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시종의 세계 (33/67)

# 시종의 세계 

와글와글.......북적북적.... 

아마도 이 학원에 있는 학생들이 끌고 온 시종들이 모이는 곳 답게 만만찮게 시끄러운 곳이었다. 

시종들이 지내는 건물은 따로 배정되어 있었다. 

게다가 한방에 시종 4명이서 지낼만큼 좁다....;;;;;;;; 

......내가 지내던 그 방은 정말 천국같은 곳이었구나!!.....이 학원이 빌어먹게 큰 것도 다 이유가 있었군.  

일단 학생들은 그렇다 쳐도 시종들을 거느릴 건물도 따로 필요할 정도니......에휴.... 

"그래서 말이야! 우리 주인님은 그 불한당을 보고는 멋지게 소리치셨지!! 

이런 나쁜 놈들!! 레이디를 당장 놔줘라!!!!" 

내 옆에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이녀석은 포딤이라는 귀족을 모시고 있는 시종이란다. 

그 자식이 누군진 몰라도 아묻튼 엄청난 얼간이는 맞는 것 같다. 

아니면 지금 이 녀석이 엄청나게 뻥을 까고 있는 거라던지.... 

세상에 불한당들과 1:8로 홀로 맞서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냐!? 너는!! 

그러나 나를 제외하고 진정한 뒷골목의 사정을 모르는 다른 녀석들은 키릭(녀석의 이름이다.)의 

왕거짓말에 푸욱 빠져들어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녀석의 말이 왜 거짓말인지 알 수 있었냐면....1:8로 싸워서 단 한대도 안 얻어터지고 모조리 

칼 한방으로 쓰러뜨렸다는 말 때문이었다. 

"우리 주인님의 칼날이 한번 번쩍! 거릴 때마다 녀석들은 크윽!! 내가 잘못했소!!!라고 소리를 치며 

피를 촤아아악!! 하고 뿜으며 모두들 쓰러져 버렸다고!!" 

....이자식 쓸데없는 부분에서 설명 참 리얼하게 하는 구만;;;;  

"우와.....키릭!! 너희 주인님 정말 대단하신 것 같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었대?" 

"그렇지!? 에헴!! 내가 모시는 포딤님은 나중에 카이다제국내의 최강의 검사가 될꺼라고 하셨어! 

그래서 지금도 열심히 훈련중이시라고! 이제 한 2년만 더 지나면 특기사자격을 얻기 위해 

시험도 보러 갈꺼야!" 

키릭은 매우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주위에 옹기종기(말 그대로다..) 모여 앉아있는 시종녀석들을 

향해 포딤이란 녀석의 포부를 들려주었다. 

"키릭! 또 다른건 없어? 더 듣고 싶어!!" 

"그래 맞아 키릭!! 더 얘기해줘!!" 

키릭의 말이 끝나자 여기저기서 앵콜(?) 신청이 들어왔다. 

하지만 키릭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안됐지만 오늘은 여기까지야. 아직 우리 주인님의 무용담은 수도 없이 많이 남아있지만 

나도 피곤하거든. 게다가 나중에 주인님의 옷을 빨래하러 가려면 미리 쉬어둬야 한단 말이야. 

자~ 이제 그만 가봐." 

녀석들은 아쉬운 눈빛으로 천천히 방안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어때 엘리엇? 우리 주인님 엄청 멋지지 않냐!?" 

키릭 녀석이 나에게 다가서며 은근슬쩍 나도 동조해 주길 바라는 표정으로 물었다. 

녀석은 내가 이곳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약 3년간 이곳에서 지냈다고 했다. 

나는 대충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확실히 대단하긴 하지..." 

1:8로 맞짱 뜰 놈이면 상당히 대단하게 맛이 간 녀석이라고 하는 수밖에는....;; 

"그나저나 엘리엇 너는 누굴 모시고 있어? 우리 주인님 얘기야 매일 하는거니까 들으면 

될테지만 넌 여기로 오늘 처음 온거라며? 나와 같은 방을 쓰게 되다니!! 영광으로 알라고! 

이 형님이 이곳에서 지내는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줄테니!!" 

.....그....그것 참 고맙구나 키릭;;;; 

"난 리스님을 모시고 있어. 리스님은 이번에 이곳으로 들어온 신입생이시지." 

"엇!? 정말! 하긴. 이맘때 쯤이면 알고 지냈던 녀석들이 떠나가기도 하고 새로 보는 

얼굴들이 많이 들어오기도 하니까. 나도 이제 2년 후면 이곳을 떠나게 되.  

뭐...그때까진 잘해보자고! 엘리엇!!" 

.....헤헤... 이자식 허풍이 좀 쎄서 그렇지 그다지 나쁜녀석은 아닌 것 같군. 

"고마워! 잘 지내보자!" 

......씨익...!! 

그런데........왠지 불안한데? 

그럭저럭 학원안에서 시종으로 잘 적응해 나갈 무렵.... 

엘리엇은 어느새 키릭과 단짝을 이루어 붙어다니게 되었다. 

"아!! 엘리엇! 이불은 그렇게 빠는게 아니야!! 잘 보라구! 이렇게 팍팍!!! 팍!!" 

"이....이렇게?" 

철퍽...!! 철퍽!!!.....!! 

키릭녀석과 나는 현재 각자 모시는 주인의 이불을 가지고 현재 열심히 빨고 있는 중이었다. 

녀석은 커다란 대야에 가루비누를 타더니 곧 그 속으로 들어가서 날뛰기 시작했다. 

물론 나도 함께;;; 

철퍽!! 퍽!! 

"그래! 바로 그거야 엘리엇!! 잘하는데?  

오늘 빨래에 대한 나의 모든 노하우를 전수해 주지!!" 

.........그럴 필요까지야;;;; 하하....하;;; 

한참동안 막노동한 나는 그동안 로이떼가 얼마나 힘들었는가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하게 되었다. 

크흑흑흑!! 미안! 로이떼!!  

넌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대단한 녀석이었어!! 정말이야! 

한참을 그렇게 일하고나니 힘이 쭉빠졌다.  

"이야....너 이정도 가지고 늘어지다니 이런거 별로 안해봤나봐?" 

안해본게 아니라......그런 거 할 필요성을 못느꼈다고. 

한달에 한번 옷을 빨아입던 적도 있으니 말 다한거지....;;;;;; 

"하긴...넌 척봐도 별로 그렇게 힘쓸만한 타입으론 안보여.  

뭐랄까......무척......약해 보인다고 해야하나? 아...아니 이건 아니고... 

그래! 생긴 것 자체가 무지 가늘게 생겼거든!!" 

........에? 가늘게 생겨? 이건 또 무슨 말이야? 

"....아;;; 제대로 말이 안나오네. 아묻튼 그래...넌 이런거 할 타입으론 안보여." 

이봐 이봐;;;; 

이런걸 할 타입으로 안보이다니?  

현재 내가 조금 뻗어 있기로서니 그렇게 무시하면 곤란하다고;;; 이래뵈도 전직 도둑이야 임마;;  

물론......비밀이긴 하다만...;; 

"그나저나 그 앞머리는 어떻게 좀 하면 안돼냐? 너 엄청 음침해 보인다고;;; 

네 주인은 널 잘도 그렇게 놔두는구나? 보통은 시종의 모습이 깔끔하지 못하면 자신의 명예도 

회손되는 거라고 여겨서 복장단정은 칼같이 지켜야 한다고." 

......에? 그런거였어? 

하지만......앞머릴 내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는걸... 

나도 이런 답답한건 당장에 치워버리고 싶긴 하다만.....쩝...!! 

"그나저나 이번 주말엔 간만에 포식할 수 있겠군." 

......포식..? 

현재 시종들에게 배급되는 음식은 파로키안의 학생부페와는 차원이 다르게 별로인 음식들이었다. 

그나마도 나는 만족스럽게 먹고 있긴 하다만... 

"그래...마지막 주말마다 열리는 파티가 있잖아. 아...너는 아직 한번도 못 가봤겠지? 

아묻튼 그때 파티가 열리면 시녀나 시종들도 함께 데리고 이동하는데 그때 가게 되면  

적당히 상황을 봐서 눈치껏 나오는 음식들을 먹어 치우는거야. 어차피 귀족들은 음식엔 별 

관심을 보이지 않거든. 보통 춤을 추거나 대화를 나누는데 더 치중하는 편이라서...어이? 엘리엇! 듣고 있는거야?" 

키릭녀석이 설명해주지 않아도 나는 그 파티라는게 무엇인지 잘 알것 같았다. 

......끄응....!!!! 

주말파티.......그때 로이떼와 한번 나갔었다가;;; 그 뒤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나난...아무래도 안가는게 좋을 것 같아." 

"왜? 그런 기회가 날이면 날마다 오냐? 마지막 주마다 단 한번씩 돌아오는 파티인데!?" 

키릭이 이상하다는 듯 다그쳤지만 나는 그저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그냥......안좋은 일이 떠올라 버렸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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