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술법을 각성 시키다. (9/67)

  

# 술법을 각성 시키다.

이안과의 거래를 마친 이후 방안에 이안을 데려다 놓은 후

교실에 들어왔을 때는 곧 네번째 수업인 역사수업이 시작되었다. 

이시간은 내가 제일 지루해하는 시간이었는데 가르치는 롬바선생의 성격이 

칼같이 매서워서 아무도 함부로 딴짓할 생각을 못했다.

“지금부터 카이다국의 역대 국왕들과 공적을 세운 인물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카이다국을 건설한 초대황제 카이다 도네시어 에반 지미오님은 36살의 젊은 나이에 미즈란국과의 영토전쟁에서 전사하셨다. 

원래는 카이다도 그때는 그다지 크지않은..흐...음.....안돼겠군.”

 그도 그럴것이.. 딴짓하는 기미라도 보이면......

피____융____!!!!!!!!

따악!!!!

“아욱!!!....크흐...”

분필이 날아오기 때문이지. 

그것도 정확히 계산된 각도내에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고난위의 기술을 롬바선생은 지니고 있었다. 

피할수 있으면 피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문제는...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그의 분필던지기 실력이 만만찮았으므로 왠만한 반사신경으로는 어림도 없다. 

현재 학원에서 기피대상으로 일컬어지는 나도 수업시간에는 그럭저럭 집중하는 학생이었으므로 

그의 분필던지는 실력에 속으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마 저 선생이 굳이 교사가 아닌 다른 직종으로(어떤 것인지는 알아서 생각하자..) 전향한다 해도 

틀림없이 대성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내 짝인 칼리안 녀석이 말해준 바에 의하면 

역사선생의 교사생활 18년에 그의 분필을 피한 녀석은 열손가락을 꼽는다고 전해지고 있다. 

나 역시 수긍한다. 

정말 대단하다니까.

오늘도 롬바선생(...계속 이렇게 불러도 저 사람의 이름을 모른다.)의 타킷이 된 녀석이 눈물을 머금으며 분필에 

맞은 이마를 문지르고 있었다. 

상당히.. 아파보인다. 

“다음부터 또 졸면 각오해라.”

파로키 학원에서는 시설이 좋은 나머지 분필도 마법아이템이었으므로 롬바선생이 손짓하자 다시 스스로 알아서 날아갔다.

첫 시작부터 이럴진데... 오늘은 날이라도 잡았는지 빌어먹게도 여러 가지 귀찮은 일들이 하나둘 들러붙기 시작한 것 같다. 

그 한 예로...

아침에 등교하고 나서 잠도 못자고 아이들에게 시달린 덕분인지 평소 수업시간에는 절대 졸지 않는 나의 몸이 

왠일인지 기운이 빠지면서 꾸벅꾸벅 졸음이 오기 시작한 것이었다.

“@%ㅃ[email protected]$%&@$&*%(*&...........”

가뜩이나 높낮이 없이 말하는 롬바선생의 말투가 점차 자장가로...

이...이러면 안되는데...

오늘따라 왠지 눈이 감기는게.........

피______융____!!!!!!!!!!!

“유...유이!!”

옆에서 칼리안의 다급한 외침이 들린것도 같고....

정말 찰나였다. 

뭔가가 다가오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것은... 

아마 할아버지에게 받았던 도둑수업의 영향탓이겠지만.

따악!!!!!!!!

“아얏!!!!”

덕분에 정신이 또렷이 들었다. 

지금....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면......

“피........피했어..................저녀석..... 롬바선생님의 분필을 피했어..........”

아아..물론 피했지......

“세상에! 저 분필을 피하는 놈이 또 나타날줄이야! 나는 평생을 가도 못볼줄 알았어.”

하긴. 롬바선생의 분필던지기 실력은 정말 신기에 가깝지.

“유이 저 녀석.. 전부터 성격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데 혹시 도플갱어가 아닐까?”

미친... 차라리 도플갱어가 있어서 나대신 부려먹으면 정말 편하고 좋으련만...

안타깝게도 사실에 근접하긴 했지만 틀렸어.

난 그녀석과의 거래로 대신 오게 된 엘리엇 이라구....

내가 분필을 피한 덕에 공연히 내가 맞아야할 분필을 맞아 머리를 감싸고 있던 녀석은 

빨간머리의 약간 오동통한 녀석이었다. 

미안해서 힐끔 바라보자 녀석은 자신이 맞았다는 사실도 잊었는지 입을 헤 벌리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칼리안도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놀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아아...이러면 상당히 부담스러운데;;;;;

“.....유....유이군............자네.............!!.......아닐세.......다음부턴 절대 졸지 말게..............”

“죄송합니다...”

롬바선생도 충격을 먹었는지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다시 칠판으로 몸을 돌렸지만 

아무래도 충격이 컸는지 분필을 다시 회수하는 것도 잊고 멍하니 있다가 헛기침을 하더니 보통보다 빠른 수업종료를 하고 나갔다. 

롬바선생이 나가자 교실 안은 또다시 나라는 인간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제길...이런건 정말 귀찮단 말이다!! 

차라리 그냥 한대 맞을걸 이 빌어먹을 습관성 반사신경 때문에!

결국 이 일은 또 다시 전교에 쫘악 퍼져 얼굴도 모르는 녀석들이 

이젠 나를 보면 ‘아~ 저애는!’하는 상황이 생겨버렸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었던가.....

아묻튼 추행사건 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다니는 엘리엇이었다.

"....재미있는걸...?"

다른 한쪽에서는 입가를 미끄러 뜨리며 빙글빙글 웃음짓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봐, 왜 이제 돌아오는거야? 한동안 나 혼자서 너의 그 시녀한테 얼마나 들볶였는 줄 알아?

왜그렇게 깔끔을 떠는건지...오늘 하루만 해도 너의 시녀에게 정확히 4번이나 몸이 씻겨졌다고.

씻기면서도 엄청 투덜거리더만...-

침대 위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이안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엘리엇은 대충 이안이 어쨌을지 상상이 가며 머리를 슬쩍 쓸어넘겼다.

"아아...로이떼가 무척 깔끔하긴 하지...그나저나 배고프지 않아? 이거 먹어."

엘리엇은 품에 싸온 고기덩어리들을 이안의 앞에 놓아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들을 몰래 싸오느라 곤욕스러운 것도 그렇지만 자신이 식사를 할때마다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를 듣는 것은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칼리안 녀석은 요새 무언가에 열중하는 듯 싶었고...

그나마 이 이안이라는 녀석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다행이라고 할까?

사실 내색은 안했지만 꽤나 외로웠던 엘리엇이었다. 

처음이야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이안과의 거래를 승낙했지만 점점 이안이 마음에 드는 엘리엇이었다.

엘리엇이 싸온 고기들을 군소리 않고 모두 먹어치운 이안은 입가를 혓바닥으로 날름 핧더니 말했다.

-아무래도 네말대로 네녀석이 직접 그아이에게 접근해서 그 아이템을 가져오는건 글른 것 같으니 

지금부터 내가 가르쳐주는 걸 잘 배워둬. 나중에 물건을 되찾아 올 때 무척 요긴하게 쓰일 술법들이니까.-

엘리엇은 술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이안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 술법이라는거 아무나 할 수 있는거야?"

그게 가장 궁금했던 엘리엇이었다.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술법에 '술'자도 모르고 살아오던 엘리엇에게 난데없이 술법을 가르쳐 준다니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엘리엇이었다.

-그건 걱정마. 나도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진 않으니까. 기본적으로 재능이 있는 녀석들에게만 가르쳐 준다고.

보통 황위계승자들은 자연스레 그 힘을 다룰 수 있지만 너같은 녀석도 아예 못할 정도는 아니야.-

"황족들도 자연스레 술법을 할 수 있다고?"

-아니, 모든 황족들이 그런게 아니라 그 황족들 중 느낄 수 있는 힘이 있는 자가 황위계승자가 되는거다. 

물론 그에 따른 세력과 능력도 겸비가 되어야 할테지만 그건 너도 별로 관심이 없는 눈치니까 넘어가고

아묻튼 그렇다. 그리고말야 네 녀석도 조금이지만 꽤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나와의 정신교감이

이루어지는 상대니까 말야.-

엘리엇은 이안에게 들은 새로운 사실을 되새기며 전에 봤던 황태자녀석을 떠올렸다. 

그럼 그녀석도 할 수 있겠네?

엘리엇은 잠시 고개를 젓고는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안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음...글쎄. 너같은 경우엔 아무래도 자신의 힘에 대한 자각이 아주 없는 것 같으니 약간 

각성을 시켜줘야 할 것 같은데? 감사하라고. 나같은 실력자가 아니면 너는 영원히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야 했을테니까. 무슨 우연인진 모르겠지만... 아묻튼 너를 만나것도 인연이겠지. 

유이 손을 내밀어 봐라.-

이안이 시키는대로 엘리엇은 자신의 손을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이안은 그런 엘리엇의 손에 자신의 머리를 갖다 대었다.

-........천천히 느껴봐라. 유이...-

순간 유이의 손끝으로 뭔가가 회오리치는 기운이 느껴지면서 점차 그것이 자신의 

몸 구석구석을 휘젓는게 느껴졌다.

"...이...이게 뭐지?.."

-....집중해..끄응..!!...-

처음에는 작게 요동치던 기운이 점차로 거세지면서 그것이 절정에 다다를 무렵 엘리엇의 몸이

하얀빛에 감싸였다. 그러더니 곧 모든게 잠잠해졌다. 

"....끝...인건가?..."

-그래...끝이다. 허억....헉...!! 의외로군. 처음엔 약간의 재능이 있는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예상외로 꽤나 힘이 누적되었더군....... 뭐... 잘하면 내 제자들과 맞서서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정도는 되는 것 같아.-

".....에에? 당신 제자들이 그렇게 대단해?..."

-댈바가 아니다. 나같이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재능을 지닌 소유자들이 바로 그 녀석들이니까.

꽤나 신분이 높은 편이라서 그다지 자신들의 능력을 사용할 일은 없겠지만. 그나저나 너...

원래머리가 붉은색 아니었나?-

이안의 말에 엘리엇은 의아한 낮빛으로 거울을 쳐다봤다.

내머리가 현재 붉은색이 아니고 그럼 무엇.......에....에에엑!!!!!??

엘리엇은 잠시 두눈을 둥그렇게 떴다.

"이....이게 어찌된 일이야!? 원래의 머리색으로 돌아왔잖아!!!"

거울에는 붉은색이 아닌 엘리엇 본연의 머리색인 실버블론드가 등뒤로 길게 늘어져 있었다.

-...흐음...? 이상하군. 어째서 머리를 염색한거지? 술법은 그것을 사용하는 당사자를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린다. 물론 나처럼 변신술을 쓰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그런건 진작에 말해줘야지! 이렇게 되면 너에게 술법을 배워도 별 쓸모가 없어지는 거잖아!?"

엘리엇이 울상을 지으며 말하자 이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녀석은 지금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마도술사에게 술법을 배우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 같군.

아까와 같은 '각성'도 아무에게나 시전해 주는게 아니란것도..

'각성'은 자칫 잘못하면 시전자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왠만큼 노련한 마도술사가 아니고서는

엄두도 못내는 일이었다. 

대귀족이나 황족 할 것 없이 자신에게 이것을 시전받기 위해 온갖 조건을 제시하며 자신을 설득하려는 

자들도 부지기수였다. 

그런데 이녀석은...!! 끄응.......!!

-무슨 사연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너 뭔가 숨기는게 있는것 같군.-

이안의 말에 울상을 지으며 절규를 하던 엘리엇의 어깨가 움찔했다.

-뭐...걱정마. 나야 네 사정이 어찌되었든 크게 관섭하진 않을테니...그리고 그만 울상지어.

넌 지금 술법을 뭐라고 생각하는 거야? 네 머리카락 색깔정도는 간단하게 붉은색으로 되돌릴 수 있어.-

그제야 울상을 짓던 엘리엇의 표정이 풀리며 멋쩍은 듯이 뒷통수를 긁적였다.

".....이쪽도 사정이 있어서...아묻튼 나는 내머리카락색을 절대로 들켜서는 안돼거든...하하...하..."

-걱정마. 유이 너의 머리색을 붉게 만드는 것쯤은 내게 있어서 일도 아니니까. 

다만 일정수준을 지니지 못한 이상 자기 자신에게 직접 걸지는 못해. 또 한가지 방금 말했듯 술법은 

시전하는 당사자를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린다. 따라서 너는 술법을 사용하면 또 다시 이렇게 될꺼야.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너에게 사정이 있다고 하니 되도록 술법은 사용하지마. 

물론 너에게 술법을 가르쳐 주려면 그 상태를 유지해야 하니 마지막엔 내가 너의 머리색을 당분간 계속 변화시켜

줘야 할듯 싶군.-

"...고...고마워. 이안.. 헤헤헤...아까 전엔 화내서 미안."

...쳇! 단순한 녀석..

이안은 짧게 혀끝을 찬뒤 말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힘이 있지? 그것을 네가 원하는 형태의 강력한 염원으로 만드는거야.

예를 들자면 불을 만들어 내고 싶다면 불을 강하게 원하는거야. 네 손끝에 불이 생겨나는 것을 상상하면서..-

엘리엇은 천천히 이안의 말대로 천천히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이안의 말대로 엘리엇은 손끝에 모이는 알 수 없는 상쾌한 기운에 천천히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떠올렸다.

불....불이라고?

음...불이라면........초록색....불도 재밌겠는걸? 

불.........초록색 불..!!

화르륵!!!!

그러자 갑작스레 손끝에 따뜻한 기운이 모이면서 불이 생겨났다. 

"돼....됐다!! 어? 그런데 이게 뭐야...."

엘리엇은 처음의 목소리와는 달리 조금은 실망한 말투로 뒷말을 흐렸다.

-뭐 어때? 처음치고는 훌륭히 하는구만. 그나저나 초록색 불? 내참...네녀석 상상력도 대단하구나.-

분명 엘리엇의 손가락 위로는 불이 떠올라 있었다. 

단지 불꽃이 무척이나 작고 당장이라도 꺼질듯 일렁이는걸 보니 속이 쓰렸다.

......그래도 뭐.... 내 평생 이런걸 해보리라곤 꿈도 못꿨으니까 이안의 말처럼 이정도에도 만족해야 하는거겠지? 

-뭐 일단은 어느정도 힘을 다룰 수 있는 것 같군. 당분간 계속 그런식으로 연습을 하면 되겠고...

앞으론 술어들을 외워나가야 할꺼다. 염원으로 힘을 다루는 것도 어느정도 한도가 있고 일정수준이 되지 않는

이상 그것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것에도 한도가 있거든. 술어들은 그런 점들은 좀 더 매끄럽게 다듬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지. 오늘은 이만하자. 네녀석을 각성 시키느라 힘을 꽤나 소모시켰으니...-

이안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엘리엇의 머리가 푸른 빛을 내더니 다시 붉게 물들었다. 

이안녀석....정말로 대단한 녀석인가봐..! 내심 속으로 감탄하는 엘리엇이었다. 

이안이 이런 엘리엇의 속내를 알면 분명 거봐 내말이 맞지!? 라며 좀 더 콧대를 드높였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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