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검투대회 (14/67)

# 검투대회

리코움 안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자 무대위로 사회자가 얼굴을 내비취었다.

"자!! 존경하는 파로키의 학생여러분과 내빈여러분!!! 

드디어 고대하시던 파로키안의 진정한 꽃이라고 불릴 수 있는 학원단합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에 열리는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는 사람들은 마지막 날 황제폐하께서

직접 부상을 수여하시겠습니다!! 자!! 이번에 종합우승자는 누가 될지 과히 관심이 쏟아지는 가운데

그럼 첫번째 대회인 음악경연대회가 시작되겠습니다!! 관람석에 계신 분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참가자들이 연주하는 음악을 감상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심사위원으로는 파로키학원의 음악선생인 도비데와 궁정악사이신 게나티움!

그리고 귀빈석에 앉아 계신 황제폐하와 유토공작께서 심사를 맡아 주시겠습니다!!"

사회자의 소개가 끝나면서 무대 주위가 환히 빛나기 시작했다. 

곧 이어 무대위로 꽃이 피어나고 나비들이 날아다니는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되기 시작했다.

"우...우와!! 칼리안! 저거 어떻게 된거야!? 갑자기 무대위로 꽃과 나비가 생겨났어!!"

내가 놀란 눈초리로 칼리안을 곁에 앉은 칼리안을 바라보며 말하자 칼리안이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아아..저거? 아마 환상마법 중 하나일꺼야. 무척이나 생생하지? 

보통은 파로키안을 준비하기 전에 마도술사들을 초청해서 무대위에 미리 환상마법들을 리셋시키지.

사실 마도술사들을 초청해서 저런일을 부탁하긴 꽤나 힘든 일이지만 학원의 규모가 워낙 방대하고

명성도 자자하다 보니 저정도는 간단히 준비할 수 있는거겠지."

....저것도 마법의 일종이라니........굉장하잖아!?

이안도 저런거 할 수 있을까? 나중에 이안을 보면 저렇게 만드는 것을 가르쳐 달라고 해야지!

곧 이어 첫번째 참가자가 무대위로 올라 나오면서 도도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피리의 종류 중 하나인 도도는 라사오라는 나무를 깎아 만든 악기 중 하나로써 무척이나 맑은 음색을

자랑하는 악기였지만 꽤나 다루기가 까다로운 악기이기도 했다. 

"아마 이번 음악경연대회의 지정악기는 '도도'인 것 같은데?"

칼리안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도도의 연주가 시작되었다.

삐리리리리.......!!!! 

곧이어 맑고 가늘은 음률이 무대 주변에 장치된 마법확성기들을 타고 리코움 안으로 그윽히 울리기 시작했다.

"첫 시작 치고는 나쁘지 않은 편이야.."

....응.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난생 처음 들어보는 도도의 음률이 이렇게 아름다운건지는 전혀 상상도 못해봤어...

파로키안의 첫날에 열린 대회는 음악경연대회와 요리대회였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물론이고 관객석에 앉은 관람객들까지 모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돌아가게 되므로써 파로키안 첫날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사실 파로키안의 진정한 묘미는 두번째 날부터 시작된다는 걸 첫날의 여흥을 즐기던 

학생들은 물론이고 관객들도 잘 알고 있었다.

......내일부터는 좀 더 재미있어 지리라...!!

휘이이익! 풀썩!!!

방에 들어오자 마자 침대위로 몸을 날린 엘리엇은 온몸이 노곤해져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루종일 칼리안 녀석에게 끌려다니고 그다음 이어지는 대회들을 관람하고...

사실 그것들은 엘리엇에게 있어선 무척이나 신기한 것들이었다.

환상마법은 물론이고 매우 아름답게 귓가를 울리던 음악소리들과 무척이나 먹음직스러워 보이던 음식들..!!

그러고 보니 내일은........검투대회였나?

-흐음...꽤나 힘든가 보지? 유이.-

"말도마. 이안... 오늘 하루종일 끌려다느라 상당히 정신이 없었다구. 

참! 그나저나 이안! 이안도 환상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오늘 봤더니 상당히 멋지더라구!

실은 나도 그런거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

이안은 꼬리를 살랑거리며 눈을 가늘게 뜨고 기대에 가득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엘리엇을 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흥! 일전에 내가 가르쳐준 술어들은 제대로 외우고나 있는거냐?

환상마법이라...... 물론 시전할 수 있지. 나를 뭘로 보는게냐? 

그깟껏 쯤은 나에게 있어선 아무것도 아니다.-

의기양양하게 대답하는 이안을 보며 엘리엇의 눈이 한층 더 깊게 빛났다.

"그럼 나에게도 가르쳐줘!! 그 환상마법을!!"

그러나 이안은 엘리엇의 말에 아무런 대답없이 자신의 털들을 다듬기만 하고 있었다.

"가르쳐줘! 이안!"

엘리엇의 두번째 부름에 그제야 이안이 털고르기를 멈추고 엘리엇을 바라보았다.

-..흐음.....그건 나중에 네가 나의 마법아이템을 가져다 주는 날 가르쳐 주겠다.

그때까진 가르쳐줄 생각이 없으니 포기하는게 좋아. 그날이 되면 너에게 환상마법을 가르쳐주지."

"에엑!! 그런게 어딨어!?"

엘리엇은 불만가득한 표정으로 입을 대자로 내밀며 툴툴거렸다.

"쳇..그깟거 좀 그냥 가르쳐주면 어디가 덧난다고...하여간 이안은 쪼잔하다니까..."

-흥! 아이템이나 가져오고 말하시지. 게다가 너는 환상마법을 할만한 수준이 아니다. 

우선 내가 가르쳐 주었던 술법들이나 부지런히 공부하라고.-

엘리엇은 아직 자신의 수준이 그정도가 못된다는 이안의 말에 머쓱이 뒷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안의 마법아이템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누군지 알아야지..."

-....확실치 않다. 그녀석이 그것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지도 의문이고.......

괜히 네가 들키면 일만 더욱 곤란해져. 때가 되면 말해주겠다. 

녀석은 내 제자들 중 가장 뛰어난 두명 중 하나였으니까.

황위후계자로 지명될 정도이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겠지만.......아묻튼 섣불리 다가서는건 위험해.

특히 너같이 미숙한 마도술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다. 오히려 네가 당할거야.-

...내가 아는 황위후계자라면 그 키레이라는 녀석밖에는 없는데?

........그녀석 그렇게나 대단한건가?

똑똑똑.....!!!

그때였다. 

엘리엇의 방문을 누군가가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시간에 로이떼가 문을 두드릴리는 없을테고....누구지?

엘리엇은 조금은 의아한 눈빛으로 방문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세이리어 듀 유이님 맞으십니까?"

문앞에는 누군가의 시종으로 보이는 옷차림의 사내가 정중히 인사를 건네며 서있었다.

엘리엇은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슨 일인지 의아해 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품안에서 왠 흰색 봉투를 한장 꺼내더니 그것을 엘리엇에게 건내었다.

"내일 열리는 검투대회를 맞이하여 저희 주인님께서 유이님께 결투장을 보내오셨습니다.

피하지 말고 꼭 맞붙자는 전언이 있으셨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안녕히 계십시오."

엘리엇이 얼결에 그가 내민 봉투를 받아들자 시종은 깍듯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한 뒤 사라졌다.

....결투장?

시종은 분명 자신에게 내민 것을 결투장이라고 하였다. 

그러고 보니 내일은 하루동안 검투대회가 열린다고 했었나...?

천천히 봉투를 찢어서 그 안에 든 편지를 확인하는 엘리엇이었다.

이것을 보낸 사람은....

!!!!!!!?????

.........노이드....? 그 비겁한 녀석이!? 이번엔 또 무슨 비겁한 수작을 부리려고!?

편지를 읽어내리던 엘리엇은 안색이 굳어져서는 입술을 바르르 떨었다.

이런 개자식!!!

편지의 내용은 이번 결투를 거절할 경우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로이떼에게 어떤 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엘리엇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약속도 지키지 않는 비겁한자식!!!! 역시 그 녀석을 믿은게 잘못이었어!!!

.....오냐!! 네 녀석의 뜻대로 너의 이 빌어먹을 결투를 받아 들여주지!!

나 엘리엇에게 노이드 네녀석은 내일 참담한 패배의 맛을 보게 될거야!

....날 건드린 걸 무엇보다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반드시!!! 

승자와 패자!!! 승자와 패자!!! 승자와 패자!!!

리코움안을 가득히 울리고 있는 관객들의 외침에 천천히 발을 내딪던 엘리엇은 깜짝 놀랬다.

모처럼 이안도 함께 왔는데 사람들의 후끈거리는 열기로 엘리엇은 한순간 얼떨떨해졌다.

".....굉장한데...어제와는 완전히 달라."

-그렇겠지. 누가 뭐래도 파로키안의 최고의 볼거리 중 하나인 검투대회니까.

이 대회에서 승리하는 자는 일단 상금도 대단하거니와 나중에 황궁기사로 입단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게다가 언제나 그랬듯 최강을 가려내는 것은 어딜가나 흥분되기 마련이니까.-

칼리안은 내일이 결전의 날이라면서 현재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었으므로 

엘리엇은 로브를 걸친 뒤 얼굴을 가리고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자리에 앉았다.

만일 얼굴을 내비취었다간 자신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자들에게 무슨 봉변을 당할지 알 수 없었으므로...

끄응....내가 어쩌다가 이꼴이 되고야 말았나?

한숨을 푹푹 내쉬어봤자 이미 지나간 일이었다. 그 얄미운 세이린이란 여자!! 노이드 패거리!!

그리고 마지막으로 키레이 황자!!!! 그 나쁜자식!!!

-이봐! 유이! 털 좀 살살 쓰다듬어. 갑자기 그렇게 꽉 움켜쥐면 어쩌자는 거야?-

이안의 불만섞인 말이 들려오자 그제야 엘리엇은 저도 모르게 자신이 이안의 털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아...하하....하...미안. 갑자기 안 좋은 생각이 나서...말야;;;"

어제의 환상적이던 무대위의 분위기와는 달리 이번에는 왠지 냉막하고 비장미까지 느껴지는 무대위로 

사회자가 걸어나왔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지금부터 선수들의 예선전이 시작되겠습니다!!!

이번 대회는 예선전, 결승전!! 이렇게 이어지겠습니다. 

우선 결승전에 오른 선수들에게는 '결투'의 자격이 주어집니다!

여기서 우리는 좀 더 신선한 이벤트를 맞볼 수 있을 겁니다!!"

와아아아아아!!!!!!!!!!!!!!!!!!!!!!! 죽인다!!!!!!!!!!!!!!!!!!!!!!!!!!!!!

사람들의 고함어린 함성소리가 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크악;; 귀따거워;; 왜 갑자기 결투 소리가 나오자 마자 이렇게 함성이 커지는거야;; 가뜩이나 시끄럽구만;;"

그러나 엘리엇의 투덜거림도 사람들의 함성에 묻혀 아무도 듣지 못했다.

"경기 규칙을 설명하자면 무기는 '검'으로 한정이 되며 비겁한 수단을 쓰는건 금지됩니다.

암기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되며 도중에 기타 다른 도구를 사용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오직 '검'만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검의 선택은 자유자재이며 변형된 것은 인정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결승자 중 누군가가 결투를 신청하여 상대를 이기게 되면 다음 상대와 싸우지 않고 

한텀을 쉬었다가 그 다음 상대와 맞붙게 됩니다. 단 결투를 신청해서 상대방에게 진 결승자는 

결승진출의 권한을 상대에게 넘기고 탈락하게 됩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사람들의 함성이 리코움을 날려버릴 듯이 어마어마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엘리엇의 머리 위로

어젯밤에 자신의 방에 왔던 결투장이 번뜩 떠올랐다.

....설마 그녀석!? 결승전에서 나에게 결투를 신청할 샘인가?

그러다가 곧 엘리엇의 얼굴이 딱딱히 굳어졌다.

그 녀석... 그 정도로 자신이 있다는 건가? 결승전에 진출할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였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역시나 비겁하군.

유이가 전에 학원 내에서 몸이 약하다고 소문이 난것은 지나가던 개나 소나 다 알일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휴학까지 했다는 사실을 노이드가 모를리 없었다.

일부러 약자를 선택하여 그 자신을 발판 삼아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올라가겠다는 노이드의 야심이

엘리엇의 눈에는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최후의 결승 진출자들에게는 우선 부상이 확정되고 더불어 황제폐하의 격려말씀이 있으시겠습니다.

최후의 결승에서 이긴 승자에게는 카이다제국의 제 3황녀이신 미레아황녀님께서 직접 수놓으신

손수건을 전달해 주실 겁니다!!!!"

휘이이이이이이익~!!!!!!!!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힘내라!!!!!!!!!!!!!!!!!!!!!!

미레아황녀?

황제가 앉은 귀빈석은 엘리엇이 앉은 자리와는 꽤나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엘리엇은 미레아황녀가 누군지 도무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사람들의 작게 퍼지는 웃음을 보며 도무지 무슨 일인지 알 수가 없던 엘리엇은 궁금할 따름이었다.

"이봐...이안. 너는 미레아황녀가 누군지 알아?"

-...미레아황녀? 방금 사회자가 말한 황녀를 말하는 건가? 

왜 모르겠나. 그 꼬맹이가 얼마나 악동인데......현 카이다황제의 막내딸이다. 

다에니황비가 제3황녀를 출산하고 산고로 돌아가셨지. 아마 지금쯤이면 미레아황녀도 

팔팔 뛰며 돌아다닐 나이겠군........아마 황제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이곳으로 오겠다고 조른것도 그녀일꺼다."

......엑? 그렇다는 말은 미레아황녀가 말괄량이 악동 소녀란 말인가? 그것도 나이가 꽤나 어린...?

......헤에...거참 궁금하네;;;;;

"자!!! 그럼 지금부터 검투대회의 예선전이 시작되겠습니다!!!!!!!!!!!"

캉캉!!! 챙!!!!!

카각!!! 채앵!!!!!!!!!!

끊임없이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엘리엇은 자신이 앉은 자리에서

이안을 품에 안고 몸을 일으켰다.

-갑자기 왜 일어서는 거지?-

이안이 의아한 듯 묻자 엘리엇은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결승전이 시작되려면 아직 한참은 멀었잖아? 게다가 방금 그곳은 사람들 때문에

너무 텁텁했다고. 잠시간 밖에서 한숨 돌리고 오지 뭐..."

엘리엇이 리코움안을 벗어나 학원의 뒷뜰로 발걸음 하자 그제야 사람들의 그 후덥찌근한

열기가 조금 가시는 듯 했다.

풀밭에 주저 앉은 엘리엇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방금 보았던 저런 것 쯤은 아무것도 아니었어. 내가 있던 곳은... 하루하루가 목숨을 거는 전쟁이었으니까.

빵 한조각을 먹으려고 해도 그날의 목숨이 한 두번은 왔다갔다 했다구."

-...넌 귀족이 아니었나? 그게 무슨 소리지?-

엘리엇은 씁쓰름한 미소를 입가에 달고 말했다.

"......사실 나는 말야..."

엘리엇이 무언가 말을 하려는 순간 뒷쪽 수풀에서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와아아!! 여우다!!! 까만여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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