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137. 새로운 세상을 향하여!
데스퍼라도(Desperado)
새로운 세계를 향하여!
사계(四界)의 역사가 달라지고 있었다. 총 7계로 이루어진 이곳 수평 우주(宇宙)공간 중 그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사계에는 창성인의 출현으로 수십만년동안 종족간에 벌여왔던 처절한 전쟁의 주체 세력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었다. 태초에 우주가 창조되어 수많은 생명들이 빛에서 물질로 현현 되었으니 그들을 칭하기를 살성인, 멸성인, 영성인, 창성인이라 하였다. 각기 다른 특질의 감정을 갖고 태어난 그들이 서로간의 화합보다는 대립의 관계로 돌아선 이유는 바로 확장하려는 근본적 기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주(宇宙) 역시 그 팽창하여 분열하려는 진리(眞理)가 있듯이 잉태되어진 수많은 생명체들간에도 역시 자기종족 분열 본능으로 인한 운명을 피할 수 없었다. 살성인의 폭력과, 멸성인의 오만이 대립을 일으켰다면 영성인의 윤회(輪回)를 통한 신성한 경험, 창성인의 창조가 모든 대립을 수습해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한 우주(宇宙)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주기를 맞이하여야만 했다. 그 주기란 바로 이질적인 감정의 여러 세력들이 대립을 하고 승화를 하는 반복적인 단계과정에 있었다. 그러한 대립이야말로 이 우주(宇宙)가 성숙해지는데 촉매 역할을 했고 창조주는 계속해서 이율배반적인 존재들을 창조해야만 했다. 긍정의 우주가 탄생되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부정의 존재마저 출현해야만 된다는 사실은 모든 우주에 통용되는 위대한 진리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을 겪고 있는 우주들이 모두다 안전한 운행을 거치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부정의 세력이 너무 커 오히려 우주가 소멸되는 역행도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역행 과정을 겪는 우주는 결국 자체 중력과 기본 천체 질서가 무너져 스스로의 공간에 소멸 점을 형성하게 된다. 그 점은 검은 동공이라 불리는 곳으로서 일명 블랙홀(Black Hole)이라고도 한다. 우주지평(宇宙地坪)의 검은 동공은 부정의 극이요, 음의 핵심인 거대한 홀을 형성하여 모든 만물의 근원을 빨아들인다. 심지어 빛조차 소멸시키면서 스스로의 거대한 소멸지점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블랙홀 역시 총체적인 대우주 개념으로 본다면 그 자체도 하나의 운행이고 과정인 것이다. 빨아들인 모든 물질은 자시 새로운 우주를 창조할 수 있는 질료로 채워지고 빨아들이려는 블랙홀(Black Hole)과는 반대로 무조건 분출하려는 특성을 지닌 화이트홀(White Hole)을 통하여 또 다른 사건지평(事件地坪)이 열리는 곳으로 새로운 우주가 탄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행이란 창조주가 가장 두려워하는 과정으로서 자신이 창조한 우주가 결코 검은 동공이라 불리는 블랙홀로 변하는 것을 원치는 않는다. 우주는 팽창하고 성숙하여 또 다른 우주를 낳고 계속 분열되는 진리야말로 창조주가 진정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의 시점에서 리크가 속해 있는 이 우주는 커다란 변환기를 맞는 동시에 그 최후의 전쟁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오늘날 밝혀진 부정의 실체가 멸성인들이라는 것이 확실해졌고 그들은 이미 칠계(七界)의 대부분 상위영역을 점령하고 있었기에 창조주마저 자신의 부정 관념이 만들어낸 피조물들에게 역행을 당할 판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 한가지 서광이 비추고 있었으니 바로 창조주의 안배로 저 거치른 하위세계 밑바닥에 던져진 위대한 창성인인 리크가 힘들고 고된 여정을 거쳐 드디어 중간영역인 사계(四界)의 통일을 이룬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하몬의 검이라 혹은 칠계의 검이란 불리웠던 무기가 드디어 원래의 주인인 위대한 창성인 리크에게 돌아갔던 것이다. 칠계의 검(劍). 그 얼마나 오랫동안 주인을 기다렸단 말인가? 갈비아스 위성, 아무르 위성, 프레아세톤 위성의 우주(宇宙) 비밀이 간직되어 칠계의 검은 오로지 한사람만이 그 모든 것을 풀 수 있었다.
카젠모르 숲의 바위산 중턱에는 리크가 칠계의 검을 하늘 높이 들어서 위서부터 아래까지 천천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 역시 온갖 감정들이 교차하는 듯 눈을 지긋이 감았다.
"아폴립스의 숲이 그립군. 목검을 쥐고 가드린 마을 아이들 함께 숲, 들판을 뛰어 놀던 시절이야말로 내게는 소중한 추억들이었건만..양부모님, 카렌..휴. 그 이후로 많은 시간들이 흘렀군. 이젠 그런 추억마저 저 기억 아득한 곳으로 가물가물 거리니 말이야. 내 나이 17살 때 집을 떠나고 어느덧 서른 살이 되니 이제야 내 진정 소중한 것을 느낄 수 있군.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그때였다. 갑자기 어린 소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오는 것이 아닌가?
[리크. 너무해! 난 기억에도 없단 말이지..]
"헉! 누..누구야?"
리크는 느닷없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주위를 두리번거렸지만 전혀 인기척을 느낄 수 없었다.
[나 프론시오스야!]
"프론시오스라니?"
리크는 다시 주변을 둘러봤지만 이번에도 역시 아무도 발견할 수 없었다.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리크는 명색이 이곳 사계(四界)에서 천하통일을 이룬 대전사이지 않은가. 그런데 그 누가 감히 쥐도 새도 모르게 리크에게 가까이 접근하여 말을 건 낼 수 있단 말인가?
[후후. 아직 각성을 다 못했으니 내가 누군지 잘 모를 거야! 네가 기억을 찾아 이곳 칠계로 왔을 때 너를 안내해준 마스터라는 존재 말이야. 그게 바로 나야!]
"도..도대체 무슨 소리지? 그 때 마스터의 목소리는 분명 남자였는데.."
"그땐 잠깐 목소리를 바꾸었지. 하지만 지금은 네가 칠계의 검 주인이 되었으니 이젠 내 존재를 감출 필요는 없겠지. 어차피 프레아세톤 위성의 비밀을 밝히면 모든 각성이 돌아오게 되어있으니 내가 미리 나타난 거야. 나 정말 네가 너무 보고싶거든."
리크는 나중에야 그 목소리가 칠계의 검을 통해서 나는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는지 그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다.
[검 속에 내가 있기라도 생각한 거야? 난 단지 그 검을 매개체로 하여 여기 칠계로부터 내 음성을 전하는 거야..바보.]
"칠계라고?"
[응. 여긴 르프나시오 숲이야. 그 옛날 너와 내가 뛰어 놀던 곳 말이야. 후. 네가 저 아래 하위차원으로 내려간 날부터 얼마나 심심했는지 몰라. 너무 보고 싶단 말이야! 치. 다른 창성인들은 영 재미가 없어서..그래도 리크 네가 제일 멋있었는데..]
"그렇다면 너..너도 창성인.."
[당연하지. 그나저나 여기 큰일났어. 네가 빨리 오지 않으면 칠계라는 곳은 완전히 멸성인들이 전부 판을 치는 세상이 올 거야. 더구나 네 존재가 드러나고 사계를 통일하자 이곳 멸성인들도 벌써부터 경계태세를 하고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하루빨리 프레아세톤 위성의 비밀을 밝히고 이곳에 오란 말이야!]
리크는 갑자기 들려오는 소녀의 음성이었지만 웬 지 모를 반가움과 친근함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프론시오스라고 했나? 너..너와 난 어떤 사이였지?"
[후후. 우린 결혼한 사이지..]
"헉! 결..결혼이라고? 내..내가 결혼을 했다니.."
[바보. 아무리 기억을 잃어버렸다지만 정말 너무해. 하위계로 내려가기 전날 내 밤새도록 얼마나 울었는데..아무튼 벌써 놀라긴 일러 그 당시 내 뱃속에 있던 우리 아들이 무럭무럭 성장해서 벌써 12살인데. 이름은 리크 네 말대로 아트론이라 지었어.]
"아..아들까지?"
[혼란스럽지. 후. 하긴 네가 완전한 각성이 돌아오면 저절로 다 기억을 할 테지만 도저히 못 기다리겠어. 어쨌든 서둘러! 여기 칠계는 이제 희망이라고는 오로지 리크 너 뿐이야. 모든 창성인들과 영성인들이 너만 기다린다고!]
리크는 너무 놀라 잠시동안 멍해있었다. 잠시후 프론시오스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너 또 멍해있지. 바보. 아무튼 정신차리고 당장 올라오란 말이야. 멸성인들이 우리 영역을 공격하기 전에 말이야! 칠계의 검이 네 손에 쥐어진 이상 이젠 우리들도 힘이 솟는 것 같아. 그럼 네가 각성을 찾을 때 다시 찾을게. 안녕.]
칠계의 검에선 더 이상의 음성이 들리지 않았다. 풀벌레만이 찌르륵 울어되었고 조금전의 그 맑은 목소리는 아직도 리크의 귓가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내게 아내가 있었다니..더구나 아들까지..이럴 수가.."
오늘따라 세 개의 위성중 프레아세톤 위성이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것만 같았다. 칠계의 검 면에 새겨져 있던 갈비아스, 아무르, 프레아세톤 위성 중 그 마지막 비밀만을 밝히면 리크의 완전한 각성이 돌아온다는 프론시오스의 메시지가 리크를 점차적으로 흥분시켰다.
"그나저나 일단 완전한 각성을 찾아야 하겠지.. 후. 그런데 아까 프레아세톤의 비밀을 밝히는 방법을 물어봤어야 했는데. 워낙 갑작스런 일이라서.."
다음날 아침 카젠모르의 숲 페이른 공터의 중앙신전에서 대 회의가 열렸다. 리크가 하위계의 여행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자신을 추종하는 전사들이 대부분 참석하였다. 하몬의 정부군이 리크의 반란군에 대패 한 뒤에 사계의 모든 정부소속관할 군대가 리크의 휘하로 들어왔고 전 대륙의 주민들 역시 리크를 차세대 새로운 정부군 지도자로서 인정을 하기에 이르렀다. 리크는 일단 임시정부를 이곳 카젠모르의 숲에 세웠고 전 대륙의 모든 행정관할 결정 또한 이곳에서 하였다. 약 두 달 동안 새로운 정부를 세우느라 정신 없었던 리크는 오늘에서야 그 틀을 겨우 잡을 수 있었고 향후 정책방향을 의논하기 위해 지금의 대회의를 개최하였던 것이다.
일계 출신의 세아린, 스캇 전사, 가르시온, 플랜시아, 그 외 휴론계 전사들..
이계 출신의 지구인들인 마이클과 그 외 롬페르담 살상회사 간부들과 과학자, 직원들..
(이들은 오늘날 사계에서 데스퍼라도 종족의 시발점을 이룬 사람들로서 첨단 과학 문명을 이용하는 자들이다. 칠계의 영성인으로서 현재 윤회의 과정을 거치는 영혼들이기도 하다.)
삼계 출신의 헤수스, 아론(원래 사계인으로서 삼계에 내려온 마법사), 목유성(지구무림인 출신으로 삼계로 차원 이동되었음.)
사계 출신으로는 우선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본래는 멸성인 출신), 케시어스(그녀 역시 멸성인의 하위체인 천상인 출신임), 가스톤, 루베니우스, 아멜리온, 파스렌, 소피아나
그 외 프리즘의 전사인 마족 골고트, 어둠의 종족 헬급 전사인 리아몬과 포니, 케이사르,
(이들은 아무르 위성의 빛을 받은 프리즘의 전사로서 일명 선택된 살성인 전사들이라 불린다.)
회의 진행은 놀랍게도 데스퍼라도 출신의 마이클이 진행하였다. 지난번 카젠모르의 숲으로 진격해오는 33 개 군단을 지구과학의 힘을 빌어 통 체로 날려버린 장본인이기도 하였다. 현재 그가 이와 같이 중요한 회의 진행 의장이 된 것은 리크의 신임을 그 누구보다도 많이 받기 때문이었다. 또한 회의 참석자들 역시 데스퍼라도인들의 믿지 못할 과학의 힘을 경외하고 있었으니 지구출신의 데스퍼라도인들의 위상은 높아질 대로 높아져 있었다.
"자. 회의를 진행하기에 앞서 우선 우리의 새로운 지도자께서 발언을 하실 겁니다. 그리고 장내가 다소 소란스러운 것 같은데 좀 조용히 해주시기 바랍니다."
마이클이 말하자 신전 중앙 입구에서 리크가 푸른 망토를 걸치고 상단 석에 마련된 연단위로 올라왔고 그때 웅성거리던 회의장이 잠잠해졌다.
"새로운 정부 행정 업무에 바쁜데도 불구하고 일단 이렇게 회의에 모두 모여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새로운 정부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만큼 전 대륙의 행정관할에 있어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지방관활제는 중앙행정직속제로 바뀌면서 모든 대륙의 행정 수행은 절대적으로 중앙 부서에 허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두 번 째로는 전 대륙에 걸친 모든 천살전사들은 모두 해체하고 무고한 주민을 학살한 기존의 천살전사 출신들은 철저한 조사를 거쳐 모두 체포하여 중형을 내릴 것을 선포합니다. 네 번째. 인간종족, 어둠의 종족, 마족들간의 대립은 나 새로운 정부군의 통치자의 이름을 걸고 절대 용납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로운 정부의 국호는 데스퍼라도라 공식 선포합니다."
그 순간 회의장 여기저기에서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들이 들렸다. 그들 중 오른편 구석에 있던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 역시 새로운 국호에 대해 서로 여러 말이 오갔다.
"갑자기 데스퍼라도라니?"
"갑자기가 아니라 국호가 데스퍼라도라 말하지 않았는가?"
"후후. 어디서 나타났는지도 모를 데스퍼라도 종족의 이름을 따서 이 사계의 국호로 정하다니.."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이름 같은데.."
"하긴 발음하기도 편하군.."
"네 놈이 뭐라 하건 새로운 지도자가 그렇게 정했으니 따라가야지."
"그나저나 이젠 우리들의 적은 멸성인들이 되는 건가? 그 존재들의 하위체인 천상인들은 많이 봤지만 실체인 멸성인들은 아직 코빼기도 보질 못했으니..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존재들이지? 이봐 늙은 고룡 카라펠리오! 자넨 멸성인 출신이니 그들에 대해서 잘 알지 않나?"
"물론 잘 알지..멸성인들은 여러 종족으로 나누어진 존재들로서 칠계라는 초상위영역에 기거하는 자들일세. 근본적으로 이런 사계의 전사들과는 급수가 달라도 한참 다른 자들이야. 그러니까 약간 과장을 섞는다면 이곳의 개념으로 신(神)이라 불릴만한 자들이지."
"그렇다면 그들이 이곳 사계로 대거 몰려오겠군.."
"그렇지는 않을 거야."
"그렇지 않다니?"
"칠계야말로 실체적 세상인데 그들이 왜 이런 중간 하위영역으로 몸소 내려오겠나? 그들은 그곳 칠계를 주무대로 실체적 세상을 손에 쥐려고 할걸세. 만일 칠계 영역이 멸성인들에게 모두 함락 당한다면 이곳 사계를 비롯하여 아래 하위계 모두가 저절로 그들의 발아래 놓인다네.."
"정말 무서운 일이군.."
"내가 보기에는 아마 리크가 칠계로 갈 것 같은데.."
"리크가?"
"어차피 리크의 임무가 거대해진 멸성인들의 세력과 대립하는 것이 아닌가? 적이 이곳으로 오지 않는다면 직접 찾아가야지.."
"혼자서 말인가?"
"그야 모르지. 이곳에서 한다하는 전사들을 조직해서 소수만 데려갈지. 후. 나 카라펠리오는 분명 리크를 따라서 칠계에 가야만 할 것 같은데.."
"자네가?"
"나 역시 칠계의 멸성인 출신인데 아무래도 여러모로 리크에게 도움이 될 수 있으니까?"
"이보게 자네가 리크에게 잘 얘기해서 나도 꼭 칠계에 가는 전사들 틈에 끼워주기 바라네.."
"하하. 자넨 겨우 헬시급 전사아닌가? 프리즘의 전사들과 새로 나타난 데스퍼라도 종족들이 턱 버티고 있는데 자네 설자리가 있겠는가?"
순간 슬레이어가 실망스런 표정을 지어 보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