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43화 (143/157)

[데스퍼라도] 143. 위대한 전사의 아들

데스퍼라도(Desperado)

위대한 전사의 아들

밤하늘 상공에 나야타의 형상이 나타난 지 제법 시간이 많이 흘렀다. 푸르스름한 여명(黎明)의 새벽에 수많은 별무리들이 그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지난밤에는 실로 모든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우주(宇宙)와 차원을 넘나드는 경이로운 이야기들은 리크와 목유성 마이클을 무척 고무(鼓舞)시켰다. 특히 리크는 자신이 다른 차원 우주(宇宙)의 어느 위대한 전사의 아들이라는 고대 창성인 나야타의 말에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 듯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우주(宇宙)란 개념은 사실 모호한 부분이 있다. 팽창의 극에 다다른 대우주, 이제 겨우 탄생한 소우주, 팽창 진행중인 비 성숙의 우주, 역행의 수축 우주, 수축의 극으로 중력이 붕괴된 블랙홀의 우주 등. 그 외의 수많은 급의 성장 우주(宇宙)가 존재하고 있고 한 우주 안에서도 셀 수 없을 정도의 차원이 존재하기에 그저 우리가 부르는 우주(宇宙)라는 언어의 뜻을 깊이 관찰할 필요가 있다.

칠계의 우주란 바로 탄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성장진행의 소우주라 할 수 있었다. 칠계 우주는 조홀 은하계로부터 120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이제 막 생성되는 거대한 은하계 중심부에 있었다. 차원적인 영역은 시작단계인 7차원의 공간을 형성하였기에 칠계(七界)라고 불렸던 것이다. 보통 우주와 은하계가 탄생하고 시작하는 단계에는 아직 어린 창조주의 관념(觀念)이 성숙하지 못하기에 많은 다양한 창조주의 분리체들이 저마다 육체적으로 현신하여 대립과 갈등, 질투, 탐욕을 통해 서로간의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으며 학습해 나간다. 칠계의 우주 역시 아직은 미성숙한 창조주의 능력으로 멸성, 살성, 영성, 창성의 피조물들이 하나의 세계를 이루어 나름대로 성숙해 가는 소우주였던 것이다. 하지만 창조주의 부정 분리체들인 멸성인들의 오만과 탐욕은 그 한계를 넘어서 자신들의 근원인 창조주마저 위협하게 되기에 이르렀다. 만일 창조주가 자신의 피조물에게 역행을 당하면 그 우주는 수축의 작용으로 결국 소멸에 이른다. 결국 창조주와 고대 창성인 나야타는 멸성인들로부터 우주의 소멸을 막기 위해 저마다 안간힘을 썼던 것이다. 나야타는 프레아세톤 영역 내에 있던 아카식레코드의 우주 정보창고에서 다른 세계의 위대한 전사들의 전투기술을 모은 비전문을 만들었고 창조주는 다른 우주의 전사 영혼을 자신의 우주로 환생케 함으로서 우주의 소멸을 막고자 했음이었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가 하나 있었다. 과연 창조주가 선택한 별개의 우주 전사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정확한 파악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사실 조홀우주에서 일어났던 빛과 어둠의 최후 전쟁은 수많은 자른 차원의 우주(宇宙) 창조주들에게 일제히 주목을 받는 대사건이었다. 그중 칠계 우주 창조주에게도 저 조홀 우주의 위대한 전사들의 모습에 매료 되었다. 아니 당장에 그들 중 하나를 자신의 우주로 데려가야 할 형편이었다. 결국 조홀우주의 어둠의 공간에 대 폭발이 일어나면서 수많은 조홀 전사들이 환생의 프리즘 빛을 받고 저 끝없는 우주로 여행을 하려 할 때 칠계의 창조주는 서둘러야만 했다. 하지만 수백만의 영혼들을 이끌고 있는 위대한 백발의 전사가 저 머나먼 대우주로 그 여정을 시작했지만 칠계의 창조주는 그 전사에게 자신의 심정을 밝히기가 몹시 꺼려했다. 아니 겁이 났다고 할까? 그 어떤 우주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변형된 창조주, 혹은 관념의 전사라 일컫는 그 존재의 기류는 너무나도 흉폭하고 그 실체를 알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감정체의 존재라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한마디로 칠계의 창조주가 도저히 감당하기에 벅찬 존재였음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 위대한 전사는 자신들을 추종하는 수많은 조홀 전사들과 저 미지의 우주로 사라지고 있었고 칠계의 창조주는 망연자실(茫然自失)한 체 그들의 희미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그러던 중 그들 영혼들의 무리에서 뒤를 따라가는 한 존재의 모습이 칠계의 창조주 눈에 들어왔다. 그는 놀랍게도 맨 앞서서 수백만의 무리를 이끌고 가는 그 백발의 한 전사와 그 모습이 너무나도 똑 같았던 것이다. 검은 갑옷과 머리가 하얀 것까지 말이다.

칠계의 창조주는 재빨리 그에게 말을 건넸다.

"그대는 저 앞에 가는 위대한 전사와는 어떤 관계입니까?"

"훗. 저 말 입니까?  그야 난 그 위대한 전사의 아들이지요. 그런데 당신은 누구이기에 갑자기 나타나서 그런 질문을 하는 겁니까?"

"그대는 당신의 아버지와 같은 능력이 있습니까?"

"자신의 신분도 밝히지 않고 느닷없이 질문만 해대다니.."

그때서야 칠계의 창조주는 자신의 소우주에서 벌어진 일들과 여기까지 찾아오게 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했다. 전사의 아들은 칠계 창조주의 얘기를 다 듣고 나더니 빙그레 미소를 흘려보냈다.

"하하. 날더러 그대의 소우주로 환생하란 말인가요? 난 아버지를 따라서 저 대우주의 관문으로 가야하는 몸인데..그리고 내 능력은 아버지에 비하면 별 볼일 없소이다. 단지 아버님의 젊은 시절 헤록스탄과 라언 전사 정도의 능력은 가지고 있지만..그 정도 가지고도 도움이 될 런지.."

"아. 물론 되고 말고요.."

"잠시 생각할 시간 좀 주시죠.."

전사의 아들은 광활한 우주(宇宙) 공간에서 자신의 턱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가끔 저 우주로 멀어져 가는 자신의 아버지와 수많은 동료 전사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시선을 던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결국 그의 결정은 칠계의 소우주로 환생하는 것이었다.

"아버지의 그늘에 언제까지 파 묻혀 살수는 없겠지요, 나 또한 나만의 세계를 만들 필요가.."

"오 호. 정말 고맙소이다."

"그나저나 환생이라면 난 내 존재 기억을 못하겠군요."

"창성인으로서 환생한다면 모든 전생의 기억을 할 수 있지만 그 아래 차원으로 2중 환생한다면 당분간 기억을 못할 것이오."

"후후. 그 의미는 그대의 우주 제일 하위차원부터 고생해서 올라오는 과정이 있을 법한데..하긴 아버님도 그런 과정을 거쳐서 위대한 전사가 되셨지만..."

*        *        *

나야타의 형상이 사라진 하늘에는 어느덧 새벽의 여명 속에 붉으스름한 빛이 번져 오르니 곧 아침 태양이 저 산마루에 고개를 내밀 시간이 되었다. 간밤에 프레아세톤 위성의 비밀을 밝히러 간 리크는 결국 모든 비밀들을 알게 되었고 자신의 존재 근원에 대해서도 명확한 답을 찾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목유성에게로부터 나야타 비전문을 듣고 깨닫는 것에 있었다. 바로 완전한 각성을 이루고 나야타 비전문의 전투기술들을 습득하는 일들 말이다.

그로부터 약 두 달여가 흘렀다.

오늘은 바로 저 칠계로 가는 특별 전사 출병식이 있는 날이었다. 소수의 정예 전사들만이 가기에 리크의 집무실에서 초졸 한 파티만을 갖기로 하였다. 리크와 마이클, 목유성, 슬레이어, 카라펠리오, 프리즘의 전사들인 골고트, 케이사르, 리아몬, 포니, 세아린 그리고 케시어스등이 바로 특별 전사에 합류된 자들이었다. 어쨌든 이들은 오늘이 사계에서 마지막 밤이 될지 모르는 날인지라 그 어느 때보다도 흥겨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바로 칠계에서 살아 돌아온다는 보장을 못하기 때문인지 평소 술을 잘 못하는 마이클 마저 마구 폭주를 하고 있었다.

"이 봐! 리..리크 너도 한..한 잔해야지..컥!"

"마이클 목소리가 벌써 삐뚤어지는데..많이 취했군.."

"자식..오늘 같은 날엔 취해야 정상 아닌가? 혼자만 잘난 듯이 맨 정신이면 욕먹는다고.."

"야! 임마. 나도 목까지 차 오를 정도로 잔뜩 마셨어!"

"근데 왜 그..그리 멀쩡하냐?"

그때 슬레이어가 술잔을 들고 리크에게로 다가왔다.

"리크.."

"아저씨."

"잠깐 할 얘기가 있다 잠깐 조용한 곳으로.."

"아..예.."

그 둘은 소란스런 방을 빠져나와 바로 외벽에 있는 테라스로 갔다. 슬레이어는 난간을 두 손으로 꼭 잡은 뒤 밤하늘의 수많은 별무리를 쳐다보았다. 잠시 후 그의 말문이 열렸다.

"리크. 오늘이 마지막이군.."

"그렇군요."

그때 갑자기 슬레이어가 자신의 등뒤에서 어둠의 검을 천천히 빼어 들었다. 그는 어둠의 검을 아래위로 쭉 살펴보더니 한 숨을 푹 쉬었다.

"휴.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어. 어제 낮에 9마리의 흑신룡을 한꺼번에 보니 그들을 불러낸 나  조차도 그 자리에서 벌벌 떨리더라고..하하. 그나저나 리크 한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 어떻게 이 어둠의 검을 사용하는 법을 그렇게 잘 알 수 있었지? 마치 리크 자네가 어둠의 검의 주인 모양 흑신룡들 조차 부드러워지다니.."

"하하. 그게 다 아저씨 능력이 뛰어나서 그런 거지요. 제가 뭘.."

"아니야. 사실 난 흑신룡 한 마리조차 다룰 능력이 없다네.."

"어제 9마리 모두다 다루어봤잖아요.."

"그거야 네가 옆에 있었기에.."

"아저씨 혼자서도 충분히 다룰 수 있으니 앞으로는 걱정하지 마세요. 하하하."

"그..그런데 리크 너 뭔가 완전히 사람이 달라진 것 같아.."

"뭐 가요?"

"뭐라 할까? 좀 외향적으로 변했다는 아니 그 이상.."

"제가 좀 말이 많아졌죠.?"

"그런 것도 있지만 사실 전보다도 더 명랑해졌다는.."

예전보다 무척 명랑해진 리크의 모습에 참모진들은 한 두 번 어리둥절한 게 아니었다. 분명 리크의 성격은 180도 달라져 있었다. 일단 말수가 늘어났고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일이 잦아졌다. 더구나 썰렁한 성격과는 달리 곧잘 사람들의 배를 움켜잡을 정도로 웃기는 농담도 잘 했으니 리크를 잘 알아왔던 사람일수록 더욱 혼란함을 느낄 뿐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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