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의 전주곡
똑똑...!!
엘리엇은 현재 떨리는 마음으로 세크레틴황자의 특실문을 두드렸다.
파로키안 마지막 날인 내일이면 유이가 학원에 도착하게 되고 자신과 바꿔치기된다.
엘리엇은 학원을 나가게 되기 전에 꼭 인사하고 싶은 사람이 생각났다.
"..누구?"
문이 열리면서 자신을 맞이한 사람은 다행이도 엘리엇이 찾던 그사람이었다.
"......유.....이?.."
녹빛 머리칼을 어느새 짧게 자른 건지 단발이 된 이안을 보며 엘리엇이 히죽하니 미소를 지었다.
"지금 시간... 있어?"
엘리엇이 이안을 향해 조심스레 물었다.
세크레틴과 마주친 이후로 이안이 자신의 방으로 찾아오지 않자 직접 찾아간 엘리엇이었다.
"물론이야....나도 언젠간 너와 꼭 만나고 싶었는데 세크레틴 그 빌어먹을 놈이 걸어놓은
제한마법 때문에....!!! 으드득..!!!"
세크레틴을 욕하면서도 그래도 그다지 싫은 눈초리가 아닌 듯한 이안을 보며 엘리엇은
키득 웃으며 안으로 들어섰다.
"....세크레틴황자는 어디로 갔나봐?"
"몰라. 그딴 놈이 어디를 가든 내 알바 아니다."
헤헷...! 이안은 여전하네?
"그런데........너 오늘은 좀 이상해 보이는군. 내 착각일 뿐인가?"
이상하게 유이가 전과는 달리 히죽히죽 웃고 있었다.
...표정도 지나치리 만큼 밝다........마치 일부러 그러는 것 처럼..?
".......무슨일이냐? 유이..?....."
이안은 표정을 굳히며 엘리엇에게 물었다.
엘리엇은 히죽거리던 웃음을 멈추고 잠시간 뜸을 들였다.
그러고는 곧 시선을 땅에 대고 천천히 말했다.
"나에게......술법을 가르쳐 준거.....정말 고마워. 이안........정말....정말....고마워.."
엘리엇의 표정이 진지해지며 이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자 이안은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고 뚱하니 한마디 내뱉었다.
".....그거 하나 가르쳐 준거 가르쳐 준게 뭐 그리 대수라고.......내..참..."
전에는 암! 당연하지!! 내가 널 가르쳐 준건 정말 네가 죽었다 깨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황송한 일이라고!! 라는 둥의 말을 내뱉었어야 할 이안이 의외를 쑥쓰럽게 대꾸하자 엘리엇은
다시한번 씨익 웃었다.
..........이안....넌 정말 좋은 녀석이야......히힛..!!
"......실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었거든......"
".....해주고 싶은 말?"
이안이 의아한 눈초리로 되묻자 엘리엇이 잠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전에 네가 나에게 가끔씩 귀족 치고는 이상한 행동을 한다고 말했었지...
........네 말이 맞았어......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귀족이 아니야."
.....!!!!?? 유.......이?
이안이 놀란 시선으로 엘리엇을 쳐다보자 엘리엇은 베시시 웃었다.
.......어쩌면 나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지만....이안에게는 꼭 말해주고 싶었거든...
"실은 난 세이리어 듀 유이를 대신해서 이곳으로 오게 된 엘리엇이라고 해.
신분도 귀족은 아니고.....평민이지. 어쩌다가 거래를 하게 되었거든..
전직은......야객...이라고나 할까? 아하하하하하...."
차마 자신의 입으로 도둑이라고는 못하겠는지 엘리엇이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
"원래는 이런 말 아무에게도 하면 안되는 거겠지만.......헤헤....꼭 말해주고 싶었어..."
마지막엔 엘리엇의 웃음도 조금은 옅어져 있었다.
.....이안은 이런 날 어떻게 생각할까?
음....혹시 신고할지도.....에라 모르겠다..;;
"....그런.....조금 놀랬어. 하지만......괜찮다. 나도 어느 정도 예상은 하고 있었으니까."
에엣? 이안이!?
엘리엇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자 이안은 툴툴거리며 말했다.
"날 뭘로 보는거야? 설마 그정도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지금?
네 말투가 나와는 꽤나 익숙한 것이었거든. 나도 귀족들은 젠장이라서..
게다가 네가 가지고 있는 도구들이나 암실수련관에서 홀로 무사히 빠져나왔다는
점을 보고는 네가 평범한 귀족은 아니라고 생각했지.
마지막에 네가 한말....생존이 걸린 빵이라는 거.....그거....나도 동감이야...나 역시 그랬으니까."
.....이안은 마도술사라서 무척 대접받고 살아온 줄 알았는데!?
....이안에게도 이안만의 아픈 과거가 있었구나...
"그나저나 엘리엇이라고 했나? 그게 네 진짜 이름인가 보군...
아묻튼 나에게 그런 얘길 하다니.....잘 들었어. ...뭐..네가 날 믿어주는 것 같아 조금은 기쁘다.."
히힛...!!
이안도 쑥쓰럼을 타는구나!! 저렇게 시선을 돌리는 걸 보면!
"......잘 있어. 이안......내일 난 이 학원을 떠나게 되거든.
하하..덕분에 좋은 경험 많이 하고 가는 거 같아."
실은 안좋은 기억들이 더 많았던 것도 사실이지만.....
".....뭐? 무슨 소리지? 엘리엇?"
이안이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엘리엇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나 대신 진짜 유이녀석이 오면 잘해줘.
그녀석... 정말 마음이 여리고 착한녀석인 것 같았거든...난 내일 유이와 다시 바뀌게 되."
....엘리엇? 너.......그래서 오늘 날 찾아온거였냐?
"아.....곧 세크레틴황자가 돌아올지도 모르겠네. 난 이만 가볼께...잘있어 이안.
언젠간 또 다시 만날일이 있겠지~!"
엘리엇이 밝게 작별인사를 하며 방을 나서려는 순간 등 뒤에서 이안이 그의 손을 잡아챘다.
"기...기다려 엘리엇!!!"
이안이 드물게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엘리엇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 왜 그래? 이안?"
이안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말했다.
.....이렇게 얼빵한 녀석이 용케도 들키지 않고 여기서 버티고 있었군.....하아..!!
"자..이거 받아. 네가 나의 수제자라는 표시다.
언젠간 너에게 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던 거야.
이걸 가지고 있으면 어딜가도 괜찮은 대우는 받을 수 있을거야......술어들은 잘 외우고 있는거겠지?
....넌 조금만 더 열심히 하면 꽤나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는 녀석이니까.....
.......항상 열심히 연습하라고. 그래서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나를 찾아와.
그때는 더 많은 것들을 가르쳐 줄게."
이안이 내민 것은 머리카락을 꼬아서 만든 것이 분명한 팔찌였다.
본래는 이안의 머리카락이었을 녹색의 윤기나는 머리카락이 꼬아져서 가운데에 푸른색 구슬이 매달려
매듭이 지어져 있었다.
머리카락에는 그 주인인 마도술사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가를 측정 할 수 있는 마나가 담겨있다.
게다가 구슬은 모든 마도술사들이 자신의 수제자에게 증표를 내릴 때 사용하는 것..!!
원형보존의 마법이 걸려있음은 물론이고 그것을 건네준 스승의 마나와 레벨에 걸맞는 색으로 구슬의 색이 변한다.
구슬의 색에 따라 그것을 건네준 스승이 얼마만큼의 레벨을 가지고 있는지 판가름 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푸른색은 마도술사들 중에서도 무척이나 고위급에 해당하는 색이었다.
그런 자세한 것 까진 알리가 없는 엘리엇이었지만 그저 이안의 선물에 감사할 따름이었다.
"헤헤...고마워 이안!! 언젠가 꼭 훌륭한 대도가 되어 너를 찾아갈께!!
그때까지 몸 건강히 잘 있어야 해!!"
밝게 웃으며 자신이 내민 팔찌를 건네들고 사라지는 엘리엇은 보며 이안은 작게 미소지었다.
.....그래........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거다. 엘리엇...!
...타..탁..!!
"이제 그만 나와. 세크레틴..!"
이안의 뚱한 목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지면서 방안에 없는 줄 알았던 세크레틴 황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세크레틴 황자는 빙글빙글 웃는 표정으로 엘리엇이 나간 문쪽을 바라봤다.
"어쩐지........유이치고는 성격이 무척이나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그런 사정이었을 줄이야?"
"....그래....나도 무척 놀랬어........하지만..."
이안이 물끄러미 세크레틴을 바라보자 그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안 너의 마음에 든 아이이니 나도 아무말 하지 않겠어...
무엇보다 나 역시 저 아이가 꽤나 마음에 들었으니까."
이안은 세크레틴의 말에 작게 한숨을 내쉬다가 걱정스럽게 한마디 내뱉었다.
"그 녀석....워낙 덜렁거리는 성격이라서......쳇..! 별일 없어야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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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안에게도 인사하러 가야겠다.
녀석에게도 꽤나 많은걸 신세졌으니까....헤헤........
로이떼에게도.........
모두.......모두 좋은 사람들이었어.............
저무는 해를 보며 엘리엇은 조금은 서글픈 듯한 미소로 빙그레 웃었다.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