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갑작스러운 2일 1조 훈련.
지랄 맞을 태권도 심사 때문에 매일 밤마나 태원이 나에게 품세를 가르쳐 주었다.
꼼꼼한 부분까지 지적해주는 태원의 모습이 고마울 때가 많지만 아주 가끔
일어나는 상황들이 웃기기도 했다.
뭐라고 하나?! 그러니까, 작업을 알려 주겠다며 여직원을 뒤에 껴안고 성희롱하는
모습이랑 비슷한 포즈가 종종 나올 때가 있어서 운동도 이럴 수 있군...하고
웃음 지을 때가 많아졌다.
게다가 고참들의 갈굼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전혀 태클을 걸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태원이야 힘있는 인간이니까, 건드려서 손해보기 싫어서 그런다고 하지만...
나까지 안 건드리는 이유는 좀 알기 힘들었다.
"또, 딴 생각하는거지?! 자세가 흐트러졌잖아."
"에헤헤... 그럴 수도 있는거지... 너무 그러지 마라~~"
"....하아, 너때문에 정말 지친다 지쳐."
한숨을 내쉬는 녀석을 보며 나는 웃어 젖히고 얼른 가르쳐 보거라~ 라고
말하면서 품세를 연습했다. 그렇게 한참 연습을 하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부름이
떨어졌고, 그에 응하기 위해 결국 부랴부랴 뛰어야 했다.
그렇게 일열종대로 모여선 사람들을 슥- 슥- 처다보더니 훗! 하고 웃어 젖힌
조교는 오늘 사람을 모운 결론을 내 뱉았다.
"오늘은 2인 1조로 훈련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훈련을 알리는 말에 엥?! 하는 표정이 되었는데....
어째 고참들은 이제 새롭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마도 여기서 꼭 치르는 행사같은 모양이었다.
"2인 1조로 산에 올라가서 하루를 꼬박 새고 나오는 것입니다! 산에는
야생 동물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위험한 건 없으니까, 쫄지들 말고 사나이답게
올라가도록합니다!! 2인 1조 형성 방법은 지금 서 있는 줄의 바로 옆사람과
짜도록 합니다. 지금부터 5분 안에 군장 챙겨서 밖으로 집합합니다. 실시!!"
그렇게 우르르 군장을 챙기기 시작한 우리들은 이게 웬일이냐 하면서
짐을 챙겼다. 이 겨울에 갑자기 야산에 올라가서 하루밤을 지새우고 오라니
그게 무슨 미친 소리란 말인가...?!
다들 설마...하는 심정이 되어있는데... 고참들의 말이 들려온다.
"매번 이러는거야. 짜식들아."
"진짜 올라가니까, 긴장 빠짝 해라..."
"올라가면 졸라 춥거든...고생 좀 해야 될거다."
킥킥 거리면서 군장을 다 챙긴 고참들은 군화를 신고 쪼로록 뛰어 나가버렸다.
나도 거의 다 챙긴 군장을 등에 멨다. 그런 나를 보며 동욱이 안색이 퍼렇게 된
채로 말을 걸어 온다.
"형... 어떻게 해요..."
"왜?!"
"내 짝이 유 상병님이란 말이야... 진짜 고참인데...어쩌지?"
"몰라."
"아 씨발...그 때 왜 내가 거기 서가지고..."
....후회를 하고 있는 동욱을 보며 그래도 줄하나는 잘 섰다는 생각을 했다.
믿음직스러운 인간이랑 짝이 되었으니 그래도 좀 낫다고 안심하고 징징거리는
동욱이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모두가 모이자 진짜로 2인 1조로
산으로 우리를 밀어 넣었다.
"내일 아침 먹을 시간에 집합하도록합니다."라고 말하는 조교가 원망스럽다.
그렇게 올라온 야산은 추워 미칠 것 같았다. 부엉인가 지랄인가 우는 소리도
들리고 뭔가 으시시한 분위기가 사람을 떨게 만들었다.
그나마 옆에 있는 태원이가 감사하게 느껴졌다.
"씨발 졸라 추워..."
"당연히 춥지. 야산이니까..."
태원의 대답에 나는 한숨을 내 쉬고 바닥에 주저 앉았다.
그렇게 몸을 웅크려도 추운게 딱 미칠 노릇인데... 이놈은 아무렇지도 않은지
멀쩡하게 앉아서 나를 처다본다.
"춥냐?!"
"내가 하는 말 귀로 안듣고 뭐했냐?! 졸라 춥다니까."
뼛골까지 얼려버릴 것 같이 추워서 몸이 더욱 더 웅크려 진다.
그렇게 달달 떨고 있으려니 그가 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나를 끌고 어딘가로 향한다.
불어 오는 바람 탓에 꼼짝도 하기 싫은데, 혼자 남겨지는 건 더 싫어서
성큼 성큼 걸어가는 녀석의 걸음의 뒤를 밟았다.
마치 찾아 오기라도 한 듯 자연적이지만 인위적인 힘이 보태진 듯한 동굴이 나왔고,
두사람이 들어가서 다리를 쭈욱 펴면 그다지 공간이 남지 않는 장소지만 3면의
바람을 다 막아주는 동굴인지라 좁은 것이 전혀 불만스럽지 않았다. 오히려 좁아서
더 따듯한 느낌이라 더더욱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있으려니 녀석이 가방을 열어서 담요를 꺼낸다.
보통 군장에 들어갈 물건이 아님에도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꺼내서 내게 건내는
모습에 나는 어의를 잃고 그를 처다보았다.
"...이거...?!"
"원래 챙기는거야... 고참들은 다들 챙겨갔을껄..."
"그..그런가?!"
"뭐, 미국있을 때는 그랬어. 군대야 다 비슷 비슷하니까..."
"그럼 동굴도?!"
"이건 정원이가 가르쳐 준거고....여기 저기 있다고 들었으니까.."
"아...하 병장님..."
고개를 끄덕인 태원은 가방에 뭘 그렇게 많이 넣은 건지 왠 두꺼운 비닐을 꺼낸다.
그렇게 꺼내든 비닐로 동굴을 한쪽을 막으니 졸라 따듯했다.
거기다가 담요까지 덮으니까. 잠이 들어버릴 정도로 따듯한 장소를 아니었지만
밖에 처럼 삭막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야삽을 꺼내든 그는 비닐을 걷고 밖으로 나가더니 갑자기 어느 곳의
땅을 삽으로 파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 찾았는지 거대한 주머니를 밖으로 꺼낸다.
그리고 그 주머니를 열어서 안에 것을 꺼내는 모습에 나는 어의를 상실했다.
은색 돗자리에 후레쉬에 두터운 담요 하나와 베게까지 밖으로 나왔다.
"역시 이쯤에 있네..."
"그것도 하 병장님?!"
고개를 끄덕이더니 베게와 담요 후레쉬와 돗자리를 들고와서 나한테 나오라는
체스처를 하고 비닐을 걷더니 돗자리를 깔더니 위에 담요를 깔고 머리가 올만한
부분에 베게를 놓고, 후레쉬를 켜서 안 쪽을 환하게 밝힌다.
척척 만들어진 장소에 나는 군화를 벗어 던져 놓고 먼저 쏘옥 들어가서 누웠다.
밖과는 너무나도 대조되는 기분 좋은 장소에 나는 담요를 덮고 베게에 머리를
포옥 묻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놈이랑 같은 조가 된것은 너무나도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누워 있으려니 안으로 들어온 그는 또 다시 가방을 뒤진다.
그런 그의 모습에 왜 호주머니를 뒤지는 도라에몽으로 보이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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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이가 가지고 온 초코파이도 먹고 보온병에서 나온 차를 마시고
배도 부르고 따땃하길래 슬슬 잠이 오기 시작하길래 태원이에게 베게를
주고 태원이의 팔을 베고 그의 품 안에 파고 들어서 누웠다.
곰같이 크고 딱딱한 자식이라 그런지 땃땃하기 그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