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국방부의 시계도 간다!
"충성! 이병 김 준경! 2007년 12월 13일 이부대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군기가 빠릿빠릿하게 잡혀 있는 새파란 이등병들이 긴장한 표정을 하고 주르륵 서 있다.
그런 그들을 슥- 흝어보면 애들이 다들 기가 죽어서 눈을 내리깐다.
그렇게 모두가 절도 있는 목소리로 우리에게 신고를 한다. 음홧홧...이건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다음. 인사해."
정욱이의 말에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얼른 입을 연다. 많이 긴장했는지 목소리도 덜덜 떨리고 있다.
녀석은 그렇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일어간다.
"추...충성! 이,이변! 아니..이병... 가...강운 태,택...!"
그의 인사에 정욱이는 못보겠다는 표정으로 혀를 차다가 녀석을 부른다.
매번 받고 있는 신병인사지만 이건 정말 매번 재미있다.
"야야야야!!"
"네...네?! 저 말입니까?"
"그래. 너 이름이 가강운태택이냐?! 똑바로 인사 못해?"
정욱이의 놀림에 운택이라는 남자의 얼굴이 뻘겋게 물들어 간다. 주위의 동기들은
저 쪽에 서 있는 모의 심정을 100분의 1도 이해 안해주고 낄낄거리며 웃느라 바쁘다.
"죄...죄송합니다."
그는 얼른 사죄하고 그런 그를 보며 정욱이가 얼른 말을 꺼낸다.
"다시 읊어봐."
"네, 넵! 추...충성! 이병! 강운태택...! 2007년..."
"야야야...고만 태택거려. 너 그냥 머리 박어라. 옆에."
보다 못한 정욱이의 말에 옆의 서 있는 남자가 입을 연다.
옆에 있는 놈은 기개도 있고 골격도 있고, 운동 꽤나 한 것 같은 분위기이다.
그걸 믿는건지 어깨 딱 펴고 인삿말을 아주 건방지고 단정하게 꺼낸다.
"충성! 이병 유 수현! 2007년 12월 13일 이부대로 전입을 명 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정욱이는 그런 녀석이 불만스러운지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데 녀석이 먼저
껀수를 만들어 준다. 옆의 대가리박아를 하고 있는 녀석을 흘끔보며 말을 꺼낸 것이다.
"긴장해서 말을 조금 더듬은 것 가지고 그러는 것은 잘 못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정욱이는 잘 걸렸다는 표정으로 누워있던 몸을 일으켜 앉히고 수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남자를 보며 깐죽거리면서 말한다. 완전히 한대 칠 기세인데
저러다 한대 맞으면 어쩌려고 배짱을 내미는 것인지 알 수가 없구만...
"원래 위에서 하라고하면 이유없이도 박아야 되는게 군대야...어디 신삥이
하늘같은 병장한테 개기고 지랄이야."
그건 정욱이 말이 맞다. 여기는 군대고 이제 제대까지도 한달하고 조금밖에 안 남은
우리는 막가파 말년병장이다. 저것들은 이제 훈련장에서 교육 좀 받고 들어온 신삥들....
저 부리부리한 눈빛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저 놈 눈은 다른 놈들에 비해 좀 비약적으로 만이 부리부리하군.
"그래도 타당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하?! 웃기는 꼴통 하나가 들어왔구만. 너 대가리 박어."
"박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대답에 정욱이는 발끈했는지 일어섰다. 그리고 아직도 눈알에 힘을 풀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수현이라는 남자에게 뭐라고 말한다.
"너 말이야! 어디서 고참한테 눈알을 부라리고...반항하는거야?! 이제 조금
더 있으면 아주 한대 치겠다...치겠어?"
정욱이의 말에 그는 딱딱한 목소리로 말한다. 게다가 아예 옆에 대가기를 박고 있는
운택이까지 일으켜 세운다. 거 참 간땡이가 부은 재미있는 시츄에이션이네.
"폭력은 좋아하지 않지만, 필요할 때는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수현이의 모습에 정욱이 놈이 튕기던 배짱을 어디다
팔아먹었는지 쪼로록 달려와서 내 뒤에 숨는다. 대체 왜 하필이면 내 뒤에 숨은 것일까
그는 내 쪽까지 와서 나를 내려다 본다. 키차이에 저 놈은 서 있고, 나는 앉아 있는
포즈 차이로 올려다 보자니 목이 좀 많이 아프다.
나는 다가온 녀석에게 말을 던졌다.
"뭐냐? 정말..."
"저는 타당하지 못한 것을 타당하다고 했을 뿐입니다."
"군대에서는 그런 논리는 안 통한다. 돌아가."
나의 말에 그는 여전히 지키고 서 있다. 진짜로 한대 칠 기색이네...하고 처다보고 있으려니
'달칵'하는 소리와 함게 문이 열린다. 그리고 태원이가 손에 초코파이와 초코바를 들고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더니 지금의 상황을 처다본다.
그런 태원이의 모습에 정욱이는 냉큼 지금의 사태를 태원이에게 일러바친다.
저런 야비한 놈...; 폭력 앞에 배포가 없기는 하지만 저건 남자도 아니다 정말....;
"태원이 형. 신삥이 개겨. 봐! 지금 기훈이 형 때리려는거."
네가 맞으면 맞아야지 내가 왜 맞냐?!
정말 웬수가 따로 없는 놈이 고주알 미주알 일러바치고 있는 사이 당당히 선 놈은
태원이를 보고도 눈을 부라린다.
"거 참...군에서 이런 일도 다 있네."
태원이는 웃기다는 듯이 무시하며 내 쪽으로 와서 녀석을 손으로 툭 밀어낸다.
툭 하고 밀어 냈음에도 녀석은 뒤로 한걸음 물러선다. 그런 녀석에게 눈길 한번
안 주고 내 옆에 털썩 앉은 태원이는 내게 초코바와 초코파이를 내민다.
"자. 사왔다."
"오...고맙워. 역시 태원이 너 뿐이다."
"쿡, 우유도 마셔가면서 먹어."
우유까지 내미는 모습에 나는 풋 하고 웃으며 우유를 받아 들었고, 그러자 태원이가
벌떡 일어선다. 그리고 수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신삥의 바로 앞에 선다.
태원이보다 조금 작은 녀석이라 고개를 숙이거나 올리지 않아도 쉽게 시선이 마주친다.
눈이 마주치자마자 태원이는 짧게 묻는다.
"정말로 쟤를 칠려고 했냐?"
태원이는 나를 가리키는데 내 옆으로 와서 초코파이를 달라고 말하는 정욱이를
가리키는 것으로 착각했는지 수현이는 똑똑하지 못하게도 태원이의 말에 긍정한다.
"말이 안되는 처사에 폭력이 필요할 때도 있다고 했을 뿐입니다."
"주먹 잘쓰냐?"
"사회 있을 때, 운동 좀 했습니다."
"맞아도 징징거리거나 하지는 않을거지?"
"당연합니다."
수현이라는 남자의 긍정이 떨어지기 무섭게 태원이는 피식 웃더니 재밌다는 시선으로
그를 훑어보더니 그래도 주먹을 날린다. 에고...큰일났다.
'빡-'하는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녀석이 뒤로 넘어간다. 그렇게 쓰러진 녀석을
그래도 발로 차버린 태원이는 '상대를 잘 못 골랐다.'라는 짧은 한마디를 한다.
그렇게 그 뒤로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태원이 덕분에 어영부영 일어선 녀석은
정말로 운동 좀 했는지 감히 태원이 얼굴에 주먹을 날려온다.
그렇게 충분히 피할 수 있어 보였음에도 태원이는 그대로 얻어 맞고 멀쩡한 얼굴로
바닥에 침을 탁 뱉고 다시 주먹을 날린다. 에고에고....애 잡겠다...;
저렇게 둘이 치고박는...아니...하나가 하나를 구타하는 사이에 정작 원인인 정욱이는
내 초코파이를 탐내는 눈으로 나를 보며 하나만 달라고 애원한다.
아무튼 말썽이 끊이지를 않는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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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모두 연병장에 모여있지만, 다들 표정은 가지 각색이다.
호기심과 재미가 옅보이는 구경꾼들과 죽어나는 고통스러운 표정이 가득한 신삥들,
제일 신나 있는 정욱이. 그리고 무뚝뚝한 표정의 태원이.
"똑바로 못해?! 거기 뒤쳐지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