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래를 하다..
내 이름은 엘리엇... 현재 수도의 뒷골목에서 잘나가는 도둑겸 소매치기이시다.
다른 사람들은 이런 나를 보며 쓰레기니 기생충이니 안 좋은 소리를 마구마구 내뱉지만...
뭐 그말에 딱히 반박할 생각은 없다.
말 그대로 나는 쓰레기에 기생충 같은 녀석이니까.
이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지도 어언 18년!!
정말 살인만 빼고 이것저것 안해본 일 없이 엄청나게 막굴러가고 있는 내 인생에
뭔가 엄청나게 운수좋은 대박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은 꿈도 꾸지 않았지만.......
그래도 내 나름대로 꿈꾸고 있는 소망 한가지가 있긴 했다.
그것은 미래의 대도가 되는 것!!
왕실의 그 어떤 보물도 훔쳐내고 미녀의 순정까지 훔쳐낸다는 전설의 대도!!
물론 현재 상황이 이렇게 뒷골목이나 진전하는 아직까지는 한낱 좀도둑일 뿐이지만....
이래뵈도 할아버지에게 비기를 전수받은 몸이다!
그나저나 이번에 찾아온 사람들을 보면 이건 정말 대박이라는 소리밖에는 안나온다.
그것도 엄청난 왕!!! 대박!!!!!
드디어 내 인생에도 뭔가 꽃피는 춘삼월이 오려는 것일까?
"네가 엘리엇인가?"
"네...그런데요?"
내 앞에 검은 로브를 둘러쓰고 찾아온 두명의 사내는 품에서 종이 한장을 꺼내더니
나와 그 종이를 번갈아 보았다.
".....확실히 닮았군..."
나는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는 사내를 보며 경계를 했다.
어디보자... 이 근처에 발을 디딜만한 곳이...?
으음... 나무가 썪은 것 같지만 저 박스를 밟고 뛰어오르면 담정도는 넘을 수 있겠군...
여차하면 달아나자라는 생각에 조금씩 주춤거리며 뒷걸음을 치고 있을 때였다.
"너.....우리와 거래를 하지 않겠나?"
.......띠이이이잉........!!!!
이게 왠 마른 하늘에 개뼉다귀 날아오는 소리지?
거.....래라니?
내 뒷골목 인생 평생에 이런 자들과 거래를 하게 될 줄 꿈에도 알았을까?
그것도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로브를 입은 두 사내와?
내 심장은 급작스럽게 두근반 세근반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고
접착제로 딱 붙여 떨어질 것 같지 않던 나의 입술이 움직이면서 거래는 시작되었다...
"......무슨........거래를 말입니까?.."
.....뭐...인생은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는거야.
내게도 이런 날이 오게 되리라고는 꿈도 못꿨으니까!
"...거래 조건은 간단해. 우선 너에게 선불로 30개의 금화를 주겠다."
...그....금화 30개!!!?
맙소사!! 그돈이면 적어도 한 10년은 편히 놀고 먹고 자도 상관없겠다!!!
그것도 선불로 주겠다니!?
"...그리고 나머지 50개는 네가 일을 성사시키면 마저 다 주지...어떤가? 해볼테냐?"
더는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평생을 살아도 만져 볼까말까한 액수를 저들은 나에게 선뜻 준다고 하였다.
그리고 바닥에 바닥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나에게 있어서 그들의 제의는 절대로 거절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살인만 아니면 뭐든지 해준다!!!
그나저나 있는 재주라고는 소매치기나 도둑질 또는 그외 잡다한 기술밖에 없는 나에게
무엇을 시킨다는 걸까?
뭐...어때? 나란 인간은 어차피 밑바닥 인생이니까 어떤 일이든 못할 것도 없지.
"...좋아.........그럼 이걸로 우리들의 거래는 성립됬다....! 네가 해줄 일은 무척이나 간단한 일이다.
우선 자세한 얘기는 장소를 바꿔서 말하지. 이곳은 이런 얘기를 함부로 하기엔 별로 적당하지
못한 장소인것 같으니까."
............하긴...여기저기에 깔려 있는 녀석들의 귀가 어디 한두개겠어?
헤에...그나저나 저 양반 꽤나 뒷세계의 사정을 잘 간파하고 계시는구만;;;
"타라.."
두 사내의 뒷꽁무늬를 졸졸 따라가서는 그들이 올라타는 마차에 나도 함께 올라탔다.
현재의 지저분하고 무척이나 싸구려티가 나는 내옷에 비해 마차는 무척이나 고급스러웠다.
내 평생에 이런걸 타보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는데;;;
내가 마저 다 올라타자 마차는 출발했고 어디론가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우....우웩....!!!! 소...속이 울렁거려;;;;
젠장;;;;; 마차가 이렇게 타기 힘든건지 누가 알았겠어;;;;;;;
엘리엇은 연신 창백한 안색으로 고개를 수그리며 꾸웩거리고 있었다.
사내는 그런 엘리엇을 보고는 미간을 찌뿌렸다.
-과연 이 천한 도둑놈이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 우선은 가장 닮은 녀석을 꼽기는 했지만...-
자신이 아는 누군가와 닮기는 했지만 단지 그것뿐...나머지는 당연하게도 천양지차로 틀리다.
무엇보다 자신이 아는 그는 절대로 이런 경박한 언행따위는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담하게 나서지도 못하는 소심한 성격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그래봐야 너는 이번일에 쓰이고 버려지는 소모품이니 한동안의 유희나 맘껏 만끽해봐라.
네 평생을 가도 경험하지 못할 것들을 잠시간 보여주는 것 만으로도 그다지 불평은 없겠지...
네녀석이 임무를 마치는 것과 동시에 계약은 종료된다. 그리고........쓸데없는 말을 지껄이면 곤란해지니...
그 후에는...........
....모든 것은 그것을 위해.....!!!-
로브 안쪽으로 가려진 얼굴에 잔인한 웃음이 맴돌았다.
다각....다각........!!
마차를 이끄는 말발굽소리가 점차 줄어들 무렵 마차는 어느 한 저택앞에서 멈춰섰다.
무척이나 크고 화려한 저택이었다.
달칵...!!!
"우웨에에에에엑!!!! 웩...!! 웨엑!!!..."
그러나 비참하게도 엘리엇은 마차에서 내리자 마자 바닥에 토사물을 쏟아내고야 말았다.
사내는 그런 엘리엇을 보며 심하게 인상을 일그러 뜨렸다.
"켁..!! 켁.....!! 젠장....속이 울렁거려;;"
대충 소매부리로 입가를 쓱쓱 닦아내는 엘리엇을 보자 사내의 표정이 더욱 크게 일그러 졌다.
"...우선은 예절교육부터 시켜야겠군. 저런것이 유이님을 대신해야 한다니..!!"
그러나 엘리엇은 바닥에 쏟은 토사물을 더 이상 신경쓰지 않고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여긴 어디..? .....가 아니라...우........와아아아아......!! 맙소사!!! 엄청나게 크다!!"
저택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탄성을 지른 엘리엇이었다.
이렇게 큰 저택이라니...!!!
도대체 저 자들은 나에게 무슨 일을 시키려고 하길래 나를 이리로 데려온걸까?
게다가 이정도의 건물에 사는 작자들이라면;;;; 보나마나 엄청난 인간들일텐데;;;;
"따라오게.."
사내는 그말 한마디만 하고나서 저택안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엘리엇도 떡하니 벌어진 입을 그제야 조금 추스리며 투덜거렸다.
"쳇..! 누구는 거적떼기 위에서 살아가고 누구는 이런 황송한 집에서 살아가고 나도 처음부터
이런 집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걸! .....뭐...지금까지의 생활도 그렇게 나쁜것 만은 아니었지만.."
그들을 따라 들어간 곳은 꽤나 화려한 응접실이었다.
곳곳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샹들리에가 매달려 있었고 명품중의 명품이라는 걸 처음보는 사람도
단박에 알아챌만한 가구들이 줄지어 벽면 옆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그것에 비해 묘하게 분위기가 어두웠다.
샹들리에들이 화려하게 장식되긴 했지만 정작 켜져 있는 것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것들 조차
묘하게 오래된 듯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가구들 위에는 먼지가 쌓인 것들도 있었고........
이상한 곳이긴 했지만...어쨌든 자신이 실아오던 세계와는 정 반대라는 걸 알수는 있었다.
엘리엇은 그것들을 보며 괜시리 기가 죽어 눈치를 보다가 그들을 따라 쇼파에 앉았다.
예상대로 쇼파는 보이는 것 만큼이나 푹신푹신했다.
"우선...너에게 소개해 드릴 분이 있다."
소개해 줄 사람?
엘리엇이 의아스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자 로브를 뒤집어 쓴 사내가 일어섰다.
그러고는 자신을 향해 공손이 인사를 하는게 아닌가?
아니....정확히는 자신이 아닌 뒤쪽에서 걸어오는 사람에게..!!
".....헉!!"
순간적으로 엘리엇의 입에서 신음비슷한 괴상한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정말....도플갱어라도 보는 듯한 느낌이로군..!!
자신이 바라보는 곳에는 자신과 무척이나 흡사한, 아니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닮은 사람이 서있었다.
단지...차이점이 있다면 엘리엇의 머리색이 은발에 약간 짙은 보라빛 눈동자라면
저쪽은 붉은 머리칼에 자신 보다 좀 더 옅은 보라빛 눈동자였다.
그런 차이만 빼면 똑같다고 해도 무색하지 않을 만큼 닮아 있었다.
상대는 약간의 겁먹은 눈동자로 엘리엇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에서 다른 표정이 떠오르는 것을 보고는 엘리엇은 조금은 착잡한 기분이 들었다.
"이쪽은 세이리어 듀 유이님이시다.
이번에 맺은 너와의 거래내용은 앞으로 네가 이분 대신으로
약 2년간 파로키학원에 보내지게 되는 것이다."
에....에엑!!??
방금...내가 이 세이리어 듀 유이라는 녀석 대신 파로키학원에 가게 된다고!?
내가 놀래 유이라는 녀석을 멀뚱멀뚱 쳐다보자 녀석의 얼굴이 조금은 울상이 되버렸다.
"....유이님..어디 불편하신 데라도?"
로브를 뒤집어 쓴 사내가 약간의 염려가 묻어나는 말투로 묻자 유이라는 녀석이 슬쩍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아닙니다. 제라토..."
목소리는........아마 저 녀석 쪽이 좀 더 가늘은 것 같군.
유이는 잠시간 침울한 표정을 짓더니 이쪽을 보고는 다가왔다.
나와 닮은 녀석이 점점 가까워진다.....헤에.......진짜로 닮았구나...!!
".....유이?"
어느 순간 내 얼굴에 닿은 유이라는 녀석의 손을 보고 얼결에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저...저놈이!! 건방지게!! 감히 누구의 이름이라고!!!"
그러나 우리 두사람은 제라토의 분노가 담긴 목소리에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서로를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름은?.."
그가 나의 이름을 물었다.
왠지 나와는 달리 좀 더 가녀리고 힘이 없는 목소리다.......
"..에...엘리엇.."
로브를 뒤집어 쓴 제라토라는 사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지하려는 듯 다가왔지만
나는 유이라는 녀석에게 이름을 말해주었다.
"....유...유이님...굳이 이런 녀석에게 그렇게 이름을 묻지 않으셔도..!!.."
으...재수털려....!! 물론 내가 그런 녀석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젠장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닌가;;
"....아니요.......나..대신 가줄 사람인걸요.....엘리엇이라고 했나요?......
....미안합니다............엘리엇..."
.....무엇이 미안하다는 거지?
"..유이님!! 또 그런 나약한 소리를!!!"
제라토라는 사내가 나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유이에게 대뜸 소리쳤다.
뭔가가...이상하다.
유이의 얼굴은 어딘가 굉장히 지치고 슬픈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내가 로브를 걷어 젓혔다.
...로브를 걷은 사내는 대략 40대 중반 정도 되보이는 사나이였다.
어쩐지 목소리가 많이 날카롭더라니... 생긴것도 꽤나 신경질적으로 생긴 사내였는데 그의 얼굴은
굳어져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유이님은 마음이 너무 약하신게 문제입니다! 케타!! 유이님을 방으로 모시고 가거라!!"
제라토의 곁에 있던 또 다른 로브를 뒤집은 사내가 일어서더니 유이에게 다가섰다.
유이는 마지막으로 한번더 나를 바라보더니 미안하다는 입모양을 지어보이고는 방을 나섰다.
어째서...유이라는 녀석은 이 녀석들보다 위치가 높을텐데도 그렇게 끌려다니는 것일까?
"후우....너는 이제부터 여기서 파로키 학원에 다시 보내지게 될 때까지 예법을 비롯하여 검술등
기타등등을 배우게 될것이다.
적어도 유이님의 명성에는 흠집이 가지 않도록 언행을 좀 더 단정히 해주지 않으면 곤란해.
.......한가지 더..! 만일 이번 일에 실패할 경우...그때는 네 스스로 죽는게 훨씬 편할거야...
우리는 이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단 말이야!! 알아듣나?"
너무 냉정하게 말하는거 아닌가?
하지만 뭐...그정도는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이 거래에 대해서는 입밖에도 꺼내지 않죠. 물론...제가 죽는 그 순간까지 말입니다."
"그래...말귀를 잘 알아듣는군. 아니, 네가 이일에 대해 실토한다 해도 달리 살아날 방법은 없을거야.
우리는 그에 대해 철저히 대비를 해놓았으니........네가 살길은 성공적으로 거래를 마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일을 시키는 거죠? 사람을 바꿔가면서까지..."
나의 말에 제라토의 인상이 음산하게 찌뿌려졌다.
"너따위가 알바 아니다. 알아서도 안되고...! 이이상 묻는다면 너를 죽여버리겠다."
눈빛이 진지한게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았다.
빌어먹을...!! 그까짓거 좀 가르쳐 주면 어디가 덧난다고;; 쳇..!! 알았수다.
나는 그냥 입이나 꼭다물고 거래나 이행하면 된다는거지?
"알겠어요...알겠어...!! 더 이상 묻지 않죠. 뭐.. 알아봤자 쓸데도 없지만.
....단 저도 조건을 걸죠."
".....조건?"
나는 한쪽 입가를 슬쩍 들어올리며 말했다.
".....만일 내가 아닌 당신들이 거래를 어겼을 경우...나 역시 이 거래에 대한 의무가 없어진다는 것 말입니다."
"......좋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있습니다."
나는 제라토의 살기어린 눈빛을 무시하고 계속 지껄였다.
".....금액을 좀 더 올려주셔야 할 것 같은데요?"
".....뭐라고?..."
......피식..!! 이사람이 나를 완전 무지렁이 취급하는군.
뭐...나도 어쩌다 들은 것일 뿐이지만..
"..파로키 학원으로 보내진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건지는 대충 짐작이 갑니다.
...귀족들을 견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볼모를 뜻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유학생들이 많이 오기는 하지만......그 중의 대다수가 방금 제가 말씀드린 내용과 비슷한 목적을 띄고
이곳으로 온다는 것쯤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자칫 잘못하면 당신의 말대로 목숨이 위험해지는 거죠.
저도 목숨을 거는 만큼 뭔가 상응하는 대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긴 했지만 내 등뒤로는 식은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 이거 정말 위험하잖아?
제라토는 나에게 제법이라는 눈길을 보내며 음산하게 훓어보았다.
내가 말해놓고도 왠지 오싹하군;;; 뭐.......별일이야 있겠느냐만은....;;
".....좋아. 네가 성공하면 금화 100개를 주겠어. 너는 약 한달 후에 유이님 대신으로 파로키학원에 들어가게 될거다.
그곳에서 유이님을 대신해서 학원생활을 하게 되는건 물론이거니와...우리측에서 먼저 연락을
보내오기 전까진 꼼짝말고 그곳에서 지내야해. 알았나?"
제라토는 조금 머뭇거리는 듯 인상을 찌뿌리긴 했지만 그 후 묘하게 꺼림칙한 미소를 짓더니 승낙했다.
"물론입니다."
뭐...2년정도 유이라는 녀석과 바꿔치기 되는건데 별일이야 있겠어?
내가 봐도 정말 닮았으니 다른사람이라고 별 수 있겠는가?
머리카락 색이야 염색을 하면 되는 것이고.......한 2년만 그곳에 가있으면 평생을 놀고 먹을 수 있겠군.
어쨌든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셈이지...히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