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본격적인 훈련의 시작(?)
"전체 밖으로 집합."
조교의 말에 동기 세 명이 우르르 뛰어나다가 걸음을 멈춘다.
훈련병때 그렇게나 당해놓고, 긴장으로 인해 또 일을 저지르고만 불쌍한 존재들의
명복을 빌어주었다. 불쌍한 놈들...
"전체 동작 그만. 그 자리에서 엎드려 뻗쳐!"
조교의 말에 달려나가던 인간들이 앞으로 우르르 엎드려 뻗친다.
그런 그들을 보며 꽤나 즐거운 듯한 표정으로 씨익 웃으며 말한다.
"훈련소에서 '실시!'라는 말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행동하면 안된다고 안배웠습니까?!"
"배웠습니다!!!"
"그럼 본인이 '실시!'라고 했습니까?!"
"안 했습니다!!"
"그럼 그 자세에서 팔굽혀펴기 30회 합니다. 알겠습니까?!"
"네 알겠습니다!!"
조교는 엎드려 뻗쳐 있는 녀석들을 쭈욱 처다보고 왔다가 갔다리 하다가
탁 하고 멈춰서서 말한다.
"내려갈 때 정신! 올라올 때 통일! 구령붙여서 힘차게 합니다. 실시!!"
"실시!!"
그렇게 실시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팔굽혀펴기를 시작한다.
정신! 통일!이라는 말이 계속이어지고, 쉽게 30개를 끝내서 엎드려뻗쳐 있는
놈이 있냐 하면 겨우 10개부터 비실비실해져서 '저...정신....'을 외치는 인간도 있었다.
남의 고통은 나의 행복이라 했던가...안 튀어나가기를 천만다행으로 알며 그들을
따스한(?)눈빛으로 지켜봐 주었다.
맨 마지막의 30번이 끝나고, '모두 기상'이라는 말에 모두다 번개같이 일어난다.
그렇게 '제자리로'라는 말에 얼른 뛰어와 자리를 잡는 녀석들의 모습에 군대가
무섭기는 무섭구나..하고 느끼며 앞을 처다보았다.
"그럼 전체 밖으로 모입니다. 실시!"
"실시!"
그렇게 아침부터 화려하게 30회의 팔굽혀펴기로 문을 열고 밖으로 뛰어나간 우리는
노래를 부르고 팔을 휘두르며 뛰어다녀야 했다. 노래부르랴 팔 휘두르랴 뛰랴...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미치겠는데, 옆에서는 숨결하나 안 흘리고 전진하는 인간이 보인다.
진짜로 이인간은 뭘로 만들어졌을까?! 하는 의문에 들게 만드는 사태에 나는 진짜
운동 좀 할껄....하고 고민에 빠졌다. 2바퀴쯤 돌았을 때, 점점 낙오되는 인간들이 보였다.
하나같이 나의 동기들....그들을 보니 저렇게는 되지 말자고 이를 꽉 물었다.
하지만, 새 군화 탓에 아파오는 발은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아침 구보를 끝내고 나서의 스케쥴은 아침식사. 아침부터 운동을 해서 배가
고파오기 시작해 너무나도 반가운 시간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렇게 밥과 반찬 그리고 국을 받고 급식실을 쭈욱 둘러보니, 내 옆에서 자리 놈.
그러니까, 그 괴물이라는 남자가 보였다. 어차피 아는 얼굴도 없고, 옆에 놈인데
얼굴 터두면 좋을 것 같아서 그의 앞으로 가서 인사를 건네며 앉았다.
"앉아도 되지?"
....그리고 앉자마자 나는 바짝 긴장해야 했다. 이건 무슨 재수없는 일이란 말인가.
만년 고참께서...그러니까, 어제의 하병장님께서 이 놈 바로 옆에 앉아 있다.
"아...안녕하십니까?!"
"...됬어. 긴장하지 말고 밥 먹어."
"예. 먹겠습니다."
나는 입 다물고 밥만 입 안으로 밀어넣으며 눈치를 살폈다.
그러던지 말던지 앞에 앉은 태원과 하병장님은 병 생각 없어 보였다.
밥 먹을 때마저 긴장해야 하는군....이라는 불만을 살큼 품으며 밥을 먹는다.
지나친 긴장이 화였을까?!
"쿨럭...쿨럭....켁!!"
그렇게 요란하게 기침을 해대는 나를 본 태원은 자리에서 일어나 내 등 뒤로 가서
등을 가볍게 토닥여준다. 그런 그의 손길에 점점 기침이 멎었고, 나는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이제 저 병장님께서 어떻게 할까...하며 슬쩍 눈치를 보는데 태원이 무뚝뚝한 목소리로 말한다.
"정원아. 자리 좀 피해줘라. 내 동기들이 너 때문에 긴장해서 밥을 못 넘기잖아."
"태원선배!! ...내가 언제 긴장하라고 했나요?! 뭐..."
"원래 말년 고참 앞에서는 긴장되게 되 있어. 가봐."
"칫. 선배는 1g도 긴장 안하는 주제에..."
"................"
"알았어요. 갈게요..."
그렇게 획 돌아서 가버리는 고참을 보며 참...귀엽다는 아주 미친 생각을 했고,
얼른 그 생각을 털어버렸다.
"기껏 생각해서 와서 앉은 건데...미안하게 됬군. 저 놈은 내가 사회 있을 때부터
어지간히 달라 붙어다녔던 녀석이라. 군에 와서도 그 버릇을 못 고친 모양이야."
"아.....응."
"이 기훈이었나?! 네 자리가 내 바로 옆이지?!"
"응. 알고 있네."
"그정도는 외워."
"아하하.. 난 네가 하도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인간에게는
관심없다는 타입인 줄 알았어."
나의 말에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뭔가 결론을 내렸는지 말을 꺼낸다.
그렇게 고민하는 것부터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할까?!
"얼굴이 이렇게 생겨먹은 것 뿐이야...좀 재미없게 생겼지만. 나름대로 사교성도 있다고.."
"풋...그..그래?!"
"왜 못 믿겠다는 듯한 얼굴이지..."
"아...아냐. 내가 언제...."
"지금."
"그..그래?!"
얼굴에 그렇게 티가 났나? 싶어서 이리 저리 만져보고 있으려니 그가 피식 웃더니
만진다고 뭔가 달라지나...라고 중얼거리며 밥을 퍼먹는다. 괜히 쪽팔려서 나도 밥이나 퍼먹었다.
그렇게 앞으로 일어날 지독한 일들을 나는 모르고만 있었다.
"행군 50km?!"
.....우리 앞에 놓여진 주제다.
군장을 하고 행군 50Km!! 그것이 무엇이냐?!
열심히 바리바리 싸야할 것을 싸서 메어보면 군장의 무게는 약 20kg 그걸 들고 50km를
뛰었다 걸었다 하라는 것이다. 들어 온지 4일도 안 된 우리에게 처음부터 군기를 잡겠다는
심산인이 그런 명령이 똑 떨어졌고, 덕분에 군장을 바리바리 메고 줄 맞춰 섰다.
"...50km를 20kg이나 들고 어떻게 뛴단 말이야..."
"자신 없냐?!"
나의 푸념에 옆에서 듣고 있던 태원이 슬쩍 물어본다. 그걸 말이라고 하는건지
모르겠지만 자신 없냔다...그럼 지는 20kg되는 군장을 들고 날라다닐 수 있단 말인가?!
당연히 힘들게 뻔이 보이는데....한숨이 터져나오려고 한다.
이거 뒤쳐지면 고참들의 갈굼에....고통에....정말...싫다.
그렇게 나의 푸념과는 상관 없이 행군은 시작되고, 밤에 시작된 행군은 일단 걷는 걸로
막을 열었다. 그렇게 몇 km를 걸었을까?!
점점 몸이 아래로 처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다리보다 허리가 더 아프고,
몸보다 짐이 더 무겁게 느껴져간다. 점점 지쳐가던 덕분일까...
한참 걷던 내 몸이 뭐에 걸려서 삐걱하고 옆으로 쓰러진다.
여기서 자빠지면 개쪽에 군인 망신은 혼자 다 시키는건데....해서 눈을 꽉 감았는데.
뭔가가 나를 받쳐주고 있다. 한참을 안 자빠지고 있는 나의 몸이 신기해서 슬쩍 눈을
뜨니까, 피식 웃는 표정으로 나를 처다보는 태원이 보였다.
아....이 착한 놈.
아직 변화가 미미한 녀석은 나를 한손으로 바치고 일어나라고 눈짓을 한다.
나는 얼른 균형을 잡고 그의 걸음에 맞춰서 앞으로 걸어갔다.
곧 쉬는 시간이라는 것이 찾아왔고, 나는 주변에 있는 바위에 몸을 걸터 앉혔다.
태원은 힘들지도 않은지 다 주저 앉은 주위의 인간들과 달리 멀쩡하게 서 있다.
"아까 고마워."
"별로. 그것보다 무거운 것 같아 보이는데, 좀 들어 줄까?!"
그의 질문에 나는 에?! 하는 심정이 되었다. 확실히 무겁기는 무겁다만...
그렇다만 그에게 맡기는 건 좀 아니지 않겠는가?! 그리고, 지는 들어도 안 무거운가?!
괜히 맡기면 미안할 것 같아서 몸 좀 괴롭고 말자는 심정으로 됬다고 거절하자
그가 피식 웃으면서 괜한 깡을 내 세우지 말라며 손을 편다.
====================================================================================
[대한 남아들]
"헤헤.....그...그럼 조금만..."
이거 들고 가다가 허리가 빠질지도 모르는 노릇이잖아...
나는 의지가 좀 박약한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사회에 있을 때도 귀가 얇다는 소리
열나게 들었던 것 같다. 그래도 뭐 어떤가....몸이 편하잖아. 일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