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 사회에서 온 반가운 이야기들.
군대로 찾아온 한바탕의 소식들이 군인들을 불태운다. 하나같이
눈을 반짝이며 전달되는 소포와 편지를 받아든다.
들고 온 양이 꽤나 수북해서 모두들 기대에 흠뻑 빠진 것 같다.
들고 온 것들이 주인에게 지급되고, 나도 3장의 편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하나는 엄마 둘은 나의 절친한 부랄 친구 놈들에게 온 편지였다.
크윽...이렇게 보고 있으니까...무지 그립기도 하다.
내 손에 쥐어진 편지를 뿌듯하게 보고 있는데 그런 내 손을 뚫어지고
처다보는 인간 두명. 하나는 정욱이. 그리고 또 하나는 태원이.
시험삼아서 편지를 이리저리 움직이자 그들의 눈알이 편지를 따라서 움직인다.
어라...재밌네....왔다 갔다 하면서 편지를 움직여대자 계속 편지를 쫓던
그들의 열이 받았는지 결국 말로 화를 낸다.
"편지 보낸 사람이 누구야?!"
"편지 보낸 사람이 누구예요?!"
곰같은 놈 둘이 내 편지를 노려 보며 묻는다.
"보낸 사람은 알아서 뭐하게...?"
"억울하단 말이예요!! 나는 편지 한장 못 받았는데...3장이나!!
그런데 태원이 형은 왜 그래요?! 자기는 20장도 넘게 받아 놓고."
스...스물장...;
대단한 인기구나...싶기까지한 편지 수에 힐끔 그의 자리를 보니까 진짜
편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다. 소포도 보이는게 내가 받은 편지들이 초라해보일 정도다.
그런 심정이 드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닌지 모두가 태원의 자리에 쌓인 편지를
억하심정으로 노려본다.
"누가 보낸건지 말해보라니까.."
태원의 재촉에 나는 움찔하다가 마지 못해 대답해 주었다.
"엄마...랑 친구 두 놈."
"친구?!"
"....응."
"어떤 놈들인데?!"
.....어이...이봐...설마 너 내 친구들한테 질투하냐?!
절대적으로 안 그럴 것 같았는데... 태원이 이 놈은 사귀자는 이야기가 나오고부터
질투가 얼마나 심한지 정말 황당할 정도다.
고참에 군 입대 동기에 정욱이까지 위험대상에 놓고 보는 녀석은
인간들이 다 내가 지 눈에 보이는 것 처럼 보이기라도 하는 줄 아는 모양이다.
내가 씻는다는데 내 반경 1m내에 못 들어오게 하고 감시를 하질 않나
허리에 손수 수건까지 감아주고 절대로 풀지 말라고 윽박을 지르지를 않나.
같은 남자끼린데 뭐가 볼게 있다고 그러는 건지....라고 했다가 자각이 없다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뭐가 자각이 없다는거야...?! 같은 거 달고 태어났으면서.
"어떤 놈들이냐니.."
"편지 같이 읽어."
"싫어. 내가 왜?! 너라면 네 편지를 같이 읽겠냐?!"
"내 것도 같이 읽어. 됬지?! 그러니까 언넝 펴봐."
".......하아..."
결국 성화에 못 이겨서 엄마에게 온 편지를 고이 호주머니에 넣고 친구 놈들에게
온 편지의 봉투를 뜯었다.
'기훈이 보아라....' 편지는 이렇게 시작하고 있었다....
기훈이 보아라...
나 승만이다. 잘 지내냐?! 군대는 좀 어떠냐?!
사회는 여전히 열나 좋다......라고 하고 싶지만 사실 교수님 등화에 미치겠다.
이번에도 과제를 그따위로 해서 제출하면 학점을 깍겠다고 나를 협박하지...
정말 우울하다..우울해...
근데 진짜 군은 어떠냐?!
군대가면 졸라 고생이라면서... 맨날 졸라 뛰고 총쏘고 그러냐?!
거기 담배 졸라 싸다면서 좀 사서 보내라....크하하...
왜 편지를 썼냐면....약올리려고...으하하
....중략.....
아무튼 군대에서 졸라 생활 잘하고....까매져가지고 돌아와라~~
사회 적응할때는 이 형님이 좀 선처를 베풀어 줄 수도 있다...
그럼 이만 줄인다.
- 승만이님이 쓰셨음.
"...이 놈은 좀 괴씸하지만 넘어가고...빨리 다른거 펴봐."
태원의 말에 피식 웃으며 언정이 놈이 쓴 편지를 뜯었다.
뜯고 펼치자 마자 사나운 맹수의 눈이 되서 내가 보기도 전에 편지에 몰입한다.
아잉~~ 기훈씨잉~♡
할롱~~ 안할롱?! 그냥 할롱해...크하하!!
이 오빠야가 시간을 할애하셔서 편지 좀 썼다. 아주 감사하게 여기거라.
그래 그래...군대는 좀 어떠냐?! 이 몸이 그리워서 베개를 눈물로 적시고
있지는 않느냐?! 너 지금 속으로 지랄이라고 했지?!
이게 미래의 서방님에게 감히 속으로 지랄이라고 하다니...
왜 미래의 서방님이냐고?!
이 자식이 또 까먹었을 줄 알았다... 짜식아.. 너랑 나랑 40살까지
결혼 못하면 같이 네덜란드 가서 결혼하기로 했잖어~~~
뭐?! 까먹었다고...역시 넌 내 몸이 목적이었던거야?!
-까지 읽었는데 편지가 와각 하면서 구겨진다.
그리고 아주 화가 난 듯한 검은 오오라가 옆에서 느껴져 온다.
이 검은 오오라를 느꼈는지 정욱이는 이미 멀찍이 떨어져서 다른 사람 편지를
얻어 보는 시늉을 한다.
"이 놈 뭐야?!"
"어릴때부터 친했던 친군데...장난 치는거야..."
"대체 무슨 사이길래 이런 장난을 치냐?"
"그냥 친구라니까..."
....내가 말하던 말던 화가난 표정으로 편지만 열심히 구기고 있다.
아직 다 읽지도 못해는지 아주 예쁜 동그라미로 압축되서 떨어지는 편지에
나는 이걸 다시 펴봐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어차피 읽다보니 식상하는 내용이던데 이놈이나 달래자 싶어서 편지는
던져두고 주제 변경에 나섰다.
"너한테 온 편지나 보자. 보여준다며..."
"..........으..."
"안 보여줄거냐?! 내 편지까지 구겨 놓고..."
"으으으...좋아. 대신 나중에 이 놈 소개 좀 시켜주라."
"때리지 않는다면..."
"알았어."
"발로도 차지마."
"밟는건?!"
"안돼."
언정이 놈의 생사 갈림길을 결정하며 수북하게 쌓인 편지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김 은정'이라는 이름이 적혀진 핑크색 편지봉투가 참으로 인상 깊다.
===============================================================================
핑크색 편지지를 뜯고 있는 나는 전혀 신경도 안쓰고
아니, 오히려 자신의 편지들을 발로 치우고 내가 던져 놓은
구겨진 편지지에 화풀이를 하느라 한참이다.
저러고 싶을까..하는 생각을 하며 나는 편지를 읽어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