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퍼라도] 132. 격전
데스퍼라도(Desperado)
격전
카젠모르의 울창한 숲이 반나절만에 폭이 100M에 이르는 길이 안쪽으로 계속에서 만들어지는 광경은 참으로 놀라울 따름이었다. 리크와 마이클을 비롯한 지구과학자들 역시 정부군의 숲길을 트고 들어오는 모습에 저마다 감탄을 하고 있었다.
"후. 전혀 과학적인 도구 없이 저 울창한 숲의 나무들이 팍팍 쓰러지면서 순식간에 길이 되다니.."
마이클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혀마저 찼다. 한편 리크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갔다.
"거의 페이른 공터에 가까워졌군."
"흠. 길을 닦느라 고생들을 했지만 저들에게 기다리는 것은 가혹한 형벌만이 있으니 이거 정말 미안한 생각이 드는데. 하지만 아까도 말했듯이 저들의 무지막지한 진격의 고삐를 늦춘다면 우리가 전멸 당할 판이니 뭐 할 수 없지. 원래 전쟁의 궁극적인 목적이 승리 아닌가?"
잠시후 마이클이 오른편 바위언덕에 손짓을 하자 그 특유의 미래 복장을 한 데스퍼라도인들이 무엇인가를 덮고 있던 횐 천의 덮개를 거두었다. 그러자 햇빛에 번쩍이는 금속 물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직경 5M정도에 높이는 약 3M로서 그 모양은 발칸 포, 혹 레이져 포와 흡사했지만 분명 그 나름대로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일단 일반 포로 보기에는 여러 복잡한 기기들로 짜 맞추어 놓은 것 같았고 그 기계 자체 여러 곳에서 강렬한 램프가 곳곳에서 번쩍였다. 언뜻 보면 전자 빔 발사장치의 무기처럼 보이지만 길다랗게 뻗은 총구는 그 끝이 창날처럼 뾰족할 뿐 무엇인가 강력한 에너지가 발사될만한 모양은 아니었다. 잠시후 약 세 명의 데스퍼라도인들이 그 기계 옆에 부착된 수백 개의 버튼을 누르고 조작하자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다. 갑자기 기계 상공에 우주공간의 홀로그램이 연출되는 것이 아닌가?
이를 바라보던 리크가 무척 신기한 표정을 짓자 옆에 있던 마이클이 싱글벙글거렸다.
"헤헤. 어때 멋있지?"
"후. 저 허공에 그려진 건 그 기류가 전혀 탐지 안되니 분명 허상일텐데..도대체 뭔가?"
"저건 홀로그램일 뿐이야..자네 말대로 허상의 개념이란 표현이 맞을 수 도 있어..하지만 저 형상은 지금 이곳 사계라 불리는 곳의 수평적 어느 우주 공간의 실재를 영상으로 받아들인 형상이라네..즉 그 의미는 실재로 존재한단 말이지. 그러니까 모듈 천체망원경이 현재 저 우주를 관측한 실제 우주 형상의 모습이지."
"실제 형상 모습이라니? 흠 정말 경이롭기까지 하군.."
"흠. 보기에는 경이롭지만 잠시후면 무시무시한 거대한 무기가 만들어지는 곳이기도 하지..저 우주 공간 형상을 자세히 들여다 봐.."
홀로그램 영상화 된 우주공간의 형상은 순식간에 확대되면서 조그만 운석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행성들 사이로 유유히 유영하는 운석이 점차적으로 확대되었다. 그것은 일명 떠돌이 초소행성에 속한 급이었다. 리크가 점점 놀라는 기색을 띠자 마이클이 계속해서 말문을 열었다.
"일단 저 곳 바위 위에 있는 극초단파 헬스크륨 기기가 저 행성의 초소원자의 파장과 조율을 하고 난 뒤에 저 우주공간으로부터 바로 저기 정부군들의 있는 지점으로 끌어내릴 생각이네. 초소행성은 대기 진입 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지고 그 파편이 정확히 목표지점에 떨어지도록 이미 모듈 컴퓨터 계산을 다 해 놓은 상태지..단 한치도 목표 밖으로 새는 운석 조각들이 없을 정도로 그 오차 범위가 거의 0.000023%이지. 다시 말해서 저기 보이는 초소행성이 잠시후면 우주공간에 그 행로를 바꾸어 여기 지상에 있는 카젠모르 숲에 들어온 정부군 33 개 군단을 목표로 수 만 개로 분열된 운석(隕石)이 쏟아지며 일대 엄청난 충격과 불바다를 이룰 거야. 그리고 상상도 못할 끔찍한 결과가 예상 돼. 후.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이 지옥의 광란에 몸부림치는 것을 보아야만 하겠지."
굳어질 대로 굳어진 리크의 표정은 결국 한숨으로 이어졌다.
"휴. 지구 과학이라는 것이 생각 외로 엄청나군..우주공간에서 초소행성을 선택하여 지상으로 떨어트리다니.."
"사실 과거 지구연대 2302년 두 개의 커다란 대립 세력에 의해 지구는 저런 소행성 공격으로 전체 인구의 70%에 달하는 수십 억 명이 멸살 당했어. 그 이후 칼차온 정부라는 세계 통합 정부가 들어섰고 일대 평화의 시기가 한동안 유지되다가 우리 때 와서 차원 이동에 관한 관심이 커지면서 차원 살상에 대한 잔인한 폭력 유희가 사람들 사이에서 번진 거지. 나 역시 다른 차원인들의 사냥을 주관하는 놈이 되어버렸지만.."
"결국 저런 파괴적인 지구인의 무기가 이 곳 사계에서도 흔적을 남기겠군."
"데스퍼라도인들의 비축 동력 에너지인 헬스크륨이 마침 롬페르담 건물 비밀창고에 다량 저장되어 있었기에 이곳 사계에서도 저런 기술을 사용할 수 있었지. 그나저나 공격준비는 거의 된 것 같은데 명령은 자네가 하는 것이.."
"내..내가.."
순간 리크는 허공을 올려다보며 눈을 지긋이 감았다. 결코 내키지 않는 명령이었다. 명령을 내리는 순간에 엄청난 인명이 살상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들을 막지 못한다면 여기 반란군들과 민간인들 50 만 명이 정부군에 의해서 희생당한다는 것 또한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이..이건 전쟁이다. 승자 아니면 패자만이 존재할 뿐..그리고 나를 따라 이곳에 들어온 많은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내겐 승리할 의무가 있다..승리하기 위해서는 지금 명령을 내려야만 한다."
리크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은 마이클이 다시 말했다.
"여기서 저들을 막지 않는다면 여기 카젠모르 숲의 사람들만 희생당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대륙의 주민들이 또다시 천살전사들에게 더 많은 희생이 따를 거야. 어차피 저들의 희생은 인과응보(因果應報)로서 저들의 운명이야. 그나저나 이렇게 지체할 시간이 없어. 초소행성의 공격은 지금 작동한다 하더라도 정확히 1시간 25분 52초가 소요되지. 그리고 저들은 벌써 페이른 공터 코앞까지 진격했으니 지금 바로 명령을 내려야만 할 때야! 자 어서 명령을 내려주게.."
그때 리크의 입술이 겨우 열렸다.
"공격을 명령하겠네.."
마이클은 손을 들어 저편 데스퍼라도인들에게 손짓을 했다. 그러자 초극단파 기기가 상공을 향하더니 저 우주공간의 초소행성이 있는 지점에 그 끝을 맞추었다.
[웅웅]
초극단파 헬스크륨 기기는 작동이 되면서 외관상 별다른 움직임 없이 웅웅 소리만 냈다. 초소행성의 진동수와의 조율을 맞추고 서서히 정교한 분열을 위한 신호였던 것이다. 모듈 천체망원경에 의해 홀로그램 형상으로 보이는 초소행성은 자체적으로 쩍쩍 균열이 가기 시작했으며 그와 동시에 어느 방향으로 움직였다. 그 목표는 바로 이 사계의 카젠모르 숲의 정부군이었던 것이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리크와 지구과학자들은 앞으로 1시간 25분 후의 일어날 일만 기다리면 되었다.
"마이클. 혹시라도 다른 지역에 피해가 간다면.."
"후후. 사실 지금의 우주 초소행성 공격은 이미 몇 백 년 전 지구과학 기술에 지나지 않아. 단지 그후 먼 미래인 지구연대 2777년의 과학기술은 정교함이지. 즉 사전에 모듈 컴퓨터가 몇 cm 의 오차도 없이 운석의 수천 수만 개의 파편조각이 떨어지는 지점을 계산했다는 거지. 그러니까 저들 정부군 33 개 군단이 있는 지점 외에는 전혀 피해가 없어. 한마디로 이미 지정된 목표지점 외엔 작은 불똥하나 옆으로 튀는 일이 없을 걸세."
"정말 놀랍군.."
한편 숲길을 계속 만들어 진격하는 정부군 선두에는 하몬과 다른 프리즘의 전사들이 보였다. 그들은 한나절만에 벌써 반란군들이 있는 페이른 공터에 다다르자 저마다 의기양양(意氣揚揚)한 표정으로 미소마저 짓고 있었다.
"하몬님..이제 승부는 갈린 거나 마찬가지군요."
"하하. 골고트 전사. 아직 우린 적의 코빼기도 보지 못했소. 아마 진짜 전투는 저곳 페이른 공터에서나 이루어질 것 같소."
"그런데 정말 이상하군요. 어째서 여기까지 오는데 매복 군이 하나도 없단 말이오."
"흠. 하긴 나도 그 점에 대해서 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이 들지만..마치 일부러 우리가 이 숲 속을 진격해 오기를 바라는 것 같은데.."
"후후. 그러니까 저들이 숲 속으로 유인하는 것 같다는 말씀인가요. 하하. 과연 저들 오합지졸들이 뭔 힘을 쓴다고 그런 전략을 쓰겠소. 130 만 명이나 되는 33개 군단을 숲으로 유인해서 뭘 어찌하겠다고..더구나 우리 선발 척후병들이 사방 수 km내 반경을 샅샅이 뒤졌지만 반란군으로 보이는 자들은 단 한 명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 점이 정말 이상하군. 그렇다면 저들은 페이른 공터에서 정면 승부를 하자는 건가? 그 역시 말도 안 되는 얘기지. 우리 정부군의 정예 병력과 전면전을 벌인다면 승부는 뻔하지 않은가? 더구나 우리에겐 마족의 마룡(魔龍)들이 있으니 잠시후면 상공을 날아서 동시에 공격할 테고."
"이제 1시간하고 조금만 더 들어가면 페이른 공터이니 그때 가서 과연 반란군들이 어떻게 나오나 봅시다. 생각보다 전쟁이 싱겁게 끝날 수도 있겠군. 후후. 결국 반란군의 지도자도 별 수 없는 인물이군..아무리 우리가 두려워도 그렇지 어찌 매복에 의한 기습공격이 단 한차례도 없단 말인가?"
"이보시오 골고트. 끝까지 방심은 금물이오. 사실 반란군의 지도자는 세도스가 아니라 창성인 리크라는 자가 틀림없소. 그런 자라면 속수무책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요. 사실 뭔가 꺼림칙한 것이 느껴지는 것 같은데..도대체 리크의 꿍꿍이속이 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으니.."
"하몬님은 생각이 너무 많으신 게 탈이오. 어차피 잠시후면 알게 될 테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하하하."
그때 하몬이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눈 쌀을 찌푸렸다.
"후. 오늘따라 하늘의 기운이 예사롭지 않군. 무엇인가 무거운 기운이 몰려오는 기분이야..가슴마저 답답한 것이 정말 알 수가 없군. 왜 이리 불안한지.."
하늘은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파란빛에 태양마저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다. 외관상으로는 평범한 어느 가을 오후였던 것이다. 그러나 분명 하몬은 무엇인가 엄습해옴을 느꼈고 점차적으로 상상도 할 수 없는 기운이 하늘로부터 전해지니 그저 답답할 뿐이었다.
잠시후 숲길이 완전히 뚫리면서 정부군이 그렇게 보기를 원했던 드넓은 페이른 공터가 한눈에 들어왔다.
[와와]
드넓은 공간이 시야에 들어오자 정부군들이 함성을 질렀다. 하지만 페이른 공터 역시 개미새끼 한 마리 찾을 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그때 골고트가 맞은 편 바위산을 보더니 외쳤다.
"하몬님! 저기를 보시지요! 누군가 우릴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하몬은 골고트의 말에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놀랍게도 바위 정상에는 리크와 그 외 여러 사람들이 자신들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리..리크. 역시 세도스라는 인물은 리크였군. 후후. 그나저나 항복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반란군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리크와 몇 놈 정도만이 우릴 내려다보고 있으니.."
잠시후 숲길이 페이른 공터까지 완전히 트이자 후방에서 수천 마리의 마룡(魔龍)들 마저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었다. 이제 남은 것은 어딘가에 숨었을지 모르는 반란군 토벌과 저 바위 위의 리크와 그이 수하들을 잡아서 처벌하는 일이었다. 하몬의 한마디 명령이면 이 전쟁은 너무도 쉽게 끝날 판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요란한 굉음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그 소리는 분명 저 푸른 창공에서 나는 소리 같았다. 순간 하몬을 비롯한 정부군들이 동시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무엇인가 번쩍번쩍 빛을 내며 수만 개의 발광체가 그 장엄한 모습을 나타냈다. 그 발광체들은 긴 꼬리를 그리며 바로 자신들 머리 위 하늘에서 이쪽으로 향하는 것이 아닌가?
"저것들은 뭐야..?"
"헉..우리 쪽으로 오는 것 같은데요.."
"난데없이 이 하늘에서 뭐가 내려오다니..
"후. 정말 아름답군..긴 꼬리를 내는 빛의 발광체라..
"도대체 갑자기 저것들은 뭐지?"
정부군의 병사들은 대 참사의 전조(前兆)를 알리는 신호조차 몰랐다. 그저 그 빛들에 넋을 놓고 있었으니.. 잠시후 아름다운 빛들은 일시에 무서운 공포의 소리로 변하면서 정부군들의 머리위로 떨어졌다.
[쉭.....쉭]
[쉬....쉭]
[쌕!]
[콰쾅! 쾅!]
천지(天地)가 흔들릴 것만 같은 거대한 굉음이 나면서 순간 정부군의 숲길 전체가 지옥의 불구덩이 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을 연출했다. 어느새 하늘에는 불을 뿜는 수만 개의 운석들이 사정없이 지상과 충돌하였으니 여기 저기에서 불기둥이 마구 솟고 대지마저 찢어졌다. 사람들은 고통의 소리마저 지를 기회가 없었다. 그저 넋 놓고 있다가 한순간에 소멸 될 뿐 이었다. 그 누구도 이런 엄청난 공격에 피할 생각이나 할 수 있었을까? 과연 신(神)들의 분노란 말인가? 마른하늘에서 불을 뿜는 돌들이 내려오니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될지 몰랐다. 하늘, 땅이 모든 세상이 분노했다. 죄 많은 자들을 소멸시키기 위해 지옥의 신(神)들이 출현한 것만 같았으리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