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파로키학원에서의 첫날 (32/67)

# 파로키학원에서의 첫날 

입학식이 열리고 있는 파로키학원의 건물 안은 이번에 새로 들어오는 신입생들과 

그들이 데리고 온 시종들로 인해 복잡하게 북적거리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앤비는 시종을 안데리고 왔어?" 

리스가 나를 흘끗 쳐다보더니 궁금한 듯 묻자 앤비가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 데려왔지만 짐을 정리한다고 먼저 방안에 가있기로 했어." 

...히익....;;; 짐을 정리하려고 먼저 방안에 가있다고? 

나는 심히 찔리는 것을 느끼며 리스를 힐끔힐끔 곁눈질했지만 다행히도 리스는 별말 없이 

그저 주변을 휘휘둘러보고 있을 뿐이었다. 

"앞으로 이곳에서 생활을 할거란 말이지? 음....확실히 크긴 크구나." 

리스 너희집도 만만찮게 크던데 뭐.. 

투욱!! 

"너 뭐야!? 앞을 똑바로 보고 다녀!!" 

에....에엑? 이 자식은 또 누구냐? 

현재 내앞에는 눈꼬리를 힘껏 치켜 올리며 무척이나 신경질적으로 나에게 소리치는 사람이 보였다. 

......암만 봐도 이 학원의 제복을 착용하지 않았으니 신입생은 아닌것 같고... 

나와 마찬가지로 어느 귀족녀석의 입학식에 따라나온 시종같아 보이는데? 

"흥!! 한번만 더 부딪히면 가만 안둘줄 알아!!" 

......거참;;;; 누구네 시종인지 몰라도 엄청 뻗대는 녀석이군;;;;.... 

나는 녀석을 어이없이 바라보다가 리스의 옆으로 쭐래쭐래 따라 붙었다. 

"응? 엘리엇? 표정이 왜그래?" 

........이상한 녀석을 만나서 그래....후우.......!! 

그래도 우리 귀염둥이 리스는 그런 싸가지없는 귀족들을 닮지 않아서 다행이야... 

시종녀석이 저렇게 뻗대니 그 주인 또한 얼마나 오만한 녀석이겠어? 

"......자!!! 입학식에 온 모든 학생 여러분 조용해 주십시오!!!!!!!!!............." 

단상위로 오른 사회자가 확성마법이 걸린 마이크를 들고 외치자 건물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우와...드디어 시작하려나봐?"  

리스가 곁에 서있는 앤비에게 작게 속삭였다. 

아무래도 같은 또래의 친구를 사귀었다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에구구...한동안 나는 찬밥 신세려나? 

엘리엇은 앤비를 보며 속으로 작게 툴툴 거리긴 했지만 내심 흐뭇한 표정이었다. 

리스녀석...그래도 학원에 잘 적응할 것 같아 보이니 다행이다.... 

"여러분은 모든 대륙에서 모인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로써 이 학원과 함께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자신들의 지위에 걸맞는 실력을 이 학원에서 쌓아가게 될것이며.........." 

......후아아아아암......!! 

언제 끝나지? 그것참 연설 한번 징~하게 길다. 

리스녀석도 지루한 모양인지 이쪽저쪽 돌아보기 시작했다. 

옆에 서있는 앤비녀석은 미동도 않고 사회자의 말을 끝까지 다 귀담아 듣는 것 같지만;;; 

....헤에......그래그래....자라나는 새싹치고는 참 의젓하고 바른 모습이지!! 

그에 비해 우리 리스는......... 

끄응;;;;;; 공부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만큼 싫어하고 노는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녀석이니;;; 

.........뭐....그래도 착한 녀석이니 어디를 가든 분명 사랑을 받을꺼야......히죽!!! 

혼자서 고개를 주억거리며 흐뭇이 미소를 짓는 엘리엇이었다. 

"자...그럼 반배정은 여러분이 거처하는 방으로 모두 하나씩 돌아갔을 것입니다.  

모쪼록 이 학원안에서 좀 더 성숙해지길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 

짝짝짝짝짝!!!!!! 

각자 자신들의 방을 찾아 빠져나가는 사람들 틈에서 리스와 엘리엇도 천천히 걸어가기 시작했다. 

앤비는 이미 자신의 방을 찾아 떠났고....... 

"...엘리엇. 우리방은 어디야?" 

"글쎄요...이곳으로 오기전에 미리 받은 공문에 적혀있을 텐데.....음...아! 202호에요. 

리스님이 거쳐하실 곳은 아마도....에..이쪽으로 오세요." 

엘리엇은 리스의 손목을 잡고 이끌기 시작했다. 

"202호가 어디있는 줄 아는거야?" 

물론이지;;; 이 학원이 빌어먹게 넓긴 하지만 그래도 어디가 어딘지 정도는 예전의 경험으로 

잘 알수 있다고. 

한참을 걷던 그들은 어느 방앞에서 멈춰섰다. 

".......와...202호네?" 

"여기로 들어가시면 되요. 식당이 어딘지도 아직 모르시죠? 그쪽도 제가 곧 안내해 드릴께요." 

"에!? 엘리엇 그것도 알아? 너 어째 여길 너무 잘 아는 것 같은데?" 

나는 리스의 말에 삐질삐질 웃으며 대충 얼버무렸다. 

"아...오기전에 따로 지도를 하나 사서 공부 좀 했거든요. 리스님을 모시려면 이정도는 당연한거죠." 

.....글세......한낱 시종인 내가 무슨수로 파로키학원의 내부 지도를 구할 수 있겠느냐만은... 

"그래? 와아...엘리엇! 고마워! 날 위해 열심히 노력했구나!!" 

..이녀석이 내말이라면 있는 그대로 다 믿어주니....허허...그저 감사해 할 수 밖에... 

문을 열자 다행히 깨끗이 정리된 방안이 보였다. 

....역시 그건..나에게만 해당사항이었나 보군;; 

"......음...전에 살던 내방보다 훨씬 좁긴 하지만....그럭저럭 지낼만한 것 같아." 

리스가 침대에 걸터 앉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로이떼는 항상 따로 준비된 시녀의 방에서 생활했던 것 같은데;;; 

나도 이젠 이곳 학생이 아니라 시종이니 그곳으로 찾아가야 하는건가? 

아이고;;;;; 로이떼가 어디서 지냈는지 그것도 몰랐다니;;;; 미안 로이떼..;;  

내가 너에게 조금 많이 무심하긴 했구나... 

"내일부터 수업이 시작되니 한번 열심히 해보세요. 리스님이라면 분명 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리스가 수업을 받으러 가는 동안 난 뭘 하나? 

새로운 시종생활에 적응하려면 일단은 내가 지낼 곳부터 알아봐 두는게 좋을 것 같군... 

"어디보자......리스님이 배정된 반은.....2반이네요?" 

"엇!? 정말? 2반이란 말이지?" 

리스가 두눈을 반짝거리며 내손에 들린 공문을 낚아채 가면서 기대에 가득찬 함성을 질렀다. 

"와아!!! 내일부터 나도 이곳에서 공부를 할꺼란 말이지!?" 

....그다지 기뻐할 일은 아닌것 같은데;;; 수업이 얼마나 지루하다고;;;;...... 

나도 처음에는 무척이나 들떠서 기뻐했지만......후후....리스녀석....어찌됬든 열심히 해봐! 

나도 한동안 이곳을 다시 둘러봐야겠군. 

머리카락색도 갈색으로 물들여서 알아보는 녀석은 없을 것 같고... 

혹시 몰라서 앞머리도 길게 길러 얼굴을 가렸으니....이정도면 괜찮겠지? 

붉은머리색이 갈색으로 변해서 리스가 놀랬던 것만 제외하고는.....뭐 성공적이지.  

-...에이.......그 머리색은 별로 너와는 어울리지 않는데...- 

작게 투덜거리던 리스가 생각나자 엘리엇은 리스의 방을 나오면서 작게 미소가 덧그려졌다. 

.....자아.....그럼 어디한번 가볼까? 

내가 잠잘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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