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화. 곰탱이 부활하다.
"기훈아. 하자."
"뭘?"
"섹스."
단호한 태원이의 한마디에 나는 결국 연신 콜록거리게 되었다.
다짜고짜 그런 걸 하자니! 방금 전의 일로 피곤해 진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결심을 했는지 내 동의를 얻을 생각은 하지도 않고 내 허리를 안고 있던
손을 슬슬 올리며 내 옷을 끌어 올린다.
"하지마! 나 피곤하단 말이야"
"피곤해도 하자."
"너는 안 피곤해?"
"응. 하고 싶어."
하고 싶은거냐고 물은 것도 아닌데 거의 집착에 가깝게 하고 싶다는 말을
난발한다. 드디어 곰탱이의 정력 부활인 것인가?
이 놈은 때를 못 고르는데 뭔가 있는 놈이다. 나는 이렇게 피곤한데 어쩌니?
결국 태원이 놈이 애써서 올려 놓은 옷을 쫙 하고 내리고 내 몸에 진드기처럼
달라붙은 녀석을 밀었다.
"오늘은 피곤하다고 했다."
"핏. 한번은 해준다고 해 놓고."
"그걸 오늘 써먹을려고?"
".....아니. 그럼 우리 둘이 뭘 하냐?"
태원이는 여전히 밀어도 떨어지지 않는 생존력으로 나에게 매달려서 내 배에
머리를 부비부비한다. 그것이 기분 좋아 보여서 그냥 내버려두고 나도 뭘할까? 생각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 방에서는 그다지 할만한 것이 없다.
아직 잠을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고, 식사를 마친지도 얼마 되지 않았으니 잠자는 것은
그렇고 다른 것은 뭐가 좋을까...하는데 태원이가 나를 살짝 올려다본다.
"역시 하자."
태원이는 결론을 내렸는지 슬금 슬금 손을 올려서 내 옷을 파고 든다.
그렇게 등안으로 파고드는 손을 무시하고 태원이의 볼을 잡아서 당기고 있으려니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놀래서 확 하고 태원이를 밀쳤지만, 밀친다고 떨어졌으면 아까 떨어뜨렸다.
여전히 내 옷 속에 손을 파고 넣어서 내 등을 쪼물거리고 있는 태원이와 볼을 잡아
당기다가 무십코 얼굴을 밀어버린 나를 보는 검은 양복의 남자들 사이에 미묘한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정말로 쪽팔린다.
그들은 뻘쭘뻘쭘 들어와서 상을 들고 나간다.
그렇게 나가면서도 뭔가 즐거운 듯이 히죽히죽 웃으며 말한다.
"그럼 수고하십시요..이히히히..."
"으따, 칠성이 형님. 고만 방해하고 퍼뜩 나오소!"
그렇게 얼굴의 부적절한 조화를 가진 분과 나머지 검은 남자 셋이 우르르 나갔다.
뭘 열심히 하란 말인가? 뭔가 부적절한 것을 상상하며 슥- 하고 나가버리는 그들의
뒷모습을 그리며 태원이 머리통을 때렸다.
"너 때문이잖아."
"왜에~"
"놔."
"못 놔."
태원이 놈의 말에 나는 발끈해서 녀석의 머리를 다시 때렸다.
그런 나의 행동에 녀석이 일부로 아프다는 소리를 하며 죽을 소리를 낸다.
그렇게 시끄러워진 태원이의 입을 막고 있으려니 밖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음마?! 왜 갑자기 소리가 멎은겨?"
"우리가 엿듣게 들킨게 아닐까요?! 그라도 이건 들어 놔야지예~"
"그라모!! 그런디 셋째 도련님이 응흐흐...그런 취미가...으흐흐..."
"그라게요. 그...시기..뭐드라....그래!! 에수엠!! 그건갑지요?"
.....SM?!
대갈콩 몇번 때린 것까지고 저런 오해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나의 절망을 알아차린 것인지 내 허리에 찰딱 달라붙어 있던 태원이 나를 놓고
일어서서 바로 문 앞까지 걸어간다. 그리고 확 하고 문을 여는 순간 이 쪽에
집중하고 있었던 한 사람들이 귀신이라도 본 듯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우르르
문에서 떨어진다. 그렇게 떨어지면서 발을 헛딪어서 여기 저기를 찍는 모습에....
미안하지만 쌤통이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들을 보며 태원이 빈정거리며 말한다.
"뭘 그렇게 구경하고 계신가?"
"아하하...그거이 아니고요. 그냥 저희는 순수한 마음에서..."
"순수한 마음에서?"
"죄송합니다요..."
그들은 싹싹 빌더니 물러나보겠다며 거의 도망치다 싶이 가버린다.
그렇게 떠나는 그들의 뒤를 보고 문을 닫은 태원이는 내 쪽으로 와서 다시 뛰어 든다.
이번에는 나를 확 눕히고 위에 올라 앉아 씨익 웃으며 웃통을 벗는 모습에
이걸 어떻게 해야하나...하며 그를 처다보고 있다.
"한다."
"안 할거면서 벗은거야?"
"해도 된다는거지?!"
"이번만 하고나면 휴가간은 접근금지야."
나의 말에 그는 불만 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잠시 뭐라 중얼거리더니 내 위로
덥쳐온다. 피곤한데 또 이 놈에게 시달려야 하나...? 하고 생각하는데...
확 하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열린 문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은
태원이 확 하고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문 을 열고 사이에 서 있는 그림자가 말한다.
"삼촌 뭐해?"
태건이?!
태원이의 '태'자와 그의 형인 희건씨의 '건'자를 써서 만든 이름을 지는 희건씨의
아들이 문을 열고 웃통을 벗고 내 위에 앉아 있는 태원이와 밑에 깔려 있는
나를 번갈아가며 처다보더니 '노는거야?'하고 물어본다.
태건이의 말에 태원이는 인상을 찌푸리며 내 위에서 일어선다.
그래도 조카 앞이라고 할 생각인지 피식 웃으며 일어나 자유로워진 몸을 일으켰다.
훌떡 벗어놓은 셔츠를 집어들어 던져주고, 태건이 쪽을 보며 손을 까닥거렸더니
태건이 피식 웃으며 아주 잘난 사람이 된 것 같은 포즈를 취하며 득이양양허개 웃는다.
저건 누굴 닮은걸까?! 내 생각인데 지 아빠를 닮은 것일 것이다.
"태건아 여긴 왜 왔어?"
"아빠가 여기 가 있으래."
"뭐 땜에?"
"행복한 가족 계획을 위해서 거사를 치뤄야 한다고."
....컥! 애한테 저런 소리를 했다니...
저러면 애가 뭘 보고 크라고 서슴치 않고 그런 말을 하는 것일까?
하긴 애가 무슨 뜻을 알겠냐만은 그래도 좀 너무했다...하고 혀를 차는데 태건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짧게 말한다.
"아빠도 삼촌도 이해가 안다. 저런 밋밋한 남자를 안는게 뭐가 재미있단 말이야?"
....그래...너도 이 쪽 집안 혈통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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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밋밋한 몸이라니...너도 흥분한 모습을 보면 홀딱 넘어갈껄..."
애들한테 하는 소리 한번 예술이다.
아무리 알걸 아는 애라고 하지만 그런식으로 이야기를 해버리면 애한테 갈
충격은 없을까? 뭔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하고 태건이 쪽을 보고 있으니
태건이 내 쪽을 처다보며 말한다.
"홀딱? 설마...가슴도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