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51화 (151/157)

[데스퍼라도] 151. 베른의 영역

데스퍼라도(Desperado)

베른의 영역

검은 박스는 한사람이 들고 다니기에도 자그마한 크기로 그 무게도 무척 가벼워 보였다. 마이클이 이곳 칠계로 온 날부터 지금까지 등에 배낭처럼 메고 다녔던 검은 박스가 드디어 그 정체가 밝혀지려는 순간이었다. 리크와 그 외 사계 전사들 역시 도대체 저 검은 상자가 뭐기에 마이클과 데스퍼라도인들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며 만지지도 못하게 했는지 궁금했다.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한가운데 마이클과 데스퍼라도인들이 검은 박스를 오픈하려는 순간을 구경하려 했다. 검은 가방을 열려는 순간 마이클이 주변을 보더니 외쳤다.

“좀 뒤로 물러서 주세요. 후. 마치 내가 무슨 약장수라도 되는 것처럼 몰려들기는..후후.”

그때 목유성이 볼멘 목소리로 한마디 했다.

“그 자식 더럽게 뜸들이네. 사람들이 네놈만 쳐다보니까 갑자기 우쭐거리고 싶더냐?”

“엥. 도대체 아저씨는 저랑 전생에 원수진 일이라도 있어요. 왜 사사건건(事事件件)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에요.”

“이놈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라니? 내가 식인종이냐? 아무튼 그렇게 뜸들이지 말고 당장 그 검은 상자를 열어보라고!!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폼 잡기는..고얀 놈 같으니.”

“후. 정말 말이 안 통하는군요. 이 검은 박스는 그냥 연다고 해서 열어지는 것이 아니에요. 저를 비롯해서 다른 데스퍼라도 인들 두 명이 동시에 키를 맞추어 작동을 시켜야지 열어진다고요. 워낙 위험한 병기이기에 세 사람이 동시에 각자만이 알고 있는 키 워드를 입력시켜야만 이 병기를 사용할 수 있죠.”

그때 리크가 말했다.

“얼마나 대단한 무기이기에 작동시키는 것조차 그렇게 까다롭니? 이번에도 고성능 폭탄이나 아니면 스페이스 운석공격과 비슷 한거겠지?”

“리크 내가 조금 전에 분명 그런 것들 따위와는 메카니즘이 다르다고 말했을 텐데.”

“도대체 뭐지?”

“너도 성질이 꽤나 급하군. 겉보기에는 그렇게 안 생겼는데. 후후. 아무튼 지금 여니까 보기나 해!

마이클은 나머지 데스퍼라도인들과 드디어 검은 상자의 키워드를 입력시키고 작동을 위한 버튼을 각자 동시에 눌렀다.

[기 익]

[시시시시]

그러자 검은 박스 위 표면의 하드 서페이스가 열리고는 무엇인가 위로 올라왔다.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금속 레이저 건들 렛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이클이 말하던 무시무시한 병기를 예상했던 사계전사들은 저마다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뭐..뭐야! 고작 요렇게 생긴 게 무슨 위력을 발휘한다고..”

“일종의 마력 빛을 발사하는 기묘한 무기 같은데 과연 이 조그만 무기가 천공전사들의 발끝하나 다치게 할지 벌써 걱정부터 앞서는군.”

“이거 데스퍼라도인들 믿다가는 아예 천공전사들에게 몰살당하는 거 아닌가?”

리크 역시 불안한 감정을 감추지 못하고 입술을 실룩되며 검은 박스에서 돌출된 아주 권총모양의 총구를 살펴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조그만 구멍에서 나오는 무기의 위력이 과연 이 베른의 영역을 진동시키기라도 한단 말인가?”

마이클은 리크와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아무튼 내가 이 촌 사람들과 뭘 못 해! 젠장. 아직 우리는 이 검은 박스의 무기작동 중 5%조차 안했단 말이야!”

“그렇다면 그게 다가 아니야?”

“2777년 지구과학의 총 집합체가 그저 금속 총부리에서 무기나 발사하는 메카니즘밖에 안된다면 한마디로 쪽팔린 거지.”

“그럼 도대체 뭐야?”

“ 움직이는 인공에텔금속합체..”

“ 인공에텔금속합체라니? 후 발음하기도 너무 어렵다.”

“지구에서 과거의 용어를 빌리자면 일종의 로봇이라고 부르며 그 메카니즘은 움직이는 살상무기가 그 원류가 되었고 그 뒤로 과학이 발달함으로서 기본적인 인공지능을 갖는 인조인간 형태의 안드로이드로 발전했지. 그리도 오늘날 그 안드로이드는 2 세 번의 과학 세대를 거쳐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강력한 로봇으로 완성되었지.”

“로봇이라면? 사람모양을 뜬 기계인간을 말하는 거 같은데. 도대체 그런 인간이 어디 있다는 거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리크와 사람들은 저마다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바보들..이 기계인간은 일종의 금속이 아닌 에텔체로 만들어진 비물질 개념의 로봇이란 말이야. 바로 이 검은 박스의 요 돌출된 금속에서 강력한 에텔체를 방사하며 거대한 에텔로봇을 형상화 시킬 거야. 에텔체의 발명이란  정말 지구과학의 획기적인 쾌거라 할 수 있었어. 우연히 지구에 떨어진 혜성의 잔재에서 발견된 특이한 금속 성분이었는데 그건 바로 기체와 기류 혹은 기(氣)로 변할 수도 있는 에텔농축원소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

“그렇게 설명한들 여기서 알아듣는 사람들 별로 없어. 그러니 빨리 그 로봇의 실체나 보여주나 해!”

“하긴 리크 네 말대로 그게 더 빠르겠다. 그럼..”

마이클과 2명의 데스퍼라도인들은 다시 검은 박스의 무엇인가를 조작했다. 잠시후 박스에서 선명한 푸른빛이 폭사하더니 마치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저 푸른 창공위로 솟구쳤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고 일정한 시간 뒤에서 계속 허공에서 반짝거리며 남아있었으니 분명 불꽃놀이 따위의 빛은 아닌 것 같았다. 점차 시산이 흐를수록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늘에 일정한 윤곽을 잡아놓은 빛의 테두리가 스스로 면을 만들고 평면적인 형상을 나타내고 있었다.

“와우. 하늘에 뭔가 그려지고 있어.”

“저..저럴 수가. 도대체 어떤 마법이기에..”

“정말 아름답다. 마치 천상의 신들이 장난치는 것 같은데..”

평면의 형상은 거대한 거인 전사의 모습을 연상케 하였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평면은 드디어 3차원의 입체적인 모습을 그 두께와 볼륨이 더해지고 있었으니 과연 이게 무슨 조화란 말인가?  사계전사들의 눈에 비쳐지는 저 하늘의 모습은 처음에는 대형 그림이 그려지고 지금은 3차원의 조각이 난데없이 타나나는 그런 느낌을 받았으리라. 한마디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닌 거대한 생명체가 불쑥 출현한 것과 같은 충격을 느꼈던 것이다. 마이클은 사람들이 저마다 놀라워하자 신이 나서 말했다.

“후후. 이 조그만 검은 박스에서 저런 거대한 전사가 숨어있을지 몰랐겠지. 사실 나도 지금 놀라는 중인데. 어쨌든 고농축 에텔체 금속자체에 경탄을 금할 수 없군. 하지만 정작 더욱 더 놀랠 일은 바로 저 거대한 인조인간의 능력이란 말인데. 한마디로 온몸이 무시무시한 병기 그 자체라는 사실이지.”

“병기라니?”

리크가 묻자 마이클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리크. 명령만 내려주면 당장 보여주겠네. 당장 천공전사들에 공격 명령을 내려 줘!”

“알..알았어.”

“그럼..”

마이클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검은 박스의 스위치를 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홀로그램 영상이 나타나더니 일종의 조종석 같은 것이 형상화 되었고 곧이어 에텔체금속처럼 딱딱한 물질로 변했다. 한마디로 단번에 한 사람이 편안하게 앉아서 조종할 수 룸이 만들어졌다. 마이클은 잽싸게 그 안으로 들어가 앉더니 각종 스위치와 레버, 버튼을 눌러대며 조종을 하기 시작했다.

“자 수동모드장치로 변환했기 때문에 내가 직접 원격조종을 할 수 있거든. 뭐 직접 저 로봇을 조종한 적은 없지만 어렸을 때부터 가상현실게임을 통해서 능수능란하게 익혀왔기에 조종하는 데는 별로 문제없어. 사실 난 이 분야에서는 챔피언까지 먹은 적이 있거든. 하하하.”

한편 천공전사들 진영에서는 엄청난 소란이 일어났다. 도대체 갑자기 엄청나게 큰 금속의 인간이 나타났으니 생전 듣도 보지도 못한 괴물체를 접하는 심경이었다. 천공전사 빌메스트 사령관은 그 오랜 세월동안 전쟁을 치르면서 이토록 놀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다른 천공전사들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거인 금속인간이 있다는 개념이 아예 없었으니 지금 눈앞에 나타난 존재를 어떻게 생각해야 될지 몰랐다. 단지 엄청난 위압감을 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나타났으니 그저 오금을 저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사령관은 달랐다. 그의 목소리가 수천명의 천공전사들에게 울려 퍼졌다.

“저게 무엇이든. 모든 전사들은 공격대형을 펼치고 저마다 메탄급 병기를 준비하여 제 일진부터 선제공격을 하라!!”

과연 그들은 멸성인의 정예부대답게 빌메스트 사령관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저마다 빠른 움직임으로 대열을 정리하고 제 일진이 곧바로 땅을 박차고 오라 거대한 금속인간에게 향했다.

[슈슈슈슈슈]

거대한 날개를 펼친 체 손에는 저마다 푸른빛의 검을 든 천공전사들의 위용은 실로 대단했다. 그들은 각자가 일당백의 전사들이요. 무적의 전사들이었던 것이다. 그들이 가는 곳에는 항시 초토화로 변했고 피가 강물을 이루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과연 저 거대한 금속전사를 상대로 그 전설을 이어갈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한편 사계전사들은 저마다 불안한 듯 말했다.

“뭐해! 마이클. 적들이 몰려오고 있어.”

“젠장. 나도 알고 있어. 조금만 더 가까이 오라고 해!”

“혹시 그냥 폼으로 서있는 것 아냐?”

세아린이 빈정거리자 마이클이 화를 냈다.

“빌어먹을..그 성질 한번 급하군. 좀더 기다려보라니까. 왜들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 자 어쨌든 이제 내 차례가 온 것 같은데.”

마이클은 갑자기 조종석에서 일어나더니 이상한 몸동작을 했다.

“자 이제 나와 저 거인 전사와는 에텔합체 마인드 컨트롤 모드에 들어갔으니 내가 하는 행동과 내가 원하는 무기들을 사용할 수 있을 거야. 일단 검을 뽑아야겠지.”

[슉]

그러자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지상에 마이클이 검을 형상화 시키자 저 거인전사 역시 등 뒤로 손을 갖다 되더니 거대한 검을 형상화 시켰다. 한마디로 거인 금속전사는 마이클과 똑같이 행동을 했다.

[획!]

마이클이 검을 휘두르자 거인 전사 역시 검을 휘둘렀다.

[획!]

[파파파파파파]

[악!]

[컥!]

[크악!]

참으로 가벼웠다. 거인이 휘두른 검 날이 천공전사 일진을 향해 휘두르자 단단하게만 보였던 그들의 검은 갑옷들이 무 잘라지듯 싹둑 분리되는 것이 아닌가? 수백 명의 천공전사들은 멋지게 하늘로 날아올랐지만 전혀 예기치 않은 거인전사의 검 공격에 졸지에 황천길로 직행하는 꼴을 당했던 것이다. 그와 같은 광경에 사계전사들 역시 경악을 했고 그토록 두려워했던 천공전사들이 한순간에 몸통이 잘려지는 못이 가히 충격적이었으리라.

천공전사 총사령관 역시 잠시 쇼크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도저히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던 것이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은 광경이었다. 그렇다고 손놓고 그저 가만있을 수 없었는지 벨메스트 그 자신이 직접 나서기로 했다.

“처음부터 얕본 게 실수였다. 적이 불러낸 소환 거인전사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 천공전사들 역시 합체로 대응하는 수밖에 없겠지. 젠장. 초반부터 이런 기술을 사용해야하다니. 도대체 저 중간영역인 사계전사들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정말 당혹스럽군.”

천공전사 사령관 빌메스트 명령으로 천공전사들은 저마다 합체 대형으로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저마다 날개를 자신의 몸을 감싸더니 붉은 빛을 내 뿜었다. 그리고는 허공의 어느 지점으로 모였다. 붉은 빛은 장대해지더니 눈을 뜨지 못할 정도로 밝게 빛났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자 천공전사들이 합체된 거대한 천공전사가 눈앞에 덜컹 나타났다. 검은 투구, 검은 갑옷과 푸른빛이 맴도는 검, 금빛 문양의 화려한 방패, 무엇보다도 마이클이 불러낸 거인전사와 그 크기가 대가리하나는 더 컸으니 졸지에 전세가 역전된 느낌이었다. 지상에서 이를 바라보던 사계전사들은 저마다 입을 다물지 못했으며 마이클 역시 무심코 외쳤다.

“빌어먹을..내 에텔 거인 전사보다 대가리가 하나 더 크잖아..”

그때 리크가 다가오더니 마이클에게 말했다.

“마이클 조심해! 저건 일명 천공합체술이라 하는데 바로 천공전사들의 최후의 비전절기로서 수천념의 천공전사들의 에너지가 하나로 모아지며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단 말이야!”

“리크! 젠장. 지금 겁주는 거야? 아직 초반인데 괜히 그런 으스스한 소리 하지마!”

“야 임마. 조심하라는 얘기야!”

“조심보다는 겁부터 먼저 나는데..하지만 에텔 거인전사 역시 아직 엄청난 힘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 모르지. 헤헤.”

“자식 아직도 웃을 여유는 있구나?”

“임마! 억지로 웃는 거야!”

“아무튼...”

“그래 아무튼 간에 일단 부딪쳐 보자..젠장.”

그때였다. 합체천공전사의 푸른 검이 저 푸른 창공을 가로지르며 에텔 거인 전사의 머리로 향했다.

“위험해!”

순간 리크가 마이클의 머리를 잡더니 강제로 아래 재빨리 숙였다.

[쉭!]

에텔 거인 역시 리크에 의해서 마이클이 아래 고개를 숙이자 똑같이 따라했다 그 덕분에 합체천공거인전사의 첫 번째 공격을 가까스로 피할 수 있었다. 한편 마이클은 괜히 리크에게 화풀이를 했다.

“야 임마. 네가 자꾸 말시키니까 집중을 못하잖아. 아무튼 네 덕분에 겨우 피했지만. 아이고 모가지야..젠장.”

“지금부터 말시키지 않을 테니 정신 똑바로 차려! 그나저나 네가 검술이나 제대로 아니? 그래야지 저 합체천공전사와 상대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난 오로지 과학의 힘으로 싸울 거야. 잘 보라고. 자 에텔방어막 형성!!”

[샤샤샤샤 팟]

순간 에텔거인전사의 팔뚝에 온몸을 방어할 수 있는 거대한 투명 막 방패가 형성되었고 이와 동시에 마이클의 검이 주황빛을 내더니 무식할 정도로 사정없이 합체천공전사의 몸통을 향해 갔다.

“에잇!”

[창!]

허공에서 거인들의 전사들끼리 검 부딪치는 소리가 하늘과 땅마저 울렸다. 실로 대단한 기세가 아니랄 수 없었다. 신비의 세계인 초상위 구역의 정예전사들이 합체한 천공거인과 과학이 만들어낸 에텔 거인 전사와의 전투 대결은 참으로 이채로운 광경이었다. 과학을 모르는 사계 전사들은 도대체 데스퍼라도인들의 마법 메카니즘의 원류가 무엇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고 그저 지구 출신 종족으로서 신비한 마법을 행하는 마법사들로 보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 순간 데스퍼라도인들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전투 능력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창! 챙!]

[쿵!]

[팡! 팡!]

사정없이 공격하는 합체천공전사에 대해 놀랍게도 마이클의 조종을 바고 있는 에텔거인전사가 절묘하게 대응을 하고 있었다. 리크는 언제 마이클이 저런 검술을 배웠나하고 놀랐다. 사실 마이클은 이세계로 넘어오면서 근 4년간을 목유성에게 중국의 무공을 틈틈이 배워왔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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