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이혼의 의미에 대해서...
.....자...자식 생산용?!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을 해?!
이 놈의 집안은 대체 어떻게 되어먹은 것일까?...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방금전에
태원이 한말 중에 하나가 귀에 걸린다.
'나도 했어'...라는 한마디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나도 했다는 것은?
나는 이 사태에 대답을 너무 듣고 싶어 졌다.
결국 나는 혹시나 하면서 그에게 질문했다.
"잠깐만 태원아. 너도 했다니...?"
"응?! 원래 문신과 같은 의무라서."
의무라서 한 결혼은 무슨 결혼이 아닌가?
태원이 결혼을 했다면 나는 불륜상대가 되는 상태이다.
게다가 나는 남자고 태원이에게 해줄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는데 말이다.
이 때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면서 갑작스레 결혼을 했다는 말에 나는 그를
똑바로 처다보며 물었다.
"......나는 그런 말 못 들었는데."
"어...어차피 호적일 뿐이고."
"...그래서 말을 안 했다?"
"그..그렇지..."
....호적일 뿐이라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겨우 불륜상대따위나 군생활에 필요한 애인따위가 되기 위해서 그에게 안긴 것도
아니고, 그의 장단에 맞춰준 것도 아니다.
진짜 애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행동한 것이었는데.....지금의 기분은 황당하다.
"호적상이던지 뭐던지 넌 정말로 중요한 사항을 속였어. 나는 네가 유부남이라면
너와 연인 관계를 이어갈 생각 없어."
나의 말에 태원의 표정이 굳어간다. 그래도 나는 내가 해야 할 말을 했음에 그다지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나도 그를 좋아하고, 그도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부적절하고
황당무계한 상태로 연인사이라는 말도 안되는 사이를 이어갈 생각이없다.
동성애로도 무거운데 불륜까지 겹치는 그런 끔찍한 상황은 내 쪽에서 거절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그는 나를 보며 말한다.
"그냥 호적일 뿐인데도."
"호적일 뿐이라도."
"....알았어."
"그럼 헤어지는 것을 알지."
돌아섰다. 그에게서 돌아섰다.
남은 휴가를 집에서 보내자. 라고 생각하고 집으로 갈 생각을 하며 걸음을 옮겼다.
좀 더 빠져들고나서 그런 상태에서 그 사실을 알고 끝나는 것보다야 이대로 끝나는 게
차라리 다행이라고 나를 위로하며 앞으로 걸어가는데 태원이 뒤에서 나를 꼬옥
끌어 안으며 화가난 목소리로 말한다.
"누가 보내준데?! 이혼할거야. 어차피 서류에만 올려 놓고 본적도 없는 여자인걸."
".....이혼?!"
"응. 서류만 처리하면 돼. 어차피 도장도 내가 들고 있으니까, 애들 시켜서 오늘 안에
해결할게. 그러니까...너무 화내지 마..... 헤어진다는 소리도 하지 말고."
"......이...이혼을 너무 쉽게.."
"어차피 본 적도 없는 여자라니까. 그것보다 화 풀고 밥이나 먹자."
....이혼이 그렇게 쉬운 문제 이던가?
아니면 나 때문에?! 내 탓에 부부가 깨어진다는 것은 싫은데....
이혼보다 밥이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고 있는 태원의 태도가 너무나도 당황스럽다.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사이에 그는 계속 나를 달래는 말을 이어간다.
"진짜야. 난 네가 없으면 못 산단 말이야....헤어지겠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하지마.
나를 그렇게까지 중독시켜 놓고 너만 빠져 나가겠다니...그런 법이 어디있어?"
....헤어지겠다는 말보다 이혼문제가 더 무거운 문제이지 않는가?!
이혼을 쉽게 말하고 있으면서 헤어지는 것가지고 저런 반응이라니 이상하다.
그러고보니 여기는 들어올 때부터 이상했다.
"아직도 화 안풀린거야? 이혼으로는 안되? 그럼 그 여자를 죽일까?"
"미...미쳤어?!"
태원의 입에서 나온 어이 없는 말에 나는 얼른 태원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누가 들으면 어떻게 하려고 사람을 죽이니 마니 하는 소리를 막하는가?!
감정이 격에 달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우러나는 식의 말을 누가 듣고 신고라도
하면 어떻게 하려고?! 진짜 심장이 다 벌렁거린다.
그렇게 그의 입을 막고 서 있는데 태원의 손이 내 손을 잡고 살짝 떼어내더니 쪽 하고
키스하고 손등에 키스를 한다. 천천히 내 입술로 내려오려는 입술을 얼른 밀어내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는 남자애를 힐끗 살폈다.
모...모르겠지...?! 더 이상 쪽팔린건 싫은데.....
"왜 키스를 피하는거야?!"
"말이라고 해? 사람이 있는데서는 좀 자제해..."
"휴...나는 아직도 화가 나서 그런 줄 알았어. 그럼 나 이제 용서한거지?"
그의 표정에 나는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호적상으로 그런 것이고, 쉽게 이혼을 한다는 것에 나는 납득하기로 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것이라면 부부사이의 문제도 없었을테니까...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자고 말하며 나를 이끄는 손길을 따라 들어가려는데
뒤에서 말소리가 들린다.
"저기...나...나는?!"
"에? 너도 같이 먹을려고?"
"나가는 길을 알려달라고 하잖아."
"일단 가서 먹고 사람 불러줄테니까, 따라 나가라."
"엉?"
"아니면 거기서 평생 처박혀 있던가."
....그래도 형의 연인이라고 하는 애면서 어떻게 저렇게 행동할 수가 있는가?
그는 우리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도움을 주기로 했으면 친절해야지...아무튼.
아까전에 괴씸했던 것도 있고 해서 그의 등을 한대 후려 갈겨 주고 고개를 돌려서
그 소년에게 손을 뻗었다.
"이름이 뭐예요?"
"이 동현이요. 고등학생이니까, 말놔요. 기훈이 형."
"에...그럴까?"
그렇게 동현이와 태원이의 안내를 받으며 방에 들어간 나는 앉아서 이것 저것을 이야기 했고
그러는 사이에 태원이는 문을 열고 나가서 뭐라뭐라 하더니 안으로 들어왔다.
곧, 태원이도 동현이와의 대화에 끼어들었고, 그렇게 20여분 후 커다란 상에 음식들이 나왔다.
그 때서야 밥이나 먹자고 했던 태원이의 말이 떠올랐고...나는 태원의 옆에서 그리고 동현이의
맞은 편에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기훈아...입맞에 안 맞으면 말해."
"아냐...맛있다니까."
"그래도...뭐 싫어하는 음식 같은거 있으면 치워줄게."
"괜찮대도...."
나와 태원이의 대환에 동현이는 심통이 올랐는지 불만어린 표정으로 태원이를 보며 말한다.
"여기 나도 있거든...내 입은 주둥이로 보이냐?"
"응. 주둥이도 감지덕지다."
"....역시 나란히 재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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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처음만났을 때부터 재수 없었어. 그 모든 것의 위에 군림하는 듯한 미소.
사람 약올리는 열받는 말투에....으으으으...소름 돋아."
동현이의 말에 태원이도 열열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받는다.
"맞아! 재수 없다 뿐이야?! 싸가지도 없어. 틈만 나면 사람 괴롭힐 궁리나 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언제나 제멋대로 사람을 끌고다니고 말이야!!"
"맞아 맞아!! 그 씨발 새끼는 벼락을 맞고 죽어야해."
"벼락으로는 부족해!"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