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화. 가슴에 환장한 꼬맹이.
태건이의 말에 태원이는 쯧쯧하고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젓더니 태원이의
시선을 맞추기 위해 쪼그려 앉아 태건이를 처다보며 말한다.
"넌 아직 어려서 뭔가를 몰라. 세상에 가슴이 다가 아니란다."
"그래도 큰쪽이 만지면 말랑 말랑해서 기분이 좋은데....거길 만지면
반응하는 것도 재밌고...."
"그러니까, 니가 아직 어리다는 거야! 밋밋해도 니가 이 때동안 안은
여자들 보다 기훈이가 백배는....켁!"
"아앗!"
결국 듣다 듣다 못해서 주먹이 올라가버린다. 완전 음란패설에 가까운 조카교육과
삐뚫어진 조카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서는 사랑의 매가 최고다.
그렇게 한대씩 쥐어박힌 둘은 나를 처다본다.
하나는 억울하다는 눈빛을 한가득 담아서 불쌍하게 보일 정도로 기가 죽은 곰탱이.
그리고 또 하나는 사납게 눈길을 올리고 입을 삐죽 내어 놓고 노려보는 고양이새끼.
그런 둘의 반응에 나는 때린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아주 차분히!
"태원아. 너 죽을래?! 애한테 하는 소리가 그게 뭐야? 그리고 너 꼬맹이 주제에
그런걸 말하는게 아니야!! 7살짜리가...."
"흥! 누가 꼬맹이라는거야?! 감히 나를 때려 놓고 하는 말이 겨우 그거야?"
"뭐?! 널 대체 누가 키웠는지 모르겠지만...참...애 성격 베려놨다. 어따대고
어른한테 반말이야?! 누가 그렇게 가르치데? 일곱살짜리가 안 좋은 것만 배워서"
"말끝마다 일곱살 일곱살 하는데 너는 몇살이야?! 이 밋밋한 가슴아!!"
...미...밋밋한 가슴?!
남잔데 당연히 가슴이 밋밋해야지...그럼 여자처럼 나와 있어야 한단 말인가?
당연한 걸로 놀림을 받으니 충격이 두배다. 뭐 이런 꼬맹이가 다 있는지.
"난 스물 네살이다!!"
"나이 많아서 좋겠네. 그걸 자랑이라고 하냐?"
"니가 물어 봤잖아?"
"어...이제 일곱살한테 죄를 덥어 씌우네... 역시 가슴이 밋밋할 때부터 알아봤어."
저...저...저런 싸가지가....
게다가 왜 아까부터 가슴가지고 시비인가?! 이 가슴 집착증 환자같은 꼬맹이...
나는 꼬맹이를 노려보다가 분해서 한대 더 쥐어박았다. 그런 나의 모습에
태원이가 나를 달래려 든다.
"기훈아 니가 참아라....쟤가 형을 닮아서 저래."
"흥! 삼촌은 왜 그런 사람 앞에서 빌빌거리는거야! 그런 애는 버리고 가슴이.."
태건이의 말에 이번에는 태원이가 태건이의 머리를 쥐어박는다.
그것이 황당하고 억울한지 울것 같은 표정으로 태원이를 노려본다.
"왜 때려?!"
"기훈이 욕 하지마."
"삼촌은 저런 애가 나보다 좋은거야?!"
"응."
태원이의 대답에 충격이 컸는지 털썩 주저 앉는다. 그리고 좌절한 표정으로
나를 처다본다. 그리고 곧 태원이에게 항의하는 걸 포기했는지 나를 노려본다.
승부에서 져서 분하다는 표정을 짓고 눈끝에는 망울진 눈물도 달려있다.
풋- 하고 웃어버릴뻔 한 것을 참고 태건이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그래도 아직 애는 애인 모양이었다.
"울거야?"
"....윽...안 울어. 이 민짜야!"
.....또...가슴인가.....? 이 꼬마자식 가슴에 미쳤나보다.
"알았어. 형은 이 기훈이라고해. 너는?"
이름이야 알고 있지만 통성명에서는 일부러 물어봐 줘야 한다.
아직 애인 녀석에게 뭐라고 하는 것도 그렇고, 앞으로 커서 두 사람처럼 삐뚫어지지
않도록 내가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가담되어 나온 행동이었다.
"서 태건."
녀석은 여전히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짤막하게 이름만 말하는 그에게 나는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나의 손길이 싫은건지 좋은건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손은 안 치운다.
"태건아 형이랑 같이 잘까?"
"...흥...그래. 같이 자도록 해주지."
녀석은 싫은 티를 팍팍내면서 인심쓰는 척 하며 말한다. 그런 태건이의 모습에 웃음을
참고 아직 작은 손을 잡고 문을 닫은 후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의 모습에 아직도 웃통을 벗고 서 있는 태원이가 벌컥 화를 낸다.
"애랑 같이 자는거야?! 그럼 하던건 어떻게 하고?"
"조 태원. 입 다물고 잠자리나 만들어. 맨바닥에서 자야 하는건 아냐?"
나의 말에 곰탱이는 삐진 것 같은 표정을 짓고 투덜거리며 커다란 장농에서 이불을 꺼낸다.
이 놈의 방에는 침대로 없는지 두꺼운 이불을 꺼내서 턱턱 깔더니 깐 것에 비해 많이 얇은
이불을 꺼내서 위에 올려 놓는다. 나란히 깔린 이불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보던 태원이는
쪼로록 달려가서 이불에 눕는 태건이의 존재가 거슬리는지 다시 인상을 팍 찡그린다.
저러니까 애 같고 귀엽기만 하구만...
"민짜 형. 일루 와."
저 가슴병만 고치면 굉장히 좋을 텐데....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이불을 톡톡 치고 있는 태건이 옆으로 갔다.
그런 나의 모습에 불만인지 나를 '척' 하고 잡더니 '여기 가만히 있어!' 라고 말하고 저는
빨리 뛰어가서 이불 안에 들어간다. 그리고 마치 방금전에 태건이가 했던 것처럼
지 품 쪽의 이불을 손바닥으로 툭툭 치며 말한다.
"기훈아. 일루 와."
으이구...저 지지리도 화상같은 곰탱이.
황당하다 못해서 한심해서 고개를 절레 절레 흔들고 태건이의 옆으로 가서 누웠다.
그렇게 내가 태건이 옆에 눕자 태원이 녀석이 팍 하고 인상을 찌푸린다.
그런 태원이의 모습에 태건이가 혀를 쏙하고 내민다.
결국 내가 왼쪽 태건이가 중간 태원이가 오른쪽에 눕게 된 것 까지는 좋은데
태원이 놈은 자리배치가 마음에 안드는지 내 쪽으로 손을 뻗어서 나를 끌어 당긴다.
나야 워낙 힘이 없다보니 쭈욱 끌려간다. 내가 끌려가니 내 옆에 붙어 있던
태건이 녀석도 같이 딸려간다. 그렇게 태원이 품 안에 태건이고 나고 안겼고
그 품이 좁아서 불편한지 태건이가 투덜거린다.
그래도 안 나가는 것을 보니 싫지는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어째 이러고 있으니 태원이 형의 아들이라기 보다는 태원이 아들같다.
사실 내 아들이었어...이러는건 아니겠지...;
"진짜 그냥 잘거야?"
"그럼 애를 중간에 끼고 뭘하려고?"
나의 말에 불만어린 표정이 된 태원이가 괜히 태건이를 구박한다.
"......니네 아빠는 왜 너를 일로 보내냐?"
"몰라. 내 정신세계를 위해서래."
"쯧쯧...보낸건 좋은데...너는 그렇다고 여길 오냐?"
"왜?! 나보다 좋아하는 사람을 나한테 뺏겨서 분한거야? 삼촌."
태건이의 빈정거리는 말에 태원이가 인상을 팍 구긴다.
그리고 무진장 화가 묻어나는 목소리로 애한테 윽박을 지른다.
"안 뺏겼어."
.......참 잘하는 짓이다. 조 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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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 이 잠버릇이 더러운 것들이 하나는 나를 꼬옥 안고 있고,
하나는 그 안에서 용케도 안 찡겨 죽은 채로 내 가슴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분명히 자고 있는데...이것들은 용케도 나를 안 놓고 있다.
태건이의 손을 치우고 태원이의 손에서 벗어났다. 태건이는 여전히 반응이 없는데
태원이는 품에서 벗어나자마자 움찔 하더니 눈을 뜬다.
"잘잤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