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24화 (124/157)

[데스퍼라도] 124. 기억의 편린

데스퍼라도(Desperado)

기억의 편린(片鱗)

그날 저녁 늦게까지 세도스의 사령관 실이 소란스러웠다. 마이클은 제스트론 병사들 열 명 정도의 인원과  현재 자이언트 빔 레이져 무기를 분해하고 있었다. 제스트론 군인들 중에 과학자들로 만 이루어진 이들 10명의 지구인들은 자신들의 전공에 맞게 신속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기억재생변환장치를 셋트 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놀이정도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았다.

[윙, 윙]

[슈슈슈슈슈]

[착..뚜뚜 착칵! 뚜뚜.]

세도스를 비롯해서 그의 참모 진들과 과거에 리크와 잘 알던 사람들의 표정들이 가관이었다. 그들 모두는 저마다 생전 처음 보는 물건들을 보고는 뭐라 말조차 못했다. 도대체 저 기묘한 금속의 물건들이 뭐란 말인가? 더구나 전자 전동세트로 나사가 풀리고 다시 쥐어 진다는 것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저절로 돌아가는 드라이버, 가끔 빛이 번쩍이는 램프관, 커다란 금속 뚜껑 안에는 레이져 빛이 수천 가닥의 광(光)전선 역할을 하듯 가는 빛을 발하고 있었고 신비하게 생긴 DNA 유기체 합성 보드 판들도 눈에 띠었다. 하지만 과연 이곳 세계 사람들 눈에는 그러한 모습이 무척 특이하게 보였으리라.

"대체 저 사람들은 어..어느 제국의 마법사들인가? 세상에..저런 것들이 존재를 하다니..."

"마법으로 물체를 조각 내고 다시 무슨 형태로 만들어가다니.."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겠군. 정말 색다른 것이야..정말 신기하군 분명 금속이 그 주류를 이루는데 어찌 저렇듯 정교하게 조각으로 나누어질 수 있는가."

"저 안에 마법이라도 걸어 났나? 대체 수만은 빛들이 일정한 형태를 이루고 있으니..후."

그들의 작업 진행을 바라 보고있던 사람들 여기 저기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살벌하게 생긴  자이언트 레이저 중 무기가 잠시후 희한한 형태로 탈바꿈했다. 마이클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저쪽 팔짱을 끼고 묵묵히 있던 세도스에게 말했다.

"리크..아니 세도스라 불러야 되나. 어쨌든 이리 와봐!"

세도스 역시 눈앞에 보이는 기묘한 물체에 대해 무척 신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 봐! 그렇게 서 있지 말고 이리 가까이 오라니까?"

커다란 석판 위에 장치해 놓은 금속성의 길다란 물체를 도대체 어찌 봐야 할지 몰랐다. 저런 물건이 과연 기억을 찾게 해준다는 사실에 의문이 들지 않는다면 거짓이었다. 결국 세도스는 마이클의 성황에 못 이겨 석판 위에 반듯이 누웠다. 잠시후 세도스 머리 위의 금속 핀이 저절로 내려오더니 초록색의 발광체를 발했다. 이를 바라보던 모든 사람들이 숨을 죽였다. 분명 그들의 눈엔 마법으로 보였을 것이다. 즉 마법을 부리는 금속으로서 아마 그 옛날 태고적에 살았을 법한 대마법사의 손길을 거친 신비의 물건으로 말이다.

[윙..웡]

기계 음이 들리자. 누워있던 세도스가 경계의 눈빛을 띠었다. 그러자 마이클 재빨리 자신의 손을 기기에서 나오는 초록의 광선에 직접 갖다대었다.

"자 보라고..네 손이 아무렇지도 않은가? 지금 나오는 광선은 인체에 전혀 상관없는 빛이라네. 그러니 걱정하지 마. 잠시후면 너는 모든 기억을 찾을 테니 말이야."

세도스는 마이클의 말을 듣고 긴장을 풀었다.

"눈을 감아.."

세도슨느가 살며시 눈을 감자 마이클이 기억재생 장치의 끝 부분에 달려있던 수십 개의 버튼 중 하나를 눌렀다.

"마음 편히 가져! 지금부터 자네가 바로 기억을 잃기 전인 초기퇴행부터 시작할 테니.."

제법 시간이 흘렀다.

초반에 여유를 부렸던 마이클의 얼굴에서 땀이 송송 맺혔다. 그때 목유성이 무척 근심스런 표정으로 마이클에게 말문을 열었다.

"마이클! 뭐야? 아직도 멀었어. 벌써 한 시진은 지난 것 같은데. 혹시 네가 만든 괴물 같은 쇳덩이가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니겠지?"

"후. 제발 조용히 좀 하세요! 10 분에 한번 식 잔소리를 해대시니. 이거야 원.."

"야. 이놈아! 뭔가 잘못 되었다는 것이 네 놈의 표정에 나타나는데. 뭐라 설명을 해주어야 할거 아니야?"

"걱정 붙들어 매세요. 리크에게는 아무런 지장이 없을 테니..단지...그러니까 ..단지.."

순간 슬레이어가 외쳤다.

"단지라니? 무슨 문제라도?"

"문제라기 보다는..지금 기억을 잃어버린 리크의 잠재적 자아가 강하게 거부를 하고 있었요."

"거부를 하다니?"

"사람들에게는 누구든지 자신도 인식하지 못하는 근원적 자아가 있죠. 우린 그것을 제 2의 자아 혹은 잠재적 자아라 하죠. 그런데 그 자아가 현재의 기억재생 기계의 퇴행작동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어요."

세도스는 벌써 2시간정도를 석판에 누워 눈을 감고 체 괴로운 표정만 지으니 사람들이 저마다 불안해하였다. 역시 성질 급한 고룡(古龍) 카라펠리오가 버럭 소리 질렀다.

"빌어먹을! 저러다가 사람 잡는 거 아니야? 지금 당장 멈춰! 세상에 기억을 찾아주는 물건이 있다니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어! 젠장. 당장 멈추라고!"

카라펠리오가 성질을 내며 마이클에게 다가가려 하자 누군가 그의 앞을 정면으로 가로막았다.

"진정하시오!"

그는 바로 머리를 뒤로 바짝 넘겨 붉은 천으로 묶은 차림의 청년은 목유성이었다.

"넌 뭐야?"

"난 리크의 스승 목유성이란 사람 올시다. 나 역시 저 덤벙되는 녀석 마이클이 하는 짓에 그리 기대는 안 하지만 저 놈이 결코 리크에게 해 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오."

카라펠리오는 목유성이 자신을 은근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길을 터주지 않자 불끈했다.

"감히 이 카라펠리오를 막다니?"

"말귀를 제대로 못 알아 드는군. 내 말은 좀 더 시간을 두고 기다려 보자는 것이요. 더구나 당신이 마이클의 작업에 방해한다면 내 용서치 않을 것이오."

카라펠리오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목유성을 노려보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

"넌 내가 누군지 아나?

[당신이 누구이든 내 알 바 아니오. 어쨌든 당신 자리로 돌아가시오.]

목유성 역시 노기로 가득한 표정으로 목소리에 웅후(雄侯)한 내공까지 실었으니 실내가 쩌렁 쩌렁 울렸다. 더구나 그의 안광(眼光)에 무시무시한 살기(殺氣)까지 뿜어 나왔다. 실로 엄청난 산이 버티는 것처럼 느껴졌고 카라펠리오 역시 움찔거렸으나 그 역시 천상인 출신으로서 고룡(古龍)이 아니었던가?

"후후. 제법 독특하고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친구로군. 허나 감히 이 카라펠리오의 신경을 건드린 것이 실수라는 것을 모르는 친구로군. 후후."

이 둘의 상황이 점점 심각해져 가자 슬레이어가 재빨리 카라펠리오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를 잡았다.

"이봐 늙은 용! 도대체 자넨 아직도 싸울 힘이 남아 있던가? 허허. 일단 진정하게 저 친구의 얘기대로 조금 만 기다려 보세."

카라펠리오는 잠시 세도스를 살펴보고는 다시 시선을 목유성에게 돌렸다.

"분위기가 분위기인 만큼 리크를 봐서라도 일단 너의 무례한 행동을 그냥 넘기겠다."

"후에. 나와 비무를 원한다면 얼마든지 해드리지요. 본 좌는 항시 그 누구든지 도전을 받아  들일 준비가 되어있소이다. 험.."

"본..본좌라니..그리고 비무는 또 뭐야?"

카라펠리오와 슬레이어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는 머쓱해하였다. 그때 마이클이 외쳤다.

"후. 이제야 반응의 기미가 보이는군요."

사람들이 그쪽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마이클은 기계작동판의 복잡한 수치 버튼을 이리저리 눌러가며 다시 말문을 열었다.

"후. 정말 대단하군. 출력치를 최대치로 올리고 작동 50단계 중 초기퇴행부분의 30단계를 넘어서야 비로소 반응을 보이다니 아니 33, 34, 35, 40! 헉 이..이럴 수가 사람이 어떻게 한번에

40 단계를 넘어선 맨탈시스트 단계에 몰입을 할 수 있지. 그 어떤 사람도 30단계를 넘어선 적이 없는데.."

흥분하는 마이클의 행동과는 대조적으로 석판에 누어있던 세도스의 표정이 점차적으로 안정되어 가고 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아니 세도스는 무척 평온한 모습에 부드러운 미소까지 짓고 있었다. 분명 세도스의 또 다른 자아가 꿈틀대고 있었다. 태초에 숨겨진 근원의 시작이 저 심연의 호수로부터 용솟음 치며 올라왔다. 영혼의 여행이 시작 될 무렵 우주(宇宙)는 무(無)의 공간이었다. 온갖 질료로 가득 찬 진공(眞空)의 공간이 아니었다. 그 곳은 오로지 창조주의 관념이요 의식의 시작점이었던 것이다. 빛이 화하면 현신(現身)의 세계를 이루었다. 만물(萬物)이 형성되고 빛의 영혼들 마저 수만 수천 수억 갈래로 분리되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별들이 세도스의 눈앞에 형성되었으니 그는 자신의 자아가 이끌어주는 깊은 세계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곳이 태초의 정보를 담고 있던 아카식레코드의 우주(宇宙)창고라는 것을 과연 그 누가 알리요. 또한 영묘한 진동수가 흐르는 영역 칠계(七界)의 세계를 그 누가 감히 가늠조차 하겠는가?

[["형제여! 나는 그대의 마스터이니라! 내 목소리를 알아보겠는가?"

"그대는 누구시오?"

"억겁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곳에는 시간 자체의 개념이 없는 곳 과거가 현재이고 현재가 미래인 세계. 그 처음과 끝이 같은 곳이다. 그대의 여행도 이곳에서 시작되었고 지금 돌아왔지만 애초부터 그대는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다."

"도대체 누구이기에..더구나 지금 내가 있는 곳이 어디입니까?"

"가슴을 열고 눈을 크게 뜨고 주위를 둘러보거라. 이곳은 근원의 고향이요 진정한 실체의 세상이라 불리는 곳이다.

"근원의 고향이자 실체의 세상이라니요?"

"허상의 마음을 버리거라. 네 진정 알려고 한다면 알 것이다."]]

세도스는 마치 맑은 영혼의 어린아이가 잠을 자는 것처럼 천진난만한 얼굴 모습을 하고 있었다. 한편 기기 점검을 하던 마이클이 깜짝놀라 소리쳤다.

"헉..이..이건 말도 안돼. 작동 수치의 최대치인 부디스타시오스 50단계를 육박했어. 더구나 헬스크륨 동력 치가 놀라운 속도로 고갈되고 있으니 도..도대체 뭔 일이 일어난 거야."

마이클의 호들갑 떠는 부위기와는 대조적으로 세도스는 아직도 평온한 꿈에 빠진 듯 황홀한 표정마저 짓고 있었다.

[["이제 보이는가?"

"뭐가 보인단 말입니까?"

세도스는 자신이 현재 어디에 존재하는지 아직도 해 매이는 느낌이었다.

"흠. 부정의 극이란 거대한 막에 아직 휩싸여있어 좀처럼 실체의 공간을 느끼지 못하는 군. 그렇다면 내 그대를 도와주지 비록 완전한 건 아니지만 부분적인 기억의 편린(片鱗)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야. 자. 그대여 찬란한 세상을 맞을 준비를 하거라! 눈부신 빛이 그대를 놀라게 하여도 결코 거부하지 말지어다. 칠계의 세상은 기꺼이 그대를 맞아들이리라!"

[파파파파파팟!]

순간 섬광이 연속적으로 터졌다. 세도스는 그 빛이 너무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다. 잠시후 겨우 눈을 뜨고는 주변을 둘러보니 아른거리는 듯한 사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이럴 수가..이런 곳이 존재하다니..도대체 여기가 어디지?

세도스는 한동안 입을 열고 다물지를 못했다. 그는 천천히 이 세계의 모습을 둘러보더니 웬 지 모를 눈물을 흘리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그것은 오랜 방황 끝에 돌아온 여행자의 심정과도 같은 것이었다. 진정 그는 이곳을 떠나 저 이방인의 거친 세계로 오랜 방랑을 했던 말인가?

"후후. 어떤가? 어렴풋이 떠오르지 않던가? 비록 부분적인 기억의 편린을 맞추는 것이지만 적어도 그대의 근원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분명 이곳을 잘 아는 느낌인데..마치 고향에 돌아 온 느낌이..아..아. 진정 이곳이.."

"자 그대의 동료가 만든 기억의 물건이 얼마가지 못할 것 같으니 좀더 둘러봄세. 이곳에도 주민들이 존재하고 힘과 힘의 대립이 난무하는 것이라네. 후후. 그대의 저 아래 거친 세계의 여행 역시 이곳에 시작된 실체의 전쟁에서 발단이 된 거라네..자 위대한 창성(創成)인 이여!

이제는 칠계(七界)의 주민들을 보러 가세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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