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138.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데스퍼라도(Desperado)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카라펠리오가 슬레이어의 축 늘어진 어깨를 다독거려 주었다.
"이보게 갑자기 자네답지 않은 행동을 하는가?"
"나답지 않은 행동이라니? 전사(戰士)로 뼈가 굵은 이 슬레이어가 리크가 결성할 특별부대에 합류조차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 것이 났지."
"허허. 이제 보니 정말 심각하군. 솔직히 난 칠계에 가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다네. 난 그곳에 태어나고 지낸 적이 있었지만 사실 이곳 사계 전사들에게는 너무나도 벅찬 강한 자들이 득실 되는 곳이야. 그러니까 그곳을 가는 전사들은 일단 목숨을 걸 정도로 위험하단 말이야."
"카라펠리오. 자넨 정말 나를 구차하게 만드는군. 애초부터 목숨에 연연하는 자들은 아예 전사의 길을 선택하지 않았을 걸세. 나 또한 마찬가지이고 리크의 특별전사 부대에 합류되어 그곳에 간다면 이 생명을 다 바쳐서 싸울 준비가 되어있다네."
"하긴 자네 성질을 내가 모르는 것도 아니고. 허 참 과거엔 자네의 헬시급 전사계열 정도만 하더라도 그 위명이 대단했는데 오늘날 갑자기 프리즘의 전사들이니 하몬이니 창성인 그리고 새로운 종족들인 지구인들의 과학등 정말 어디 명함이나 제대로 내밀 수 있겠는가? 분명 세상은 엄청나게 변했지. 암 변하고 말고..어쨌든 너무 실망하지 말게나. 칠계로 가는 리크와 특별전사들이야 자신들의 임무를 수행하면 되는 거고 자넨 아마 리크가 떠나고 없는 동안 이곳 사계의 정부를 지켜주면 되는 것이겠지."
"뭐라고? 이봐 카라펠리오! 내 한가지만 물어보겠네."
"뭔가?"
"이미 칠계로 가는 전사들이 결정 났는가?"
"아직은..조금 전 내가 한말은 그저 내 추측일 뿐이지. 하지만 거의 십중팔구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때 슬레이어의 눈빛이 번뜩였다.
"단지 조금 전 한말이 자네 추측이라면 아직은 희망이 있군.."
"슬레이어 자네 혹시 리크를 찾아가서 조르기라도 할 셈인가? 험험. 적어도 체통은 지켜야 하거늘 설마 어린아이처럼 징징거리는 것은 아니겠지?"
"그럴 생각이네.."
"헉! 자네 미쳤나? 명색이 우린 리크의 사부 뻘 되지 않는가? 이보게 제발 나이 값은 하라고!"
"난 전사(戰士)의 자격으로 부탁을 할 것이네.."
"정말 말귀를 못 알아듣는군. 자네 같은 헬시급 전사는 과거의 영광일 뿐 지금은 아니란 것을 잘 알지 않은가?"
"겁쟁이 늙은 용..더 이상 그 따위 소리하면 내 가만있지 않을 거야! 난 지금 프리즘의 전사들과 전투를 벌일지라도 그렇게 쉽게 지지는 않아!"
"하하. 물론 그렇게 말하고 싶겠지..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는 것을 알아야 돼! 프리즘 전사들은 그 출신부터 엄청나지 그러니까 마족 고대 대살육전사인 골고트를 비롯하여 자네와 같은 종족인 헬급 전사인 리아몬과 포니 그리고 혜성처럼 등장하여 고대 대마법사 라우타르 지팡이의 기연을 얻은 세아린, 고대 검의 왕 메스트린트의 기연을 얻은 케이사르 그들 프리즘의 전사들은 그야말로 동시대에 한꺼번에 같이 나타났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말 살아있는 전설이나 마찬가지야! 더구나 그들은 아무르 위성의 빛을 받은 살성전사이자 프리즘의 전사로서 저 칠계의 멸성인들과 겨우 대적이 될까말까한데 자네 같은 헬시급이 그곳에 간들 뭐 도움이나 되겠는가?"
"젠장. 늙은 영감쟁이의 시부렁거리는 소리를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네. 아무튼 난 지금 당장 리크를 찾아 갈 거야!"
"이봐 슬레이어 괜한 짓 하지 말게!"
"입 닥치고 있어! 난 전쟁터에서 죽으면 죽었지 이런 곳에 편이 앉아서 행정이나 보는 그런 기질과는 상극이야."
"빌어먹을 고집쟁이 같으니. 그렇게 죽고 싶어 안달이 났다면 네 마음대로 해 봐!"
슬레이어는 이미 중앙 로비를 지나 리크가 있는 사령관실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한편 카라펠리오는 슬레이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까의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빙그레 웃고 있었다.
"흐흐. 이 정도 약올렸으면 아마 리크에게 꼭 허락을 받아내겠지. 나 역시 네놈과 저 칠계에 같이 가고 싶어 안달이 났지. 자넨 내 유일한 벗 아닌가? 아무튼 약발이 잘 들어야 할텐데. 일단 저놈의 자존심을 잔뜩 건 들여놓았으니 아마 막무가내로 칠계 특별 전사에 합류시켜 달라고 징징거리겠지. 뭐 리크의 성격으로 보아 슬레이어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겠고..허허 그나저나 이것 참 이 카라펠리오도 점점 나이를 먹다보니 이런 잔머리만 느는군.."
잠시후 슬레이어는 사령관실 문 앞에 도착하여 경비병들에게 고하라고 했다.
"사령관님 슬레이어님이 오셨습니다."
"어서 모셔라!"
[덜컹!]
문이 열리면서 사령관실이 안이 확 드러나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슬레이어의 동공이 커지는 것이 아닌가? 그곳에는 리크를 비롯해서 데스퍼라도인들과 프리즘의 전사 그리고 여타 참모진들이 커다란 테이블을 놓고 한참 회의 중에 있었다. 그때 리크가 벌떡 일어나서 슬레이어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저씨..여긴 웬일이세요?"
리크는 아직도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에게 만큼은 아저씨란 호칭을 쓰며 그 누구보다도 각별한 예의 갖추고 있었다. 그 옛날 마룡들에게 끌려서 프론산의 용암에 던져지기 전 자신의 생명을 구해주었고 갈비아스 전투기술마저 완전히 습득하게 해준 카라펠리오와 슬레이어의 은혜를 어찌 잊겠는가? 물론 리크는 진심으로 그들을 좋아했다. 한편 슬레이어는 자신을 제외한 체 리크가 다른 자들과 회의를 하고있는 모습에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리..리크..이런 회의에 어찌 나만 빠지게 되었는가?"
"아..아저씨 그..그건..제가..따로.."
"그만. 내가 회의를 방해한 것 같구나..그럼 난 돌아가마.."
슬레이어는 아직도 자신이 소외당했다는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입술마저 부르르 떨었다. 겉으론 그런 모습을 리크에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지만 그게 어디 쉽게 감추어질 수 있겠는가?
"아저씨. 그렇지 않아도 아저씨를 찾았어요!"
"나를 찾다니? 후후. 괜한 소리하지 마라! 아마 지금 회의가 저 칠계로 가는 특별전사들을 선정하고 작전을 구상하는 것 같은데 나 같이 별 볼일 없는 전사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귀한 분들 틈에 낄 수 있겠는가?"
그때 리크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슬레이어를 바라보았다. 분명 슬레이어 아저씨는 지금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았고 그 표정에서 풀풀 나오는 실망감은 그 누가 보아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였다.
"도대체 무슨 소리하시는 거에요? 어쨌든 1차 회의가 지금 방금 끝났으니 이제 아저씨는 저와 2차 회의를 해야 되요."
리크가 손짓을 하자 방안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이 밖으로 나갔다. 잠시후 방안에는 마이클, 목유성, 그리고 슬레이어만 남았다. 리크는 슬레이어의 손을 잡고는 조심스럽게 안쪽 의자로 모셨다.
"자 지금부터 진짜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진정 믿을 수 있는 분들과 상의 좀 드리려고요."
슬레이어는 뭔가 이상한 방향 쪽으로 진행이 되자 혼란스런 표정을 지었다.
"중요한 회의라니..이 회의도 칠계에 관한 것인가?"
"믈론이죠. 더구나 슬레이어 아저씨가 바로 저 칠계 특별전사의 대장이신데요."
"뭐..뭐라고? 내가 대장이라고?"
"예. 사실 1치 회의의 목적은 바로 아저씨가 칠계 전사 대장임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것이지요."
"내가..칠계 전사 대장이라니..그럼 리크 너는?"
"전 그냥 리크지요."
"리크라니?"
"그곳에서 따로 할 일이 있거든요. 아무튼 제가 없는 동안 우리 칠계 특별전사들을 이끌어줄 대장이 바로 아저씨입니다."
"그건 말도 안 돼 난 헬시급 전사출신인데 설마 프리즘의 전사들이 내 명령을 들으려 하겠어?"
"당연히 듣겠죠"
"리크. 설마 지금 날 놀리는 것은 아니겠지?"
"놀리다니요?"
"이건 분명 말도 안 되는 얘기야!"
"말이 된 다니까요?"
"도대체 나에 대해서 뭘 믿고 그런 황당한 소리를 하는 게냐?"
"물론 확실히 믿는 것이 있지요?"
"믿는 것이 있다고? 그러니까 리크 네가 나를 칠계 특별전사 대장으로 임명한 것에는 분명 그 이유가 있겠지. 너같이 신중한 성격이 그저 날 놀리려고 장난을 칠 리는 없겠고. 도대체 네가 믿는 것이 뭔지 내게 속 시원히 얘기해보렴."
"현재 저는 창성인의 준 각성단계로서 완전한 각성을 이루려면 프레아세톤 위성의 비밀을 밝혀야만 합니다. 사실 매일 밤마다 저 프레아세톤 위성에 칠계의 검을 뽑아들고서 각성을 위한 시도는 해보지만 그게 쉽게 안되더군요. 그러던 중 아마 4일 전인가? 제가 테라스 위에서 프레아세톤 위성을 향하여 칠계의 검을 뽑는 순간 마침 테라스 아래 연못에서 아저씨가 어둠의 검을 물에 씻고 계시더군요. 그 때 놀랍게도 제 칠계의 검이 아저씨의 어둠의 검과 뭔가 상응했는지 웅웅거리더군요."
"흠 4일전이라. 그래 그때라면 나도 기억이 나지 난 헝겊을 물에 적셔서 내 어둠 검을 닦고 있는데 갑자기 웅웅거리더군. 뭐 가끔 내 검에선 이상한 소리가 나니까 그려러니 하고 지나갔지만 그날 따라 그 진동음이 여느 때보다도 크게 들렸어."
"아저씨가 숙소로 돌아가신 다음에는 더욱 놀란 일들이 벌어졌어요. 연못 위 상공에는 아홉 마리의 흑신룡들이 그 잔상을 간직한 체 서서히 유영을 하고 있더군요. 물론 지난번 아저씨와 저와 비무를 할 때 한 마리의 흑신룡을 본적은 있지만 9마리의 흑신룡의 잔상이 허공에 나타날 줄을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더구나 제가 느낀 그 흑신룡들은 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흉폭한 기류를 갖고 있었는데 저 는 그 기류에 눌려서 한동안 얼어붙은 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지요. 정말 대단한 경험이었어요."
"리크. 도대체 무슨 소리하는 게냐? 내가 젖 먹던 힘까지 내야만 겨우 흑신룡 한 마리를 겨우 불러낼 수 있는데. 더구나 그 한 마리조차 내 능력 밖인지 그놈은 제멋대로 날뛰고 주변 지형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모든 걸 박살내고 검 속으로 들어 가버리지. 그렇기에 웬만하면 난 절대로 흑신룡을 불러내지 않아! 그런 흑신룡들이 9마리나 되다니..혹시 뭘 잘못 본건.."
"아닙니다. 그리고 전 그 흑신룡들이 이곳 우주(宇宙)의 존재라 생각하진 않습니다. 아저씨가 차고 있는 어둠의 검도 그 옛날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저 미지의 영역 절대무적전사의 것이라 했지요. 그리고 아저씨는 그 무적전사 어둠의 검을 우연히 손에 넣게 된 것이고요."
"절대무적전사라? 아무튼 내가 이 검을 발견한 장소에는 그와 같은 문 귀가 써 있었어. 그나저나 다른 영역에서 온 검이라면 어떻게 이 세계에 존재할 수 있지?"
"칠계라는 곳은 모든 영역의 시공간이 열려있는 곳입니다. 아마 그런 루트를 통해서.."
"그나저나 나 같은 전사가 그런 검의 주인이 된다는 것 자체도 이해가 되지 않으니.."
"아무튼 제가 프레아세톤의 위성을 밝혀서 완전한 창성인의 각성을 한다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그리고 제 칠계의 검이 어둠의 검과 도 반응을 일으키니 무엇인가 관계가 있을 것 같기도 한데.."
"도대체 이거 혼란스러워서.."
"일단은 제가 완전한 각성을 찾는 것이 급한 것 같아요. 그 다음에 전 칠계의 검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 테고 아저씨 역시 어둠의 검의 9마리의 흑신룡들 다스릴 수 있을 거에요."
그때 마이클이 한마디했다.
"칠계의 특별전사 대장으로서 아저씨가 임명된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군. 아무튼 리크가 말한 칠계의 시공간이라 함을 지구과학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웜홀(Worm Hole)이라 하지. 그 옛날 지구의 위대한 과학자인 아이시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블랙홀 화이트홀간의 초공간 혹은 시공간 같은 것이 일종의 벌레구멍(Worm Hole)처럼 생겼다 해서 웜홀이란 명칭이 붙은 거지 그러니까 다른 공간 영역에서 그런 것들이 올 수도 있겠지. 바로 새로운 사건지평이 열리는 곳으로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거야. 뭐 어디까지나 이론적이지만 그나저나 어둠의 검 진짜 주인이 누군지 정말 대단한 자임에는 틀림없겠군. 이거 궁금한데."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