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31화 (131/157)

[데스퍼라도] 131. 격전

데스퍼라도(Desperado)

격전

하몬은 3일전 카젠모르의 숲에 갔다온 뒤 식음을 전폐하고 자신의 막사에서 나오지도 않는 세아린이 마음에 걸렸다. 진격을 앞 둔 시점에서 그는 뒤 막사를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세아린이 숲에 갔다 온 뒤 마치 커다란 충격을 받은 것처럼 도무지 말조차 안 하니."

잠시후 하몬은 하늘을 향해 한숨을 푹 쉬었다.

"휴! 하필 내 딸이 창성인 리크를 좋아할 줄이야."

한편 저 수많은 막사들 중 어느 막사 안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세아린의 숙소였다. 그녀는 모포를 뒤집어 쓴 체 얼굴조차 내밀려고 하지 않았다. 잠시후 정부군의 진격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울리자 그녀는 모포를 제치고 간이침대에서 나왔다. 얼굴이 퉁퉁 부은 체 막사 밖으로 나오더니 저 편에 수많은 군사들이 카젠모르의 숲으로 향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하였다.

"경솔했어..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내가 너무 경솔했단 말이야."

세아린은 마치 넋이라도 빠진 듯 혼자서 계속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긋난 거지..3년 동안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갑자기 리크를 보자 걷잡을 수 없는 분노로 치닫게 되다니.. 기아몬 신전에서 리크를 몰래 어디론가 데려간 일. 그후 캐시어스의 성으로 갔을 때 그녀의 이해하지 못할 행동. 캐시어스 그녀는 분명 천상인이 맞는데..지금 왜 리크와 같이 있는 거지. 그..그걸 물어봤어야 했는데..내가 너무 경솔했어. 3 년 동안 그렇게 찾아 해 매이던 리크가 캐시어스와 같이 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이성을 잃어버렸단 말이야."

세아린은 갑자기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더니 그 자리에서 주저 앉아버렸다.

"흑. 결국 이번에도 캐시어스에게 리크를 맡겨둔 체 떠나 버린 꼴이 되었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니 아..진정 나 같은 멍청한 여자가 세상에 어디 있지?"

[부우!]

진군의 나팔은 계속 울려 퍼졌다.

[우두두두둑]

조금 전까지 맑은 하늘에 갑자기 구름이 모여들더니 소나기가 뿌렸다. 정부군의 수호전사 부대가 약 100M정도의 행렬을 짓고는 전방의 거대한 나무 위 부분을 사정없이 마법공격을 하였고 그 뒤로 수천명의 산악 토벌부대가 나무를 베었다. 제 3조 화살부대는 앞서가는 선발진들을 엄호하기 위해 바짝 그들을 따라 붙었다. 참으로 이채로운 진격 광경이었다. 33개군단 130여 만 명이 지나가는 길목은 넓어야만 했고 그러므로 그 폭이 약 100M에 이르는 길을 내야만 했다. 각자의 길 트는 임무를 부여받은 선발진만 하더라도 수만 명에 이르니 그들이 진군하는 속속들이 거대한 나무들이 [쩍,쩍]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조금 씩 조금씩 숲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정부군 지휘자들은 잔뜩 긴장을 하였다. 하몬 역시 팔짱을 낀 체 전방에 보이는 숲을 살펴보았다.

"흠. 매복에 의한 기습공격 따위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데..만약 놈들이 다른 식으로 공격해온다면..과연 내가 반란군 세도스라면 어떤 방법을 썼을까?"

하몬은 적의 입장으로 많은 생각을 했다. 하지만 33개 군단이 숲길을 깡그리 밀어버리고 정면으로 진격해 들어가는 결정이 아무래도 잘한 것이라 스스로 흐뭇해하는 표정이었다.

"후후. 이렇게 무식한 방법으로 밀고 들어가는데 별 뾰족한 수가 있겠는가?"

하몬은 바로 옆 프리즘의 마족 전사 골고트를 향해 말했다.

"이보시오 골고트..아마 한나절 후에는 적들의 반란군으로 가는 통로가 완전히 만들어 질 테니 당신은 공중 공격을 위한 마룡(魔龍)들을 대기시키시오."

"흠. 그거야 제게 맡겨주시고..그나저나 인간들이란 정말 대단하군요. 저렇듯 체계적으로 조를 나누어 한치의 흐크러짐도 없이 저 거대한 숲을 통 체로 밀고 나가다니..후. 과거 우리 마족이 인간 종족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이 바로 저런 단결력과 체계적으로 훈련받은 병사들 때문이라는 것을 새삼 실감하겠소이다. 허허."

"후후. 인간종족의 진짜 무서운 힘은 결속력이지요. 개인보다는 단체를 위한 희생정신.."

"바로 우리 마족들이 배워야할 점 같은데..워낙 성질들이 더러워서 제각기 행동하려는 습성 때문에..사실 마족들이 이렇게 연합군을 이루게 될지는 꿈에도 몰랐지요."

"아마 한시적일 것이오."

"한시적일 것이라니요?"

"나 하몬이나 마족 대표 골고트 그대 그리고 어둠의 종족 리아몬과 포니, 케이사르등은 프리즘의 전사이고 아무르 위성의 빛을 받은 프리즘의 전사들 아니오. 하하 바로 그 프리즘의 전사라는 공통된 것에 이렇게 우린 연합군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지요. 이보시오. 골고트 프리즘의 전사가 진정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나 합니까?"

"그야 기아몬 신전에서 아무르 위성의 백색 빛의 기연(奇緣)을 얻은 자들..그러니까 우리를 칭하는 말이 아니오."

"후후. 한가지 더 물어보리다. 그 아무르 위성의 빛이 어디로부터 왔다 생각하시오?"

"아무르 위성의 빛이 바로 그 위성 자체에서 나온게 아니오?"

"아무르 위성은 그저 통로 역할만 했을 뿐 그 빛은 저 칠계 살성의 대운성으로부터 온 것이오. 그러니까 그 빛을 받은 자들은 살성 전사들이란 말이지..그러기에 하는 말인데 인간종족, 마족, 어둠의 종족 같은 그런 개념은 이제 갖다 버리시오. 프리즘의 전사나, 고대 부활전사들이나 사계 주민들 대부분은 저 칠계의 살성 기운을 받은 씨앗들이니 한마디로 살성 주민들이지 그리고 프리즘의 전사들은 뭐라 할까 그저 사계에서 조금 뿌리를 튼 살성전사들이라고나 할까? 하하하. 칠계라는 곳이야말로 진정한 살성의 존재들이 대기하고 있지..나 역시 그들이 두려울 정도이니.."

"후후. 하몬 당신이 두려워하는 존재도 있다니 놀랍군요."

"허허. 그대같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뭘 알겠소. 내가 두려워야 할 자는 한둘이 아니오. 바로 저 칠계에는 거의 신(神)의 능력과 같은 초월 존재들이 엄청나게 많이 있소이다. 나 역시 그들의 세계에 있었지만 힘에 벅차 이곳 하위계로 내려와 잠시 쉬는 것일 뿐..후. 리크라는 창성인 역시 상당한 능력을 지닌 초월존재들 중 하나였는데..그는 자신의 힘을 오로지 창조하는 즐거움을 맛보기 위해 사용했지만..오늘날..이곳 사계에서 나는 그의 반란군과 전쟁을 벌이고 있으니.."

그때 하몬이 자신의 등뒤에서 일명 하몬의 검이라 불리는 칠계검을 뽑아 들었다. 그는 검 면에 그려진 위성을 한번 쭉 살펴보더니 한숨을 푹 쉬었다.

"갈비아스 위성, 아무르 위성, 프레아세톤 위성, 과연 이러한 도형이 진정 누구를 위해 새겨졌단 말인가?"

하몬 역시 그 검의 비밀을 완전하게 알 수는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검의 주인은 원래 창성인이었다. 창조주의 계획 하에 창성인들이 모든 심혈을 기울여 만든 위대한 칠계의 검에는 분명 오늘날 사계를 비쳐주는 세 개의 위성 도형이 그려져 있었다. 사실 리크가 지금도 겪고 있는 부정의 극 과정의 행로는 바로 그 하몬의 검에 그려진 위성들과 관계가 있었다. 갈비아스 위성은 현 사계의 부정의 근원이요, 아무르 위성은 살성인들의 부정의 극이요, 프레이세톤 위성은 바로 멸성인들의 부정의 극인 것이다. 인간으로 현신한 창성인 리크는 바로 그러한 부정의 극을 얻어야만 했었다. 현재 리크는 두 개의 위성의 부정 기운을 얻은 상태이고 나머지 멸성인들의 부정 프레이세톤 위성의 기운을 얻을 차례가 된 것이다. 리크는 그 세 번째 힘을 얻어야만 진정한 변형된 창성인으로서 칠계에서 위대한 전사로 재 탄생될 수 있었던 것이다. 살성의 폭력, 멸성의 오만, 창성의 위대한 능력이 한데 어우러진다면 그야말로 태고의 안배가 이루어지는 셈이었다. 하지만 현재 칠계의 검은 하몬의 손에 있었으니 하몬과 리크의 운명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다.

"후후. 도대체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그나저나 우리가 대화를 하는 동안 숲 안쪽으로 꽤 많이 들어갔군요. 후. 울창한 숲이 순식간에 넓은 길로 만들어지는 광경도 볼만하군요."

[쩍! 쩍!]

엄청난 인력이 동원된 숲 토벌부대에 의해 숲길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근 2 Km 까지 숲 안쪽으로 파고 들어왔지만 예상되었던 반란군들이 매복에 의한 기습공격 따위는 단 한번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군 지휘자들은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숲길을 순조롭게 만들어가자 저마다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후후. 놈들이 완전히 겁먹었군. 코빼기조차 내밀지 않으니 말이야.."

"하긴 33개 군단의 대군이 정면으로 진격해 들어가는데 그 누군들 오금을 저리지 않겠나."

"그래도 어느 정도 반격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들 역시 10 개 군단이라는 적지 않은 병력들이 있을텐데.."

"10개 군단이라 해봐야 농민들, 탈영병, 주민들로 이루어진 오합지졸 아닌가? 아무튼 그들이 어떤 식으로 대항을 할지 무척 궁금하군.."

숲길은 벌써 5Km 지점까지 만들어 졌으니 앞으로 10Km만 더 파고 들어가면 반란군의 본거지 페이른 공터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한편 페이른 공터 바위산 정상에는 리크와 작전 지휘자들이 저편 정부군들이 숲길을 만들어 진격해 들어오는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 작전 지휘자들은 마이클과 마이크르이 아버지 헤겔론, 기획실장 파르마, 과학실장 제스트론 등 그 옛날 지구에서 악명을 떨치던 차원 살상 회사인 롬페르담의 핵심요원들이었던 것이다. 과연 오늘날 이들은 차원과 공간을 달리하는 이곳 사계에서 리크와 대화를 나누고 있으니 필시 이번 전쟁에 관한 내용이 분명했다. 그중 마이클이 무척 긴장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떨리는군..잠시후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텐데.."

리크 역시 짐짓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후. 마음이 무겁군.."

"마음이 무겁다니..리크 이건 전쟁이란 말이야. 저들을 막지 않으면 우리들 전멸 당할 수 있는 거야. 아무튼 2777년 지구과학의 진수를 보게나..사실 이런 방법을 쓴다는 자체가 나로서도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단번에 전쟁을 종식시키려면 할 수 없이.."

"33개군단 전체가 한순간에 멸살 당할 지 모른다고?"

"흠. 그렇게 되겠지.."

"한마디로 대 살육이로군..그나저나 내가 알아보라는 것은.."

"후방 첩보원에 의하면 세아린은 이번 전쟁에 참가하지 않고 뒤에 남아 있다더군.."

"그 말이 정확하겠지.."

"물론이지..과학장 제스트론이 직접 제작한 포마슨 소형위성이 관찰해서 전해온 정보인데..그녀의 기류는 그가 3일전에 여기 사신으로 왔을 때 이미 기록해 났거든..아무튼 그녀의 기류는 저들 진격해오는 정부군에 없다는 것은 확실하네.."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절대 안되네.."

"물론이지. 자네의 연인을 보호해야겠지. 그런데 3일전 왜 그녀를 끝까지 잡지 않았나?"

"후후. 그 성질 때문에.."

"성질이라..하긴 그녀가 남자행세 할 때 패샷보이였지. 후 살상게임에 대한 내 행동으로 당시 그녀에게 폭행 당한 옆구리가 아직도 욱신거리니..아무튼 그런 선머슴 같은 여자가 뭐가 좋다고.."

"그 누구보다 맑은 영혼이라네."

"풋 하하. 제 눈에 안경이라고. 그나저나 세아린의 아버지 하몬은 자네의 장인 뻘 되는데.. 정부군의 통치자로서 저들을 이끌고 진격해 들어오니..후. 이게 무슨 운명이란 말인가? 잠시후면 하몬이라는 자도 무사하지 못할텐데.."

"후후. 하몬과 프리즘의 전사들은 살아남게 되어 있어.."

"살아남다니.."

"그들은 과학무기 따위에 쓰러질 일반 전사가 아니지..어차피 그들은 나와 우리 측 상급전사들이 직접 해결해야 될 자들이야.."

"흠. 아무튼 그건 자네가 알아서 하게나. 난 잠시후 내 임무를 수행할 테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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