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흔들리는 놀이기구.
여자들의 눈이 커져있다. 굉장히 미묘한 표정이지만 뭔가 기쁜 듯한 눈치가 보인다.
눈 앞에서 남자끼리 키스를 했는데 기뻐하는 듯한 표정이라니....어의없군.
정말로 범퍼카를 타고 싶었는데...애써 20분이나 넘게 기다렸는데....
이제 조금만 더 기다리며 탈 수 있었는데.....쪽팔려서 이 곳에 있고 싶지가 않다.
"역시 회전목마나 타러가자."
나는 태건이를 안고 일어섰다. 그런 나의 행동에 태원이는 아주아주 뻔뻔하게도
'조금만 더 기다리며 되는데? 타고 가자' 따위의 말을 한다.
바로 뒷 사람들을 제외하면 뒷 사람들은 못 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옆의 사람들에
앞에서 우리쪽을 보던 사람들에 줄이 가까워져서 보인 직원들의 시선을 어떻게
받으면서 저걸 탈 생각을 하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가자면 가."
나의 말에 태원이는 불만인지 투덜거리며 내 뒤를 따라온다.
내가 먹던 딸기 아이스크림을 받아 든 태건이는 아이스크림쪽이 더욱 좋았는지
나오는 순간까지는 아무 말도 없었다.
"저거 탈까?"
결국 빙 둘러보다가 나온 것은 '관람차'
밤이 아니라서 줄도 별로 없고 간간히 커플들이 타는 모습 밖에 안보인다.
나의 말에 태건이는 '싫어'라고 대답하고 저건 연인으로 밤에 탈거야! 라고 고집을 부린다.
딴거 타자고 억지를 부리는 태원이의 모습에 결국 머리를 쥐어박고 끌고 가서
관람차에 올라탔다. 직원이 이상한 눈치를 보였지만 이제 탈 것도 별로 없어서
그냥 타기로 했다. 그렇게 관람차가 움직였고, 태건이는 높은 곳에 올라가자마자
무섭지도 않은지 신기한 건지 창문에 딱 달라 붙어 밖만 처다본다.
"이건 밤에 타야 제 맛인데...."
"잘났다."
"쳇, 이렇게 느리게 움직이는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데...."
"난 그 많은 행동 중에 하나도 해 줄 생각 없으니까, 꿈 깨셔."
나는 단호하게 말을 마치고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역시 생각대로 높다.
높은 곳은 좀 무서울만도한데 태건이는 용케도 아래를 처다보고 있다.
역시 보통애가 아니었어....
"예쁘다."
"그러게."
밤이 아니라고 충분히 예쁜 풍경에 긍정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는데 태원이 놈이 아니라는
듯이 말하고는 느끼하기 짝이 없는 말을 뱉아 낸다.
"네 옆보습이 예쁘다고. 키스하고 싶어질 정도로."
"아까 그걸로 좀 참아주라."
그렇게 말다툼을 하다가 한바퀴가 돌아간 관람차에서 내린 우리는 몇몇 놀이기구들은 횡단했다.
거의가 바이킹이니 청룡열차니 하지만 아동용 놀이기구였고, 그게 시시한지 태건이는
불만인표정을 지어보인다. 그런 태건이를 안고 비행기 모형의 기구를 위로 아래로 조종해서
날아다니는 것을 탄 것은 정말로 잘 한 짓이었다.
그것을 타고는 싱글벙글로 웃으며 무려 일곱번이나 더 탔고 다람쥐 통에서 복부를 죄이는
고통을 받고, 빙글 빙글 돌아가는 덕분에 어지럼증도 느껴야 했다.
뒤에는 이상한 곳을 돌아다니는 놀이기구에 같이 들어갔고, 좁아서 내내 허리를 굽히고
다녀야 했지만 태건이는 만족인 듯 했다. 물론! 태원이는 죽어도 안타겠다고 버텨서
밖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물보라가 튀는 열차에 요트까지 타고 사파리 공원까지 버스로 한바퀴를 쭈욱 돌고 난 우리는
어느새 재미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렇게 끝에 도착한 것은 타가다 원반형의 놀이기구에
의자가 잔뜩 있고, 조종하는 사람이 재미있는 문구를 날리며 원반을 마구잡이로 돌리고
흔드는 놀이기구. 안타깝게도 애는 못타서 태건이는 안전한 곳에 놔 두고 나와 태원이만
놀이기구에 올라탔다. 그리고 좌석을 잡아서 앉은 나는 범퍼카에서 만났던 여성 셋을 만날 수 있었다.
"어머...아까..."
"아하하..."
그녀들은 태원이 때문인지 뭐라 하지는 않고 서로서로 꺄꺅거린다. 그러는 사이 '푸쉬-'하는
김빠지는 소리와 함께 타가다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타가다를 찾아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금부터 타가다가 움직이오니 옆의 손잡이를 꼬옥 잡아주시고 옆의 애인도 꼬옥 잡아 주세요.」
재치있는 남자의 말과 함께 타가다는 가볍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시작하는 것이
이 놀이기구의 정석이다. 그렇게 천천히 움직이던 놀이기구가 덜컹거리기 시작했을 때
나는 타가다 운영자의 말 덕분에 여자들 옆에 앉은 것을 반쯤 후회해야 했다.
「어라...여자분 안 떨어지네...그래도 치마를 입고 타셨는데 들쒀봐야겠죠~」
계속 내 쪽이 위로 되서 덜컹거리는 타가다 탓에 떨어질 것만 같다. 그렇게 흔들이는
타가다에서 두손에 힘을 꽉 주고 봉을 잡고 여자들의 상태를 보고 있으려니 격렬한 움직임
탓인지 운영자의 말에 치마가 신경쓰여서 한손으로 치마를 가려서 그런건지 태원이 옆에
앉아 있는 여자애 하나가 툭 하고 떨어진다.
「어라? 애인 아니었어? 왜 여자친구가 떨어지는데 안잡나?...매정하네.」
그의 말에 태원이 나를 보며 '나한테 그러는거냐?' 라고 묻는다.
떨어진게 옆의 여자니까 당연히 너지. 라고 대답해주고 싶지만 나는 그다지 여건이 되지
않는지라 고개만 끄덕여 주었다. 그리고 여자 하나가 떨어졌다고 방심해버린 탓인지
손이 미끌하며 내 몸이 기울어진다.
'으와앗.....!!'
눈을 감아버렸는데 허리에 익숙한 팔이 감겨 온다.
그렇게 확 하고 도로 딸려간 나는 눈을 떴을 때 태원이의 팔에 허리가 감긴 채 안겨 있었다.
꽤나 심하게 흔들어 대는데 태원이는 한손으로 봉을 잡고 나를 한손으로 잡은 채 전혀 안 움직인다.
나를 잡고 버티는 태원이의 모습에 운영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우와...뭡니까?! 이게.... 여자분은 날아가고 옆의 남자분을 구하다니...너무하죠?!
그럼 아까 그 여성분의 복수를 위해서라도 더 흔들어야 하죠?」
".....저 녀석 아까 애인을 잡아 주라고 하지 않았나?"
태원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나를 보며 말한다. 이렇게 흔들리는데 나를 잡고도
한손으로 여유가 흘러 넘친다. 진짜 구조가 알고 싶어진다.
"그랬지 싶다."
나와 태원이의 대화하는 모습에 약이 오른건지 아니면 태원이의 꿈쩍도 안하는 여유가
마음에 안드는 것인지 운영자는 계속 흔들어 재끼다가 딱 하고 멈추더니 말한다.
「자. 아까 여성분 다시 자리로 뛰어 올라가세요. 이러다가 애인을 남자한테 뺏기겠습니다.
거기 잘생긴 남자분 사실은 잡고 있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보다 마음에 든거 아닙니까?」
"이 쪽이 애인..."
나는 다급히 녀석의 입을 막고 운영자가 있는 박스 쪽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멈춰있는 사이 얼른 나도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런 나와 여성을 확인했는지 한바퀴 돌려서 이번에는 밑으로 간다.
그렇게 밑에 도착해서 그나마 여유를 부리고 있는데 위에서는 난리도 아니다.
위 쪽은 허약한 여자 투성이었는지 한꺼번에 여자 넷이 우수수 떨어져서 이리로 굴러온다.
그렇게 여자들이 굴러오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쓰고 왜 자신의 입을 막았냐고 물어오는
태원이를 보며 속으로 혀를 차며 내려오는 여자들을 잡아서 빈자리에 앉혀 주었다.
"뭐해?"
"인명 구조?"
"하지마. 기분나뻐."
"...쿡. 질투하냐?"
"응."
....역시 곰이라 그런지 솔직하군.
귀여워서 부비부비라도 해주려는데 다시 확 하고 돌아간다. 우리 때는 엄청 흔들어 재끼더니
저 쪽은 비해서 짧게 끝난다. 운영자는 오기에 찬 목소리로 말한다.
비록 기계음이었지만 억양이 딱 그랬다.
「제가 오늘 저 남자분을 못 떨어뜨리면 아까 떨어뜨린 여성분에게 죄송해서 오늘 집에
못 갑니다!! 못하면 아까 잡아준 남자라도 떨어 뜨린다!! 그럼 엄청 흔들어 볼까요?」
또 다시 획획 흔들리는 통에 정신이 없다. 부비부비해주려고 손을 꺼낸게 후회된다.
다시 날아가려는 몸에 급한대로 한손으로 태원이의 목을 잡았다. 그 순간 봉을 잡고 있던
손도 무방비 상태. 에라 모르겠다 하고 태원이의 목을 확 하고 끌어 안았다.
그런 나의 행동에 태원이도 손을 뻗어서 내 허리에 감는다.
「우와... 커플 달성인가요? 이제는 옆의 남자분이 아주 안깁니다 안겨!!」
니가 안 흔들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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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쪽이란 쪽은 다 팔고 타가다에서 내려야 했다.
운영자는 끝내 타가다로 태원이를 떨어뜨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지 모두가
나가는 순간에도 농담을 던져 온다.
「이럴수가. 제가 금단의 커플을 만들고 떨어뜨리는 일은 못하게 되는군요.
여성분께 죄송해서 고개가 안들어집니다...안들어 져. 오늘은 집에 못가게 생겼어요.
내리시는 문은 양쪽입니다. 조심해서 내려주시고, 안녕히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