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화. 앞으로....
"아... 서울대 법대."
나의 말에 태원이의 눈 끝이 아주 가늘게 떨린다. 눈동자가 당황을 머금는다.
그렇게 애써 침착하게 보이는 표정을 지은 태원이는 목을 가다듬고 다시 말을 꺼낸다.
"서울대 법대?"
"응."
"지금 저...전공을 살린다고?"
"응. 아무래도 직업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까."
나의 대답에 안색이 나빠진 태원이가 툭 하고 뒤로 누워버린다.
그리고 앉아 있는 내 다리 위로 기어 올라와서 나를 올려다 보며 말한다.
"그다지 좋은 생각이라고는....그런거 말고 나하고 같이 할 수 있는거 없을까?"
아아...조폭이면 아무래도 법쪽은 부담되는 것일까?
나는 같이 일하자고 조르는 태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법대의 전공을 살려도 얼마든지 같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서.
"같이 일할 수 있어."
"법대라며? 나를 잡아 가려고?"
"아니. 네가 나를 개인 변호사로 고용해주면 되잖아."
나의 말에 태원의 안색이 좋아진다. 활짝 웃는 표정이 되서 '맞아. 꼭 쓸게'라며
내 허리를 안는다. 그래도 애들 눈도 있는데 그만 떨어져라...하고 밀어내고
있으려니 여전히 끼어들기 좋아하는 정욱이가 쪼르르 와서 우리의 대화에 낀다.
이 놈은 빼놓으면 섭섭하다는 표정으로 앉아서 '뭐예요? 뭐예요?'하고 물어온다.
"뭐기는...군에서 나가서 뭐할까 이야기 하고 있었어."
"아아..나는 대학부터 졸업해야 하는데.."
신세를 한탄하는 것처럼 말하는 정욱이의 모습에 나도 맞장구 쳐주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졸업하고 뒷 이야기 중이었지."
나의 대답에 정욱이가 '아아..'하는 소리를 낸다.
그런 태원이를 본 정욱이는 태원이 눈치를 힐끗 살피고 나를 보며
'형은 어느 학교 다녀요?'하고 묻는다. 질문에 '서울대 법대.'라고 대답했더니
'에엑?!'이라는 소리를 낸다.
이 자식이 왜 에엑이라는 거야?! 내가 그렇게 안보이기라도 한다는거야?!
"무지 의외. 나는 형이 법대를 다닐 줄은 몰랐어요. 무지 둔하면서..."
큭!! 내 아픈 곳을 찌른다. 내가 노려보자 정욱이 태원이의 눈치를 보면서 냉큼
질문을 던진다. 나를 안고 있는 중에는 별 일이 안 벌어진다 것을 잘 알기에 할 수
있는 짓이었겠지만 저럴 때마다 진심에서 우러러 나오는 마음으로 때려주고 싶다.
"태원이 형도 대학 졸업해야 되요?"
"아니. 졸업했어."
엉?! 졸업했다니....
웬 뜬금없는 소리에 내 귀를 의심하고 뭐라 물어보려고 할 때, 정욱이도
나랑 같은 심정인지 냉큼 질문을 한다.
"응?! 어디요?"
"서울대."
"엥?! 서울대요?! 그거 서울 대학교 말하는거예요?"
"응. 또 있어?"
........어의 없다. 방금전에 태원이가 한 말에 의문이 일어난다.
서울대라니?! 그렇게 멍청한 상식에 곰탱이 같은 뇌를 가지고 어떻게?!
게다가 20살에 군에 갔다고 했으면서 대체 무슨 방법으로?!
"너 20살에 군대 갔다면서?"
"응. 19살에 졸업 했는데."
"몇 살에 들어갔길래?
"열 다섯."
이럴수가. 내 인생에 회의가 든다.
이 곰탱이가 열다섯에 서울대라니....그런 사기적인 말이 어디있단 말인가.
정욱이도 안 믿기는지 '말도 안돼'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말도 안되잖아. 의무교육은 어쩌고?"
"초등학교 다닐 때 선생이 수준이 너무 안 맞는다고 그냥 나오지 말라더군
가르치고 싶지가 않대서 초등학교 다닐 때 형한테 부탁해서 검정고시 봤어.
한번에 합격이 되서 그냥 서울대 입대하기로 하고, 집에서 뒹굴다가..."
"더 이상 말하지마...내 인생의 회의가 느껴지려고 하고 있으니까.."
"말하지 말라면 말 안하지 뭐."
고통에 젖어들어버렸다. 그런 나와 정욱이의 패닉 상태를 힐끗 보더니
태원이 또 아무렇지도 않게 말 한마디를 툭 던진다. 그리고 나는 또 놀라야 했다.
"서울대가지고 뭘 그래....형은 열 일곱 때 하버드를 졸업했는걸."
"뭐?! 그...인간이?! 말도 안돼? 어떻게?"
"우리집 피는 우수하니까... 어째서인지 태어나는 애마다 머리랑 신체골격이
좋거든. 조직을 운영하려면 3개 국어는 필수니까."
거짓말이다....저건 거짓말이다....
거짓말이라고 부정하려는데 문득 태건이가 떠오른다.
그러고보니까, 다른 일곱살보다는 좀 큰 것 같기도 했다. 애가 많이 조숙했지.
일곱살이면 이제 초등학교에 들어가야할 나이임에도 일주일간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꼴을 못봤다. 방학할 때도 아니었는데....설마...?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동명의 '서울대학교'가 있는거겠지...라고
대충 납득을 했다. 계속 태건이가 걸렸지만 무시하고 정욱이 쪽을 보았다.
나랑 똑같이 대충 딴 생각으로 납득을 얻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어떻게든 화제를 바꿔 볼 생각으로 정신을 추스르고 있는 정욱이에게 질문했다.
"너는 무슨 대학 다녀..?"
"음대 다녀요."
"음대?! 안 어울려....뭐 전공인데?"
"바이올린이요. 졸업하고 바이올린 연주자나 할려고요."
바......바...이올린?!
일렉기타를 바이올린과 착각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작고 우아하고 부드럽고 단아한 악기를 무려 시끄럽고 징징거리는 이 놈이 연주한다고?
이래서 인간은 겉만 봐서 모른다고 하는 것일까?
아니 이 놈 같은 경우에는 속을 봐도 모르겠다.
태원이가 서울대를 졸업한 것보다 정욱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모습이
더 이해되지 않는다. 상상이 안가는 연주하는 모습을 상상해보려 끙끙대는사이
정욱이가 '뭐예요~?!'라며 성깔을 부린다.
하지만 생각해보라.
정욱이가 바이올린을 키는 것은 태원이가 가야금을 뜯는거랑 같은 종류의 문제다.
역시 이 세상에는 많은 미스테리한 일이 있는 모양이다.
그렇게 제대하기 3일전. 우리는 저녁 내내 밖에 나가서 뭘 할지를 이야기 하느라
정신 없이 떠들 수 있었다.
3일은 빠르고도 느리게 지나갔다.
이제 말년이라고 터치하는 사람도 없고 훈련도 대충하고 빠지고, 몸 움직이는 것도
귀찮아서 뒹굴기만하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제대인건가....? 하고 천정을 향해 누웠다.
별로 실감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태원이와 함께라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기훈아."
"응?"
"나가서 잘 살자."
"그래."
그래...그거면 됬다.
나가서도 여기와 변함없이 잘 살면 되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쭈욱 정신하면서 그렇게 말이다.
- 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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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남아들 외전}
그들의 일상 안에서...
갈색의 긴 커트 머리와 흰 피부에 테가 얇은 안경을 쓴 모습이 부드럽고 차분한
인상을 지닌 남성이 실크로 추정되는 은색의 잠옷을 입은 채로 푹신해 보이는
이불로 허리 아래를 덮은 채 침대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다.
그의 길고 얇은 손가락에 책장이 한 장씩 넘어갈 수록 그의 표정은 시시각각으로
변해갔다. 그가 책에 몰입하고 있는 사이 시끄러운 소리와 함께 욕실의 문이 열린다.
"으아~~ 피곤해!"
그렇게 욕실문이 열리는 것과 무섭게 밖으로 나온 남자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에 수건 한장으로 머리를 털털 털면서 물기를 닦지 않았는지 물을 줄줄 흘리며
밖으로 나온다.
그런 남자의 모습에 갈색 머리의 남자의 인상을 찌푸려진다.
"태원아! 물 다 닦고 나오랬잖아."
남자의 말에 그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입술을 삐쭉 내밀며 욕실 앞에 서서
몸의 물기를 닦는다. 몸을 다 닦았는지 다시 저벅저벅 걸어서 방 밖으로 나가다가
문득 멈춰서서 갈색 머리의 남자에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건낸다.
"나 지금 부엌에 갈건데...뭐 주문하실거 있으신가요~?"
"물 좀 가져다 주면 고맙겠는데..."
"알았어. 기훈아."
그렇게 웃으며 뛰어 나간 태원이는 이윽고 물이 가득 든 물컵을 기훈이에게 내밀고
그 옆에 몸을 던져 눕힌다. 그런 태원의 모습에 물을 마시고 침대 옆의 간의 테이블에
컵을 올려 놓은 기훈이가 손을 펴서 태원이의 등짝을 짝 하는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때린다.
"앗! 따거! 왜 때려?"
"베게 젖잖아. 머리까지 꼼꼼히 닦고 침대에 올라와."
"으~! 너무해...이런거 가지고 신랑을 개 패듯이 팰 수 있는거야?"
"진짜 개패듯이 패줄까?"
기훈의 농담에 태원은 '칫-' 하는 소리를 내고 아직 손에 들고 있는 수건을 기훈의 손에
쥐어주고 슬금 슬금 몸을 움직여 기훈이의 다리 위에 턱을 올려 놓고 '네가 닦아줘'라며
응석을 부린다. 그런 태원의 모습에 기훈은 풋하고 웃어버리고 수건으로 태원이의 머리를
꼼꼼히 닦아준다. 기훈의 손길이 기분 좋은 모양인지 태원의 눈을 자연스레 감긴다.
"태원아. 내일 시간 있어?"
"응. 있어. 왜? 처리하기 힘든 문제라도 일어났어?"
"아니...정욱이 기억하지?"
"정욱?... 그 군대 있을 때 빌빌거리던 놈?"
"응."
기훈의 대답에 업드려 있던 태원이 몸을 일으켜서 앉는다.
그렇게 그가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침대가 출렁거린다. 일어나 앉은 태원이는 사나운 눈이
되어서 '그 놈은 왜?'라고 물어본다.
"자기 바이올린 독주회를 연다고 와달래."
"바이올린도 독주회가 있냐?"
"있으니까, 하는거겠지....그래서? 갈거야 안갈거야?..."
"꼭 가야 하나?"
"응. 같이 갔으면 해서... 솔직히 그 녀석이 바이올린 키는 건 꼭 한번 보고 싶거든."
말 끝에 '영원이 풀리지 않을 미스테리를 눈으로 볼 수 있으니까'라는 말을 덧붙이는
기훈의 모습에 태원은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거린다. 태원의 고개를 끄덕여지자 기훈은
태원의 대답에 만족을 했는지 머리를 닦던 수건을 바닥에 내려 놓고 점점 마르고 있는
태원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쓸어준다.
"이제 자도 되겠다. 자자. 태원아."
"자기 전에 할건하고 자야지."
잠을 자자는 말에 눈을 번뜩이는 태원의 모습에 기훈은 또 다시 '풋-' 하고 웃으며
태원이의 볼에 쪽하고 키스해준다. 그런 기훈의 키스에 태원은 기훈의 위로 올라가 앉는다.
그렇게 올라온 태원의 모습에 기훈은 '뭐야?'하고 묻는다.
"벌써 일 핑계로 일주일이나 참았다고...슬슬 하자."
"뭘 슬슬하자는거야. 잠이나 자."
"그래도 일주일이나 됬는데... 금욕도 이정도면 너무 심하다고 생각 안해?"
"피곤하다는 놈이 뭘 하겠다고. 빨리 내려 와."
"이제 안 피곤해."
피식 웃으며 기훈이 끼고 있는 얇은 테의 안경을 두손으로 조심스레 벗겨낸다.
안경을 접어 간의 테이블 위에 올려둔 태원은 기훈의 입술에 입술을 가져간다.
짧고 가벼운 베이비 키스와 그 뒤에 이어지는 딥 키스...
한참 둘의 숨소리와 타액이 뒤얽히는 소리가 방안을 채운다.
그렇게 입술이 떨어졌을 때 기훈이 뭔가 궁금했는지 의문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묻는다.
"왜 매번 이런 식으로 키스를 하는거야?"
기훈의 질문에 태원은 볼을 긁적이다가 이내 입을 연다.
"처음에 키스했을 때, 너 엄청 놀랐었잖아..."
"그런 키스에 안 놀라면 비정상이지."
"그것 때문에. 놀래지 말라고 미리 달래는거야."
"......풋, 겨우 그거야?"
기훈의 반응에 태원이 '겨우라니...'라며 화를 낸다. 태원의 성난 손이 태원이의 옆구리를
간질어대고 그렇게 간지러운 감각에 기훈은 몸부림을 치다가 '항복'을 외친다.
잠시 침묵이 이어지고 다시 서로의 입술을 탐한다.
기훈의 두 팔이 태원의 목에 감기고, 태원의 두 손은 기훈의 잠옷을 벗기느라 분주하다.
그렇게 서두르는 듯 시작한 섹스는 천천히 그리고 감미롭게 바뀌어간다.
"으음...태원아...아앗...하....아..."
"큿..예뻐..."
"당연하지!!...흐읏...너무 움직이지마. 넌 안 피곤해도 난 피곤해."
"쳇, 이제 명령을 하는군..."
"그래서 싫어?"
"그럴리가."
"으와앗!! 어떻게 해!!"
당황을 했는지 얼른 옆에 누운 태원이를 흔들어 깨운 기훈이는 영문을 모른 채
눈을 뜨는 태원이에게 다급한 음성으로 말한다.
"이러다 콘서트 시간 늦겠어. 빨리 일어나서 준비해."
"무슨 콘서트?"
"정욱이 바이올린....으왓!"
기훈이 말을 하는 중간에 태원의 손이 기훈의 허리를 확 채어간다. 놀라서 비명을
질러버린 기훈은 태원이의 머리를 한대 때려주며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당장 일어나."
"으으...귀찮게...."
기훈은 느릿느릿 일어나는 태원을 뒤로 한 채 분주하게 준비를 한다.
그런 기훈의 모습에 태원이 누운 채로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곧 수건을 집어 던지며
'얼른 씻고와.'라는 기훈의 명령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고 만다.
그래도 그대로 갈 수는 없는지 침대에 앉은 태원이 기훈을 빤히 보며 묻는다.
"기훈아 굿모닝 키스는."
"할 시간 없어."
"으으...너 진짜 나 좋아하는거 맞냐?"
태원의 불만에 기훈은 피식 웃으며 태원이에게 다가가 그의 이마에 살짝 키스한다.
그리고 태원의 복을 '톡- 톡-' 두드리고 말한다.
"굿모닝 키스를 안해도 내가 곰탱이를 사랑하는거 알잖아?"
"알지."
"그럼 빨리 준비해."
그렇게 자신을 살짝 놀리고 다시 준비에 바빠지는 기훈의 모습에 태원은 불만인지
'어젯밤에는 정말 좋았는데...아침부터 너무하네'라고 중얼거리고 욕실로 들어간다.
그래도 기훈의 행동이 싫지는 않았는지 볼을 쓰다듬고는 들어가다가 변태 아저씨마냥
기훈의 엉덩이를 슬쩍 만지는 것도 잊지 않는다.
"조 태원!!"
"에헤헤...빨리 씻을게..."
그렇게 언제나처럼 아침을 함께 맞이하고 늘 행복한 둘은 아직도 앞으로 정진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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