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52화 (152/157)

[데스퍼라도] 152. 아도라의 영역

데스퍼라도(Desperado)

아도라의 영역

거대한 에텔전사의 보법(步法)은 거인천공전사가 무섭게 휘두르는 검을 피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식은땀이 송송 베인 마이클은 순간순간 위급한 상황을 맞이해야만 했으니 도무지 공격할 때를 찾을 수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한 리크가 외쳤다.

“마이클! 계속 방어만 하고 있을 거야! 정말로 옆에서 보기에도 불안하네..”

“빌어먹을! 누군 공격하기 싫어서 안 하는 줄 알아!”

“그럼 공격해봐!”

“열 받게 옆에서 계속 신경 쓰이게 하네..지금 난 모든 힘을 다해 적의 공격을 막느라 목숨이 왔다 갔다 할 판인데, 더구나 놈이 공격할 틈을 주지 않으니 이러다가 당하겠는걸..”

“바보야! 틈을 만들면 되지..”

“저..저놈이..정말..”

“후후. 싫으면 말고.”

“리크..너 진짜 사람 성질 나게 만들래..지금 이 상황에서 어떻게 틈을 만들라는 거야!”

[창]

[챙!]

마이클이 조종하는 에텔거인전사는 겨우 천공거인전사의 검을 막고 있었다. 워낙 거세게 밀고 들어오니 실로 빈틈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천공거인전사의 검술은 멸성인들 중 최정예 전사가 펼치는 비전절기로서 만일 마이클이 목유성에게 무공(武功)조차 배우지 않았다면 벌써 단칼에 패했을지 몰랐다. 한마디로 지금 마이클은 자신의 능력을 능가할 정도로 천공거인전사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편 창공에서 푸른빛들이 거대한 무리를 이루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크앙]

엄청난 괴성에 지축이 흔들릴 정도였으니 도대체 저 푸른 빛 무리의 정체가 뭐란 말인가? 벌써부터 거대한 살기가 느껴질 정도이니 사계 전사들은 저마다 고개를 들어 푸른빛의 정체를 살펴보았다. 분명 고룡 카라펠리오는 그 푸른빛의 정체를 아는 듯 했다. 그들은 바로 그 옛날 자신의 동료였던 블루 드래곤이었던 것이다. 수백 마리의 블루 드래곤은 무리를 지어서 하늘을 덮으니 지상은 그들의 그림자로 어두워졌다. 마이클은 천공거인전사의 공격을 계속 막다가 블루 드래곤까지 나타나자 경악을 했다.

“제..젠장..엎친 데 덮친 격이라니..리크 어떻게 좀 해봐!”

“넌 천공거인전사만 막고 있어 블루 드래곤들은 목유성 스승님 나머지 전사들이 알아서 할거야..”

“야 이마! 좀 도와줘라. 천공거인전사는 나 혼자 막기에 벅차단 말이야!”

“후후. 아깐 그렇게 자신 있어 하더니. 지금은 완전히 쪼는 모습이라니..하하”

“너..너 지금 웃었니. 인정머리 없는 나쁜 자식. 누구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할 판에

재미있어하다니. 너..너 진짜 내가 죽으면 책임 질 거야!“

“아니!”

“빌어먹을 놈!”

“마이클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네가 조종하는 에텔거인전사의 무기가 겨우 검과 방패만 있는 거야? 혹시 건들 렛이나 레이저 총 같은 네 지구시대의 첨단 무기들이 없냔 말이야?”

“물..물론 있지..”

“너 진짜 바보구나..나 같으면 그런 무기를 사용하겠다.”

“엉.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지.”

“바보!”

“젠장. 그저 정신없이 저 놈의 검을 막느라 그 생각을 깜빡했구나..더구나 옆에서는 리크 네놈이 말시키니까 정신이 혼란스러웠으니...빌어먹을..”

“내 핑계는 대지 마라..그리고 네가 가져온 무기는 네 놈이 더 잘 알지 누구 탓을 하냐?”

"오케이! 지금부터 지구과학의 진수를 보여주겠다."

마이클은 조종석의 옵션버튼을 조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에텔거인전사의 검이 레이저 총으로 변했다. 천공거인전사의 검이 다시 휘둘러지기 전 마이클이 잽싸게 조종석 버튼을 눌렀고 동시에 에텔거인 전사가 들고 있던 레이총에서 푸른빛이 발사되었다.

[펑!]

허공에서 폭사된 빛이 천공거인 전사의 가슴중앙에 명중되었다. 강력한 충격에 천공거인전사의 합체가 일순간에 풀렸고 천공전사들은 마치 수많은 벌떼가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이클은 천공거인전사가 레이져 단 한방으로 합체가 풀리자 환호성을 질렀다,

"와우!"

리크와 사계전사들 역시 지금의 상황에 놀란 토끼 눈을 뜨고 있었다. 마이클은 자신을 바라보는 동료들의 시선을 의식했는지 한껏 목에 힘을 주었다.

"자 슬슬 사냥을 시작해볼까?"

[펑펑]

[팡]

마이클은 신들린 듯 여기 저기 흩어져 도망가는 천공전사들을 향해 레이저 포를 쏘아되었다. 이쪽은 그런 대로 마이클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지만 다른 쪽에서는 블루 드래곤들이 몰려오고 있으니 당장에 그쪽 불길도 잡아야 될 형편이었다. 물론 블루 드래곤을 상대할 사계전사는 바로 목유성의 백신룡이었다. 목유성은 바위 위로 가볍게 올라갔고 저 창공에 엄청난 기류를 몰고 오는 블루 드래곤을 향해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마이클 놈 제법인데. 자 이젠 내 차례인가? 내 세계인 무림에서 제왕이라 불린 이 목유성이 백신룡들을 소환해야한다는 자체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뭐 할 수 없지..그나저나 잘 되야 할텐데."

리크 역시 목유성 스승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스승님 괜찮으시죠?"

"이 놈아 괜찮으니까 여기 올라왔지."

"빨리 서두르셔야 합니다. 블루 드래곤들이 이미 서쪽 바위 능선을 넘어서 이리로 오고 있었요.

"그놈 참 꽤나 보채는군. 자 그렇다면 슬슬 소환 주문이나 외워볼까?"

목유성의 검이 수직으로 하늘을 찔렀다. 분명 주문을 외우는 것 같았지만 입술만 움직일 뿐이었다. 과연 범상치 않은 기도가 그의 몸에서 흘렀으니 한때 무림의 제왕이었다는 사실이 몸소 느껴질 정도였다. 잠시후 그의 검에서 횐 빛이 일어나더니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갔다. 주변에 퍼진 횐 빛들은 각자 기류로 변하더니 플래쉬 같은 섬광을 터트렸다.

[파파파파파파]

[우우우우웅]

번쩍거리던 섬광이 멈추었다. 뿌연 기류가 걷히자 거대한 형상의 그 윤곽을 드러냈다. 눈부시게 하얀 용들이 무려 12마리나 보였던 것이다. 백신룡들은 허공에서 유영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되었다. 칠계의 영물이라 불리는 백신룡들은 말 그대로 모든 용들의 신(神)과도 같은 존재였다. 태고적부터 존재해왔던 백신룡은 한때 그 전설만으로 내려오는 구전 적 동물이었는데 오늘 이처럼 12마리가 한꺼번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수만 년만에 처음 있는 대 사건이었다.

[크앙!]

[크앙!]

백신룡들이 울부짖는 소리가 바위산 전체를 쩌렁거리게 하였다. 리크는 목유성 스승이 백신룡 소환을 완벽하게 해내자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소리쳤다.

"와우! 스승님 12마리 전부 불러내셨군요. 정말 대단합니다."

"대단하다니..리크 이게 다 네가 가르쳐준 덕분 아닌가? 허허."

"스승님의 능력이 뛰어나기에 금방 배우신 거죠, 아무튼 백신룡들이 모습을 나타낸 것은 이미 스승님께 복종을 한다는 뜻이니 지금부터 명령을 내리셔도 됩니다."

"그 정도는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지. 자 그렇다면 본격적으로 한바탕 해볼까?"

목유성은 다시 자세를 가다듬고 목소리에 힘을 주어 큰소리로 외쳤다.

[백신룡들이여!! 저 능선에 있는 블루 드래곤들에게 그대들의 힘을 보여다오! 자 어서 가거라!"]

[크앙!]

[크앙!]

벡신룡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서쪽 바위 능선 쪽으로 갔다. 하편 블루 드래곤 수장 히치카는 허공을 날아가는 자신의 수하 드래곤들을 멈추게 해놓고는 전방을 살펴보았다. 무엇인가 능선 뒤에서 엄청난 에너지를 뿜으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것을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대장 히치카 뿐만 아니었다. 다른 드래곤들 역시 그 커다란 몸집과 어울리지 않게 저마다 불안한 몸 동작을 취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도..도대체 능선 뒤쪽에서 이리로 다가오는 것들이 뭐지?"

"무엇인가 웅장한 에너지를 뿜어되며 다가오고 있는데요."

"웅장한 에너지라면..설마.."

그때였다. 능선 위 푸른 창공에 눈부신 빛이 작렬했다. 푸른 태양에 반사된 거대한 백신룡들의 하얀 몸체에서 나는 빛에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그와 동시에 블루 드래곤 무리들에서는 경악에 찬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백..백신룡..."

"이..이럴 수가.."

"도대체 난데없이 백신룡들이.."

"그것도 여러 마리가.."

사실 블루 드래곤과 백신룡들은 같은 용의 종족이었다. 하지만 그 원류만 같을 뿐 오늘날에는 서로간에 별개의 진화 형태를 거쳐왔다. 일종의 정령형태로서 태고적부터 그 신비하고 강력한 능력을 지닌 백신룡들은 칠계 주민들에게 그저 상상의 동물로 각인 되어 온 반면에 일반 드래곤들은 저마다 윤회를 통한 환생의 틀에서 레드, 블루, 골드 드래곤으로 생을 거듭했다. 간혹 골드 드래곤 급 중에서 환생의 틀을 벗어나서 일종의 정령화 되는 그랜드 골드급의 드래곤들이 있었지만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어쨌든 지금 상황을 볼 때 백신룡들과 맞서려면 적어도 골드 드래곤급 수백 마리 혹은 그랜드 골드 드래곤급 정도는 되어야만 하였다. 물론 블루 드래곤 수장인 히치카는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모두 피하라!"

히치카 입에서 나온 말은 간단했다. 어차피 승산 없는 전투라는 것을 알고 나온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히치카 그 자신과 나머지 블루 드래곤들의 커다란 몸통들이 경직 되  어 있었으니 피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일이었다. 백신룡들 역시 눈앞에 적들을 놓고 그리 쉽게 놓치지 않으려 했다.

[크앙!]

블루 드래곤들 보다 수십 배는 큰 백신룡들 12마리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블루 드래곤 무리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

[크앙]

[컥]

[컹]

한마디로 용들끼리 아비규환을 이루며 대 접전이 시작되었다. 블루 드래곤 중에는 불을 내뿜으며 방어를 하는 용도 있었지만 그 정도의 공격술은 거대한 백신룡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백신룡들은 닥치는 대로 블루 드래곤들을 정신없이 물어뜯으며 그 하얀 입 주위에 빨간 선혈들을 묻히고 다녔다. 참으로 잔인한 광경이 한 낮의 푸른 창공 위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몸통이 분리된 드래곤들의 시체가 후두둑 하늘에서 떨어졌으며 그들의 피마저 주변 바위지역에 뿌려지고 있었다. 과연 백신룡들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리크를 비롯한 사계 전사들 역시 그 장면을 보면서 입조차 다물지 못했다. 백신룡들을 불러낸 목유성 그 자신도 오금이 저질정도로 지금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너무나 흉폭 하고 잔인했다.

고룡인 카라펠리오는 한때 자신의 동족이었던 블루 드래곤들이 백신룡들에 의해서 무참히 죽어나가자 그만 눈을 질 끔 감아버렸다. 그때 슬레이어가 카라펠리오의 등에 손을 얹고는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저들은 한때 자네의 동족들이 아니었는가?"

"그래서 나더러 지금 괴로워하라는 말인 것 같군."

"그게 아니라.."

"상관없네. 어차피 저들은 자신들의 죄 값을 받고 있는 거겠지. 멸성인들은 그야말로 피와 눈물도 없는 존재들이라네. 다른 종족들을 침략하고 제압하면서 병사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무참하게 학살했던 놈들이란 말이야.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그 살육자들로부터 이탈해서 사계로 내려온 것이지."

슬레이어는 무심코 하늘을 바라보고는 한마디했다.

"후 살육자들의 말로는 역시 살육을 당하면서 끝나는군. 정말 소름이 끼치는 군. 전투가 시작 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수백 마리의 블루 드래곤들이 몰살당하다니."

그때 카라펠리오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내 생각에는 백신룡들보다 흑신룡들의 존재가 훨씬 두렵다고 생각하는데..바로 자네의 어둠의 검에 갇힌 영물들 말이야..사실 백신룡들은 골드 드래곤들 혹은 그랜드 골드 드래곤이 나타난다면 그 승부를 예측할 수는 없네. 하지만 흑신룡은 아마 다를걸..도대체 어는 영역으로부터 온 영물인지 몰라도 이 칠계의 영역을 뛰어넘는 아주 무시무시한 존재인 것 같은데.."

"후. 정말 그렇지. 사실 이 어둠의 검은 지금 우리를 이끌고 있는 리크가 가져온 것이야."

"리크라니. 그렇다면 리크가 다른 우주에서 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하하. 그럴 수도 있겠지."

"그나저나 저기 산아래 들판에도 황당한 일들이 벌어지는군."

카라펠리오가 말하자 슬레이어 역시 고개를 빼어들고는 그쪽을 바라보았다.

"흠. 데스퍼라도인인 마이클의 전투 기술과 마법은 정말 신기하단 말이야. 도대체 저런 일들이 가능 한 건지 두 눈으로 직접 보아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니."

"조그만 가방에서 거인이 튀어나오지를 않나. 그리고 저기 팡팡 쏘아대는 마법 석궁 같은 것 좀 보게나. 뭐..레이저 총이라고 하나 하여튼 마법 석궁에서 발사되는 빛으로 인하여 그렇게 많았던 천공전사들이 이젠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니.."

"베른의 영역이라..여기도 생각보다 승부가 쉽게 끝나겠는데.."

"후후. 다음 영역에 비하면 여기까지는 장난에 지나지 않지.."

"하기는. 다음 영역에는 골드 드래곤과 그랜드 골드 드래곤...그리고 칠계의 멸성인들의 최고 통치자들인 세명의 천신(天神)들과 4정령들이 버티고 있으니 그야말로 살아있는 신(神)들과 전투를 벌여야만 한단 말일세."

*        *        *

베른의 영역의 초입지역 전투는 생각보다 쉽게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마이클이 불러낸 거대한 에텔거인전사는 천공전사들의 사냥을 거의 끝냈고 목유성이 불러낸 백신룡들 역시 블루 드래곤들을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몰살시켜버렸다. 어쨌든 리크와 사계 전사들은 오늘밤 야영지를 이곳 메카스트 바위 중턱에 잡기로 하였다. 근처 숲 속을 뒤져서 잡아온 동물들의 가죽이 벗겨지고 모닥불 위에 통 체 구워졌다. 사계에서 가져온 술이 목유성에 의해서 처음으로 공개되었으니 아마 이들은 오늘의 승리를 자축하려는 분위기인 것 같았다. 사계전사들 사이에서는 어느새 끈끈한 우정이 싹을 피우기 시작했고 이젠 서로간에 예의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지도 않았다. 말많던 프리즘의 건사들 중 골고트와 리아몬 역시 슬레이어, 목유성 마이클등 그들의 전투 실력을 직접보고는 이젠 아예 이들을 경외하는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한편 리크와 세아린은 여전히 어린아이들처럼 다투곤 했으나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저 사랑싸움으로 보였다.

"리크! 너 변태야? 갑자기 볼에다 키스를 하다니.."

"키스정도가지고 변태라니..표현이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하지 않던 짓을 하니까 그렇지? 하여간 넌 옛날의 그 점잖았던 리크가 아니야."

"나 그 리크 맞는데..젠장."

"네 말투도 너무 변해버렸어!"

그때 마이클이 심드렁하게 한마디했다.

"빌어먹을! 사랑싸움하려면 우리 없는 데서 해라! 애인 없는 사람 서러워서 살겠나."

[탁!]

순간 마이클의 뒤통수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바로 뒤에서 목유성이 노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얏. 젠장 왜 때려요?"

"이놈아 애인 없는 네놈이 바보이지 왜 리크와 세아린을 탓해. 아무튼 난 보기만 좋구만.."

"쳇! 보기 좋다고요? 요즘 들어서 저 리크 하는 짓이 능글맞아서 징그러 죽겠는데..봐요! 저 싱글벙글 웃는 모습이 여자 꽤나 후리고 다닐 바람둥이처럼 보이잖아요."

"험. 그놈 참 바람둥이라니? 내가 보기에는 잘만 생긴 것 같은데.."

제법 시간이 흐른 뒤 그날 저녁 사계전사들은 고룡 카라펠리오의 설명에 경청하고 있었다. 카라펠리오는 그 누구보다도 칠계의 사정을 잘 아는 골드드래곤 출신이었고 이들이 다음에 갈 관문인 아도라의 영역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칠계의 초상위공간은 그야말로 칠계의 모든 신(神)들이 기거하는 곳이지, 물론 오늘날 주체세력인 멸성인들의 통치자이자 상급 신들 역시 그곳에 있지만.."

"그곳을 아도라 영역이라 부른다고 그랬죠.?"

"아도라 영역은 칠계 주민들에게 일종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야. 천신들과 정령들, 골드 그래곤등..그 외 다른 주관 신(神)들이 수도 없이 많지. 바로 그들이 오늘날 창조주에게 역행을 일으키는 장본인들도 되고 말이야."

마이클이 갑자기 한숨을 쉬며 근심 어린 눈빛으로 말했다.

"후. 그들과 또 한판 붙어야 되겠군요."

"아마 그들과 벌어질 전투에 비한다면 지금까지 전투는 얘들 장난에 지나지 않는 것이야. 아도라의 영역의 신들은 그야말로 칠계의 권능과 권세를 움켜진 초월존재들이란 말이야."

"근데 아저씨는 뭐 그들에 대해서 홍보하러 나왔어요."

"홍보라니 허 그놈 참 말하는 싸가지하고는..하여튼 그만큼 무시무시한 존재들이라는 얘기지.."

리크 역시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사계전사들을 둘러보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아무도 다친 사람 없이 잘 싸워 주셨지만 아도라의 영역에서는 여러분의 목숨조차 보장하지 못합니다. 솔직히 이곳 베른의 영역까지는 제가 주장해서 같이 올라왔지만 아도라의 영역으로 가는 선택은 여러분 스스로에게 맡기겠습니다. 즉 지원자만이 그곳으로 갈수 있습니다."

리크의 느닷없는 제안에 사계 전사들은 저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변했다.

"지원자라니.."

"리크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모두 여기까지 목숨을 걸고 왔건만."

"맞아! 애초부터 목숨이 아까웠다면 이곳 칠계 조차 오지도 않았을 거야."

"그건 그래. 우리 모두의 직업은 바로 싸움을 하는 전사란 말이지. 조금 전 리크 네가 한말은 우리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 같은데. 한마디로 죽기 싫다면 아도라의 영역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라는 뭐 그런 말이겠지."

갑자기 리크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더니 무거운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

"죽기 싫으시다면 아도라의 영역으로 가는 것을 포기하게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이 바로 그겁니다. 전 결코 여러분의 자존심을 건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사실을 말할 뿐이지요."

또 한차례 찬바람이 사계 전사들 사이에 휙 부는 느낌이었다. 이번에 리크가 강한 어조로 말하자 사계 전사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과연 그곳이 얼마나 무서운 곳이기에 목숨마저 보장을 못한단 말인가? 그때 목유성이 침묵을 깨트리고 외쳤다.

"리크. 난 간다. 물론 죽기 싫지만 여기까지 와서 돌아간다는 것은 내 자신이 허락지 않아."

목유성이 말하자 사계전사들 사이에서 여기저기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나도.."

"난 죽더라도 싸우다 죽겠다."

"난 악착같이 살아남아서 꼭 승리를 두 눈으로 보고 싶단 말이야!"

"리크. 절대 혼자 갈 생각 마라. 네놈만 전투를 즐기려는 심보를 내 모를 줄 알고?"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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