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제라토와의 재회 (25/67)

            # 제라토와의 재회

            꿈....이었을까? 그건?

            ....그래...있을 수 없는 일이야. 키레이황자가 나를 덮치려고 하다니...말도 안돼!!!

            아하하하하;;;; 엄청나게 안좋은 악몽일 뿐이었다구!! 하하하!!!

            그래~ 꿈이야! 

            봐봐!!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꿈속에서 봤던 그 빌어먹을 넓기만 한 방이 아닌 

            무척이나 작고~ 아담스러운 나의 방이잖아?

            게다가 분명히 술법을 써서 본래대로 돌아왔어야 할 나의 머리카락 색도 붉게 물든 그대로고...

            후우......어쨌든 정말 다행이다.

            무척이나 지독한 악몽이었어....그건...!! 헤헤헷!!

            좋았어!! 오늘부터 또 힘차게 다시 생활해 나가는 거다!!!! 으힛힛힛!!!!!

            엘리엇은 현재 침대위에서 혼자 히죽거리며 자신이 있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의 마음에 아주 약간의 서글픔이 비춘것은.......

            ......나는 진짜 세이리어 듀 유이가 아니니까...

            ...그저 뒷골목의 천한 평민인 엘리엇일 뿐이니까.......그러니까....

            ...........그러니까...........이럴 수 밖에 없는거야.......

            끼이익...

            "어라? 로이떼 왔어!? 어제 한동안 안보이더니 어딜 갔다온거야?"

            엘리엇이 약간 과장된 표정으로 밝게 웃으며 로이떼를 맞이하자 그녀는 어딘지

            석연찮은 표정으로 잠시간 흠칫했다.

            "이..일찍 일어나셨네요. 어젯밤에는 잘 주무셨어요? 

            어제는......잠시 일이있어서 유이님 허락도 안받고 멋대로 밖에 나갔다 왔어요. 죄송해요.."

            로이떼의 음성이 작게 흔들리긴 했지만 엘리엇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저 그런데 유이님은 어제 무엇을......아...아니........아무것도 아니에요."

            ...응? 로이떼가 왜 그러지?

            로이떼는 잠시간 안절부절 못하는 표정으로 방안을 서성이다가 잠시 어딘가에

            나갔다 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어차피 축제기간 이었기 때문에 딱히 할일도 없던 엘리엇은 침대위에 드러누웠다.

            .....그런데 옷이 약간 바뀐 것 같은데?

            잠시간 머릿속에 의문이 생기긴 했지만 곧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엘리엇이였다.

            엘리엇의 눈에는 이옷이나 저옷이나 다 똑같이 치렁치렁 거리는 것들이었으므로... 

            그러나 그의 신경이 좀 더 날카로웠더라면 분명 자신의 옷에 달린 프릴과 레이스의 위치가 

            약간씩 바뀌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었다.

            -이와 비슷한 옷을 찾아서 이 아이에게 입혀라...

            내가 데려왔다는 말은 입밖에도 내비추지 말고.......네 주인은 현재 정신을 잃은 상태다.-

            차갑게 울리던 키레이황자의 말과 함께 로이떼는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키레이황자가 자신을 찾아왔다는 사실도 무척이나 놀랄 일이었지만 그의 품에 안긴 자신의 

            주인을 보는 순간 그녀의 눈은 무척이나 놀라 크게 떠져있었다. 

            .......유이님...!! 도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거에요!?......

            똑똑똑!!!!!

            한참을 침대위에서 뒹굴거리던 엘리엇의 귀로 누군가의 노크소리가 들리자

            엘리엇은 재빨리 몸을 일으키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엘리엇은 깜짝 놀란 눈초리로 자신의 앞에 선 사내를 바라봤다.

            "유이님... 파로키안을 맞이하여 '면회'를 신청했습니다. 괜찮으실런지요?"

            "....제....라토.."

            ...아무런 기별도 없던 제라토가 왜 갑자기...!?

            엘리엇의 표정이 작게 굳어지면서 제라토의 옆에 함께 온 사내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는 이내 두사람을 확인하더니 곧 걸음을 돌려 사라졌다.

            혹시라도 원한을 품은 자가 위해를 가하기 위해 학생들을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이렇게 면회를 하기 이전에는 항상 안내자 한명이 곁에 따라붙은 뒤 그의 신원을 확인하고 돌아간다.

            ....탁...!!

            문이 닫히고 방안에 들어선 제라토는 방금 전의 그 인상좋은 표정은 다 어따 팔아먹었는지

            무시무시하게 안색을 굳히고 엘리엇을 노려봤다.

            "....갑자기 무슨 일이세요? 거래기간이 지나려면 아직 한참은 더 남은 것 같은데?"

            ...일이야 어찌되었든 엘리엇은 이리저리 부딪치면서도 학원에서 용케 버텨낸 것이었다.

            "........천한 도둑놈!! 여기서 감히 무슨 짓을 벌인 것이냐!?....."

            "....무슨....?"

            짜아아악!!!!!!

            그러나 엘리엇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자신의 뺨을 내리치는 제라토의 손에 의해 더이상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어찌나 세게 내리친건지 엘리엇의 흰뺨이 금새 붉게 부어올랐다.

            "내가 여기에서 네가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해서 유이님의 명성에 흠이 가는 일을 하면

            널 가만두지 않겠다고 분명히 말했을텐데!?"

            붉게 충혈된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는 제라토를 보며 엘리엇은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여기에서 뭘 어쨌다고 이러는 걸까!?

            물론 찔리는게 한두가지가 아니긴 하지만....제라토가 들고 일어날만한 일이...

            설마 그 테라스추행사건!?

            이런 빌어먹을!! 그건 내가 그런게 아니란 말이야!!!

            그러나 엘리엇의 예상과는 달리 제라토의 입에선 엉뚱한 말이 쏟아져 나왔다.

            "어제 우리 가문에 그란도백작께서 방문하셨다. 

            그란도백작께서는 나에게 자신의 아들과 관련한 일에 선처를 바란다고 말씀하시더군!!

            도대체 파로키안에 무슨 일을 벌린거지!? 말해봐라! 이 천한도둑놈!!!"

            ......그란도 백작? 

            "....설마........노이드?.."

            엘리엇의 입에서 노이드의 이름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제라토의 얼굴이 더욱 울그락 불그락해졌다.

            "그래!! 그분의 아들에게 도대체 무슨 짓을 한거지!?"

            ......하!!......설마 그것 때문에 여기까지 쫒아왔단 말인가?

            엘리엇은 어이없는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지만 제라토는 눈앞에 있는 녀석을 당장에 

            때려죽여도 시원찮을 만큼 화가 나 있었다.

            이 빌어먹을 도둑놈을 여기로 보내는게 아니었어!!!

            나의 계획에 이놈이 재를 뿌리고 있다!! 조용히 지낼줄 알았던 놈이.....감히..!!......

            유이놈은 아직까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살려두긴 했지만....아무래도 안되겠어..!!!

            이대로 있다간 세이리어가를 삼키기도 전에 먼저 당하고 말겠어!

            .............이 천한 도둑놈과 그 심약한 유이놈을 한꺼번에 처리해 버리는 수밖에...!!!!

            그나저나 이 두놈을 어떻게 처리하지?

            제라토는 침착히 머리를 굴리다가 이내 곧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달았다.

            마침 적당한 변명거리도 생각났다..

            그래.......그 방법이면........두 놈 다 아무 탈 없이 죽여도 상관없게 되지....후후후...후...!!!

            ....좋아.........이젠 됬어. 

            .........크크...큭...!!! 좋아.....아주 좋아.........!!!

            엘리엇은 갑자기 말하다 말고 음산한 웃음을 짓는 제라토를 의아하게 바라봤다.

            이 양반이 뭘 잘못 처먹었나?

            제라토의 음흉한 속내를 전혀 모르는 유이는 그에게 맞은 뺨을 손으로 살살 문질렀다.

            ......젠장!! 있는 힘껏 때렸군. 

            빌어먹을 작자 같으니!!

            ".........이번 파로키안 마지막 날에 너와 유이님을 다시 뒤바꾸기로 결정했다."

            제라토의 갑작스런 말에 엘리엇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뭐.....에요? 아직 거래기간이 끝나려면 한참이나 멀었잖아요! 그런데 왜 갑자기?"

            "넌 알 필요없다!! 그저 우리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 

            거래기간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약속했던 금액은 건네주겠다.

            넌 그거나 받고 어디로든지 사라져 버려라. 두번 다시 우리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두번 다시 세상빛을 볼 수 없도록 해주지.....천한 도둑놈아!!...크크큭....큭...!!!

            한동안 아무말 안하고 서있던 엘리엇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유이님이 원하시던가요?"

            엘리엇의 물음에 제라토는 잠시간 흠칫하긴 했지만 대답했다.

            "물론이다. 유이님께서는 하루라도 빨리 너와 바꿔서 이 학원으로 나오시길 원하고 계신다!"

            유이가.......원한다고?

            이 빌어먹을 학원에 나오기를 정말로.....원하고 있다고?

            엘리엇의 음성은 한껏 진중히 굳어졌다.

            과연.....정말로 유이가 뒤바꾸길 원하는 걸까? 

            물론 언젠가는 바뀌어야 할 운명이지만........

            엘리엇의 눈이 작게 흔들리고 있었다.

            자신은 이곳에서 당장 빠져나간데도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오히려 이런 지긋지긋한 학원에서 나갈 수 있다는 사실은 오히려 엘리엇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환영할 일이었다. 

            하지만........유이가 걱정이었다.

            상당히 근성이 질기다고 자부하는 자신조차 이곳에서 혀를 내두를 정도로 

            괴롭힘을 당했는데 몸이 약하고 마음이 여린 유이가 과연 이곳에서 버텨낼 수 있을까?

            그날......나에게 미안하다고 했었지...

            그만큼이나 여린 소년인 그가.....이곳에 오기를 정말로 원했을까?

            "그럼 파로키안 마지막 날에 학원정문에 서있는 마차 앞으로 와라. 유이님은 내가 모시고 올테니...

            너는 그 마차안으로 들어가 유이님과 바꿔치기 하면 되는거다."

            엘리엇은 뭔가 씁쓸한 기분이 들긴 했지만 못마땅한 표정으로 제라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알겠어요.."

            제라토는 엘리엇의 대답을 듣고 난 뒤 뒤도 안돌아보고 방안을 빠져나갔다.

            .......유이...............너는 정말.......이곳으로 다시 돌아오길 원하는 거야?

            나는 너대신 얼마든지 더 당해줄 수도 있는데...

            ........혹여 미안해서 나와 바꾸자고 하는 거라면.......그렇지 않다고 말해줘야지.

            .....난 괜찮아....유이...

            조금 일들이 많이 꼬이긴 하지만............정말 괜찮아...

            엘리엇은 자신의 목에 달린 목걸이를 천천히 매만졌다.

            자신보다 옅지만 선량했던 유이의 두 눈동자가 엘리엇의 눈앞에 어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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