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데스페라도-123화 (123/157)

[데스퍼라도] 123. 카젠모르의 숲

데스퍼라도(Desperado)

카젠모르의 숲

거대한 바위 사이에 만들어진 석 계단을 밟고 내려오는 한 무리가 보였다. 방대한 페이른의 공터에 모인 이방인들은 저마다 이곳 카젠모르 숲의 주인이자 지난번 필라펀 평야에서 기적을 일으켰던 세도스와 그의 참모진들이 모습을 나타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얼마나 보기를 원했단 말인가? 저 머나먼 대륙에서 온 자들, 목숨을 걸고 천살전사에서 탈영한 자들, 농토를 버리고 현 정부에 대항하기로 온 자들, 아예 군대를 끌고 이곳에 온 자들, 그들은 서로 각기 다른 위치에 있었지만 한가지 공통된 점이 있다면 바로 세도스의 반란군에 합류하러 이곳 카젠모르 숲에 왔다는 것이다. 드디어 햇살에 눈이 부실정도로 하얀 옷을 바람에 나풀거리고 중앙계단으로 내려오는 젊은 사람이 보였다. 그의 주변에는 두툼한 금속 갑옷의 장군들이 호위를 하였으니 분명 저 횐 옷 입은 사람이 세도스임이 틀림없었다.

세도스가 바위를 다듬어 만든 중앙 연단위로 올라서자 페이른의 공터에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세도스는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돌리더니 오늘 페이른 공터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엄청난 인원이었다. 보고 받기에는 오늘 모인 사람들이 족히 5개군단 병력과 맘먹는 다고 했다. 그 드넓은 페이른 공터가 꽉 찰 지경이었다. 진정 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자신의 반란군을 도와주러 이곳까지 왔단 말인가?

"하몬의 군대 25개 군단과 마족 골고트 휘하의 3개 군단, 케이사르 휘하의 2개군단 그리고 여타 정부군 3개 군단 총 33개 군단이 머지않아 이 카젠모르의 숲을 공격할 것이오. 정부군의 총 병력이 130만이 넘을 것이오. 그에 반해 이곳 카젠모르의 숲에는 현재 여러분들의 병력을 합해 48여만 정도의 12개 군단 규모입니다. 이 점을 미리 말씀 드리고 싶은 이유는 그들의 병력이 우리보다 3 배 이상 많고 전면전이 시작될 경우 여러분의 목숨을 보장 못한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과연 이곳 제가 이끄는 반란군에 합류할지 아니면 돌아갈지 다시 생각해보기 바라오. 시간은 한시간 드리리다. 한시간 후 이곳에 남아 있기를 원한다면 각자 생각한 후 여러분의 각 소속 대장들은 저 위 중앙본부로 올라오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말이 끝난 세도스는 다시 계단을 밟고 중앙 본부로 올라갔다. 참 썰렁한 연설이었다. 이에 페이른 공터에 모인 사람들은 각기 저마다 혼란스러웠던지 웅성거렸다.

"뭐야..벌써 연설이 끝난 거야?"

"돌라가려면 가라니?"

"뭐 저래? 분명 저 분이 필라펀 평야에서 기적을 일으킨 세도스가 맞긴 맞아?"

"근데 이거 합류하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 진짜 햇 갈리네."

한편 이들 수많은 사람들 중에는 거대한 해머로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에 휩싸인 자들이 있었다. 어둠의 종족 2개 군단의 대장 슬레이어와 고룡(古龍) 카라펠리오, 그리고 데스퍼라도인들과 그들의 대장들인 목유성, 마이클 그 외 또 다른 어둠의 종족의 대표 가스톤이었다. 분명 세도스라는 현 카젠모르 숲의 반란군 지도자가 리크 가벤더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리크가 세도스라니?"

슬레이어와 카라펠리오는 서로 얼굴을 마주볼 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한편 목유성과 마이클 역시 그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었다.

"목유성 아저씨..설마.."

"험. 그토록 찾아 해 맸던 내 제자 리크가 세도스였다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분명 리크 맞지요?"

"이놈아 내 어찌 제자의 얼굴을 못 알아보겠는가? 다소 냉정하리만큼 차갑게 변한 표정이지만 저 놈은 분명 리크가 맞아."

"진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정도로 살벌하게 변한 모습이지만 그 옛날의 리크가 틀림없는 것 같아요."

저편 왼쪽 지역에는 헬폰소 전사인 가스톤 마저 경악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리..리크가 분명해! 이..이런..필라펀 평야의 기적을 일으킨 장본인이 결국 리크였다니.."

그 옛날 리크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이 이만저만 놀란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한동안 사라졌던 리크가 어느 날 현재 가장 큰 세력의 반란군의 지도자인 세도스란 인물로 이들 앞에 다시 나타났으니 이 어찌 경악할 일이 아니었던가? 필라펀 평야에서 마족 2개 군단을 물리친 현 시대의 민중의 영웅은 분명 리크 였던 것이다.

그로부터 한시간이 지났다. 페이른 공터에 모인 각 소속 대장들이 열을 맞추어 중앙 바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이들 중에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자들이 있었으니 바로 리크를 너무도 잘 아는 사람들이었다. 잠시후면 리크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저마다 긴장까지 하고 있었다. 한편 계단을 오르는 중간 지점에 우연히 슬레이어와 목유성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허!"

"험!"

"목..목유성.."

"슬레이어.."

이 둘은 리크와 만난다는 긴장감에 앞서 다시 한번 놀랐다. 하몬의 검에 2000년 동안 같이 봉인된 사이가 아니었던가? 이들은 또다시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응시했다. 그러나 그 옛날부터 그래왔듯이 이들 사이에는 침묵만이 흐를 뿐 누가 먼저 말을 건네는 일은 없었다. 어쨌든 이들은 당장에 보고싶은 사람이 있었으니 일단 계단을 향해 올라갔다. 잠시후 중앙에는 여느 때처럼 리크가 상석에 앉아 있었다. 아래 넓은 석 테이블 주변 한 켠에는 현재 세도스의 참모진들이 좌석 해 있었고 오른편에는 좌석을 비어 둔 체로 이들 페이른의 공터의 모인 각 소속 대장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 앉자 아멜리론 부사령관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문을 열었다.

"정확히 한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올라오신 각 소속 대장님들을 체크해보니 현재 페이른의 모인 모든 사람들이 이곳에 최종적으로 합류한 것으로 보입니다. 조금전 세도스 사령관님의 연설에 기분 나빠하셨다면 양해바랍니다. 생명은 소중한 것입니다. 그저 의협심과 열정만 가지고 이곳 카젠모르의 숲을 찾아왔다면 지금이라도 돌아가십시오. 하몬의 군대가 이곳 카젠모르의 숲을 포위하는 시점에서는 돌아갈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목숨을 담보로 피의 투쟁만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절한 사투만이 이 카젠모르의 숲에서 필요 되어 질 것입니다. 어쨌든 여기 오신 분들은 이 순간부터 우리 카젠모르의 숲 반란군과 한 몸이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아멜리온의 말이 끝나자 세도스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아래 참석자들을 바라보았다.

"오늘 은 첫 대면이고 인사차 모였으니 이쯤에서 마무리하겠습니다. 세세한 상황은 아멜리온 부사령관님께서 개별적으로 전달할 것이고 앞으로 하몬의 정부군과의 벌어질 전투에 대한 작전회의를 열겠습니다. 그럼 그때까지 이곳 카제모르의 숲을 둘러보시고 여러 방어선과 지형형태를 직접 익히기 바랍니다. 그럼 이만."

오늘 새로운 합류한 대장들과의 면담은 짧고 간단했다. 그러나 리크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몰랐다. 도대체 리크가 자신들을 보고도 전혀 아는 체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한편으론 리크가 세도스라는 새로운 지휘에 과거 알던 사람들이 걸리적거려 일부러 모른 체 한다는 느낌도 들었으니 무척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었다. 역시 성질 급한 고룡(古龍) 카라펠리오가 가만있을 리 없었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버럭 소리질렀다.

"리크! 이 배은망덕(背恩忘德) 한 자식이..네 놈이 우리를 알고도 일부러 모른 척 하는 거냐? 그까짓 반란군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눈에 보이는 것이 없나 보지. 네놈이 정녕 나 카라펠리오와 슬레이어를 모른 척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때였다. 목유성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호통에 가까운 소리를 쳤다.

"네 이놈. 제자가 어찌 스승을 보고도 못 본 척 할 수 있단 말인가? 고얀 놈 같으니..그래 그렇게 상석에 앉아서 이 스승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어떠냐? 내 너를 그렇게 보지 않았건만."

마이클 역시 한소리 했다.

"리크. 너 정말 변한 거야? 도저히 이해 못할 행동을 하니 말이야. 결코 그럴 행동을 할 놈이 아닌데. 리크 너 지금 연극하는 건 아니겠지?"

저편에 말없이 앉아있던 가스톤 역시 이들의 흥분된 분위기를 거들었다.

"흠. 보아하니 여기 오신 분들이 리크 자네와 인연이 있던 분들 같은데. 나 역시 실망이군. 설마 네 놈이 세아린 마저 모른다고 할 리는 없겠지. 더구나 내 제자였던 그녀 역시 하몬의 딸로서 이번 정부군에 합류해서 이곳을 쳐들어온다고 해도 그렇게 가증스런 얼굴을 내밀 거냐?"

회의장 분위기는 갑자기 소란스러워 졌다. 하지만 맞은 편 테이블에 앉아있던 원래의 세도스 참모진들은 저마다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결국 하멜리온 부사령관이 나서서 이들의 격한 분위기를 가라앉히려 했다.

"하하하. 잠깐 조용히 해주시오. 제가 다 설명 해드리리다. 후. 이거 저말 놀랍군요. 세도스님이 과거에 연을 맺은 분들이 한꺼번에 이리 많이 오셨다. 과연 세도스님이 리크라는 분으로 계셨을 때 의협심이 강하신분들과 주로 잘 알고 지내셨군요."

그때 카라펠리오가 외쳤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자신들의 친구이나 스승도 몰라보는 자식이 무슨 반란군의 지도자라고 정말 말세로군 말세야."

"세도스님의 과거는 분명 리크 가벤더가 맞습니다. 저 역시 과거 인물인 하몬의 후계자라 하시던 리크 가벤더님과 아미라스루텐 제국의 케시어스 3 군단에서 같이 군 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쨌든 현재 리크 가벤더라는 분은 기억상실증에 걸려 자신의 과거 기억을 전혀 할 수 없습니다."

"헉! 기억상실증이라니?"

"이럴 수가..리크가 과거 기억을 전혀 못한다면.."

"도대체 어쩌다가.."

슬레이어, 카라펠리오, 목유성, 마이클, 가스톤은 저마다 멍한 표정으로 세도스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다. 굳게 다문 입술, 언제나 무표정한 세도스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저를 안다는 분들만 남으시고 다른 분들은 전부 자리를 비어 주시오!"

그러자 참모진들을 비롯한 근위병들이 모두 박으로 나갔다. 잠시 후 이곳 회의장에는 세도스와 과거의 세도스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만 남게 되었다. 한 동한 분위기가 썰렁했고 침묵만이 흘렀다. 아무리 기억상실증에 걸린 리크라지만 그를 알고 있던 사람들은 분명 느꼈다. 과거의 리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백짓장처럼 차가운 표정과 감히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는 안광(眼光)은 그야말로 지옥의 나락에서 방금 온 자의 모습과도 같은 것이다. 분명 현재의 리크는 이들이 생각하는 리크와는 전혀 다른 존재였다. 부정의 극 과정을 체험중인 리크에게 있어서 비록 기억은 못하지만 과거의 정 따위가 들어설 틈이 없었던 것이다. 잠시후 세도스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날더러 어떡하란 말이오? 비록 과거에 나와 인연을 맺은 분들 같은데 중요한 것은 현재이고 현 상황에서 난 그대들이 누군지 모르오. 그 뿐입니다."

"젠장 그뿐이라니.."

또박또박하다 못해 매몰찬 말투가 사람들의 가슴에 비수로 찌르는 것 같았다. 기억을 잃었다고 해서 그 착한 인성마저 사라졌단 말인가? 이번엔 가스톤이 말문을 열었다.

"기억을 잃어 버렸다니 더 이상 할말은 없지만 분명 넌 리크가 아닌 것만은 틀림없어. 지금은 겉모습만이 네 육신을 덮었을 뿐과의 그 착하고 부드러운 리크가 절대 아니란 말이야."

"지금 와서 그런 얘기 해봤지 소용없소. 난 세도스 일 뿐이요. 내 과거의 인물 리크란 사람은 죽은지 이미 오래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그런 쓸데없는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닥쳐올 하몬의 대 군대에서 살아남을 궁리나 하십시오. 지금 내 머리 속엔 오로지 그들과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니 여러분도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랍니다."

[쾅!]

"뭐..뭐라고? 이 놈이! 그 얼마나 너를 애타게 찾고 걱정을 많이 했는지 알아?

목유성이 석 테이블을 내려치자 금이 세 쪽으로 났다. 과연 스승의 마음이랄까 그로서는 리크가 냉정하게 변한 모습이 가슴이 몹시 아팠다.

"이..이..나쁜 놈. 나와 아론 그리고 헤수스는 네놈을 찾아서 저 일계(日界), 이계(二界)를 거쳐 이곳 사계(四界)까지 오게 되었고 또 다시 지난 3년 동안 너를 찾아 해 맨 끝에 오늘 겨우 보게 되었는데. 쓸데없이 과거에 신경 쓰지 말라고..."

그때서야 세도스가 목유성에게 다가왔다.

"과거에 제 스승님이 되셨던 분이군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정말 지금의 제 모습이 과거와 전혀 다른 인물인가요?"

세도스의 말투가 부드러워지자 사람들의 시선이 세도스에게 모아졌다. 그들의 눈빛은 저마다 애절하였다. 기억을 잃어버린 세도스가 안타까웠기도 했지만 마치 모든 근본적인 인성마저 잃어버린 듯 해서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세도스는 사람들이 자신을 애정 어린 눈길로 쳐다보니 과거의 자신과 이들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역시 눈을 지긋이 감고 무슨 생각에 잠기더니 말문을 열었다.

"네 과거인 리크라는 인물에 대해 나 역시 많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선했지만 약한 심성을 지녔던 내 과거의 모습이 별로 보기는 안 좋았습니다. 그렇기에 지금의 세도스인 현재의 내 자신에 집착을 가진다는 것이 자연스러웠는지도 모르지요. 이상하리만큼 가슴속에는 항시 분노와 폭력의 본성이 나를 뒤엎고 있고 난 지금 그런 것들을 즐긴다는 생각입니다. 분명 저는 그러한 감정들을 느끼고 있습니다. 적어도 오늘 여러분을 만나기 전까지는..그리고 지금 여러분을 보니 아직까지 내 과거인 리크라는 인물에 애정을 쏟는 것을 느꼈고 진정 여러분의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군요. 후후. 하지만 모든 기억을 잃어버린 제가 과연 옛날에 감정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기억을 찾는다면 몰라도.."

벰같이 차갑던 세도스가 간만에 인간적인 감성을 갖고 발언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제 아무리 부정의 극 과정에 놓인 세도스라 할지라도 진정 자신에게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이들의 진정한 의식(意識)이 느껴졌던 것이다. 결국 세도스도 인간이 아니었던가? 세도스가 살육만 자행하는 존재란 말인가? 사실 필라펀 평야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구한 세도스는 일말의 정의감과 의로운 감정이 있었기에 그와 같은 기적을 연출하지 않았던가. 세도스의 본질은 그 옛날 리크의 근본과 별다른 것은 없었다. 단지 부정의 극으로 인한 그의 폭력성이 너무 강해있었던 것뿐이다. 세도스가 처음으로 느끼는 혼란 감에 젖어있을 때 갑자기 말문을 여는 자가 있었다. 그는 바로 마이클이었다.

"리..리크. 물론 기억을 못하겠지만 나야말로 이계(二界)라 불리는 지구에서 살상 서바이벌 수석진행 요원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는지 모를 정도야. 인륜을 저버린 폭력성에 나 역시 인성을 잃어버린 적이 있었지. 어렸을 때부터 가상살육게임에 젖어든 지구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커서는 결국 진짜 다른 차원인들을 끌어들여 살육게임을 했을 정도로 흉악한 놈이었단 말이야. 후에 너에게 포로로 잡힌 나는 이젠 죽었구나 생각했지. 하지만 넌 나를 비롯해 롬페르담社의 나머지 지구인들도 살려주었어. 바로 리크 네가 말이야. 바로 폭력과 살상에 물들어 있던 우리를 네가 구했단 말이야."

그때. 슬레이어가 한마디 거들었다.

"리크 네가. 마룡에 잡혀서 프론 산에 끌려 왔을 때 넌 네 자신보다는 전장에 두고 온 3군단 병사들을 더욱 걱정했지. 그들이 희생당한 줄로만 알았던 너는 차라리 죽고 싶어 안달을 했던 일들 말이야. 리크 그게 바로 절대 변할 수 없는 네 모습이야.

세도스는 이들의 말을 듣다가 갑자기 허공으로 고개를 들어 한숨을 푹 쉬었다.

"휴..내 과거의 리크가 바보 같은 인물인줄 알았는데 적어도 그런 것 같지는 않군요. 당신들처럼 아직도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후. 바보라니. 말도 안돼는 소리! 리크야 말로 이 시대에 우리에게 희망을 보여준 영웅이라네. 아마 여기 모인 사람들의 가슴속에 리크를 한시라도 잊어본 적이 없을 거야. 그러니 생각을 해보게나.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리크 가벤더가 전혀 다른 인물로 변했다는 것을. 젠장 네가 우리 마음을 알기나 하는지."

"기억을 잃어버린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겠습니까? 억지 눈물이라도 보여 여러분을 반갑게 맞이하기라도 할까요? 후후. 이미 지난 일들. 결국 과거는 과거일 뿐이죠."

그때 마이클이 세도스에게 다가가더니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리크..과거는 과거가 아닐 수도 있어."

"과거가 아닐 수도 있다니?"

"그야 네가 기억을 찾는 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문제잖아."

"기억을 찾는 다고 어떻게?"

"후후. 2777년 지구인들에게 있어서 기억상실증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는 것은 과거 21세기에서 감기 걸린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처럼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야. 즉 오늘이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네 기억을 찾게 해줄 수 있어."

모든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마이클을 바라보았다. 마이클은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  거리더니 다시 말문을 열었다.

"헤헤. 창피하게 쳐다보기는..그나저나 기억을 찾는 기계가 필요한데. 뭐 그거야. 우리 제스트론 전사들이 가져온 자이언트 빔 레이져 장치 기계 부속품과 전자무기들을 분해하면 기억재생변환장치를 쉽게 만들 수 있고 동력은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 휴대용 헬스크롬 농축 원료를 사용하면 그만이지. 문제는 약간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할 뿐인데."

사람들은 도대체 마이클이 무슨 말을 하나 전혀 이해하지 못한 표정들을 지어 보였다.

"뭘 그리 이상하게 쳐다보세요. 당신들이 날 이해 못하는 것처럼 저 역시 이런 환타지 소설에나 나옴직한 세계와 환상적인 전사들 즉 여러분들과 같이 공존한다는 자체가 가끔은 꿈으로 여겨질 정도라니까요. 마치 가상 현실 게임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혹시 모르죠 저도 모르는 가상게임을 즐기는 건지도. 그리고 어느 날 눈을 떠보니까 가상 헬멧을 쓰고 내 자신을 발견할지도. 바로 책상 옆에는 [데스퍼라도]라는 가상 게임 CD가 있을 테고..헤헤. 전부 내 말 이해 못하죠. 이해 못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헤헤."

[탁!]

"아얏! 진짜 목유성 아저씨! 그만 좀 때려요. 툭하면.."

"헛소리 그만해! 아무튼 기억을 찾게 해주는 뭐 그런 게 있다면 빨리 만들어 봐!

"쳇. 아파 죽겠네. 하긴 내 머리가 아픈걸 보니 분명 이 세계가 꿈이나 가상현실 같지는 않군. 그러고 보니 더 황당한 느낌이 드는데. 에고 난 언제 지구로 돌아갈까나?"

[탁!]

"아고!! 진짜. 내가 동네북인가?"

"빨리 만들라니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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