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전투 체육 시간.
태권도의 품세와 동작을 가르켜주는 것으로 시작된 시간은 정말로 사람
짜증날 정도로 싫어지는 시간이었다.
차고 그 찬 자세에서 계속 서 있게 하더니 비틀거리면 못했다고 뭐라고 하고
정말로 약이 머리 끝까지 차 오르는 사이에 훈련을 받는 무리와 달리 한 쪽에서
가벼운 체력 단련을 하고 있는 무리가 있었으니...
사회에서 태권도를 단을 따 놓았다는 이유로 쉬는 동기 2명과 이미 이 수업을
거쳐서 1단을 따 놓은 고참들이었다. 물론 처음에는 사회에서 단수를 딴 사람도
수업에 참관하라는 쪽으로 이야기가 되었지만, 단 5분만에 그 이야기는 뒤집어졌다.
너무나도 차이가 나게도 그들은 어이없이 이 어려워서 인간이 할 동작이
못되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해내었던 것이다.
결국 그들은 쉬어야 했고, 우리만 구르게 된 것이다.
물론 태권도뿐만 아니라 종합적으로 운동을 해댄 태원이 놈도 아주 편안히
가벼운 체력 운동을 즐기는 듯 해 보였다. 그럴 수록 이 상황이 불공평하고
짜증이 머리 끝으로 솟구친다.
"거기!! 똑바로 자세 못 잡나?! 그렇게 비칠 대서 적을 쓰러뜨리기는 커녕
모기나 잡겠냔 말이다!!"
...흥!! 발로 모기 잡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리고 말마따라 적을 쓰러뜨릴 때, 한 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나?!
계속 움직이면서 때려야 되는거지.... 이건 진짜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단체 엎드려 뻗쳐!! 푸시-업 20개 실시!!"
"실시!!"
결국 팔굽혀펴기를 20개를 끝내고 일어난 우리는 다시 발로 차고 버티고를
이어가야 했다. 그렇게 전투 체육 시간이 끝나자 하늘로 날아갈 듯이 기뻐지는 것이
흡족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게 체육시간이 끝나고 가벼운 교육을 받은 후
씻고, 밥먹고 또 다시 자유시간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오늘은 무슨 일인지 고참들이 우르르 나가고 없어서 실내가 무척이나 조용했다.
게다가 무엇보다 다들 오늘의 훈련이 힘들었는지 모두 늘어져 있어서
주위가 조용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온 몸의 근육들이 땡기는 지라 엎드려서
죽는 소리를 내고 있으니 태원이 피식 웃으며 묻는다.
"힘들어?"
"그럼 즐거워 보이냐?"
"....힘들어 보이네...다리 근육이라도 좀 풀어 줄까?!"
"에?! 뭐가?"
"안마해줄까...물어보는거야..."
그의 말에 내 귀가 솔깃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고통스러울 때 안마를 받으면
더욱 더 기분이 좋아진다. 생각해보면 이 놈에게는 수고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 무거운 것을 들고 행군을 하고 멀쩡한 놈인데 오늘 한 것도 없지 않은가?!
나는 결국 해달라고 말하고 턱 하고 엎드렸다.
그러자 곧 다리를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고통스러운 부분을 살살 풀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기대를 하지는 않았는데, 이건 예상 이상으로 기분이 좋았다.
헬렐레 해질 정도로 편해지는 기분에 헤벌죽 웃으며 안마를 받고 있는데
어느 순간 손가락에서 손으로 안마의 형태가 바뀌더니 여기 저기를 주무르다가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올라왔을 때는 갑자기 느껴지는 미묘한 기분에 얼굴이
'확-' 하고 달아 올라 버렸다. 허벅지를 주무르는 손길이 미묘하기도 했지만 가끔
허벅지 안쪽으로 손이 닿을 때, 그의 손이 내 거시기에 스쳐대서 더욱 기분이 뭐했다.
"으음....으으으..."
안마의 쾌락과 함께 굳은 몸이 싹 풀리는 듯한 기분이 좋아서 소리를 조금 냈더니
갑자기 주위가 더욱 더 싸늘해지면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거 참 별일이다 싶기도 하고, 뭔가 기분도 이상해서 태원이에게 이제 됬다고
말하고 뒤집어 누웠다.
"어때?!"
"끝내줘... 너 안마 무진장 잘하는구나...완전 뿅간다 뿅가..."
나의 대답에 흡족한 듯한 표정을 짓는 녀석을 보며 피식 웃고 있으려니
한 놈이 우리의 대화에 냉큼 끼어든다.
"그렇게 좋아요?!"
그의 질문에 '엉?'하는 심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어느새 내 옆까지 다가온
남자를 볼 수 있었다. 그도 꽤나 몸이 좋고, 얼굴도 봐줄만 한게 괜찮다 싶은 남자였다.
그는 나와 태원이 아무말 없이 처다보자 멋적게 웃으며 갑자기 자기 소개를 한다.
"강 동욱이라고 해요. 사회 있을 때 대학교 2학년이었고요 나이는 22살입니다.
이것도 인연인데 친하게 지냈으면 해서요!"
"...응! 난 이 기훈. 23살 나도 대학생이었다."
"조 태원이다. 기훈이랑 동갑. 군입대 전까지도 군인이었다. 잘 부탁하지."
태원의 딱딱한 인사에...'네...'하는 대답과 함께, 나를 보면서 두 분 다 형이네요.라며
실 없이 웃는다. 그다지 싫지만은 않은 놈이라 그래..그래...라며 맞 웃어주었다.
그렇게 쓸 때 없이 중얼거리다가 단 몇 분만에 형 동생 하게 된 동욱이 짠 하고 물어 온다.
"그런데 기훈이 형. 태원이 형 안마가 그렇게 끝내줘요?!"
"...어. 진짜 뿅간다니까... 최고야...근육이 다 풀어진다니까."
"우와... 태원이 형. 저도 한번만 해주시면 안되요?!"
"싫어."
......사람 할말 없어지게 딱 잘라서 거부하는 태원의 대답에 동욱이 섭섭한 표정이 된다.
나한테는 자처해서 해주더니 왜 동욱의 부탁은 저렇게 사람 무안할정도로 딱딱하게
거부하는지 원....싶기도 하고, 한 살 어린 놈에게 안마해주기 싫어하는 자존심인가...
싶어서 이해가 되기도 한다.
"...나도 안마 잘하는데...내가 해줄까?! 동욱아."
"아?! 진짜요?! 해주면 좋죠~~"
넉살 좋게 턱 하고 엎드리는 동욱을 보며 귀여운 동생이 생긴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막 그에게 손을 뻗는데 턱 하고 내 손을 잡는 손이 보였다.
태원은 갑자기 내 손을 잡아서 말리더니 곧 짧게 의사 표현을 해 온다.
"내가 하지."
"하기 싫다며..."
"내가 할게."
"...맘대로."
그는 동욱을 짜증이 고스란히 담긴 눈빛으로 쭉 처다보더니 손을 풀고는 그의 다리를
꽉하고 잡는다. 그 순간 돼지 멱따는 소리와 비슷한 소리가 동욱의 입에서 나온다.
"꾸엑!! 아프잖아요...!!"
"안마 해 준다잖아."
"안 받을래요!!"
"해준다는데...왜?"
"아뇨! 어떻게 제가 형에게 안마를 받겠어요... 제가 해도 모자랄판에..."
"그래?"
"네! 그래요!"
사건이 점점 이상하게 일단락 되는 모습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왜 동욱이에게 저렇게 심통이 난건지 알 수가 없는 태원의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황당한건 그럴바에야 그냥 나한테 시키지 왜 나서서 저렇게
괴롭히는 것일까...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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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또 한 달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제법 군대 생활도 몸에 익고 사람들 얼굴도 눈에 익어갔다.
하 병장님은 그러니까, 태원이의 후배라는 몇일 전 제대했고 동욱이와는
많이 친해졌다. 물론 다른 동기들과도 친해졌지만, 그 중에서는 태원이와
동욱이 가장 친해진 인간 같았다.
웬지 모르게 태원이는 동욱이를 괴롭히고 있지만, 뭐 나한테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니고 태원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실실 쪼개면서 오는 폼이
동욱이도 태원이에게 받는 괴롭힘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