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종이 되다.
"도련님..일어나세요. 도련님!!! 일어나시라니까요? 아침식사 하셔야죠!!"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고 하냐면...........바로 나....엘리엇이다.
얼마전까진 나도 로이떼에게 이렇게 깨움을 당했는데 이제는 처지가 바뀌었다.
오늘부터는 내가 현재 내 눈앞에 잠들어 있는 이 녀석을 깨워줘야 한다!!
"우웅......나 좀 더 잘꺼야. 너나 가서 밥이나 먹어."
녀석은 귀찮다는 듯 몸을 둥그랗게 말며 나에게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어림도 없다!!!
나도 로이떼의 정기를 이어받아!! 아자아아!!! 시종의 힘!!!
"도련님! 일어나세요!!! 빨리요!! 빨리!!! 도련님이 안 일어나시면 저만 집사님께 혼난단 말입니다!!"
나는 목청껏 이불을 돌돌 말은 리스녀석에게 소리치고 난뒤 녀석을 흔들기 시작했다.
로이떼가 나에게 자주 써먹었던 수법이지!!
이리 흔들~ 저리 흔들~
"우....우와아아악!! 엘리엇!! 알았어!! 잘 알았으니까 그만 흔들어..."
......흐흐흐흐.......좋아! 성공했다..
"그러게 좋은말 할때 그냥 일어나시면 좋았잖습니까?"
내 눈앞에 있는 이 귀여운 꼬마도련님은 루키아가의 외동아들인 귀염둥이 리스다.
본명은 루키아 워 리스 였지만 어쨌든 난 제멋대로 귀염둥이 리스라고 부르기로 했다.
물론 속으로만...;;;
"우와아아!! 엘리엇! 너무 인정사정없이 깨우는거 아냐? 난 더 자구 싶었다구..."
툴툴거리며 잠옷을 벗는 리스에게 나는 아무옷이나 골라서 대충 던져 주었다.
"엘리엇! 이옷은 별로야! 다른 옷을 가져다 줘!"
그냥 있는대로 아무거나 입으면 그만이지 따지기는 또 엄청 따져요;;; 저 꼬마녀석;;;
"그럼 이건 어때요?"
내가 내밀은 것은 회색 바탕에 앞에 작게 검은 리본이 달린 옷이었다.
".......그것도 좀 별론데..."
하지만 리스는 곧 내 눈치를 보고는 그냥 군말없이 그 옷을 입기 시작했다.
"넌 너무 옷에 대한 센스가 없는 것 같아."
그딴 거 알게 뭐냐;;; 네가 너무 옷을 따지는 거라고. 이 녀석아;;
그러고 보면....;;; 로이떼는 질릴만큼 많은 옷을 가져다 놓고 꼭 한벌씩 대어보았지;;;
뭐.....그걸 생각하면 조금 찔리기도 하고;;;
에라;;; 다른 건 몰라도 옷만큼은 도저히 적응 안되는데 뭘 어쩌란 말이냐;;;;
"엘리엇?"
이 귀여운 꼬마녀석은 황금빛 눈동자를 의아한 듯 이리저리 굴리며 현재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크아;;; 그 모습이 불따구 딱 세번만 깨물어 주고 싶을만큼 귀엽다.
히힛;;; 그래서 네가 귀염둥이 리스인거야;;;;; 헤헤헷...!!
"아...옷 다 입으셨어요?"
"응. 빨리 아침먹고 승마하러 가자!"
.......끄응....!! 승마라.....
벌써부터 골치가 지끈지끈 아파 오는구만;;;;
처음에 톨리오집사가 나에게 이 꼬마의 시종을 부탁한다면서 회심의 미소를 지을 때부터
그 양반의 음흉한 속내를 간파했어야 하는 거였는데;;;
이렇게 팔팔 나는 말썽꾸러기 도련님이라니;;;; 오늘도 한동안 골치 아프겟군.....
"에헤헤헤!!! 엘리엇!!! 나 잘 달리지?"
그래;; 너 정말 잘 달리니까......이 빌어먹을 귀염둥이 리스야;;; 제발 살살 달려라;;;;
너 그렇게 달릴 때마다 내 간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거 알고는 있는거냐?
현재 리스녀석은 자신의 애마인 스톰을 타고 정원위를 마음껏 내지르고 있는 중이었다.
...나?......
나는 살아 생전에 말을 타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므로 이제와서 엉거주춤 말위로 올라가
조금씩 승마를 배우고 있었다.
"예....예에....잘 달리십니다아아아;;;;; 꾸웨에에에엑!!!!!"
그러나!!! 이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가장 큰 약점이 있었으니....!!
웨에에엑...!! 웨엑...!!!
"어? 엘리엇....또 토하는 거야? 겨우 말타는 건데 왜 그렇게 멀미를 잘하는거야?"
...그러게 말야......꾸웨에에엑....!!
나중에 훌륭한 대도가 되려면 분명히 말다루는 기술도 뛰어나야 멋지게 잘빠진 말을타고
날쎄게 튀는 장면을 연출해 낼 수 있을텐데.....오웨에엑..!!!
토닥...토닥..!!
"할 수 없지. 엘리엇은 승마를 잘 못하니까.......다른걸 하고 놀아야 하나?"
스톰에서 내려선 리스가 내 옆으로 다가와서 등을 두드려 주었다.
이 꼬마.... 조금 얄밉긴 해도 착하긴 착하단 말이야;;;;
"꾸웨에에엑.........헉....헉...!!!!"
기어코 모든 걸 다 올려보낸 나는 퀭해진 눈가로 리스가 건네주는 손수건을 받아들고 입가를 닦았다.
"가....감사합니다."
"응. 별거아냐. 그나저나 승마도 못하고 이젠 뭐하고 놀지?"
리스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놀 궁리를 하는걸 보자 나는 허하니 입을 벌렸다.
그래....한참 뛰어 놀 나이지....아무렴..!!
그나저나........다음 달이면 학원으로 들어간다는 녀석이 이렇게 놀생각만 하다니;;;;
"리스님. 파츠키선생님께서 내주신 숙제는 다 하시고 노시는 겁니까?"
내입에서 리스의 예법담당 선생인 파츠키선생의 이름이 튀어 나가자 리스의 표정이
썩은 양배추 마냥 침울하게 굳어졌다.
"......휴우....빨리가서 숙제나 다 마치고 노세요. 오늘도 숙제를 안해 놓으시면 파츠키선생님께서도
가만두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주인마님께 이를지도 모릅니다?"
"앗! 너무해! 엘리엇! 너도 함께 놀아놓구선!"
......너무할 것도 없어.
나야 원래 너랑 놀아주는 역할이니 내 할일은 적어도 충실이 수행하고 있다고.
물론 네 녀석이 공부하러 가면 방청소를 하러 가야겠지만...뭐 그것도 나름대로 좋은 일이지.
"괜히 제 핑계대실 생각 마십시오. 전 분명히 안간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련님께서 억지로
끌고 나오셨잖습니까? 전 아무런 잘못도 없다구요."
"우...우우!! 두고봐 엘리엇!!! 숙제 다 끝나고 보자!!!!!"
리스가 눈꼬리를 치켜뜨며 나에게 협박을 날렸지만 난 코웃음만 칠 뿐이었다.
두고보자는 사람 하나도 안 무섭더랍니다~!
"그럼 다녀오세요!! 공부 열심히 하시구요~!"
헤에.....이제 좀 조용해 지겠군.
그나저나 나도 톨리오집사에게 들키기 전에 어디 나무위로 올라가서 낮잠이나 자볼까?
귀염둥이 리스에게 하루종일 끌려다니다 보니 이만저만 피곤한게 아니라서....에헤헤헷!!!
...그 주인에 그 시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