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 망할 놈의 뱀.
인간에게는 생리적 욕구가 있다.
그리고 지금 나는 내 몸에 엄습한 생리적 욕구에 시달리고 있다.
아까 마셨던 차 탓인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기 시작했다.
결국 태원이 팔을 풀고 태원이를 향해 물 좀 빼고 얼른 온다는 말을 한 후에
열나 빨리 밖으로 나갔다.
품 속에 딱 들어와서 눈을 내리깔고 잠을 자는 듯 하던 기훈이 움찔거리다가
어느 순간 팍 하고 내 품에서 벗어난다. 그의 불만스러운 행위에 인상을 찌푸렸더니
넉살 좋게 미안이라는 말을 하며 물 좀 빼고 올게~ 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간다.
그렇게 나가버린 그의 자리를 처다보며 여러가지를 생각했다.
'대체 이런 둔팅이가 어디가 좋은걸까?!'
한국 군에 입대했을 때까지만 해도 별 생각 없었다.
정확히 기훈이라는 녀석을 보기 전까지는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고 보면 된다.
미국에서는 격투기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라 어릴 때부터 있었던 미국 시민권을
내세워서 미국군에 갔다. 하지만 한국인인지라 한국의 군에도 가야된다는 의무감에
이제 회사를 이으라는 아버지의 성화를 쌩까고 빨리 2년 2개월을 채우고 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들어왔던 군입대.
솔직히 특공에 가지 않았던 것도 빨리 지내고 나갈려는 것에 취지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2년 2개월이 너무나도 짧게 느껴진다.
아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병을 단 후로 1개월이 지나가버렸으니 말이다.
근 한달동안 정말 별짓을 다하면서 표현을 했는데...반응이 없다.
내가 먼저 고백을 하자니, 거절 당할까...싶어서 못하겠고, 그렇다고
그에게 뭔가 반응이 오기를 기다리자니 2년 2개월을 다 투자해도 모를 것 같다.
오늘만해도 딴 놈이랑 왔으면 얼어 죽던 말던 신경도 안 썼을 텐데
일부러 이까지 데려와서 따듯하게 잘 준비 다 해주고 신경을 써주는데도
이게 흑심인지 우정인지도 구분을 못하고 있다.
한 술 더 떠서 내 품에 폭 안겨서 잠까지 자려고 든다.
내가 무슨 인내심 한계 테스트 하는 기계도 아니고...정말 환장하겠다.
누워 있으려니 올라오는 짜증에 비닐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갔다.
차가운 바람이 내 몸에 쐬어 온다.
대체 뭣 때문에 반한건지 알 수 없지만 그를 딱 보았을 때, 그와 남은 인생을
같이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내가 모르는 나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을 때, 심장이 뚝 떨어질 뻔 했다.
시커먼 남자 놈이 왜 좋은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감정은 내가 일단락 할 수
없을정도로 커져버려서....나도 어쩔 수 없게 되버렸다.
게다가 남자 주제에 피부도 엄청 뽀얗고 몸도 여린건 아닌데 호리호리해서
안으면 품에 쏙 들어오는게 좋다. 꽤 이쁘장하게 생겨 먹어서 나 말고 다른 놈을
홀리면 어쩌나 단속을 하려고 해도, 쉽지가 않다.
게다가 정작 본인은 전혀 자각을 못하는게 답답해 죽겠다.
우연히 같은 군의 병장을 달고 있던 정원이 놈에게 사정을 이야기 했더니
기겁을 하고 황당해 하더니 이내 납득을 하고 '선배는 원래 이 세상 인간이
아닌 것처럼 엉뚱해 빠졌으니까. 그리고 저정도면 빠질 수 있는거 겠지..'라는
말로 내 감정을 일단락 시켰다.
쥐어 팰까...하다가 그래도 이해한 놈인데 고마워서 딱 3대만 때렸다.
"이 놈은 볼일을 보러 어디까지 간거야... 화장실을 만들기라도 하는거야...?!"
돌아올 기미를 안보여서 슬슬 불안한 감정이 올라와서 괜히 불만을 내뱉는
지금의 경우도 나에게는 너무나도 새로운 감정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엄습한 이상한 기분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을 때, 갑자기
수풀 쪽에서 낯익은 비명소리가 들린다.
망할... 또 무슨일이야....아무튼 항상 말썽이다.
"배...뱀..."
나의 비명소리를 듣고 온 것인지 태원이 달려와서 나를 처다본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냐고 물어오는 태원이에게 얼른 뱀 좀 떼달라고
소리를 질렀다. 태원은 나를 쭈욱 처다보더니 당황했는지 딱 하고 움직임을
멈춘다. 하지만, 난 지금 그렇게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
"빨리 떼 달란 말이야!!"
"왜...뱀이 거기를 물고 있는거야!!"
그가 저렇게 말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볼일을 보는데 뱀 한마리가 나무를 타고 오르길래 재미삼아서 조준해서
갈겨댔더니 뱀이 툭 날아와서 내 거시기를 꽉 하고 문것이다.
게다가 이 몹쓸 뱀은 아무리 몸을 흔들어도 떨어지지가 않는다.
손을 대기는 너무 징그러워서 어쩌지 못하겠는데 기왕 왔으면 그냥 떼주면
되는거지 어쩔줄 몰라하고 처다만 보고 있다.
"너도 뱀 징그러워서 그러는거야?! 아니면 좀 떼줘!! 제발!!"
"...아하하...그걸?!"
"그럼 붙이고 살까?!"
...결국 그는 내게서 뱀을 떼어내서 던진다. 뱀이 떨어진 곳을 처다보니 어쩐지
거시기가 부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뱀을 떼어서 던져버린 태원은 일어나서 옷을 추스리라고 말하고 획 돌아선다.
그의 반응에 그러고 보니 이 꼴을 참 쪽팔린 꼴이구나 싶어서 얼른 일어나서
바지를 끌어 올리고 태원이와 함께 동굴로 돌아가서 군화를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태원의 품 안에 다시 누워서 있으려니 웬지 모르게 거시기가 무진장 아프다.
괜히 걱정이 스물 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저기 태원아..."
"으...응?!"
"아까 그 뱀 말인데..."
"...............?"
"도...독뱀이면 어떻게 하지?! 이런 산에 독 뱀 같은 거 있을 수 있잖아...."
나의 대답에 그는 움찔 하더니 나를 처다본다. 나는 그런 그를 올려다보며
최대한 불쌍해 보이게 물어보았다.
"죽을 독이 아니라도...! 거시기가 물렸으니까...여기가 독 때문에 썩어서
떨어지면 어떻게 해?! 응?!"
나는 불안에 얼른 팍 일어나 앉아서 그를 처다보면서 물었다.
그런 나의 질문에 태원이 당황한 듯한 표정이 된다. 그도 내가 걱정이 되는 건지
살짝 표정이 굳는다. 그렇게 일어서는 태원을 보며 나는 얼른 태원의 손을 팍 잡았다.
그렇게 손을 꽉 잡는 나의 모습에 그는 '왜?'하고 물어본다.
"태원아...."
".....어?"
"미..미안한데..."
"뭐?!"
"조...좀...그러니까... 좀만...빠...빨아주면 안되냐?!"
나의 말에 사례가 들렸는지 고개를 팍 숙이고 콜록이기 시작한다.
그런 그의 모습이 더 걱정이되서 등을 두드려 주자 태원의 커다란 손이
내 손을 확- 하고 잡아서 낚아 챈다.
태원의 무식한 힘에 확 하고 손을 낚아 챘는데 몸까지 '폭-' 하고 태원의
몸쪽으로 쓰러져 안겨버렸다.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나쁜 놈.
내 거시기까 썩어서 떨어지면 다 니 탓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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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 남아들]
그렇게 내가 보내는 원망의 눈초리를 느꼈는지 자기 품에 안긴 나를
확하고 밀어서 눕히더니 내 다리를 확 하고 벌리더니 바지 버틀을 풀어낸다.
곧 지퍼를 끌어 내리고 바지와 안에 입은 브리프까지 싹 벗기더니
나를 정면으로 처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