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25화 (125/157)

[데스퍼라도] 125. 기억의 편린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억의 편린

영롱한 물방울, 하늘거리는 꽃잎들, 와인의 향 그윽한 미풍이 세도스의 머리카락을 흔들거린다. 세도스는 지긋이 눈을 감고 숨을 한 것 들이킨다. 연분홍의 대지위로 연한 옥색의 천체가 유성을 꼬리를 그리며 환상적인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온화한, 부드러운 기류가 세도스의 온몸 구석구석 상쾌한 에너지를 맞닿게 해준다.

"그대여 눈을 뜨고 저 곳을 보거라! 저곳이야말로 창조의 즐거움을 행하는 창성인들의 영역이이니라."

진한 초록의 내 음이 물씬 풍길 것만 같은 낮은 숲지대 여기저기에  횐 색으로 눈이 부신 거대한 신전양식의 건물들이 여기저기 눈에 들어왔다. 아! 정녕 내가 고향에 돌아 왔던 말인가? 세도스는 대지위로 몸을 숙여 키스의 동작을 취했고 두 팔을 들어 천체의 별무리에게 향했다. 그는 진실로 오랜 방황 끝에 돌아온 안식처에 대한 경배의 몸짓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대여! 저 아래에는 태고의 벗들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노라! 하지만 그들이 누군지 기억을 못하리라. 그대 비록 이곳이 창성인의 안식처라는 것을 기억하지만 정녕 불완전한 기억의 편린이 그대의 벗을 기억 못하게 하리라."

"완전한 기억을 못 하다니요?"

"그대 아직 이곳에 올 시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난 분명 이곳이 제 근원적 고향이라는 것을 인식하는데 아직 올 시간이 아니라니요?"

"그대가 이곳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창성 마스터인 내 의지에 부분적인 작용에 의해서이다. 진정 그대가 이곳에 돌아올 수 있는 시기는 그대의 부정의 극 과정이 끝나고 긍정과 부정의 통합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니라. 자 어떻게 하겠는가? 저 아래에서 그대를 기다리는 태고의 벗들을 만나보겠는가?"

세도스는 저 아래의 창성 영역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고개를 푹 숙였다.

"아직 저들을 기억 못하는데 만나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지만 마스터여! 제 가 어찌 이곳을 떠나 저 아래의 하위세계로 오랜 여행을 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는 왜 부정의 극을 체험해야만 하는지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곳은 창조주와 교감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영묘한 파동이 흐르는 칠계(七界)라는 세계이다. 그리고 그대가 속한 이곳은 창성(創成)인들의 영역이다. 태초에 칠계의 세계에는 4개의 대 운성이 서로 다른 기류가 공존을 하였다. 창조주의 분리된 의지가 살성(殺性), 멸성(滅性), 영성(靈性), 창성(創性)이란 영역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살성과 멸성은 우주의 천체 소멸과 파괴의 자연적 섭리이자 피할 수 없는 부정의 기운이니라. 영성과 창성은 소멸된 천체의 치유의 과정 그리고 재창조의 의미로서 긍정의 기운이 이에 속한다. 태초에 살성은 파괴적인 성향이 있었고 멸성은 소멸적인 성향이 있었다. 그 둘의 에너지가 서로 대립을 보인다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립은 창조주마저 예상치 못 할 정도로 거대한 부정의 기운을 형성하였고 급기야는 칠계의 전 영역을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가기 시작했다. 칠계의 전쟁은 그야말로 신들의 전쟁으로서 살성인들과 멸성인들의 처절한 전투가 이곳 우주의 질서를 깨트릴 만큼 처절했다. 창조주는 오랜 고심 끝에 이 전쟁을 종식시킬 대안을 마련하셨지. 바로 영성인과 창성인의 개입을 원하셨던 것이다. 결국 창성인들 중 가장 창조능력이 뛰어난 자네가 선택이 되었고 그대는 창조주의 계획대로 저 아래 하위차원부터 수 순 을 밟고 올라오는 과정을 거치게 된 것이다."

"결국 살성과 멸성의 전쟁에 개입하기 위해선 그들의 부정의 기운을 배워야한다는 뜻이었습니까?"

"바로 그것이 그대가 지금까지 걸어온 과정과 현재 부정의 극을 체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창성인들은 오로지 평화와 사랑 자비, 용서라는 창성의 대운성 기운을 받은 존재들로서 비록 그 능력이 준 창조주에 도달했고 칠계의 4 종족 중에서 가장 뛰어났지만 전쟁에 개입 할 수 있는 기류가 아니었다. 결국 수많은 창성인들 중 그대가 선택되어 부정의 과정이라는 그 괴로운 짐을 떠맡게 되었던 것이다. 전쟁, 배신, 폭력, 파괴 등이 이미 그대의 잠재적인 인성에 뿌리 박히게 되었으니 그 역시 하나의 의도되어진 과정이라 볼 수 있었다. "

그 순간 세도스는 머리를 쥐어 감싸더니 땅바닥에 엎드려 괴로운 몸부림을 하였다. 갑자기 세도스가 자신의 가슴을 움켜지더니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가슴에 통증이..정녕 케시어스가 나를..."

"기억의 편린은 부분적으로 기억이 돌아오는 과정이고 이제서야 그대는 하나둘씩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이다."

세도스는 얼굴마저 창백해지고 몸마저 경련을 일으켰다.

"왜..세아린 마저 나를..왜..내가 무엇을 잘못했기에 그들이나를 배반하고 떠났단 말입니까?"

"그대여! 잘 듣게나. 바로 그것이 부정의 과정이니라. 긍정의 집합체인 창성인으로서는 절대로 그대가 왜 배신당해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다네. 하지만 살성과 멸성의 존재들의 기류를 인식한다면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지. 바로 그대는 그들의 비정상적인 분노에 점철된 혹은 왜곡된 편향을 알 수 있을 걸세."

"아..아..하몬 마저 나를 버렸습니다."

"그대여 괴로운가? 시랑 했던 사람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기분이 어떤가?"

"너무나 괴롭습니다."

"위대한 창성인이여? 현재의 세도스라는 인물은 바로 그들에 대한 분노로 만들어진 셩격이니라. 하지만 복수는 복수를 낳는 법. 부정의 극 과정의 연속은 결국 살성인과 멸성인들과  별 다를 바 없이 파괴의 결과를 가져올 뿐이니라. 결국 그대 스스로 풀어야만 할 문제인 것이다. 명심하게나. 그대는 창성인이라는 것을. 파괴를 사랑과 자비로서 승화시켜야만 할 임무가 있는 자. 바로 그때가 되면 부정의 극 과정이 끝나리라. 창성인이여! 그대를 또다시 시험에 물들게 할 세상이 아직 기다리고 있다. 이제 돌아갈 시간..부디 안전한 여정을 마치기를..살성인과 멸성인들은 결코 만만한 존재들이 아니라네. 사계 주민들인 인간, 어둠의 종족, 마족들은 살성의 기운을 받은 자들이고 앞으로 도래할 천상인들은 멸성인들의 기운체들이니라. 결국 칠계의 태고 부정의 대립으로 인한 전쟁이 사계로 옮겨진 모양이 되었고 이후 그곳에서 모든 것이 결정될 것이다."

대지 위에 엎드려 있던 세도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외쳤다.

"하몬은 도대체 어떤 자 입니까? 그리고 하몬의 검에 대해서 궁금합니다."

"그의 근원체는 바로 살성의 관장자이니라. 태고 전쟁 때부터 살성인들의 관장자로서 멸성인들과 끊임없는 전쟁을 주관했던 대단한 인물이지. 더구나 그는 창성인들로부터 아주 소중한 검(劍)을 훔쳐간 인물이기도 하였지. 그 검(劍)은 그대가 하위 차원으로 여행을 한 직후 수많은 창성인들이 그대를 위해 칠계의 모든 창성의 기운을 모아 만든 위대한 창조체였지만 결국 지금 하몬의 손에 있고 하몬의 검이라 불리기도 하지. 하지만 그 검(劍)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그대이니라.

"현재 살성인인 하몬 그리고 멸성인들의 기운을 받은 천상인들과 결전을 앞둔 제 능력이 무엇인지.."

"그대의 능력은 창조이니라. 또한 부정의 극 과정에서 그 능력을 찾게 될 것이다. 또한 별개의 것이 그대를 도와줄 것이다."

"별개의 것이라니요?"

"곧 눈앞에 나타나리라. 그것은 하몬의 검만큼이나 무서운 병기가 될 것이다. 그대는 그 병기의 주인이 그 것을 제대로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임무이다."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하하. 곧 알게 될 것이다."

"한..한가지만..더..영성인들은 지금의 제가 처한 상황에 무슨 연관(聯關)이 있는지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영성인들은 창성인인 자네에게 커다란 힘이 될 존재들 그들이야말로 이 지리 한 태고의 전쟁을 종지부 찍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도대체 그들이 제 앞에 언제 나타난단 말입니까?"

"하하하. 그대여 정녕 영성인들을 알아보지 못하겠는가? 이미 그들은 자네 앞에 나타났다네.."

"제 앞에 나타났다니요? 도대체 무슨 말씀인지..그들은 영성인들로서 하위차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영혼(靈魂)의 집단으로 알고 있는데..물론 제가 사계에 처음 왔을 때 제 어머님의 영혼을 뵈 온 적이 있습니다만. 그 이후로는. 그 어떤 영성인들도..만난 적이 없는데.."

"하하. 주변에 영성인들을 몰라보다니..그대여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거라..결코 하위차원인들은 산 체로 사계(四界)라는 영역으로 올 수 없다는 것을 몰랐는가? 하지만 그들은 분명 이곳 사계에 존재하느니라 그리고 그대 앞에 나타났으니..하하. 아무튼 그들의 힘을 이용하게나.."

"살아서는 이 사계에 못 올 자들이라니요.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런 자들이 사계에 존재할 리는 없는데..그렇다면 죽어서만이 존재한다."

세도스는 멍한 상태로 중얼거렸다.

"혹시 영성인들은 데스퍼라도인들..분명 그들은 분명 하위세계에서 오지 않았는가? 그런데 하위차원인들은 절대 살아서 이곳 사계에 올 수 없다고 했는데.."

잠시후 세도스는 이 생각 저 생각에 잠기더니 다시 탄성을 질렀다.

"아! 이런 기막힌 일이 그들 영성인들은 자신들이 죽어서 영체로 이곳 사계(四界)에 올 수 있었던 사실을 지금도 몰랐던 거야. 결국 데스퍼라도인들인데 그리고 그들은 분명 하위세계에서 오지 않았는가? 분명 자신들이 죽은 사실을 모른 체 말이야."

"그대여! 돌아갈 시간이 되었으니 부디 부정의 극 과정을 거쳐 그 전례가 없었던 긍정과 부정의 통합을 이루고 완전한 창성인으로서 깨어나거라. 그럼.."

"잠..잠깐만..도대체 마스터라 하시는 당신은 누구이십니까?"

[팟!]

마스터는 대답 없이 사라졌으며 세도스는 그저 허공을 멍하니 쳐다 볼뿐이었다.]]

기억재생변환장치가 지지직 연기를 내며 불꽃을 일으키고 있었다. 순간 사람들은 저마다 놀라서 기계 주변으로 모여들었다.

"마이클! 리크가 위험해! 젠장 어떻게 좀 해봐!"

"이미 수치를 한참 벗어난 기계가 더 이상의 작동을 할 수 없게 되었어요."

목유성이 극도로 긴장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렇다면 강제로 리크를 깨워 봐! 저러다가 큰일 나겠어!"

"안..안돼요! 그 스스로 깨어나야 되요. 잘못하다가는 영원히 깨어날 수 없어요."

카레펠리오가 버럭 소리질렀다.

"이..이 나쁜 놈! 도대체 뭔 짓을 한 거야!"

그때 슬레이어가 큰소리로 주변의 소란스러움을 잠재웠다.

"모두 조용히 해봐! 리..리크가 움직이고 있어!"

사람들은 리크 주변으로 모여들더니 그를 살펴보았다. 리크의 눈 커플이 조금씩 움직였다.

"리크가 깨어나는 것 같은데."

잠시후 손가락마저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눈을 번쩍 떴다.

"리..리크."

"리크 괜찮아?"

"기억이 돌아온 거야?"

한참을 멍하니 천장을 바라던 리크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리크가 웃었어.."

"그렇다면 기억이.."

"기억이 돌아온 게 틀림없어. 저 모습은 그 옛날 리크의 특유한 미소란 말이야."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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