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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금되다. (42/67)

# 감금되다. 

아욱! 이런 한심한 상태로 붙잡히게 되다니!! 

그나저나 도대체가 이게 무슨 꼴이야? 

눈을 떠보니 예전에 한번 와본적이 있는 키레이황자의 침실이었다. 

이것저것 장식품도 바뀌고 천도 바뀌었지만 한번에 황자의 방이라는 것을 알아볼 수 있었다. 

우선 어마어마하게 넓고 화려한 방안 꼴을 보니 알기 싫어도 저절로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다시금 떠오르는 어젯밤의 기억 때문에 나는 이도저도 못한채 멍하니 있어야 했다. 

아니다.....실은 내 손목과 발목에 채워진 이 망할 놈의 사슬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라는 것이 

정답일 것이었다. 

그 미친 황자녀석!! 어느새 이런걸 다 준비해다가 채워 놓은거야!? 

젠장;;;; 이런꼴로 있다가 혹여라도 사람들이 들이 닥치기라도 한다면;;;; 

어째서 놈은 나를 곧바로 감옥에 처박아 놓지 않고 이곳에 가둬 놓은거지? 

......설마...이제까지 나에게 쌓였던 원한을 개인적으로 풀려고? 

생각해보면 내가 황자녀석에게 좀 잘못한게 많았냔 말이다.....! 

게다가 그다지 좋은 상황에서 마주친 적이라곤 한번도 없었으니까........ 

마지막엔 살인자라는 누명을 받고 감옥에 갇히게 되었고..... 

감옥에 갇혔을 때의 일은 이안이 꺼내준 것 외에는 그다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니.....어쩌면 생각해 내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달칵...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거지?" 

문이 열리고 들어온 사람은 다름아닌 키레이황자놈이었다. 

그는 내가 현재 사슬에 묶여 옴쭉달싹 못하도록 되어있는 커다란 침대곁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꿈이.......아닐까 여러번 확인해야 했지.." 

슥.. 

키레이황자는 자신의 손끝으로 내 턱을 들어올렸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나는 고개를 탁하니 돌려 녀석의 손길을 피했다. 

"보면 모르나? 네가 어떤 상태인지 정도는 스스로가 더 잘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데?" 

태연작약한 키레이놈의 말을 듣자하니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래...잘 알지....잘 알고 말고...!!! 

이 썩을놈의 자식! 그러니까 날 이렇게 묶어둔 이유가 뭐냔 말이다!!! 

내가 있을곳은 이곳이 아니야...!! 그곳은... 

"영 모르겠다는 표정이군." 

"적어도 이곳에 이러고 있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제가 잘못한게 있다면 

감옥으로 끌고가는게 차라리...커윽!!!......" 

나는 불퉁히 말하다가도 갑작스레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고개를 뒤로 꺽는 키레이황자의 

난폭한 행동에 미간을 찌뿌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이게...무슨짓....." 

나는 인상을 팍 찌뿌리다가도 눈앞에서 즐겁다는 듯이 작게 웃고 있는 키레이황자를 보며  

할말을 잃었다. 

........황자가 드디어 제정신이 아닌건가?  

원래도 맛간놈인 것은 틀림없었지만......이젠 아주 장렬하게 맛이 가버린 것인가? 

"...다시는 널 감옥 따위에 보낼일은 없을거다. 감옥을 빠져나가는 것쯤은 네게 문제도 되지 

않을터이니.........어렵사리 잡아 놓은건데 멋대로 날아 가버리면 곤란하니까.." 

이 자식....지금 무슨 소리를...!? 

그리고 나서 나는 키레이황자의 이어지는 행동에 경악을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이거......어디서 많이 본 상황인데? 

언제였더라...? 아! 그래! 세크레틴황자의 방에서 브로치를 가져오는 걸 실패하고 그 빌어먹을 

녀석이 나를 이놈의 방으로 전이시켰을 때.... 그.......때..!? 

"와....와아악!! 뭐하는 짓이야!!!!!!!!! 당신!!!!" 

어느새 존댓말이고 뭐고 사라지고 혼비백산한 머리만 남았다. 

키레이황자가 자신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쿡...! 그때처럼 너의 그 알량한 술법을 사용해봤자 소용없을거다.  

반항따윈 하지 않는게 좋아. 한동안......억눌렀던 인내심이 너로 인해 무너질지도 모르니까.." 

.....뭐.....뭐라고!? 

왜....왜 나때문에 네 인내심이 억눌렸다는 건데!? 내가 너한테 뭔짓을 했다고!! 

".....반항하지 않는군.....그래.....그 편이 너에게 훨씬 이로울테니까..." 

목아래서 울리는 키레이의 목소리가 귓가로 낮은 울림을 지니고 퍼져나갔다. 

순간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당신도.........그것 때문에 이러는 겁니까?" 

나의 말에 한동안 목에 고개를 묻고 있던 키레이황자가 고개를 들어 나를 응시했다. 

그는 계속 말해보라는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는 세이리어 듀 유이가 아닙니다......" 

꽈악..! 

"혹여라도 그와 혼동하고 계시는 거라면....하윽!!" 

갑작스레 어깨를 아플 정도로 세게 쥐어오는 키레이황자에 의해 나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누가.....혼동을 하고 있다는거냐? 네가 그소년이 아니라는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어째서!?... 

키레이황자는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표정으로 내 얼굴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치도 않는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군..." 

"무슨...?" 

키레이황자는 입꼬리를 슬쩍 들어올려 잠시간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두근..!! 

왜....왠지 불길하다.....;;;;;;; 

"그대의 생각이 꽤나 어리숙한 것 같으니 앞으로 천천히 직.접. 가르쳐 주는 수밖에..." 

분명 이 녀석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뒤집어지고도 남을 만큼 화려하고 아름다운 

미소이긴한데........그런데..........어째서 나는 이렇게 떨리는 거지? 

나는 철그럭 거리는 사슬에 묶여서도 연신 그에게서 떨어지기 위해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이 빌어먹을 침대위는 무척이나 넓었지만...또한 그를 피하기엔 무척이나 좁...다....... 

........젠장....!!! 

키레이는 눈앞에서 끝까지 자신을 피해 뒷걸음질을 치는 엘리엇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나를 거부하는 건가...? 

너란 존재가...감히 나를 거부할 수 있을 만큼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냐? 

...아니면..........다른 이유라도 있는 것인지....... 

키레이의 녹빛 눈동자가 어두운 빛을 내며 서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다음날...감옥에 갔을 때는 이미 너는 도망치고 난 뒤였지........ 

술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부터가 잘못이었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네가 어디에 살던 누구였는지는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중요한 것은 네가 나의 눈에 띄었다는 것........!! 

단지 그뿐........ 

"후회하려면.......내 눈에 띈 너 자신의 존재에 대한 거겠지..." 

.........나 역시도 지독히 후회가 되는 이 감정을..... 

....하지만.....버릴 수 조차 없을 이 감정을...... 

............너희들은...........사랑이라고 하였던가.....? 

쿡.....쿠쿡....!!! 우스운 일이지......!! 

이 내가.........그 따위 싸구려 감정놀음에 휘둘리게 된 것은......!  

눈앞의 출신성분조차 모호한 이 소년에게 빠져들게 된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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