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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로키안 축제가 시작되다. (13/67)

# 파로키안 축제가 시작되다.

웅성!! 웅성!!! 시끌벅적.. 왁자지껄...버글버글....

어떤 수식어를 다 갖다 붙여도 상관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인것은 

정말 명관이라고 밖에는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여러 색색깔의 머릿수가 모여있으니 무척이나 화려하다. 

이 많은 수의 사람들은 현재 리코움에 모여 무대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리코움은 파로키학원의 큰 행사를 치룰 때마다 사용되는 건축물로써 

엄청나게 큰 관객들을 무리없이 소화해 낼 수 있도록 설계된 대광장 무대였다.

"오늘은 며칠 전부터 입이 닳고 침이 마르도록 들어온 파로키학원의 파로키안!!"  

음성확대 마법이 걸린 마이크를 든 사회자가 무대 가운데로 걸어나오자 

주위에서 엄청난 환성소리가 들려왔다. 

무대의 정가운데에는 따로 화려하게 설치된 관객석이 있었는데 그 위에는 

학원으로 초청을 받은 왕족이나 대 귀족들이 모여있었다.

일반 학생들은 주로 스탠드 위에 앉아서 열심히 환성을 지르고 있었고 

다른 귀족 녀석들 보다 좀 더 한가닥 하는 학생들은 그들 보다 훨씬 잘 보이는 관객석에 앉아서 역시나 환호성을 지르고 있었다.

평소에야 예의가 어쩌니 저쩌니 품위가 손상되니 뭐니 말이 많겠지만 아무래도 이 학원 최대의 

축제중 하나인 날에는 그들도 체면이고 뭐고 신경쓸 처지는 못되는건가 보다. 

그때였다. 

관객석위에 있던 황제가 일어선 것은..!!

처음보는 황제의 얼굴은 놀랍게도 노인치고는 꽤나 강건하고 잘생긴 사내였다. 

"칼리안...! 저 사람이 정말 황제폐하 맞으셔?"

내가 옆에 있던 칼리안 녀석을 툭툭치며 묻자 칼리안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너 이제까지 한번도 폐하의 얼굴을 본적이 없는거야?"

".....응..."

나의 대답에 칼리안이 정말 신기한 녀석을 본다는 듯한 표정으로 설명해주었다.

"현재 나이는 63세이고 예전에 카이다제국에서는 그와 겨룰자가 손에 꼽힐 정도라는 검술의 달인!!

게다가 대 마도술사 피에토의 수재자이기도 하셨던 분이야. 예전에 그의 준수한 외모에 꼴딱 넘어간

제국의 처녀들만 해도 만단위가 넘어가고 이웃 나라에서도 호시탐탐 노리는 엄청난 신랑후보중 한명이셨지!!

하지만 의외로 황비저하는 무척이나 수수한 제국의 처녀중 한명이었다고해. 

그러고 보면 이나라의 황제폐하께서도 꽤나 낭만적인 구석이 있었나 보지."

......에.....에? 그정도로 대단한 인간이었어?

뭐...황제라고 하니 어느정도 대단한 사람인줄은 대충 짐작은 간다지만.........생각외로 더 대단한 인간이네?

어쩐지 전에 본 키레이황자와 무척이나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무척이나 동경하는 이상형의 모습이기도 하지."

칼리안 녀석은 정말로 존경스럽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선 황제를 쳐다보았다.

황제가 손을 위로 들어올리자 동시에 좌중이 조용해졌다.

황제는 근엄한 표정으로 좌중을 쭈욱 한번 훓어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축제를....시작하도록 하지."

굉장히 묵직하고 굳건한 낮은 저음이 공기를 타고 울려퍼지면서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함성이 울려퍼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로써 매년 열리는 학원축제인 파로키안이 시작되었다..!!

"이봐 유이!! 이리 와봐!!! 이거 꽤나 맛있어!!"

칼리안 녀석은 그야말로 방방 날며 이곳저곳으로 나를 끌고 다니기 시작했다. 

디리리리링~!!! 딩딩!!! 

여기저기서 튜드 뜯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은 저마다 즐거운 표정으로 학원축제기간 만큼은 마음껏 즐기려는 듯

모두들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봐요!! 거기 두 사람 점을 쳐보지 않을래요?"

아직 학원단합대회가 본격적으로 시작 되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파로키안 때에는 평소 학원출입을 금지시키던 잡상인들도 마음껏 들어와서 판을 벌리고 장사를 할 수 있었다.

이 기간 만큼은 학생들의 피로와 노곤함을 마음껏 해소시키라는 의미에서 얼마간의 자유가 주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일반인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통용되고 있었다. 

그나저나 나는 좀 쉬고 싶다... 

칼리안 이 빌어먹을 자식.........아주 사람을 여기저기로 쑤시고 다니는구나!

"예에...점이요, 저요!! 저!!!"

칼리안 이 녀석...!! 

"이쪽은 친구분? 친구분도 점을 보실꺼죠?"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전 아무래도 가진 돈이..."

"뭐야 유이 이녀석!! 나 혼자 점을 보라는거야? 돈은 내가 내줄테니 너도 한번 봐봐!

나 이런거 처음이라고!? 어이 이봐요, 이녀석도 점 볼꺼에요!!"

칼리안이 막무가내로 나를 끌어들이며 나 역시 얼떨껼에 점을 보게 되었다. 

무척이나 화려한 복장을 차려입은 집시 점술사는 통에 담긴 

리챠(점을 보는 도구중 하나로 새끼손가락 만한 색색의 막대기에 고대어가 새겨져 있다.)들을

흔들고는 아래에 깔린 판위로 뿌렸다. 

"그럼 손님... 이것들 중 마음에 드는 것 7개를 뽑아주세요."

칼리안은 기대감에 가득찬 눈빛으로 리챠 7개를 뽑아들었다.

"그것들을 원하시는 대로 던져주십시오."

챠그락!!!

점술사는 판 위로 다시 한번 뿌려진 리챠의 모양을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어디보자...이쪽에 먼저 오신 손님부터......으음...굉장히 씩씩하고 솔직한 분이시군요. 

앞으로도 별일 없이 무난히 잘 지내실 것 같고.......오오.......학문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신

분이로군요. 당신은 이번에 원하는 걸 손에 넣으실 수 있으실 겁니다."

"..히익 정말요!?"

점술사의 말에 칼리안은 눈을 크게 뜨며 기분좋은 비명을 내질렀다.

점술사는 칼리안의 비명에도 아랑곳 않고 뿌려진 리챠들 중 하나를 뽑아들더니 미간을 슬쩍 찌뿌렸다.

"......흠...그나저나 연애는 조금 힘드실 것 같은데요. 

상대방은 우선 당신의 존재에 대해서 크게 마음에 두고 있지 않습니다. 

예전부터 너무 오랜시간 함께 지내왔기 때문에 친구이상의 감정은 없어요......"

칼리안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어...어떻게 방법은 없을까요?"

칼리안 녀석;; 이런 엉터리 점술을 진짜로 믿는거냐;;; 그렇게 심각한 표정이라니;;;

점술사는 심각한 눈빛으로 바닥에 뿌려진 리챠들을 다시한번 살펴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음....당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선다면......훨씬 좋은 결과가 나올지도..."

점술사의 말에 칼리안의 시무룩했던 안색이 다시 환하게 밝아졌다.

"좋아!! 나에겐 아직 기회가 남아있어!!"

어...어이;; 이봐;;; 이런 엉터리 점술을 진짜로 믿는건 아니겠지? 이봐;; 칼리안;;;

그러나 칼리안은 이미 헤벌쭉 해져서는 자기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지 오래인 것 같았다.  

"자...그럼 이쪽분..."

"아..."

칼리안의 복잡다난한 모습을 보고난 후라 왠지 이 점술사에게 점을 보는 것이 찝찝했지만 이미

점을 보기로 한 이상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점술사의 지시에 따라 칼리안이 했던것과 마찬가지로

판위에 뿌려진 리챠들 중 7개를 뽑아올렸다.

"그것들을 손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뿌려 주세요."

휘릭!! 챠르르륵...!!!

점술사는 뿌려진 7개의 리챠를 살펴보더니 표정이 묘하게 변해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왜....왜이래? 이 사람...혹시 얼마후에 죽는다던지 뭐 그딴 이상한 말을 내뱉는건 아니겠지?

"......이럴 수가...........완벽한 미상이야..."

....미상? 무슨 소리지?

"...흠흠......손님....손님께서는 앞으로 조금 어려워 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본인의 실수로 그렇다라기 보다는 주변에서 많이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게다가......"

점술사는 점풀이를 해주다가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있는 것들 중에서 하나의 패를 뽑아 주시겠습니까?"

"....예?"

이상하다...아까 칼리안 녀석은 저 점술사가 직접 뽑았던 것 같은데...

"패들의 기운이 너무 강해서 제가 직접 뽑기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야? 패들의 기운이 너무 강하다니? 

단지 나무 쪼가리들일 뿐이잖아...거참...이상한 사람이네..

나는 에라 모르겠다라는 기분으로 하나를 집어 올렸다.

"그것을 이리로......"

나에게서 리챠를 건네받은 점술가의 눈이 크게 떠지더니 오오...라는 한탄인지 찬탄인지 알 수 없는 감탄사를

내뱉기 시작했다.

"대단해........내 점술가 인생 15년만에 이런 패는 또 처음이군...!!! 당사자에게는 화인지..복인지 잘 알 수 없겠지만.."

뭐라고 씨부렁 거리는거야..;;

"손님...참고 견디다 보면 좋은 순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해서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마세요.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에 대한 확신이 중요한 법입니다. 앞으로 꽤나........힘들어 질 겁니다."

히익....힘들어질꺼라고? 여기서 얼마나 더 힘들어질 수 있다는거야!!?

"모...목숨에 지장이 있다거나 하는건?"

나도 이 바보점에 어느새 칼리안과 비슷한 반응을 보이며 점술가에게 묻기 시작했다.

이거 순 엉터리라는 건 잘 알겠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그런건 아닙니다만....좀 더 힘든 것일지도...."

.....그딴게 어디있어!!!!!

"흠....손님에게 연결된 패들이 하나 같이 기운이 너무 강해요.......저도 뭐라고 단정지을 순..."

.......패들의 기운이 강해?

...알 수 없는 소리다;;; 에라, 목숨만 무사하면 그만이지.

죽지만 않는다면 나머지야 어찌되든 알게 뭐냐... 난 또 며칠안에 허리라도 아작나는 줄 알고 깜짝 놀랬네.

"하지만 당신은 미래에 당신이 원하는 것 이상의 것을 성취할 수 있을겁니다.

그것이 당신은 조금 탐탁치 않을지도 모르지만..."

병주고 약주는거냐;;;;

도대체 좋다는거야? 나쁘다는거야? 도무지 알 수가 없네;;;;

무척이나 애매모호하고 아리까리한 해석을 들려준 점술사를 보며 나는 현재 머리가 꽤나 복잡했다.

"하하! 잘봤어요. 여기요!!"

칼리안이 점술사에게 금화를 던져주자 점술사의 놀란 표정이 확연히 들어났다.

....저 점이 진짜인지 아닌지 알 도리도 없고 말그대로 심심풀이 땅콩정도로 치지 뭐...

뒤에서 점술가가 거스름돈을 주기 위해 우리를 불렀지만 칼리안과 나는 못들은 척 그냥 걸어갔다.

어차피 내가 낸 돈도 아니고 금화 한개면 아마 저 점술사도 몇달간은 편히 쉴 수 있겠지. 

축제니까 칼리안 녀석 인심 좀 두둑히 쓴건가?

".......거참...간만에 본 엄청난 손님이었어... 

검왕의 패를 뽑다니..........그보다 꽤나 힘들겠군...쯧쯧...!!"  

한참을 리코움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가 벤치에 앉아 쉬기로 했다.

칼리안은 왠지 심각한 표정으로 침울한 표정을 고수하고 있었다. 

"나중에 나는 문제의 서를 받기 위해 대회에 나가야해.......그런데 이번에도 내가 그녀에게 밀린다면..."

혼자서 심각하게 중얼거리는 칼리안에게 나는 뭐라고 위로라도 해주려다가 그냥 놔두기로 했다. 

사실 뭔가를 깊이 생각할 때에는 그냥 혼자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내버려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다.

이제 정오가 되면 학원연합축제가 시작된다.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살랑살랑 흘러가는 것이 축제와 더불어 날씨도 쾌창하기 그지없다. 

-이제 곧 학원단합대회가 시작되겠습니다. 학원의 전교생들은 모두 관객석으로 돌아가 주시고 

행사에 참여하는 행사진행위원 도우미 학생들과 각 학년 대표들, 각종 대회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리코움 동관의 대기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리코움 곳곳에 설치된 마법확성기에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곳곳에서 학생들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더불어 사람들도 관객석을 향해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었다. 

학원단합대회는 이름이 쟁쟁한 엘리트들이나 귀족들을 모아놓고 대회를 벌이는 것이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편이었다. 

이때 만큼은 모든 학생들이 자신들이 참가하는 대회에 대한 투지를 열심히 불사른다.

엘리엇의 곁에 있는 칼리안 역시 마찬가지로 투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좋았어!! 유이!! 문제의 서는 이제 내꺼야!! 이번엔 그녀에게도 절대 지지 않을꺼라고!!"

....그녀가 누군데?

엘리엇은 두눈을 빛내는 칼리안을 바라보며 의아함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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