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의 비...그리고......
모두에게 인사를 마치고 난 뒤 파로키안의 마지막 날...
엘리엇은 자신의 허리에 무한 주머니를 꽁꽁 동여맨 후 자신의 팔목에 이안이 준 팔찌를
다시 한번 확인해 보았다.
팔찌에는 마법이 걸려있었던 건지 신기하게도 자신의 손목 크기에 맞게 알아서 줄어들었다.
조금 헐렁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차에 그것이 무척이나 반가운 엘리엇이었다.
...검투대회 때 미레아 공주가 자신에게 건네주었던 그 형편없는 솜씨의 손수건도 소중히
무한주머니 속으로 챙겨넣은 엘리엇이었다.
.....이제 유이를 만나러 간다..........
유이.........너에게 이 목걸이를 돌려줄 때가 이렇게 일찍 올줄은 정말 몰랐어.
....그동안 잘 지냈을까? 유이는?
그날 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내내 마음에 걸렸던 엘리엇이었다.
...히죽!!
좀 더 자부심을 가지라고 꼭 한마디 해줘야지!!
"어? 유이님! 그렇게 차려입고 어디로 가시는 거에요?"
....로이떼........고마워.
넌 좀 수다가 심하긴 했지만 정말 좋은 시녀였어!! 헤헤헷!!
내가 언제 크게 한건하게 되면 꼭 너에게 찾아와서 세상에서 제일 비싼 드레스를
하나 사줄께~!
"유이님?"
로이떼가 히죽히죽 웃는 엘리엇을 의아하게 바라보며 묻자 엘리엇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니...그냥 잠시 산책 좀 하고 올께. 방은 적당히 청소해둬. 많이 힘들잖아."
"에이 참~! 이까짓게 뭐가 힘들다고 그래요? 늘 하던 일인데요!
빨리 다녀오세요! 그래도 요새는 주변이 잠잠해져서 다행이에요.
유이님께서 산책을 하러 나가셔도 괜찮으실 만큼요.....에휴.......그건 어쩌다
실수였을 뿐인데....힘내세요 유이님! 전 언제나 유이님 편이라구요!"
.........히죽..! 고마워.....로이떼!
잘 있어...그럼............안녕..!!
가끔은 아침마다 들려오던 너의 그 잔소리가 그리워 질지도 모르겠다...
너의 그 허무맹랑한 수다들도...많이.........많이....그리워 질거야.
"그래. 그럼 다녀올께!"
파로키안 마지막 날은 하늘이 무척이나 어두웠다.
하늘을 가득히 매운 검은 먹구름들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만 같았다.
아닌게 아니라 조금씩 물방울들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탁...탁탁...!!
유이를 만난다!
유이를 만나면 먼저 뭐부터 얘기해 줄까?
아무래도 그 빌어먹을 노이드 자식의 콧대를 꺾어 놓은 것 부터 말해주는게 좋겠다.
그거라면 분명히 유이도 통쾌해 할꺼야!! 헤헷!!
어제와는 대조적으로 이상하게 날씨가 어두웠지만 엘리엇의 마음 만큼은 무척이나 환해져 있었다.
탁탁..탁..!!
재빨리 다리를 움직이며 학원문쪽으로 뛰어가니 과연 검은 마차가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
밖에는 제라토와 그를 따라온 수행원들이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쳇...!! 제라토! 저 마음에 안드는 자식!!!
이젠 금화를 받고나면 그나마도 영영 얼굴 볼일이 없어지겠지만....
......그런데 제라토의 표정이...?......
음...알게 뭐야!
얼른 유이를 만나서 이제까지 내가 겪었던 일들을 자세하게 설명해 줘야겠다.
엘리엇의 입가로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이제....곧 있으면.......!!
타탁..!!!
"나왔어!!"
엘리엇이 싱글벙글 웃으며 마차문을 열어젖혔다.
"유이님! 저왔어요. 엘리엇이요!!"
엘리엇이 반갑게 유이의 이름을 불렀지만 유이는 잠이 든건지 좀처럼
자리에 앉아 깨어날 생각을 안하는 듯 싶었다.
"어라? 유이님?"
.....헤에......유이녀석...잠이 깊게 든 모양이구나....
음...좀 깨우기 미안한데.........;;
그래도 이제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말해주려면 시간이 조금 모자를 것 같으니
아무래도 깨워야겠지?
"유이님! 일어나봐요. 저왔다니까요! 엘리엇이요!! 이 목걸이 돌려 받으셔야죠!!"
엘리엇이 밝게 웃으며 유이를 살짝 흔들자 그의 몸 뒤에서 주르륵하고 뭔가가 흘러내렸다..
....뭐지?.........
엘리엇이 의아스럽게 그것을 바라보는 순간 극심한 충격이 머리를 강타했다.
.......피......?
"....유....이...님?..........유이.....유이!?...."
엘리엇은 그제야 유이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그의 몸을 감싸 안았다.
손 사이로 끈적이 묻어나는 붉은 액체........싸늘하게 굳은 차가운 몸...
"...유....이.....?"
엘리엇이 망연자실하게 손을 놓자 유이의 몸이 고꾸러지면서 그의 등 뒤에 박힌
단도가 눈에 띄었다.
엘리엇이 서서히 단도를 뽑아들자 그 사이로 붉은......매우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차갑게 식은.....몸뚱위 위로 약간의 온기가 남은........유이의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유이가.....죽었다...?
유이가 죽어있다......?
유.....이? 유이?
"유....유이!!!!!!! 유이이이이!!!!!!!!!!!!!!!!!!!!"
엘리엇의 절규에 마차문이 급격하게 열리며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유이님! 아.....아니 이건!?"
마차안에는 온통 피투성이가 된 채 유이의 시신을 끓어안고 울부짓는 엘리엇이 보였다.
"유이.......유이!!!!!!!"
크.....큭!! 이젠 됬어......!!
이제 저놈만 사라지면.....큭큭...!!
"이럴 수가!!! 유이님이 살해당하셨다!!!!!!!!!!!!!!! 유이님이 저 놈에게 살해당하셨다!!!!!!!"
.......제라토...!?...
엘리엇은.....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가 작게 웃고 있다는 걸 깨닫았다..
..제라토...!! 설마 처음부터 이런 목적으로 불렀던 거였나!?
........처음부터.... 우리를 죽일 목적으로!?
"제라토!!!!!!! 이 개자식!!!!!! 가만두지 않겠어!!!!! 유이를.....유이를 어떻게
한거야아아!!!!!!!!!!!!!!"
엘리엇의 비명이 하늘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쿠르릉.....쿠릉...!!!!!
쏴아아아아아아.......!!!!!!!!!!!!!!!!!!!!!!!!!
먹구름만 잔뜩 끌어안고 있던 하늘이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저자를 잡아라!!!! 세이리어 듀 유이를 죽인 용의자다!!!!!!"
쏴아아아아........!!!!!!!!!!!
순식간에 마차를 수행원들과 막 도착한 사람들이 에워쌌다.
엘리엇은 그 상황에서 오로지 제라토를 향한 증오밖에는 안 떠올랐다.
.........어째서.....어째서 유이를 죽인거야!!!!
이렇게 착하고.....여린 아이를 어째서 너 따위가 죽였느냔 말야!!!!!!!!!!!!!!!!!!!!!!!
"제라토!!!!!!! 가만두지 않을꺼야!!!!!!!!!!!!!!!!! 유이!!!!!!!!!!!!!!!!!!!!!!!!!!"
쉬이이이익!!!!!!!!!!!!!!!!!
유이의 등에서 뽑아낸 단도로 제라토를 향해 달려 들었지만 엘리엇은 도중에 자신을 치고 들어오는
수행원의 발차기로 인해 손에서 단도를 놓쳐 버렸다.
"저놈을 잡아!!!!!!! 당장 움직이지 못하도록 포박해!!!!!!"
제라토의 눈이 잔인하게 번들거리며 수행원들에게 소리치고 있었다.
엘리엇은 몸부림 치며 끝까지 제라토를 향해 달려들려고 했지만 이내 머리가 땅에 처박히며
뒤에서 무지막지하게 자신을 걷어차는 수행원들의 발길로 인해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빗물이 흘러내렸다.
엘리엇의 두 눈가 아래로 눈물과 함께 섞여.......아래로....아래로....흘러내리고 있었다.
유이.........!!!!!!!! 유이이이!!!!!!
제라토!!!!!!! 너를 용서하지 않겠어!!!!!!!!!
이대로.....죽는다해도!!
.....아니!!.......죽어서라도....너를 가만두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