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결승전
"자.......그럼 대망의 최종결승전이 있겠습니다!!!!!!!"
관객들의 흥분에 가득찬 눈빛이 무대위의 두 사람에게로 쏟아졌다.
학원 최강자 중 한 사람인 키레이황자와.....학원 최대의 약골이라 소문이 났던 유이!!
이 두사람이 최종결승전에서 맞붙는다는 것이 어찌보면 참으로 아이러니 하다고 밖에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노이드를 상대로 놀라울 정도로 잘 버텨낸 세이리어 듀 유이가
카이다제국의 황위후계자인 카이다 도네시어 에반 키레이를 상대로 얼마나 버텨줄 것인가!?
종종 내기돈이 오가기도 하는 이 검투대회에 몇몇 사람은 즐거운 기대를 하며 두사람을 지켜보았다.
"키레이황자저하와 세이리어 듀 유이!! 이 두사람이 이번 최종결승전에서 맡붙게 되었습니다!!
모두 힘찬 박수로 응원해 주십시오!!!!!!"
짝짝짝짝!!!!!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한껏 들뜬 함성이 해가 저문 이때까지 지속된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어느새 무대 위는 밝은 빛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리코움 곳곳에 설치된 마법조명이 밝아지면서 하늘 위로는 하나 둘씩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먼저!! 최종결승전을 치루기 전에 두 선수에게 황제폐하의 격려말씀이 있겠습니다!!"
무대위로 노인치고는 무척이나 굳건해 보이는 황제가 천천히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키레이는 자신의 아버지기도 한 황제를 보고는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보였을 뿐이었고
엘리엇은 현재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얼떨떨한 기분으로 허리를 깍듯이 숙여 인사했다.
....내 평생에 황제와 직접 대면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맙소사!!!!! 이건 꿈이야!!!
정작 황태자와 황녀들을 만나보고도 이렇게나 가슴이 뛰진 않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황제는 두 사람 가까이 다가서더니 먼저 키레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키레이. 최종결승에 진출하다니.......네 능력껏 해보도록 해라."
"...잘 알겠습니다. 아버님.."
......에에? 그리고 그걸로 끝!?
부자치고는 꽤나 삭막한 대화를 나눈 두 사람을 곁에서 바라보던 엘리엇은 얼떨떨한 기분이 되었다.
평소 필요이상의 말은 잘 하지 않던 키레이황태자였기 때문에 어찌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었다.
다만 엘리엇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뿐...
말그대로 정말 간단한 격려였다.
그러나 황제의 고개가 엘리엇을 향해 돌아가면서 그의 눈이 슬쩍 빛났다.
"그대는...?"
엘리엇은 황제의 물음에 황송해 하면서도 곧 꿋꿋이 말을 내뱉었다.
"아...예. 저는 세이리어 듀 유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자신의 이름이 되어버린 세이리어 듀 유이........
엘리엇이라고 소개하고 싶었지만.......그건 절대 안될 말이었다..
조금은 서글픈 마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소개한 엘리엇은 다음에 이어지는 말에 두눈이 휘둥그래져서는
경악 어린 신음을 내뱉었다.
"...호오....자네가 바로 '그' 세이리어 듀 유이로군.
전에 얼핏 내 아들의 반려후보자들중 한명이라고 들은 것도 같은데?"
크아아아아악;;;;;;; 어째서 황제폐하가 그딴걸 기억하고 있는거야!!!??
말도 안돼!!!!!!!!!!!!! 누가 저딴 녀석의 반려후보자 따위가 되고 싶댔나!?
"....그...렇습니다."
마지못해 대답하는 엘리엇을 보며 황제는 약간 불만섞인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을
한번 흘끗 쳐다보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네 녀석이 표정을 드러낼 정도라니.........이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과히 기대가 되는군...!!
"그래.......유이군. 내 아들과 열심히 대결해주게. 자네의 승운을 빌지.."
자신의 아들인 키레이황자가 아닌 자신을 보고 승운을 빌어주겠다니!!
깜짝 놀란 엘리엇은 잠시 황제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무례를 범하였다.
그러다가 곧 정신을 차리고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아...예!? 가..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후후후후.....꽤나 귀여운 아이로구나. 키레이.......
이거 정말 재밌겠어...
황제의 입가에 떠오른 묘한 미소의 의미를 알아챈 키레이황자는 슬쩍 미간을 찌뿌렸다.
.....세이리어 듀......유이...
나의 반려후보자라... 최근에 와서 이상하게 많이 마주치는 것 같군...
.....그래...이상하게도 말야...
키레이는 자신의 앞에 비장한 표정으로 쌍검을 들고 서있는 엘리엇을 보며
그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작게 나직이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은 곧 순식간에 사라졌지만...
"자!!! 그럼 황제폐하의 격려말씀이 끝나고 드디어 두 선수가 대결을 하겠습니다!!!!
두 선수 서로 상대를 향해 인사해 주십시오!!!!!!"
........대결이 시작되었다..!!!!!
두사람 모두 인사를 마침과 동시에 얼마간의 간격을 띄고 뒤로 물러섰다.
....키레이 황자!!!
엘리엇은 자신의 앞에 선 막강한 상대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하필이면 노이드가 결승진출자였다니! 녀석에게 이긴건 좋지만 덕분에
한텀쉬게 되어 나까지 최종결승으로 오르게 되었잖아..!! 으윽!!!
키레이황자에게는 평소 쌓인게 많은 유이였지만 상대는 자신의 실력을 넘어선다.
"먼저...공격하겠다..!"
쉬이이이익!!!!!!!
순간 키레이의 검이 엘리엇을 향해 달려 들면서 엘리엇은 재빨리 자신이 든 쌍검을
교차시켜 키레이의 검을 막아내었다.
카앙!!!!!
.....찌이이이잉!!!!!!
크윽!! 어...엄청난 힘이다!!!!
노이드녀석과는 비교할 바도 못돼!!!! 이자식!!! 악력이 장난 아니야!!!!!!!!!
"으윽..!!"
엘리엇의 입에서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빌어먹을!! 하지만 겨우 이정도에 죽는소릴 할 내가 아니다!!
오기와 집념으로 똘똘뭉친 나의 검을 받아봐라!! 이 빌어먹을 자식아!!!
키레이를 향해 온갖 욕을 내뱉은 엘리엇은 재빨리 키레이의 검을 퉁겨내고 뒤로 물러섰다.
타타타탁!!!
한순간 뒤로 물러서다가 다시 앞으로 돌진해간 엘리엇은 무모하지만
다른 한손으로 키레이의 검을 막은 뒤 남은 손으로 그의 주변을 공격하기로 결정했다.
키이이익!!!! 카앙!!!!
예상대로 오른팔에 엄청난 통증이 몰려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엘리엇은 막아냈다!!!
휘익!!! 타악!!!!!
재빨리 남은 손으로 키레이의 검을 쳐낸 엘리엇은 키레이의 사정권 안으로 파고 들었다.
휘익!!!
캉!!
그러나 키레이 황자는 역시나 만만치 않았다.
자신이 내찌른 검을 검의 넙적한 면으로 가볍게 튕겨낸 뒤 검을 사선으로 그었다.
"제법이군. 유이.."
"허억.....헉....!! 허억..!!"
관람객에서 사람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왔지만 엘리엇의 귀엔 들리지 않았다.
다만 어떻게 저녀석을 무찌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만 온통 정신을 집중했다.
의외로 잘 버티고 있는 엘리엇이었다.
"하아아압!!!!!!!!!"
카캉!!!!
챙!!!
엘리엇의 선공과 재빠른 몸놀림에 잠시 틈이 생긴 키레이에게
재빠르게 몸을 날려 녀석의 다리를 공격한 그였지만 키레이는 재치있게 검을 한손으로
쥐면서 손목을 빙글 돌려 자신의 검을 아래로 내리쳤다.
카캉!!!!
"커윽!!!!"
키도 큰 녀석이 뭐가 이렇게 민첩한 거야!?
"자....그럼 이쯤에서 그만할까?"
".....무...슨..?"
퍼억!!!!!!!!!
"으......큭..!!??"
키레이의 다리를 공격하느라 몸을 낮춘 마당에 그의 검에만 집중하고 있었던 틈을 이용해
키레이의 발이 엘리엇의 배떼기에 들이 꽂혔다.
순간적으로 엄청난 고통이 급습하면서 엘리엇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다행히 단도는 끝까지 손에 쥐어들었지만 키레이황자가 정말 있는 힘껏 걷어찬건지
타격이 무척이나 컸다.
그대로 일어나기가 힘이 들정도로...
"...그래도 꽤나 근성은 있군. 마지막까지 검을 손에서 놓치지 않다니....
하지만 그정도가 아니라면 이쪽도 꽤나 멈추기 힘들어질 것 같아서 말야."
이를 악물고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어느새 다가온 키레이황자가 엘리엇의 목에 검을 겨누고 있었다.
".....!!!!..."
"내 기대 이상으로 꽤나 훌륭했다. 세이리어 듀 유이.. 하지만 이건 누가 말해주지 않던가?
한번 검을 날릴땐 실패하면 죽을 각오도 해야 한다는것"
...으드득.....!!!
저 승자의 얼굴로 얄밉게 웃고 있는 키레이녀석을 오독오독 씹어 드시고 싶어졌다.
젠장;;;;;; 어차피 이길거라고 생각은 못했지만 이렇게 허무하게 지다니...!!
"쿨럭........쿨럭...!! 제가 졌습니다..."
엘리엇이 기침을 내뱉으며 패배를 시인하자 사회자가 크게 소리쳤다.
"네에!!!!!! 키레이황자!!! 세이리어 듀 유이를 제치고 검투대회의 우승을 거머쥐게 되었습니다!!!!!!!!!!
모두 두 사람에게 뜨거운 박수 보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엘리엇은 천천히 쓰러진 몸을 추스리며 일어나려고 했지만 타격이 꽤나 컸는지 일어서려다가
그대로 주저 앉았다.
...으윽....!! 겨우 이정도로...내가........꽤나 약해졌구나. 엘리엇...!!
스윽...!!
그때였다.
키레이황자가 쓰러진 엘리엇에게 손을 내민 것은...
".....!!?....."
"잡아라. 일어나기 힘든게 아닌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호의를 보의는 키레이황자의 얼굴을 떨떠름히 바라본 엘리엇은 천천히
그손을 잡았다.
파악!!!
순식간에 강한 힘으로 일으켜진 엘리엇이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앞으로 고꾸라지려고 하자
키레이황자는 재빨리 인상을 슬쩍 굳히며 그런 엘리엇의 허리를 안아들었다.
덕분에 묘한 자세가 되버린 엘리엇은 몸이 아픈줄도 모르고 후다다닥 물러서면서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가...감사했습니다!"
키레이황자는 그런 엘리엇을 한동안 알 수 없는 눈길로 바라보더니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 무심히 시선을 돌려 단상에서 내려오는 두사람을 바라봤다.
후...후우...!!!
저 자식에게 그런 꼴로 안기게 되다니;;;; 맙소사;; 이런 쪽팔린 경우가!!!!!!!!!!!!
황제와 미레아황녀가 무대위로 올라오자 사회자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지금부터 검투대회의 우승자에게 황제폐하께서 직접 검을 하사하신 뒤
미레아황녀님께서 직접 수를 놓은 손수건을 시상 하시겠습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엘리엇은 무대의 다른 한쪽으로 물러나서 그 장면을 지켜보았다.
황제는 무척이나 정교하고 아름다운 무늬가 새겨진 검을 들어올려 자신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키레이황자에게 머리와 어깨의 양옆을 찍는 검의 가호를 마친 뒤
곧 그에게 천천히 검을 건네었다.
그 광경이 무척이나 엄숙하고 장엄하여 그 순간만큼은 어느 누구도 떠들지 못했다.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발로 차버리다니..."
황제가 키레이황자에게 검의 가호를 할때 작게 속삭인 말이었다.
순간 키레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황제의 얼굴을 노골적으로 노려봤다.
".....한낱 대결일 뿐이었습니다."
황제는 여전히 근엄한 표정으로 그에게 천천히 검을 건네며 말했다.
"..누가 뭐라고 그랬느냐? 다만 너답지 않게 약한 상대에게 너무 인정사정 없이 몰아 붙였던 것 같아 그런다."
흠칫!!!
검을 받아드는 키레이의 어깨가 한순간 떨렸다.
그런 아들의 변화를 여전히 엄숙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황제의 입가에 조그마한 미소가 걸렸다.
.......이거...꽤나 재미있게 되었군.
저 여려 보이는 소년이 이 녀석의 검을 받아낸 것도 그렇고....한동안 더 주시해볼 필요가 있겠어..
황제가 어떤 음흉한 생각을 하는지 알리가 없는 엘리엇은 입맛만 쩍쩍 키레이를 부럽게 쳐다봤다.
....그나저나 이인자는 부상이 얼마였지?
벌써부터 자신이 받을 부상을 생각하자 우울했던 기분도 조금은 나아지는 듯 싶었다.
"오라버니이이~!!!! 수고하셨어요!! 저는 오라버니가 꼭 이기실 줄 알았어요!"
미레아황녀가 환한 웃음을 달고 말하자 키레이황자도 그런 자신의 동생을 따스한 눈길로 내려다 보았다.
"여기 이거요! 이거 제가 만드느라 무척 고생한거에요!!"
원래는 오라버니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받게 되면 자신이 수놓은 다른 실패작을 건네줄 생각이었지만...
다행히도 키레이황자가 최우승자가 되면서 미레아는 자신의 회심작을 건넬 수 있게 되었다.
키레이황자가 미레아의 회심작을 들고 대회우승자의 관례대로 그것을 건네준 미레아 황녀의 손에
입을 맞추고 일어서서 손수건을 흔들어 보이자 관중석에서 엄청난 함성소리와 우뢰와 같은 갈채가 쏟아졌다.
멋져요!!!!!!!!!!!!!!!!!!!!!!!!!!!!!!!!!!!!
이번 검투대회는 평생 있지 못할거야!!!!!!!!!!!!!!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키레이저하 만세!!!!!!!!!!!!!!!!!!!!!!!!!!!!!!!!!!!!!!
황제폐하 만세!!!!!!!!!!!!!!!!!!!!!!!!!!!!!!!! 미레아황녀저하 만세!!!!!!!!!!!!!!!!!!!!!!!!!!!!!!!!!!!
짝짝짝짝짝짝짝짝!!!!!!!!!!!!!!!!!!!!!!!!!!!!!!!!!!!!!!!
사람들의 환호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미레아 황녀는 어느새 두눈을 반짝 거리며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녀석은 어디있지?
그녀석은 분명 아까 낮에 봤던 그 까만여우의 주인이었던 것 같은데?
미레아황녀의 고개가 이쪽 저쪽으로 휘휘 돌아가다가 곧 무대의 한쪽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며 박수를 치고 있는 엘리엇이 눈에 띄었다.
........멋진 대회였어!!!.....
엘리엇 조차 정신없이 박수를 치고 있는데 자신의 앞에 미레아황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화...황녀저하.........이런 구석진 곳 까지 어인일로?"
엘리엇이 삐질삐질 웃으며 말하자 미레아는 흐응~ 하는 표정을 짓더니 곧 가차없이 독설을 날렸다.
"오라버니한테 졌는데도 여기에 앉아서 그렇게 웃고있다니.
속이 없는거야? 아니면 원래 그렇게 바보같은 거야?"
.....으윽;; 이 꼬마가;;;
"황녀님의 오라버니는 뭐라고 나무랄데 없이 멋진 승부를 펼치셨습니다.
그분께 한 수 배우게 되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엇은 솔직히 말해서 무척 분하긴 했지만 키레이자식이 분명 멋진 검술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동의를 하며 마음에도 없던 키레이 자식의 칭찬을 해야했다.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어린황녀에게 밉보이면 또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랐으므로..
"흥!! 당연하지!! 우리 오라버니가 너따위한테 졌을 같아!? 우리 오라버니는 얼굴도 잘생기시고
공부도 잘하고 검술도 잘하신단 말이야! 게다가 마도특기생이기도 했어!! 그러니 너한테 이기는건
당연한거야. 어때!? 대단하지 우리 오라버니!?"
얄미운 말들만 골라서 늘어 놓으면서도 자신의 오라버니 자랑에 두눈이 반짝거리는 미레아황녀를 보며
엘리엇의 입가에 자그마한 웃음이 달렸다.
"네...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렇지!? 역시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우리 오라버니는 누가 뭐래도 최강이야!!"
풋...푸흡!!!
"왜...왜 웃는거야!? 갑자기!!"
엘리엇의 웃는 모습에 두 뺨을 발그랗게 붉히면서도 두눈꼬리를 치켜뜨고 화를 내는 미레아황녀에게
엘리엇은 저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아...이런..! 실례를..."
그러나 곧 자신이 무슨일을 저지른지 깨닫은 엘리엇은 당황하며 손을 거두었다.
이제 이 꼬마황녀님의 불호령이 떨어지겠네;;;;
그러나 의외로 미레아황녀는 화를내지 않았다.
미레아황녀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괘...괜찮아."
뒤늦게 얼굴을 붉히고 뚱하니 말하는 황녀를 보며 엘리엇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받아!"
엘리엇은 자신의 눈앞에 서있는 황녀가 뭔가를 불쑥 내미는 것을 보고 얼떨결에 받아들였다.
"네가 불쌍해서 주는거니까 오해는 하지마. 얼간이처럼 여기 틀어박혀서 아까 우리 오라버니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잖아. 뭐 네가 부러워 한다고해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지만...
아...아묻튼 잘있어!! 참!! 나중에 꼭 그 까만여우는 내가 데리고 갈꺼니까 그런줄 알아!!"
에에.......?
엘리엇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자신의 할말만 다 마치고 휙하니 돌아서 무대위로 올라간
미레아황녀를 멍하니 바라보던 엘리엇은 자신의 손에 들린 것을 확인했다.
이건......손수건이잖아? 아까 분명 키레이황자에게 건네주지 않았었나?
손수건에는 푸른용 한마리가 얼룩덜룩 수놓아져 있었다.
...푸흡!!! 뭐야....! 이거 솜씨가 무척이나 엉망이잖아? 푸후후후후...!!!
역시 그 꼬마황녀다워...!!
자신의 오라버니가 아닌 다른 사람이 우승하면 주려고 가져온 실패작이라는 걸 모르는
엘리엇은 유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뭐....어차피 성공작이나 실패작이나 별다른 차이는 없는 것 같았지만...
키레이가 받은 손수건에는 붉은용이 얼룩덜룩 수놓아져 있었다...
"가자꾸나. 미레아..."
시상을 마치고 자신을 부르는 황제인 아버지에게 쪼르르 달려가면서도 방금 엘리엇이 쓰다듬어준 머리를
멍하니 더듬어 보는 미레아황녀였다.
...한번도 누군가가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적은 없었는데.......
처음 느껴보는 부드럽고도 따스한 손길이었어....
아...아니지!! 그 바보 멍청이 녀석이 제멋대로 내 머리를 쓰다듬은거야!!
쳇!! 그때는 당황해서 뭐라고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따끔하게 한마디 쏘아줘야지!!
그러면서도 미레아는 자신의 입가에 기분좋은 웃음이 매달린걸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무슨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느냐?"
황제가 넌지시 묻자 미레아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니요...어떤 이상한 사람을 만났어요."
"으음?"
황제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지만 자신의 딸은 더 이상 설명해 줄 마음이 없는 듯 싶었다.
"그것 참...이상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