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마도술사와의 거래 (8/67)

# 마도술사와의 거래

...벌컥....!!!!

"유이! 도대체 어찌된 일이야? 네가 세일린을 추행하려고 했다니!? 

어제 학원에서 열리는 파티중에 무슨일을 있었던거야!?"

엘리엇은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와 자신을 근심스러운 얼굴로 바라보는 칼리안을 씁쓸한 미소를 짓고

바라보았다. 

정작 이번 사건의 가해당사자인 유이는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고 레이디에게 사과조차 

하지 않은체 그자리에서 도망쳤다라는게 학원내로 퍼진 소문이었다. 

그에 비해 피해당사자인 레이디 세일린쪽은 오히려 그분을 용서해달라는 둥의 말을 하며 그런 파렴치한 놈조차 

감싸려드는 그녀의 성녀같은 행동에 그녀를 더욱 더 다시봤다는 소문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말도 안돼!! 유이 네가 그녀를 추행하려고 했다니!"

그래....말도 안돼지. 

추행이라고? ...허허...허..........기가 막히는 말이지.

엘리엇은 잠시 씩씩거리는 칼리안의 얼굴을 올려다 보았다. 

".....말해봐 유이. 도대체 무슨 일이야?"

어제 한참 로이떼에게 달달 볶인 유이는 또 다시 자신의 입으로 말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한숨만 다시

푸욱 내쉬었다. 

"믿지않아도 상관은 없어. 어차피 내말을 믿어줄 사람은 없으니까...하지만 나는 그녀를

추행하려는 생각 따윈 결단코 없었어. 내게 먼저 접근한건 그녀였고 그다음엔.."

사건의 전말을 차근차근 설명하는 엘리엇은 치솟는 억울함과는 달리 꽤나 일관성 있는 차분한 표정을

유지하며 칼리안에게 말해나갔다.

이야기를 다들은 칼리안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지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칼리안도 믿지 않는걸까? 

하긴....학원에서 성녀라고 소문이 난 그녀가 사실은 그런 악녀였다는 사실을 그도 믿을 수 없겠지.

엘리엇은 쓰게 조소를 했다. 

만일 제라토가 이사건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되면 당장 학원으로 달려와서 유이의 품위를 손상시켰는니 뭐니하며

자신을 죽이려 들것은 불보듯 뻔했다. 

..이거 처음에는 만만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리 쉬운 거래도 아니었잖아..;;

"젠장!! 어쩐지 이상하다 싶었어!!"

그러나 갑작스레 화를 내는 칼리안을 보자 엘리엇은 눈을 둥그렇게 뜨고 놀래서는 그를 바라봤다.

"...유이! 무엇보다 나는 네말을 믿어. 사실 내가 다른 녀석이었다면 네말을 믿지 못했을지도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그녀에 대해 다른녀석들 보다는 조금 더 잘아는 편이거든."

덥썩!!!

"난 너의 그 억울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어!!!"

"....에? 칼리안?"

갑작스레 자신의 두손을 맞잡으며 두눈이 활활 불타오르는 칼리안을 보자 엘리엇은 칼리안이 

자신을 믿어준다는 사실에 몹시 기쁘기도 하고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다.

"정말 내말을 믿는거야?"

"그래! 이제까지 지켜 본 바로는 네가 절대 그런짓을 할리가 없다는 걸 알고 있거든. 게다가....

세일린의 이중성은 나도 어렸을 때 많이 당해봤으니까. 솔직히 학원으로 들어와서 완전히 달라진

그녀를 보면서 나는 그녀의 어릴때의 모습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무척이나 놀랐었지.

그래서 정말로 성격이 바뀌었나 싶었는데....역시...!!"

칼리안의 말에 엘리엇의 코끝이 시큰거리기 시작하면서 감동의 눈물이 두눈에 그렁그렁 차올랐다. 

역시...!! 그랬던 거야! 

도둑들의 수호자이신 파렐신이시여!! 정말로 감사합니다. 

이렇게 좋은 친구를 저에게 보내 주셔서!! 정말.....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칼리안은 두눈에 투명한 눈물을 담고는 기도를 올리는 엘리엇의 모습을 잠시간 멍하니 쳐다봤다.

그러다가 곧 흠칫하면서 고개를 휘휘저었다. 

....방금 저 녀석이 무척 예쁘다고 생각하다니;;;; 내가 어떻게 된건가?

"그나저나 어쩌지? 너의 억울함을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진심으로 자신을 걱정해주는 칼리안의 모습에 엘리엇은 또 다시 찡하니 감동의 물결이 몰려왔다.

"괜찮아. 언젠가는 밝혀지겠지.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다 해도 나만 결백하면 그만일 뿐이야."

"...........하지만.....앞으로 네가 예전보다 훨씬 더 힘들어지게 될텐데..."

칼리안의 말은 사실이었다.

칼리안과 함께 있는 시간에는 녀석을 의식해서 그런지 달리 뭐라고 시비거는 녀석들이 없었지만

녀석이 자신과 떨어지기만 하면 주변의 학생들이 그를 향해 욕을 하거나 엘리엇에게 물건들을

집어던지기 일쑤였다. 

교실안으로 들어서고 나서 칼리안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비난은 어김없이 쏟아졌다.

"재수없어! 너같은 자식!!"

"쟤가 아나이스황녀한테도 대들었다며?"

"카리나! 정말이야? 어우...!! 집도 가난한 주제에 뭘 믿고 설쳐댄거래?"

처음에는 작은 물건들을 엘리엇에게 집어던지는 정도였지만 갈수록 강도가 세지고 있었다.

몸이 날래고 민첩함을 자신의 최대특기이자 도둑의 최대특기로 삼고 있던 엘리엇에게 있어서

그것들을 피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엘리엇은 점차 짜증이 솟구치고 있었다. 

도대체 왜 자신이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건가!? 

아니, 다시 말을 정정해서 자신들보다 신분이 좀 더 우세한 자들이 뭐라고 하면 빌빌거리는 주제에 

왜 자신이 그러면 평소엔 나서지도 않던 비겁한 정의감을 발동시켜 사람을 괴롭히는 거란 말이냐!

참으로 한심한 작태로군........쯧!!

칼리안 녀석은 오래 걸리려나? 빨리 녀석이 와줬으면 좋겠는데.......

그나저나 칼리안녀석도 꽤나 세력이 막강한 귀족집안의 자제인 것 같군...

적어도 녀석의 앞에서 끽소리를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으니...

드르륵...!!!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가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일순간 주변이 조용해지더니 곧 더욱 큰소리로 학생들이 엘리엇을 향해 욕을 비난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비난의 내용이 전과는 조금 달라져 있었다.

어쩌면 핀트가 어긋났다고 할수도 있는 이상한 비난이었다.

아나이스황녀님에게 감히 대꾸를 하다니!!

유이 저 건방진 놈!! 황녀님의 말을 무시하고 그냥 돌아서서 나가다니! 괘씸해 죽겠어.

........아나이스 황녀..?..

갑작스레 비난의 대상이 세일린에서 아나이스로 바뀐것을 이해할 수 없는 엘리엇이었다.

뭐....어차피 욕을 먹는 거니까 그게 누구던지 간에 별차이는 없다만...

그때였다. 

"황녀님께 대들다니!! 너같은 쓰레기와 함께 공부하고 싶지 않다!!"

누군가가 자리에서 무척이나 과장된 모션을 취하며 언제 준비해 온것인지 손에 쥐고 있던 검고 딱딱해

보이는 돌멩이를 엘리엇에게 내던졌다.

엘리엇도 이번만큼은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그 돌멩이를 피하려던 찰나였다. 

파악!!!

어깨를 움찔하고 고개를 옆으로 숙이는 순간 허공위에서 돌멩이를 낚아채는 손이 보였다. 

돌멩이를 던진 녀석도 놀랬는지 당황한 시선으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지? 큐타로."

익숙한 저음이 귓가에 들리면서 엘리엇은 고개를 들어 상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세크레틴...

녀석은 평소와 같이 웃지도 미소짓지도 않는 어쩌면 차갑다고 할정도로 무심한 표정으로

큐타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 마지막에 헤어지전 보여줬던 그 표정과도 비슷했다.

"저....그...그것이..."

용감하게 나에게 돌멩이를 던질 때와는 달리 녀석은 눈에 띄게 당황한 몸짓으로 말도 제대로

못한채 어버버거리고 있었다.

유독 큐타로 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아이들 모두 당황한 시선을 내쪽으로 보내오고 있었다.

"네가 던진 돌멩이가 이 아이의 몸에 맞으면 어찌 되었을 것 같나? 

네가 돌을 던진 방향은 이 아이의 머리쪽이다. 잘못하면 이아이는 매우 심각한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어.

평소 얌전하고 조용한 성격이라 생각했는데 네가 왜 이런짓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군."

나직이 울리는 세크레틴의 음성에 주변이 숙연해졌다.

세크레틴은 말을 마치고 나서 시선을 아래쪽으로 내려 엘리엇을 바라봤다. 

그러나 당사자인 엘리엇은 그저 멀뚱히 그런 세크레틴을 마주 올려다 보았고 그의 눈에 의아함이 스쳐 지나갔다.  

...왜 나를 도와주는거지?....이 녀석은 학원에 퍼진 소문을 듣지도 못했던 걸까?

잠시간 그러고 있던 세크레틴은 곧 고개를 돌려 자신의 자리로 가 앉았다.

주변의 학생들은 모두 눈치만 볼뿐 별다른 말은 하지 못했다.

큐타로는 몸을 달달 떨며 고개를 푹수그리고 있었다.

...어...어떻게 된거지? 

세크레틴황자는 분명히 자신의 하나뿐인 여동생 아나이스황녀를 무척이나 아낀다고 들었는데?

어떤 녀석이든지 그녀에게 조금이라도 위해를 가하는 녀석은 가만두지 않는다고...분명 그렇게...들었는데..

사실 큐타로는 세일린이나 아나이스황녀야 어찌되었든 상관없었다. 

그저 에스더제국의 미래의 황위후계자인 세크레틴에게 좀 더 잘 보여두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 역시 에스더에서 파로키학원으로 유학을 온 귀족들 중 하나였으므로...

그런데 예상외로 함께 화를 내서 그를 처단할 줄 알았던 그가 유이를 감싸주면서 큐타로의 마음엔

의아함과 동시에 불안감이 쏟아올랐다. 

이....이러다가 세크레틴황자에게 미움을 받으면 어떻게 하지?

점점 더 표정이 암울해 지는 큐타로였다.

그리고 큐타로뿐만이 아닌 주변에 있던 학생들도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움찔하고 있었다.

...세크레틴 황자가 어째서 저 녀석을..?

"하아....젠장. 도대체가 제대로 되는 일도 없고 하는 일마다 꼬이기만 하니..."

엘리엇은 한숨을 내쉬며 나무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자신이 있는 곳에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다. 

현재 엘리엇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낮잠을 자기 위해 나무위로 오른 것이었다.

칼리안녀석은 자신과 식사를 마치자 마자 무척이나 미안한 표정으로 어딜 가야한다며 달려가 버렸고...

괜히 사람들의 눈에 띄어봐야 좋을것 하나없는 엘리엇은 자신이 편히 쉴 수 있는 곳을 택하기 위해

돌아다니다 보니 학원의 뒷뜰에 커다란 나무가 보이기에 얼른 올라온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자신은 잘못한게 없었고 사람들을 피해다녀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게 무척이나 화가나는 엘리엇이었다.

"우씨.........나는 잘못이 없다고! 이게 다 그 빌어먹을 이중인격의 세일린이란 여자 때문이야!"

아무리 혼자 지껄여 봤자 들어주는 사람도 없을테고.........후우....

한숨만 퍽퍽 내쉬던 엘리엇은 푸른잎사귀 사이로 보이는 가는 햇빛들을 착잡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나뭇잎들이 푸르른 녹음을 내비취며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오늘같이 날씨도 좋은날에 나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느냔 말이다...젠장!!

부스럭.....부스럭...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나뭇가지 위에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깜빡 잠이 들었던 엘리엇은 흠칫하고는

눈을 떴다. 

학원의 최상층 건물위에 표시된 시차막대를 바라보니 그리 시간이 많이 지나진 않은 것 같았다.

보통 다른 학원들과는 달리 파로키학원은 학생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배려했음인지

점심시간이 길었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었다.

부스럭...!

그나저나 자신의 잠을 깨운 저소리는 뭐지?

엘리엇이 슬쩍 아래로 고개를 내려보니 아래에는 왠 어린소년이 흰색의 굉장히 

푹신푹신해 보이는 물건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소년을 자세히 살피던 엘리엇은 소년이 현재 울먹이는 표정으로 동물을 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을 수 있었다.

....무슨일이지?..

엘리엇은 잠시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잠시간 고개를 갸웃하다가 나무아래로 내려갔다.

소년은 갑자기 나무 위에서 사람이 내려오자 무척이나 놀란 표정으로 엘리엇을 바라보더니

기겁을 하고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품안에 안겨있던 흰물체를 내던지고 나서..

"...이..이봐! 너 이거 가져가..."

그러나 엘리엇이 뭐라고 소리치기도 전에 무척이나 빨리 내달린 것인지 소년은 사라져 있었다.

...거참 무척 재빠른 놈일세...그나저나 내가 그렇게 무서웠나? 보자마자 도망치게;;

엘리엇은 뒷통수를 긁적이며 소년이 내던지고 간 물건을 훓어보았다.

...으엥? 가만....이거 자세히 보니 물건이 아니잖아;;;;

그것은 흰색의 결좋은 털을 감싸고 몸을 둥그렇게 웅크리고 있는 난생 처음보는 동물이었다. 

".......이게 뭐야;;;..."

엘리엇은 당황한 것이 역력한 목소리로 그 동물을 둘러보았다.

동물은 아무런 미동조차 없었다. 심지어 소년이 자신을 내던졌을 때조차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

".......죽은건가?..." 

....스르륵......

순간 놀랍게도 닫혀있던 동물의 눈이 떠지면서 맑고 커다란 녹빛의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다.

....키이이이.......

동물의 울음소리가 들리면서 엘리엇은 잠시 한발 뒤로 물러섰다.

그러나 그런 엘리엇의 행동에도 아랑곳 않고 동물은 또 다시 입을 열어 작게 울었다.

키이이...

"그...그녀석 뭐야. 자신의 애완동물을 이런 곳에 내팽기쳐 두고 가면 어쩌자는 거야!?"

-이봐... 내말이 들리느냐?-

"...그럼 들리지 않들릴 이유가....으...으음?.."

-아...들리는구나. 다행이다.-

그러나 엘리엇은 안색이 푸르딩딩해져서는 그 흰색의 묘한 동물을 두려움이 담긴 눈으로 쳐다봤다.

"....어찌된 일이지? 동물이 말을 하다니...내가 꿈을 꾸는건가?"

정황히 말하자면 '말'은 아니었지만 어찌되었든 자신이 동물과 의사소통이 된다는 사실에

충격을 먹은 엘리엇이었다.

-놀라지 말아라. 네가 딱히 능력이 있어서 그런게 아니라 내가 너에게 말을 걸어주는 거니까.-

묘하게 깔보는 듯한 투의 말이 엘리엇의 머릿속으로 울리자 엘리엇은 잠시 기분나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너는 누구?"

-음..나는 현재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만 이래뵈도 마도술사다.-

"......마도술사아?.."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말꼬리를 치켜올리는 엘리엇을 보며 동물이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 마도술사. 너의 반응을 보니 어째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는 투로구나...-

엘리엇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도술사라........ 그러고 보니 해랑에게 들어본 적이 있었던듯도 싶은데....

하지만 마도술사는 무척이나 그 개체수가 비교적 드물고 신분도 높기 때문에 평생가도 만날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능력히 매우 막강한 마도술사들은 어디를 가든지 환영받기 마련이었다.

그러고 보면 카이다 같은 넓은 제국에 마도술사가 있는건 그다지 놀랍지도 않은 일일테지만...

황태자, 황녀까지 만나본 마당에 별로 놀랄일도 없겠다 싶어 엘리엇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아까 그 소년은 왜 당신을 내던진거지?"

-..흐음...그건..아마 나를 데리고 있던 사람이 두려워서 그랬던 것이겠지. 

그 소년은 나를 몰래 이곳으로 데리고 나온 것이었으니까. 

아마 이 학원내에서 일하는 어린 시종중 한명이었던 것 같은데........무척 착한 아이이다.

나중에 뭐라도 답례를 해주고 싶군.-

동물이 녹빛 눈을 뒤룩뒤룩 굴리며 말하는 폼이 무척이나 귀여웠지만 다른 사람의 눈에는 그저

키이이하는 울음으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그럼 그런 웃기지도 않은 모습으로 있지 말고 빨리 원래대로 돌아오면 될거 아냐."

-누가 그걸 몰라서 이러고 있겠느냐! 나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긴 하다만 몸을 되돌리려면

마법아이템이 필요하단 말이다!!-

......엥? 마법아이템?

-사실 변신하는 것 쯤이야 우습지도 않은 일이지만 그뒤에 다시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려면 

조금 복잡해. 하지만 나는 그런 것들을 간단히 축약할 수 있는 마법아이템을 만들었다. 

사용방법은 간단해. 아이템의 정 가운데에 있는 보석에 술어를 외워주면 되니까. 

그런데 문제는 내가 어떤 망할자식의 저주에 걸렸다는 거다. 

놈은 교묘하게 나를 부추겨서 이런 모습으로 변신하게 만든 다음 나에게 저주를 발동시켰지.

그리고 그놈은 내가 만든 마법아이템을 들고 유유히 사라졌어. 

얼마나 기가 막히던지... 이래뵈도 나는 그자식의 술법스승이었거든. 빌어먹을 놈!!

스승의 은덕을 그딴식으로 갚다니! 평소에 워낙 한심한 녀석이라서 그런짓을 꾸밀줄은 꿈에도 몰랐지!

다행히도 모습은 이래도 그외의 술법을 사용하는 것엔 제약이 없거든. 

나중에 그 망할자식이 파로키학원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곳으로 왔지만...놈의 방에는 강력한

안티매지션이 걸려 있어서 말이다....... 덕분에 그 아이템의 행방은 알았지만 빼내오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던 중에 어떤 성격이상한 여자애의 눈에 띄어서 방에 갇혀있다가 그소년이 빼내온 것이지.

아마도 그소년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온 것은 괴롭힘 당하던 나를 불쌍히 여겨 풀숲에 놓아주기 위한 것이었던 것 같다.-

엘리엇은 입만 헤 벌리고선 흰색의 북실북실한 동물을 넋놓고 바라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다행히 너는 나와 정신교감이 제대로 통하는 것 같다. 아까 그 소년은 아무리

술법을 걸어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더군... 다른것은 몰라도 이런 텔레파시류의 술법은 

상대가 조금 까다로운 법이거든. 그러니 네가 날 좀 도와줘야겠다.- 

엘리엇은 자칭 '마도술사'라고 우기는 동물의 사정을 다 듣고 난 후에 미련없이 몸을 돌렸다.

"당신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지 나는 관심없어. 나도 내 몸 하나 챙기기 빡빡하다구. 

요즘 따라 주변에서 자꾸 이상한 일들만 일어나는 마당에........그럼 잘있으라고. 

나 말고 좀 더 좋은 사람을 찾아보던지...."

-이....이봐!!!-

머릿속에 당황한 마도술사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엘리엇은 싸악 무시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엘리엇은 한발자국 이상 발을 옮길 수 없었다.

발걸음을 옮기려고 하자 무엇인가 온몸을 억죄이듯 도무지 움직여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이게 무슨!!"

-그냥 가면 섭하지. 어떻게 발견한 정신교감상대인데! 네녀석이 가버리면 나는 언제 또 말이 통하는

상대를 찾을지 알 수 없다고. 내가 방금 말하지 않았었나? 나는 모습만 바뀐 것일뿐 다른 술법은

얼마든지 쓸 수 있다고.-

엘리엇은 뭔가 잘못되도 한참을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저 빌어먹을 마도술사녀석!!!

-이봐이봐...그렇다고 내가 너에게 아무런 대가없이 날름 도와달라고 하는 건 아니야. 

인상풀라고. 너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겠다. 네녀석이 이번에 내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도와준다면 나는 너에게 술법을 가르쳐 주겠다. 어때? 우리 한번 거래해보지 않겠나?- 

그러나 엘리엇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딴거 필요없어. 난 지금 처한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골치가 아프니까."

그놈의 거래신청은 아주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구만...

-..흐응....과연 그럴까?....이봐..너. 

마도술사에게 직접 술법을 배우는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잘 모르는가 본데...

나에게 직접 수업을 들으려면 적어도 대공작이상은 되야 이몸이 가르쳐 준다고. 

그것조차 쉽지 않아서 나에게 사정하던 녀석들이 얼마나 많았는줄 알아?

이제까지의 내 제자들은 모두 제국의 황위후계자들 뿐이었어. 물론 그들은 엄청난 대가를 나에게 지불했지.

그중 어느 빌어먹을 한놈 때문에 이렇게 되긴 했지만...어찌 되었든 이런 기회가 네 일생동안 몇번이나

올거라고 확신하지? 아마 너는 죽었다 깨도 못잡을 엄청난 기회일텐데?-

마도술사의 말에 엘리엇의 얼굴에 잠시간 갈등하는 표정이 떠올랐다.

정말 저 녀석의 말대로 마도술사에게 술법을 배운다는 것은 꽤나 힘든 일일테지....

아무래도 저녀석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어찌한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으으음....

-내가 너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잖아? 너는 그저 내가 원래의 몸으로 돌아오는 것을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고. 방법도 간단해. 그 마법아이템을 나에게 가져다 주기만 하면 되는거야.-

엘리엇은 결심한 듯이 술사를 향해 말했다.

"...좋아. 너의 제안을 받아들이겠어. 하지만 조금 힘들지도 몰라. 

무엇보다 나는 학원안에서 엄청 안좋은 녀석으로 오해 받고 있거든. 아마 너도 후회하게 될지 몰라..

네 생각처럼 일이 잘 풀려주면 좋겠지만.......너는 사람 잘못 선택했다구."

그러자 마도술사의 고개가 갸웃하면서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왔다.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겠군. 너는 그저 나를 이렇게 만든 장본인에게 접근해서 그 

마법아이템만 나에게 갔다주면 된다.-

엘리엇은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그러니까 그게 어렵다고. 현재 나는 이곳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단 말이다. 

네가 말한 녀석이 누군지는 몰라도 아마 그녀석도 나를 피할껄? 그런데 내가 어떻게 녀석에게

접근해서 마법아이템을 달라고 말을 할 수 있겠냐?"

-...흠.....그런 사정인가? 뭐 괜찮다. 신경쓰지 않아. 꼭 녀석에게 접근하는 것 말고도 

얼마든지 그것을 가져올 방법은 있으니까. 네가 현재 학원에서 어떤식으로 평판이 나있던 

개의치 않겠다. 다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게 조금 지체될지도 모르겠군...-

.....이녀석 상관없다는 건가? 뭐.. 그렇다면 나도...

-나는 이안이다. 너의 이름은?-

"내 이름은 현재는 세이리어 듀 유이."

엘리엇의 소개에 이안의 눈이(그래봤자 흰색의 복슬복슬한 동물의 눈이었지만) 가볍게 흔들리면서 

머릿속에 말소리가 울렸다.

-...네가 소문의 그 녀석인가? 이런.......방금전에 네가 한 말의 의미를 알겠군.-

"...그....그건 오해야!! 난 아무짓도 하지 않았는데 그여자 멋대로 소리지르고 사람을 

파렴치한 변태녀석 따위로 몰아버렸단 말이다!! 난 결백해!"

-그래. 잘 알겠다. 네녀석을 봐서는 그녀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진 않군........그런 앙칼진

여자애를 상대하려면 꽤나 피곤하겠어.-

"...쳇! 그녀를 알고있기라도 한 말투로군."

-그래. 세일린이었던가? 그녀가 소년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오기 전까지 나를 방안에 가둬두었다는

바로 그 장본인이거든. 꽤나 다혈질 적이더군.-

그러나 이안의 말에 엘리엇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소리쳤다.

"젠장!! 이번 거래는 취소야. 그딴건 진작에 말해줘야지! 네가 그녀석의 애완동물이었단 말은 없었잖아!"

-뭐라고? 네멋대로 거래를 중단하는게 어딨어?-

이안이 작게 으르렁 거리며 엘리엇을 노려보자 엘리엇은 그래도 자신이 한말을 번복할 생각은 없었다.

"혹시라도 그여자가 내가 너를 데리고 있는걸 보게 된다면 나에게 또 무슨 수작을 걸지..;;"

-...흐음........그거라면 걱정마라.-

"...뭐?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거야?"

-그래. 일이야 어찌 되었든 내가 그녀의 애완동물이 아니라는 것만 증명하면 되는것 아닌가?

그런거라면 간단하지. 털색깔을 바꾸기만 하면 되니까.-

이안은 그말을 한뒤 뭐라고 작게 읇조리더니 곧 푸른 빛과 함께 털의 색깔이 검게 변했다. 

엘리엇은 직접 보고도 믿기지 않는 다는 듯이 입을 헤에 벌렸다.

아참...그러고 보니!!

"그나저나 내몸에 걸린 술법이나 풀어주지 그래? 이제 그만 수업들으러 가야한다고."

그러자 무슨 수를 쓴건지 좀체 움직이지 않던 몸의 경직이 풀리면서 엘리엇은 그상태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자...그럼 이제 우리의 거래는 성사된거다.-

....제길..;; 어쩔 수 없나? 

뭐... 당분간은 귀찮겠지만 녀석이야 목적이 달성되면 떠날 것 같으니...

"잘해보자구. 이안..."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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