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력대회 마지막 문제의 답은?
전날에 있었던 검투대회의 후유증으로 엘리엇이 침대위에 후줄근하게 늘어져서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안하자 로이떼가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도 이번에는 막무가내로 일어나라고 할 수 없었던 것이 그전날에 얼마나 격렬한 검투가
있었는지 그녀도 관람석에 앉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때 혼자서 유이를 응원한 그녀 역시 전날의 후유증으로 목이 쉬어버렸다.
그랬기 때문에 아침마다 내지르는 그녀 특유의 고음을 전혀 사용할 수 없었다.
입을 열어 말만해도 목이 따끔따끔 할 것 같았다.
엘리엇은 한숨으 내쉬며 물에 적신 수건을 엘리엇의 다리 위로 얹어 놓았다.
"우응....로이..떼?"
"네...유이님.."
벌떡!!!!!
그때였다.
침대에 널부러져 도무지 일어날 생각을 못하던 엘리엇이 놀란 표정으로 몸을 일으킨 것은..!!
"히익!!! 로이떼!! 너 목소리가 왜 그래!?"
그도 그럴것이 현재 로이떼의 목소리는 60~70대의 노파의 목소리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무척이나 쉬어있었다.
"어제 도련님 응원하느라 이렇게 된거라구요. 좀 이상해도 참아주세요."
로이떼가 불퉁히 입을 내밀고 대답하자 그제야 엘리엇이 머쓱이 뒷통수를 긁적이며 베시시 웃었다.
"날 응원하다가 그렇게 된거라고? 미안;; 로이떼. 난 그런줄도 모르고;;;;;"
"괜찮아요. 도련님. 그나저나 어제 있었던 검투대회는 정말 멋졌어요!!
특히 키레이황자님과 세크레틴황자님이 맞붙는 장면은 정말 평생가도 못볼 진귀한 명관이었어요!!
그리고 있잖아요!! 어제 제 친구들이 유이님을 보고 멋있다고 다시 보았대요!!
평소 유이님이 안좋게 소문나 있어서 무척 걱정하고 있었는데 어제 유이님의 그 멋진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유이님에게 호감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오호호호!! 저도 그 덕분에 어제
한 콧대 내세웠다니까요!! 이번엔 댄스대회에 출전하신다고 하셨죠!?
걱정마세요 유이님!! 제가 나중에 친구들 데리고 가서 유이님을 멋지게 꾸며 드릴테니까요!!
저만 믿어주세요!!!!"
....쉰 목소리도 결코 그녀의 수다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못되는군....;;;
"고...고마워 로이떼...."
"아!! 이러실게 아니라 빨리 다리 근육을 풀어주셔야죠!! 오늘 또 댄스대회에 나가시려면
무척 힘드실텐데!! 연달아 나가시는 거잖아요! 오늘도 꼭 멋진 모습 보여주셔야 해요!! 이제 유이님이
학원에서 유명인이 되는건 시간 문제에요!! 오호호호!! 그때 그 노이드라는 작자가 유이님께 덤벼들땐
얼마나 깜짝 놀랬다구요! 다행히 나중에 끌려나가긴 했지만! 아유 그런 사람은 아예 이 학원에서
추방당해야해요!! 말 들어보니까 그럴지도 모른다더만..!! 아묻튼 얼른 누우세요!
제가 마사지 해드릴께요!!! 유이님! 꼭 이번 댄스대회에서 우승하셔야 해요!? 네!?"
"아...알았어. 로이떼...최선을 다해볼께;;;;;"
로이떼의 열혈한 눈빛을 받은 엘리엇은 무조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우승하지 못했다간 로이떼가 무슨 짓을 할지;;;;;;;
"유이!! 어쩌지? 나 지금 엄청 떨린다!!!"
칼리안은 아무래도 어젯밤 내내 공부를 한건지 거의 초폐인이 되어 나타났다.
"걱정마 칼리안. 아마 이번 대회에선 네가 우승할꺼야. 그때 봤던 점쟁이도 그렇게 말했잖아."
엘리엇은 옆에서 긴장한 칼리안을 향해 다독거리며 말했다.
"그렇겠지? 이번엔 내가 우승할 수 있겠지?"
"물론!!"
칼리안 이녀석 생긴건 전혀 그렇게 생기지 않았는데 의외로 모범생타입이구나;;;;;
나는 평생을 가도 볼까말까한 책들을 항상 옆구리에 끼고 다니고 말야;;;
-지금부터 파로키학원 최고의 지식인을 가리는 학력대회가 열리겠습니다!!! 참가하시는
분들께서는 리코움의 무대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윽!! 엘리엇!! 나 가볼께!!"
"그래!! 칼리안! 나는 관람석에 앉아서 널 응원할께 부디 잘하라고!!!!!!"
엘리엇은 달려가는 칼리안을 향해 휘휘 손을 저어준 뒤 리코움을 향해 걸어갔다.
이안은 오늘 만큼은 피곤한지 방안에 있겠다고 했다.
"흐음;; 혼자 가야하나?"
칼리안을 제외하고는 친구라곤 단 한명도 없는 엘리엇이었으므로
홀로 리코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관람석에 앉자 이미 학력대회가 시작된건지 무대에 앉은 학생들이 열렬히
문제의 답을 각자의 앞에 준비된 마법판에 적기 시작했다.
마법판에는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혹여 틀렸는데도 맞았다고 우기는 학생이나
또는 글자를 흐릿하게 써놓고 맞췄다고 우기는 학생들을 방지하기 위해
글자감지 마법이 걸려 있었다.
정답이 발표되면 맞은 학생들의 마법판위에 쓰여진 글씨는
사라지고 위에 검은 문양 하나가 추가 된다.
틀린 학생들의 마법판위에 쓰여진 글씨 역시 사라지지만 붉은 문양이 하나 추가 되어
나중에 점수합산을 하게 되면 가장 많은 검은문양을 획득한 사람에게 우승이 돌아간다.
공중 위에는 컨닝 방지 마법구가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옆이나 뒤를
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때문에 학생들은 오직 자신들의 실력 만으로 문제의 답을 맞춰야 했다.
마법판은 무척이나 고가의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학원에서는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그만큼 파로키안이 되면 학원에서는 엄청난 공을 들이기도 한다는 뜻이었다.
"자 그럼 다음 문제!!! 이번에는 생물입니다!!!
베이토의 몬스터 도감에 나오는 몬스터 중 하나로 카이다제국과 이벤토왕국의 경계 산맥인
달렌산맥에 서식하고 있으며 일년에 2달을 제외한 나머지 달을 모두 동면으로 떼우는 이 몬스터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전 대륙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둔하기도 한 몬스터입니다!!"
헤에......이번엔 무지 쉬운 문제잖아?
거야 뻔하지.
할아버지가 툭하면 나한테 하던 말 중 하나니까.
어렸을 때 하도 많이 들어서 잊어버리면 내가 바보지;;;;;
"...정답을 발표하겠습니다. 아직 답을 못 적은 학생들은 빨리 답을 적어주시기 바랍니다.
자...그러면 정답은..!!!"
"차우.."
"차우입니다!!! 보통 무척 게으르고 둔하기 짝이 없는 사람에게 이 몬스터의 명칭을 대기도 하지요!!!!!"
역시.....!!
엘리엇은 빙그레 미소를 띄었다.
이미 제멋대로 죽어버리긴 했지만 할아버지가 늘 자신을 이르는 말이 하나 있었다.
-이 차우같은 자식!! 벌써 아침이 되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뒹굴고 있으면 어쩌자는 거냐!!
빨리 가서 먹을껄 훔쳐와 이눔아!!!-
...;; 가만;;; 보통은 식사를 하라고 하지 않던가?
....뭐 어때? 그때 우리의 식량은 늘 훔쳐온 음식이었으니 나에겐 당연한 아침인삿말이지.
....히죽..!!
아아....그때가 떠오르니 나도 모르게 아련한 향수가...;;;;
....지금이 훨씬 편하긴 하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한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입이 거칠긴 해도 꽤나 자상한 면이 있던 고다할망구도 그때는 살아있었는데....
우리 할아버지랑 재혼하라고 하면 언제나 미친놈이라고 소리치기도 했지..
...키득....키득...!!
엘리엇이 혼자서 작게 웃을 동안 문제는 계속 진행 되었다.
"역사문제입니다!!! 카이다 제국을 건립한 초대 황제의 이름을 적어주십시오!!"
사람과 관련된 문제가 나오자 참가자 대부분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몇몇은 회심의 미소를 짓기도 했지만.
그나저나 초대 황제라면.......이름이 엄청 길었던 것 같은데?
보통 황족들은 이름을 4개씩이나 가지고 있으니 그걸 하나하나 다 적으려면
엄청 힘들겠군......포기다.
"다 적으셨습니까? 정답을 발표하겠습니다. 정답은!!
카이다 도네시어 에반 지미오님이십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더불어 엘리엇도 초대황제의 이름을 맞추진 못했지만 열렬한 애국심으로 함께 함성을 질렀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주변이 어둑어둑 해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학력대회의 참가자들 중 대다수는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고 몇명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사회자가 내는 문제를 경청했다.
엘리엇은 멀리 있어서 잘 안보이는 칼리안을 바라보며 속으로 열심히 응원했다.
칼리안 힘내!! 너라면 그 문제의 서를 받을 수 있을거야!!
"이번 학력대회의 마지막 문제는 고대 카이다 제국의 신화와 관련된 문제입니다!!!
정의의 여신인 하이테에게는 무척이나 아끼던 고양이가 있었습니다!! 보통의 고양이가
미야오하고 우는 것에 반해 이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꽤나 독특하여 여신은 이 고양이의 울음을 이름의 끝에
붙였는데요!! 게으르기가 챠우와 비등하고 식탐이 무척 대단하여
결국엔 57인분의 음식을 혼자서 몽땅 먹어치우고 배가 터져 죽었다고 알려진
이 신화속 고양이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끄응...;;;;
카이다의 신화에는 가끔식 정체불명의 이상한 것들이 튀어나오기도 한단 말이야;;;
도대체 정답이 뭐지?
엘리엇이 고개를 갸웃 거리는 동안 사회자의 음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네.. 그럼 정답을 발표하겠습니다. 정답은.....!!"
맞다!!! 쿠로냥!!! 정답은 쿠로냥이었어!!!
"쿠로냥입니다!!!!! 제국내의 고양이들은 보통 미야오하고 울지만 이 고양이만큼은
특별나게도 냐옹이라고 울었다고 전해집니다. 본래 쿠로라는 이름에 냐옹이라는 말이 점차 줄어들어
냥으로 축약되어 쿠로냥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지요!!! 마지막문제는 꽤나 고난위의 문제였는데
몇분이 맞추셨을지 궁금하군요!! 자그럼 지금부터 점수합산에 들어가겠습니다!
참가자들은 각자가 지닌 마법판을 앞의 심사관들에게 건네주시기 바랍니다!!"
무대 위에 있던 참가자들이 심사관에게 건내고는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과연 이번 파로키안의 최고의 지식인으로는 누가 뽑힐까가 최대의 관건으로
엘리엇은 물론이고 모든 관객들이 숨을 죽여 우승자 발표를 기다렸다.
곧 이어 점수합산이 끝나고 결과가 나왔는지 자리에 앉은 심사관에게서 종이를 받아들은
사회자가 무대위로 걸어나왔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 그런데 무척이나 놀랍군요!!
이번 학력대회의 우승자는 두명입니다!! 공동우승을 차지했는데요!!!! 과연 이 두사람은
누구일까요!!? 자.....그러면 우승자 발표하겠습니다. 학력대회 최종 우승자는..!!"
두근....두근...!!!
"아나이스황녀저하와 시오릭 리 칼리안!!!!"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순간 엄청난 함성이 리코움 안을 뒤덮으며 엘리엇도 놀란 표정으로 무대위를 쳐다봤다.
이럴수가!! 칼리안 그 녀석이 해냈구나!!!!!
그나저나 아나이스황녀도 우승을 하다니...! 무척 머리가 좋은 모양이지?
무대위로 아나이스와 칼리안이 나란히 섰다.
그들은 자신들의 앞에선 카이다의 현황제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파로키학원에는 인재가 많은 모양이군........특히 에스더제국의 두 유학생인
자네들이 우승을 하다니.......대단하군! 멋지네!"
황제의 짧지만 진심이 어린 칭찬을 들은 두사람은 나란히 쑥쓰러운 미소를 지었다.
특히 칼리안은 곁에 선 아나이스황녀를 흘끗흘끗 쳐다보며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아나이스..!! 너를 앞서진 못했지만 적어도 너와는 이로써 동등해 진거겠지?
황제가 직접 수여해주는 문제의 서를 나란히 받아들고 무대 아래로 내려서는 그들은
천천히 대화를 나누었다.
"축하해. 칼리안...너와 함께 우승을 하게 될 줄은 몰랐어."
사심없이 웃으며 말하는 아나이스황녀를 보며 칼리안 역시 슬쩍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나도 이렇게 될줄은 몰랐어. 여전히 아나이스황녀저하는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 같군요."
칼리안이 짐짓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경어를 쓰자 아나이스가 밉지 않게 인상을 쓰며 말했다.
"뭐야 칼리안. 갑자기 왜 경어를 쓰는거지? 어릴때부터 나와 오라버니 너.. 이렇게 황궁안에서
셋이 함께 어울려 다니며 놀았잖아. 게다가 우린 서로 같은 파로키학원의 학생인데...
물론 내가 한 학년 낮긴 하지만."
아나이스황녀의 말에 칼리안은 싱글벙글 웃으며 답했다.
"물론 농담이야. 나 역시 무척이나 축하한다. 아나이스............"
"고마워. 칼리안......."
아나이스는 칼리안의 말에 싱긋 웃었다.
.....정말이야 아나이스............정말 축하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