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화. 요란하기 짝이 없는 아침.
"에헤헤...응! 기훈아! 굿모닝 키스하자."
"아침부터 찝찝하게 그런거 할 생각 없어. 난 씻으러 갈거니까. 넌 애나 깨워."
나의 의사를 짧게 전달한 나는 벌떡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순간적으로 상쾌한 공기가 폐속을 스며든다. 역시 아침이란 단순간이지만 기분 좋다.
그렇게 아침의 기쁨을 만끽하다가 다시 뒤를 돌아보니 이제 태원이의 가슴을
쪼물딱거리는 태건이의 머리를 잡아 흔들고 있는 태원이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보자 마자 뒷골이 땡긴다........그래......못 본걸로 하자.
그냥 씻으러 가자! 라고 결심하고 주위를 둘러보니....나는 욕실이 어딘지 모른다.
옆을 슬쩍 보니 똑같이 생긴 방문들이 뜨문 뜨문하게 그리고 쫘악 늘어서 있다.
결국 태원이 쪽을 처다보며 짧게 물었다.
"태원아 욕실이 대체 어디야?"
"욕실은 이쪽. 방마다 딸려 있어."
미처 못 봤는데 방 안쪽에 딸려 있는 문들이 몇 개 보인다. 나란 인간은 왜 저걸
못 봤을까?! 진작 좀 말해주지 쪽팔리게. 돌아서 태원이가 가리킨 문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욕실문을 열고 다시 뒤로 돌아보니 머리를 흔들던 손을 치운 태원이는
이제 태건이의 볼을 잡아당기고 있다.......저러다 애 잡겠군.
"살살해라."
"응."
가벼운 경고를 하고 안으로 들어가서 두리번거리다가 또 나와야 했다.
세면대에 서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러고보니까 나는 칫솔이 없었다.
결국 태원이의 도움을 받아서 새 칫솔을 받아든 나는 양치를 마치고 세면을 한 후
밖으로 나갔다. 이제 막 깬듯 비몽사몽인 눈을 해서 양 손으로 볼이 아픈지
매만지고 있는 태건이의 모습이 보인다.
"일어났네...잘잤어?"
"응. 얼굴이 좀 아프지만..."
태건이의 말에 괜히 내가 찔린다. 태원이는 전혀 잘못한게 없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회피한다. 저게 어른이라고...쯧쯧....이러니까, 애가 보고 배우는게 없지.
나는 애를 일으켜서 데리고 세면대로 갔다. 그리고 또 애가 칫솔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런 사실에 태건이는 아주 똑똑하게도 어디로 가서 새 칫솔을 들고 온다.
그리고 내가 시키지도 않아도 척척 잘만 씻는다.
"잘하네."
"당연하지. 내가 애도 아니고..."
차마 '넌 애야.'라는 말을 못하고 멋적게 웃는 나를 본 그는 흥! 하는 소리를 내고 밖으로 나간다.
그런 태건의 모습을 본 태원이 내 쪽으로 쪼로록 뛰어 와서 내 목을 끌어 안는다.
이 곰탱이가 이번에는 뭐 때문에 발동이 걸린 걸까?!
"나도 씻겨줘."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니가 씻어."
"칫, 태건이는 씻겨주려고 해 놓고."
"니가 애냐?"
"응!!"
.....애와 어른의 정신세계에 대하여 심각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며 태원이의 얼굴을
밀어내고 욕실 밖으로 나갔다. 태원이는 여전히 불만어린 목소리로 투덜대며 양치를 한다.
양치를 하면서도 투덜거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옷을 갈아 입은 나는 여전히 뿔퉁하게
앉아 있는 태건이에게 말을 걸었다.
"태건아...같이 놀러갈래?"
"어...어디?"
"음....유원지?"
"칫, 유치하게...아무튼 가슴이 밋밋하면 그런거 밖에 생각을 못한다니까..."
그래 그런거 밖에 생각 못해서 더럽게 미안하다.
정말 가슴에 집착을 하는 꼬맹이를 노려봐주고 뭐하는 짓이냐 싶어서 속으로 한숨을 쉰 후
태건이를 보며 물었다.
"그러냐?....어쨌든 갈거야? 말거야?"
"흥, 별로 가고 싶지는 않지만...그렇게 원한다면 가주지."
"그래...그래라."
"응. 그럼 나 준비하고 올게."
태건이는 꽤나 즐거운 듯한 얼굴로 방에서 뛰어나가버린다.
그렇게 나가는 태건이의 뒷모습과 함께 커다랗고 무거운게 나를 뒤에서 끌어 안으며
기대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귓가에 느껴지는 숨결과 들려오는 목소리.
"이제 애도 없으니까 굿모닝 키스."
"끈질기군."
나는 살짝 고개를 돌려주었고, 태원이 놈이 내 입술을 덥친다.
정말 굶주렸는지 입술을 집어 삼킬 듯한 키스가 이어지고, 길게 갈 것 같았던 키스는
이윽고 끝이 나야 했다.
"흠흠...."
.....문쪽에서 들려온 기침소리에 나는 얼른 태원이의 얼굴을 치우고 문쪽을 처다보았다.
그곳에는 눈코입의 신비로운 조화로 만들어진 인간이 서서 태원이의 눈치를 본다.
태원이는 키스에 방해를 받은 것이 불만인지 그 남자를 노려본다.
"뭐야?"
"저기...희건이 성님께서..."
"형이 뭐?"
"잠시 좀 와달라고 전하라고 하셨습니다요."
"알았으니까, 가봐."
인상을 팍 쓰는 태원이의 모습에 죄송합니다. 라는 인사를 하고 두두두 달아나는 남자를
보며 또 안 좋은 꼴을 들켰다는 생각에 좌절해야 했다. 그렇게 남자가 나가버리자 태원이는
다시 발동이 걸렸는지 나를 재촉한다. 아아...못살아 정말.
"형이 부른다네."
"좀 있다가 가도 돼."
"지금 가."
나의 말에 그는 또 불만인 표정을 짓는다. 그런 태원이의 볼에 쪽하고 키스해주고 태원이가
팔에 힘을 주기전에 얼른 그 곳에서 빠져나왔다. 그러기 무서운 타이밍으로 숨소리가 거칠어진
태건이가 문 앞에 서 있다.
"빨리 가자."
".........아침은 먹고 가야지."
그렇게 부른다는 말을 쌩깐 태원이는 나온 아침을 함께 먹고 나와 태건이를 끌고 형이 불렀다는
곳으로 간다. 그렇게 방을 몇개나 지나서 도착한 방문을 열어 젖힌 나는 엉망진창인 방의 꼴과
불이 붙지 않은 담배를 입에 물고 엎드려서 머리를 쓸어올리는 이불을 덮어 확신을 할 수는 없지만
맨몸의 남자를 보며 어이를 잃어야 했다. 자...잘못 된 타이밍에 들어온 것일까?!
남자의 반응으로 보아 잘못 된 타이밍은 아닌 모양이었다.
"부른지가 언젠데 이제 오냐?! 애까지 데리고..."
"왜 불렀는지나 말해. 꼴은 또 그게 뭐야?"
"어제 한바탕했거든. 처녀라서 그런지 반항이 심하더군."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팔을 들어올리는 희건씨의 팔에는 뚜렷한 이빨자국이 시퍼런 멍자국으로
남아 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슬쩍 시선을 돌리니 그의 옆에 누워 있는 검은 머리가 보인다.
이 요란하게 어질어진 방도 어제의 흔적인 걸까?
"처녀였어? 아무리 그래도 요란하게도 했네...왜 불렀는지나 말해."
"오늘 하루만 애 좀 데리고 있어라. 나는 신혼을 만끽해야 해서."
"신혼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내가 왜 형 애를 맡아?! 나도 신혼여행이야."
태원이의 말에 태건이가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다. 오늘 유원지 데려가기로 약속했는데...태원이가
처음부터 초를 치는 것이 불만인 듯 하다. 나는 얼른 태원이의 입을 막고 희건씨에게 말했다.
"저희가 맡을게요. 그..그럼..."
나는 눈이 커진 태원이를 끌고 웃으면서 손을 까닥거리는 희건씨를 뒤로 하고 방을 빠져나왔다.
얼른 문을 닫고 숨을 진정시킨 나는 화끈해지려는 얼굴을 진정시키고 태원이의 입을 놓아주었다.
그러기 무섭게 태원이가 사나운 표정으로 달라든다.
"얘를 왜 내가 맡아?!"
"대신 두 번해줄게!"
"......하루만 맡는거야."
"응."
.....의지도 박약한 우리의 곰탱이는 단 1초만에 성욕에게 지고 대답을 내뱉는다.
========================================================================================
"우와아....진짜 유원지네."
태건이가 입이 함지박만큼 벌어져서 유원지를 둘러본다.
그래도 유원지 중에서 제일 크고 탈 것이 많다는 곳에 왔는데.....
솔직히 애들이 탈만한 건 회전목마정도 밖에 생각이 안난다.
잔뜩 기대를 머금고 주위를 둘러보는 태건이의 모습에 그래도 만족은 한다.
뭐, 여전히 불만에 시달리며 투덜거리는 곰탱이가 있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