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군을 제대하면 어떻게 하나?
"왜 키스를 하냐니? 그럼 애인인데 그 정도도 하면 안 된다는거야? 너희들이
방해만 안 했으면 그런 것보다...읍!!"
이게 또 무슨 소리를 해서 내 쪽을 팔려고...
나는 황급히 태원이의 입을 막고 어색한 미소를 지어야 했다.
"그냥 방금 들은 말은 잊어라."
나의 말에 눈까리는 대충 눈치를 챘는지 '예.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데 이놈의
택택이는 아직도 뭐가 뭔지 난감한지 횡설수설하다가 또 아픈데를 찌른다.
"왜 남자끼린데 애인입니까?!"
그의 질문에 나는 '글세...'라는 허무한 대답을 해버렸다.
나의 대답에 그는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아주 사람 속을 찔러서
비틀기까지 하는 소리를 서슴없이 내 뱉는다.
"두분이 호모십니까?!"
아아아...결국 말해버리는구나....
일단 원래는 여자가 좋았지만 이 놈이랑 어떻게 눈 맞아 버려서 좋아하게 됬으니까
호모가 되는건가?! 아니면 이 놈만 좋아하고 다른 사내 놈은 관심 없으니까..아닌가?
아무래도 다른 여성에게 성욕이 일어나니까...호모는 아닌거야!!
아니지...호모가 아니면 남자랑 사귈리가 없잖아.
"아...마도..."
결국 나온 결론을 말로 내뱉자 그의 표정이 이상하게 변한다.
아주 궁금한 듯한 그리고 매우 진지한 눈으로 나를 보며 진중히 말한다.
"진짜로요?"
"응. 그렇지..."
나의 대답에 그는 잠시 후 나를 처다보며 말한다.
그 말에 나는 이 놈이 진짜 모르고 하는 소리인지 아니면 알고 놀리는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하는 시간을 가졌다.
무슨 놈의...성인이 저 따위 소리를 하는건가...
"호모 되면 거시기가 썩어서 떨어진다는데...진짭니까?"
......어이 없음.
그러면 지금 내 거시기가 썩어서 떨어졌는지 안 떨어졌는지가 궁금하다..이거냐?!
녀석의 눈이 내 것이 있는 곳으로 가 있는 것으로 보아...진짜 궁금한 모양이다.
세상에 남자 좋아하면 거시기가 썩어 떨어진다면 호모가 있을까?
말도 안되는 소리에 대답도 못하고 있는데 녀석이 그것을 긍정으로 착각했는지
마치 지가 고통을 당하는 표정으로 몹시 괴롭게 나를 처다본다.
진짜 황당무계해서 심정을 담아 처다보고 있다가 문득 옆에 앉은 눈까리를 보니
딱 황당무계의 심정을 느끼는 그런 표정이고 태원이 마저 넋을 잃은 표정이다.
"떨어질 때 많이 아픕니까?"
".......아...하하..."
그렇게 아닌 밤에 성교육 시간이 벌어지고, 태원이와 눈까리는 상식이 한줌도 없는
택택이에게 하루 종일 쪽팔린 성교육을 시켜야 했다.
그 쪽팔린 사태에 듣고 있기 민망한 단어들에 기분이 나빠진 나는 안에 들어가서
잠이나 청했고, 다음날 아침에 태원이가 나를 깨우기 전까지 푹 잠들 수 있었다.
징그러운 것들......
몇 일 남지 않은 제대의 날.
이제는 낙엽도 조심해야 하는 말년 병장이다.
조금 있으면 제대한다고 정욱이를 노리는 시선들이 꽤나 많다.
원한을 곳곳에서 지고 다녔던 모양이다. 곧 사회에 나간다고 즐거워 하고 있는
병장들이지만 시간이 안 간다고 억지를 부리는 놈들이 태반이다.
나도 곧 밖으로 나간다는 생각에 조금 두근두근하다.
태원이도 말은 안 해도 기대하는 눈치이다. 그렇게 제대까지 3일 남은 저녁.
저녁을 먹고 반가운 휴식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득 든 궁금증에 태원이에게 질문했다.
"나가면 뭐 할거야?"
"뭐하기는 너랑 잘 먹고 잘 살아야지."
"에....?
"에?라니 그럼 나가서 뭘 할 생각이었는데...?
그러고보니....
군에 있을 때야 언제나 함께였고, 휴가로 나갔을 때도 일주일이라서 가볍게 생각했지만.
군을 나갔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나를 찾아온 고민거리에 고민하는 나의 모습에 태원이가 불만어린 표정을 짓는다.
"뭐야?! 왜 고민하는데?"
"왜...냐니? 나가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안돼?"
"뭘 고민해. 그냥 내 집에서 같이 살면 되잖아."
곰이라 그런지 역시 뇌 용량이 없다. 저렇게 간단한 결론이라니...
세상일은 곰의 아이큐가 생각하는데로 풀릴정도로 간단하지가 않단다...애야;
나는 천천히 내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를 들려 주었다.
"네 말처럼 간단하면 좋겠는데... 나는 휴학하고 온 몸이라 대학에도 복학해야하고,
대학 졸업하면 직장을 다녀야지. 그리고 그 무서운 집에서 평생을 사는 건 좀 그렇다..;"
"휴학했어?"
"응."
"그 대학 꼭 가야 돼?"
"응. 졸업은 해야지."
나의 대답에 시무룩해진다. 그리고 잠시 후 뭔가 명답을 찾았는지 씨익 웃는다.
그리고 아주 자신만만하고 당당하게 그 명안을 내 놓는다.
"그럼 내가 집 나와서 네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서 같이 살면 되겠네."
"...아하하...정말 그럴거야?"
너무나도 쉽게 진로를 정하는 모습에 그래도 될까? 하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걱정하며 물었더니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이걸 대체 어떻게 받아들이면 좋을까나...하고 생각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말이야 쉽지만...진짜 그러려면 돈문제도 그렇고....전에 봤던 집을 생각하니 갑자기
돈 문제가 생각 안난다. 서울에 그런 넓은 집을 지을 정도니까....
그렇다고 해도...태원이의 직업도 그렇고....
그러고보니까..태원이의 꿈은 모르는구나.
"넌 뭐 할거야?"
"너랑 알콩달콩..."
"그게 아니라. 직업말이야."
"형을 도와서 사업해야지."
"사업? 어떤거?"
"전에 편지 보니까. 건설 쪽을 맡으라던데...업소도 몇 개 관리하고..."
업소...; 건설....; 뭔가 연결이 안되지만 중간에 '조직폭력배'라는 단어를 넣으니까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는 이유는 뭘까....? 그래..그렇구나.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는 뭘 할까 생각해 보았다.
대학에서 배우는 특기를 살려서 직업을 구할까...? 하고 생각하는데
태원이가 나를 처다보며 입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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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기훈이는 뭐 할건데?"
"아아...대학에 전공을 살려보려고..."
나의 말에 '응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빚내고 묻는다.
나에 대한 것에 한하면 저런 눈이 된다는 게 기쁘다.
태원이도 나를 알아가는게 내가 태원이를 알아갈 때처럼 즐거울까?
"근데 무슨 대학 다녀?"
태원이의 질문에 나는 싱긋이 웃으며 말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