린 보라빛의 두 눈동자가 마구잡이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키레이황자는 그것을 천천히 감상하면서 한쪽 입가를 들어올려 그런 엘리엇을 비웃어 주었다.
"언제까지 모르는 척 내숭을 떨 생각이지?
설마 그런 몸을 지니고도 모른다고 부정하지는 않을테지..?"
몰라..........몰라!!! 그런거 난 모른다구!!!!!!!
"읍..!!"
소리치려는 찰나 자신의 입이 키레이의 입술에 가로막히는 것을 느끼며 아래쪽에서 느껴지는
또다른 손길에 놀라 엘리엇은 연신 몸을 굳혔다.
.........이....이건..!!
어느새 자신의 중심을 잡고 어르기 시작하는 키레이황자의 손길에 엘리엇은 혼비백산해졌다.
".....몸은 이렇게 솔직히 반응하고 있지 않은가?"
어느새 부풀어 오른 엘리엇의 페니스를 어르며 엘리엇에게서 입술을 뗀 키레이가 낮게 웃고 있었다.
"하...으..!!!"
난생 처음 느껴보는 이질적인 감각...!!
온몸에 회오리치듯 밀려오는 아찔한 기분에 엘리엇은 저도 모르는 새에 연신
입가로 비음을 흘리고 있었다.
"...미친.......이게...하아...!...흐윽..!! 무....슨...!!"
키레이의 손길에 따라 점차 절정에 다다를 무렵 키레이의 낮고 미칠듯이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내가 직접 이렇게 까지 공을 들이는데 반응이 없으면 곤란하지........"
"아흐윽...!!"
겨우겨우 힘겹게 목구멍을 울리는 신음을 삼키려 노력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엘리엇의 가늘고 흰허리가 결국엔 탄력있게 튕겨 올랐다.
경련으로 떨리는 몸 한가운데 순간 눈앞이 아릿해지며 빌어먹을 무언가가 분출되었다.
무척이나 나른해지는 이 기분이.......무엇이지....?
알 수 없는 감각속에서 엘리엇은 다시 힘겹게 몸을 꿈틀해야했다.
.......키레이황자......!?
경악성 짙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어느새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의 얼굴이 보였다.
아래쪽에서 무척이나 생소한........결코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무언가가 자신의 내부로
함부로 침입해 들어오는 것이 느껴졌다....!!!
천천히 자신의 안을 넓혀가던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기도 전에 엘리엇은 엄청난 격통에 숨도 못쉬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아으으으....아아아악!!!"
허리를 휘감던 나른하고 이상했던...감각도 이미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파.....아파........!!!! 죽을만큼 아파!!!!!!!!
오직 자신의 몸을 가르듯 치밀어 오는 엄청난 고통으로 눈앞이 뿌예질 뿐이었다.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고통...!!!
이제는 눈앞에 무엇이 있는지 조차도 알 수 없을만큼 괴로울 뿐이었다.
"아.......으..흑...!!"
주르륵....!!
비명도 못 내지르고 그저 눈물만을 흘릴 뿐이었다.
그럼에도 키레이황자는 그런 엘리엇의 상태에도 아랑곳 않고 천천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문이었는지 가뜩이나 고통스러웠던 엘리엇의 고개가 뒤로 꺾이면서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시......싫어..아........파...아파!!!"
"......소용없는 짓을..!!"
흡사 폭풍같이 밀려오는 그 뜨거운 기운에 엘리엇은 너무도 고통스러웠다.
키레이.....!! 키레이...........!! 이딴식으로........
굳이 이렇게 잔인한 방법으로....괴롭힐 것 까진 없잖아.........!!....차라리 깨끗이 죽이면 될 거 가지고......
정말............빌어먹게도...........악독한 자식..!!!!!
피부와 피부사이가 맞부딪치면서 나는 질척한 소리가 키레이황자의 침실안에 가득히 울려퍼졌다.
눈앞에 보이는 이 육체를 얼마나 갈구하고....또한 얼마나 갈망했던가!?
어느새 이음새 사이로 흘러내리는 피들도........엘리엇의 고통에 찬 신음소리도......
키레이의 귓가엔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뜨겁게 조여오는 엘리엇을 미친듯이 탐하고 짓밟을 뿐이었다.
........그래...!! 네 의지란 필요없어......! 내가 원할뿐이다......
내가 너를 원하는 것일뿐!!
"...쿡.....크큭......!!!"
키레이황자의 메마른 웃음소리가 실내 안으로 낮고 음산하게......울려 퍼졌다.
"....영원히....넌.....내것이다..."
"하윽...!! 아악..!!!!"
퍽...!!
퍽...!!!
..........미친........놈...........누구 맘대로............네꺼 라는거냐....!?
한참의 일방적인 관계 후에 엘리엇의 내부로 뜨거운 무언가가 퍼져나갔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기 전에 엘리엇은 자신을 빠져나가는 상대의 것을 느끼며
침대에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열기.....와.......광기로...그렇게 달빛조차 가려진......
악몽같은 시간이 엘리엇의 몸을 한차례 훑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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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인터뷰
도판이의 주인공이자 독자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엘리엇!!
오늘은 그 주인공과의 인터뷰를~!!!
쿠로냥(줄여서 쿠로) : 엘리엇아~ 어딨니이이~?
엘리엇 : 나 왔수다.
쿠로 : 그래...요새는 어때? 지낼만 해?
......쿠르르릉...!!!!! 고오오오오오.........
쿠로 : (이크;;;; 그렇지;;; 요새 이녀석 기분이 영 아니올씨다였지;;;;;) 허허...허...;;;
엘리엇 : (말도 못하고 눈물만 글썽거리며...) 나.....언제 그 변태황자한테서 빼내줄꺼야..?
......그거....그거 꼭 집어 넣어야 하는 장면이었어?
쿠로 : (움찔!!!) 워....원래 이세계의 주인공들의 운명이 다아~ 그렇고 그런거지;;
너만 그런게 아니니 그냥 참고 살아;;;; 나도!! 나도 순진하게 살고 싶었단 말이다!!!!!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이 세계가 나를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는고나;;;;;
엘리엇 : ......그...그런게 어딨어!!!
쿠로 : 흠....흠흠;;;;; 원래 나도 그러고 싶진 않았지만......어쩔 수 없었다...!!
하루빨리 응응을 내놓으라고 독촉하는 독자님들의 염원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으므로....
엘리엇 : 이....이이.....배신자!!!! 1부에서 학력대회때도 맞추기 싫었던 답을 일부러 선심써서
직접 맞춰 주기까지 했는데!!!
쿠로 : 야...야!!! 그런걸 네입으로 말하면 어떻게 해!? 모종의 거래였잖아!!!
엘리엇 : 약속도 잘 안지킨 주제에 무슨....! 쳇!!
쿠로 : 그으으.....래에에.....? 어디 너 한번 두고보자....흐흐흐....흐....나한테 밉보이고도
네 인생이 평탄하게 굴러갈 줄 알어? 크흐흐흐...흐흐...!!
엘리엇 : 으읏...!! 치사하게;;;; 그렇게 협박하기냐!?
쿠로 : 허허....허......저기 키레이 온다....
엘리엇 : (움찔)....!!!!!!!!!......
쿠로 : 어허.....지척에 다 이르렀구만...아 그러고 보니 인터뷰의 다음 차례가 키레이였나?
엘리엇 : 나...나 갈께;;;; 잘있으라구;;;; 저....기.....아까 한 말 다 취소할 테니까 되도록이면 빨리 빼내줘...!!!
쿠로 : ...쳇...밸없는 녀석 같으니...!! 쯔쯔.....!!
엘리엇 : (울컥!!!) 도둑놈한테 뭘 바래!!!! 그나마 본업에 충실하게나 해달란 말이야!!!!
한건 크게 하게 해준다고 해서 철썩같이 믿고 따라왔더니 그딴 변태놈이나 붙여주고!! 나 이거 때려칠래!
쿠로 : 어허.....키레이왔다...!!
엘리엇 : (싸아아..악..!! <-핏기 빠져나가는 소리) 그...그럼 진짜 간다!!!!!
타타타.....탁...!!!!!
쿠로 : .....실은 키레이녀석은 아직 안 왔는데......씨......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